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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2/11 10:11:27 |
Name |
彌親男 |
Subject |
2006 - (8) 마지막 이야기. |
2009년 3월. 사람들은 다가올 제 2회 WBC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1회 대회에서 기적과도 같은 4강을 일궈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멤버들 중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멤버에 2008년 클리블랜드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은 추신수 선수도 포함이 되어 있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확 뜬’ 허구연 해설을 비롯한 지상파의 맛깔나는 중계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지상파에서 경기를 중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중계권료 때문.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체 중계권이 뭐야.’ 라며 궁금해했지만, 프로농구 팬과 e-sports 팬은 그저 ‘아,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2007년 어느 날, 파이터 포럼에 자그마한 기사가 하나 나옵니다. 프로리그 중계권 IEG 단독 입찰. 그냥 ‘이게 뭔 기사야?’라고 넘어갔던 이 작은 기사가 곧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옵니다. 갑자기 협회가 양 방송사의 중계권에 대해 압박을 시작했고, 중계권료를 내지 않으면 양 방송사가 프로리그를 중계할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곰TV나 아프리카. 다음팟과 한때 네이버에서 프로리그를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다 중계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중계권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와 달리 프로리그는 양 방송사가 100% 만드는 컨텐츠였고, 여태까지 자기네들 돈 쏟아부으면서 만든 리그를 여태까지 쏟아붇는 돈은 계속 쏟아붓고, 거기에다가 중계권료까지 더 내라는 협회와 IEG의 주장은 방송사와 e-sports 팬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IEG의 주장을 보자면
1. 3년간 30억에 해당하는 금액을 온게임넷, 엠비씨게임이 분할 지급(이는 향후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CJ를 의식한 계약 규모였습니다.)
2. 향후 제작될 VOD 판매권 50 : 50 분할
3. 프로리그 관련 프로그램 제작(위클리 빅매치, 명경기 다시보기 등등..)
당연히 협상은 잘 될 리가 없었고, 이에 Kespa는 제 2회 Kespa컵을 양 방송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방송하게 됩니다. 결과는 완전 참패. 의외로 손을 뻗어줄 것 같았던 CJ마저 시큰둥한 반응에 (당시 CJ는 프로리그 중계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중계권료 입장에서 방송사의 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게임방송국 개국에 돈을 내야 할텐데 중계권료까지 내면서 할 필요는 없어보였죠.) 협회는 양 방송사에게 더욱더 압박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궁지에 몰린 Kespa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2007년 3월 16일. 2006 시즌의 마지막 축제인 신한 마스터즈를 하루 앞둔 날. MSL의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도중 갑자기 선수 전원 철수가 선언됩니다. 협회와 양 방송사가 끝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회에서 선수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린 것이죠. 마른 하늘의 날벼락. 당시 경기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공군선수들을 포함한 전 선수가 예선을 중지하고 철수할 수 밖에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e-sports의 팬들로서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크게 발전될 일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패닉상황. 이 상황에서 e-sports의 팬들의 의견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두 커뮤니티는 두 개의 다른 반응을 내놓습니다.
