* 만일 누가 나에게 요 근래 벌인 가장 멍청한 짓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3월 4일의 블리자드 주최 세션에 참석할 때 넷북과 디카를 가져가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하겠습니다.
- The xian -
포모스를 비롯해 여러 게임 전문 웹진 등에 보도된 바와 같이 3월 4일에 차세대 배틀넷 관련 질의응답 세션이 있었습니다. 장소는 파크 하얏트 서울 호텔 3층의 보드룸이었고. 알려진 바와 같이 블리자드 본사에서 온라인 기술 부사장직을 수행 중인 온라인 기술 총괄 개발자 랍 브라이덴베커(Rob Bridenbecker)씨가 오셨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사실이지만 작년 11월인가에도 오신 적이 있었죠.
저는 뭐 기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계사도 아니고, 개인 자격으로 초대받았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오후 2시 경 다른 커뮤니티 및 블로거들과 같이 질의응답하는 시간에 참석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어 기자분들이 상당히 많이 오시는 오전 시간에 통합 참석하라고 연락이 오더군요. 회사에 이미 허가는 받아 놓은 터였고 마침 오전에 비상사태가 안 터져서 참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세션 행사장이 종이와 연필 등의 도구가 고르게 마련되어 있는 등 상당히 잘 정돈된데다가, 기자분들이 많이 오신 덕에 세션 행사장 분위기는 자연히 아주아주 엄숙한 취재분위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실물로는 그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된 포모스의 심현 편집장님을 비롯하여, 게임메카, 게임타임, 더게임스 등을 비롯한 여러 게임 전문 언론과 아이러브PC방 등의 PC방 관련 매체까지 많은 보도진들이 오셨습니다. 물론 커뮤니티 및 클랜 분들도 왔습니다만 기자 및 업체 관계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제가 다른 커뮤니티와 교류하고 하는 성격도 아니고 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뭐 저는 그런 분위기가 그다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권하는 호텔 직원분의 요청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대부분 손을 안 대던 것 같은 블리자드 측에서 마련해 놓은 간식거리(잘 매만진 초코렛, 과일/치즈파이, 딸기 등)를 조그만 접시에 들고 와 조금씩 먹으면서,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며 시작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한켠에는 배틀넷에 연결한 후 스타크래프트 II를 즐길 수 있는 PC가 4대 있었는데 시간이 임박하여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뭐, 코퍼리그에 접속했다가는 망신살만 뻗치기 때문에......-_-;;; 시간이 남았어도 제가 그 곳에서 로그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상보다 약간 늦은 11시 20분 정도부터 본격적인 순서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넷북과 디카를 안 가져오는 큰 실수를 한 관계로 준비된 메모지에 이것저것 끄적대기 시작했습니다. 질의응답에 주된 시간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일단 지금 배틀넷에서 지원하는 여러 기능과, 4월 콘텐츠 패치 때에 지원할 기능들, 그리고 출시 시점 / 출시 이후에 지원할 기능들을 구분해서 이야기해 주더군요.
관련 보도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지만 큰 줄기를 이야기하지면 4월 예정된 콘텐츠 패치 때에는 업적(WOW의 업적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새 소식 및 커뮤니티 기능, 상세 접속정보/대전기록, 친구의 친구(이것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친구로 맺어진 이들이 서로의 친구와 이어지며 관계를 더 유기적으로 다지는 기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일촌이 자신의 다른 일촌을 소개해 주는 것처럼...) 등을 지원할 예정이며 스타크래프트 II의 밸런스 조정은 수시로 계속 진행한다고 합니다.
반면, 스타크래프트 II 출시와 함께 추가될 예정인 기능은 맵 에디터, 3 vs 3 / 4 vs 4 대전, 싱글 플레이어, 점수 화면 개선, 도움말,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하는 사생활 보호 설정, WOW와의 커뮤니티 연동 등이고,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이후 스타크래프트 II의 마켓플레이스와 아울러 프로리그와 프로리그 다시 보기(몇몇 매체에서는 리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하였으나 '다시보기'라고 통역을 맡은 홍보 담당자님이 다시 정정하셨습니다) 토너먼트 등의 e스포츠를 염두에 둔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II의 출시 시기를 못박지 않았으며 이후 질의응답시간에 프로리그 기능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짧은 발표가 끝나자 질문이 약 1시간 20분 가량 이어졌습니다. 질의응답 내용은
포모스에 올라온 기사에 상당히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오늘 배틀넷 세션과 관련된 여러 매체의 기사 중, 질의응답 내용이 - 제가 본 기사 중에서는 - 가장 잘 정리되었고 거의 전 질문이 크게 빠진 부분 없이 잘 요약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을 보실 분들은 포모스 기사를 참고하시면 되겠고, 제가 관심을 가졌던 블리자드의 답변 몇 개를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 스타크래프트II 베타버전 해킹 관련 문제는 블리자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며 보안과 지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해킹으로 인해 출시시기가 연기될 일은 없을 것이며 스타크래프트 II는 오로지 배틀넷을 통한 로그인으로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LAN, UDP 등의 지원 계획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 게임 지연 문제(렉)에 대해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의견을 많이 들었고 아직까지 지연 문제는 크게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베타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스타크래프트 II를 위해 더욱 개선되어야 할 점임을 알고 있다.
● 출시 후에도 현 베타테스트 서버처럼 아시아, 북미 등으로 지역별 서버를 분리하여 운영, 관리할 생각이다. 다만 타 지역 게이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구현하기를 희망하는 부분이며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 WOW의 전투정보실이 아이폰을 통해 지원되는 것처럼 PC 외의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스타크래프트 II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논의 중이지만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가'외에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확실한 구현 방법은 지금 말하기 어려우나 계속 논의될 것이다.
● 잘하는 유저가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서 게임하는 상황은 막기 위해 한 배틀넷 계정당 스타크래프트 II 아이디의 복수 생성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게임의 복수 구매자(2개 이상 타이틀 구매자)에 대한 계정 생성 원칙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태이다.
● 스타크래프트 I처럼, 4:4와 같이 다수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환경에서 특정 유저의 사양이 낮아서 다른 유저들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문제가 되는 유저는 빠르게 게임 플레이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 스타크래프트 I과 워크래프트 III 등의 기존 RTS 게임은 현재로서는 배틀넷 2.0으로 편입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 없으며, 기존 배틀넷 서비스에서 계속 플레이 가능하다. (랍 브라이덴베커 부사장은 개인적으로도 기존 게임들은 기존 배틀넷을 통해서, 스타크래프트 II와 같이 새로 추가된 게임은 배틀넷 2.0을 통해서 게임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는 현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약 2주 뒤부터 17,000개의 기존 WOW 가맹 PC방 및 신규 WOW 가맹 PC방 중 희망 PC방을 대상으로 1PC방 당 2개의 좌석을 제공하는 베타테스트는 스트레스 테스트 부분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며, 그로 인해 최대 34,000명의 게이머들이 발생시킬 과부하 발생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감도 있으므로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게임 흥행에 PC방이 지대한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진행하는 특별한 형태의 베타테스트이며, 대한민국 PC방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조치다. 참고로 다른 나라는 무조건 베타테스터로 선정되어야만 스타크래프트 II의 베타테스트에 참여 가능하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잠시 랍 브라이덴베커 부사장이 포토타임을 가진 위, 옆자리에 앉았던 더게임스 측 기자분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했고 무례를 무릅쓰고 포모스 심현 편집장님에게 직접 찾아가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곧 식사가 나왔는데 메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버터와 각종 빵
- 생햄, 녹색 야채, 모짜렐라 치즈로 이루어진 샐러드
- 기름에 튀긴 감자와 버섯을 곁들인, 카프레제가 얹혀진 쇠고기 스테이크
- 작은 케이크(디저트)
식사를 마치고는 기념품도 제공받았는데 스타크래프트 II 무지 노트와 블리자드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티셔츠(랜덤)였습니다.
그 물건은 회사에 있기 때문에 지금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요.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많은 기자분들과 동석하게 되어 상당히 전문적이고 언론보도를 염두에 둔 세션이 되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및 일반 게이머의 입장에서 격의없이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만, 그런 분위기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질의응답에 대해서 랍 브라이덴베커 부사장님도 상당히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즉답을 피한 질문들이 몇 개 있었는데, 즉답을 피한 이유는 둘 중 하나였습니다.
- 자신의 담당 업무가 아닌 부분(게임 디자인적, 밸런스 관련 부분)
- 아직 구체적인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부분
뭐 우리나라에서는 관계자 분들이 자기 책임이 아닌 부분이라 하더라도 게임을 선전하거나 언론 상대의 회견 및 질의응답을 할 때 듣기 좋게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기도 하는데 블리자드의 경우는 그런 '에누리'가 거의 없어서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책임 소재가 명백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만 핀트가 어긋나도 '그것은 저희가 답변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와 비스무리한 태도가 되는 것은 심정적으로 서운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그간의 행동에서 보았듯이 블리자드는 최소한 자신들이 책임질 수 있는 이야기나 발표가 아니면 하지 않고 설령 발표를 했다가도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그것을 다 뒤집어엎는 일도 비일비재한 회사입니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 II의 경우 워낙 대히트를 기록한 게임의 후속작인데다가 e스포츠와의 연계 등의 여러 이슈 때문에 '뜨거운 감자'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소재인 만큼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하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습니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또 참석하고 싶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블리자드는 게임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손님 대접도 결코 섭섭지 않게 해서 더욱 맘에 들더군요.
물론 이런 말을 하기 이전에 제가 다음에도 초청받을 만한 손님이 되도록 하는 데에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기자도 아니고 권세도 없고 The xian이라는 이름의 한 명의 게이머이고, 블로거이니까요.
더불어 오늘 행사와 관련된 제가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것은 제 어리석음의 결과입니다. 거듭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글에 올린 사진은 블리자드 측에서 제공받은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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