먼저 pgr은 침묵하기로 결정합니다. 사이트를 무기한 폐쇄하고 양해의 공지글을 남기게 됩니다. 물론, 철수 결정이 내린 당일날 내려진 갑작스런 결정이고 의견수렴후 방법이 아닌 운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이어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수 밖에 없었지만, pgr의 특성인 ‘운영진의 운영하에 이루어지는 개인사이트’ 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기서 양 쪽이 치열하게 논쟁을 한다면 pgr은 운영진들 조차도 감당해 내기 어려울 정도의 대립을 하게 될테고, 그 이후는 그냥 스갤과 같은 무방비지대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었죠. 실제로 나중에 사이트를 다시 열고 올린 공지문에서 ‘pgr은 개인사이트이며 현재의 pgr은 지나치게 크니 앞으로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면 줄이겠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글은 현재도 pgr 자유게시판에 있으니 찾아서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스갤은 행동하기로 결정합니다. 스갤의 수평적인 구조상 (물론 당시에는 알바라는 신적인 존재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의견의 대립이 원래 많이 일어나던 곳이었고, 아무리 뻘글이라도 그냥 흘러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팬들 사이에 대립이 생겨도 큰 문제가 아니었죠. (어짜피 다 흐르고 흐르는 유동닉이니까요. 신경 쓸 필요가 없었죠.) 거기에 pgr이 닫아버리고 나서 pgr 유저 중 상당수가 스갤로 갔기 때문에 스갤러의 절대적 숫자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스갤에서 원래 신한은행 마스터즈때 협회를 반대하는 모임을 가지기로 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 모임이 더욱더 e-sports 팬들의 팬심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었고, 실제로 다음날 벌어진 신한 마스터즈에서 온게임넷의 전폭적인 후원아래 성공적으로 팬들의 뜻을 알리고 옵니다. 향후 인터넷을 이용한 중계컨텐츠 판매를 진행해야하는 입장에서 동영상의 클릭수를 좌우하는 팬들의 영향력은 결코 유료관중 못지 않은 영향력이었습니다. TV 위주의 스포츠와는 달리 인터넷 매체 위주의 e-sports는 팬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했던 것이죠.
결국 당초 조건보다는 완화된 3년 12억, VOD 30%의 선에서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파포 기사를 찾을 수 없어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서바이버 토너먼트도 재개가 되었고, 임요환 선수가 진출했고, 다시 e-sports 판은 아무 문제가 없었던 듯이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흘렀고 약속했던 중계권 기간이 이번 시즌을 계기로 마무리 됩니다. (원래 2010년 3월 계약 만료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 시즌까지는 가겠죠? FA의 전례를 보아서)
IEG나 양 방송사가 절대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후원사인 신한은행이 어느 정도의 스폰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한은행의 스폰서 비용은 다 협회로 들어가는 비용이고, IEG 역시 당초 엄청난 금액에 산 것보다는 저조한 인터넷 판매에 의하여 (09~10 시즌 네이버 철수, 08~09시즌 곰TV와 결별.) 많은 수익을 챙기지는 못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중계권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제 예상이 틀려서 IEG가 큰 수익을 얻었다면 IEG가 재입찰 할 것이고 (IEG는 이미 상당수의 프로스포츠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IB스포츠의 자회사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양 방송사 외에는 입찰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양 방송사 위주로 흘러갈 것입니다. 신한은행의 스폰서 기간이 끝나는 09~10시즌의 뒤에는 스폰서 문제만이 아닌, 중계권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2006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마재윤 이란 이름으로 시작하여 김택용이란 스타 탄생의 시작으로 끝났던 2006 시즌 이후, 스타판의 판도는 확 바뀌게 됩니다. 4대천왕에 이은 신 4대천왕, 또는 임 - 이 - 최 - 마로 이어진 절대강자의 시대가 깨어지고, 최소 2~3명에서 최대 6~7명에 달하는 선수가 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춘추전국의 시대가 생깁니다. 과거처럼 한 압도적인 선수가 2년 정도 최강자의 시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 선수가 지배하는 시대가 짧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 이상 가지 않게 됩니다. 최강의 실력을 가진 몇몇 선수가 서로를 견제하는 체제인 것이죠. 프로리그 주 5일제, 한 주에 10경기. 개인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우선순위가 전환된 시대이고, 프로리그에서의 많은 경기수가 양적인 것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까지 최정상은 아니더라도 정상급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과거의 스타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스타들이 프로리그와 2006년 후반에는 개인리그에서도 차차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e-sports 판의 주축이 되죠. 어쩌면 2006년은, 올드와 신예들이 공존했던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2007년 3월 Kespa랭킹(당시는 30위까지 발표. 괄호 안은 2010년 2월 Kespa 랭킹)
1 마재윤 Zerg (53)
2 이윤열 Terran (98)
3 변형태 Terran (35)
4 김택용 Protoss (12)
5 변은종 Zerg (은퇴)
6 진영수 Terran (11)
7 이병민 Terran (은퇴)
8 오영종 Protoss (57)
9 한동욱 Terran (82)
10 강민 Protoss (239, 활동중지)
11 이재호 Terran (15)
12 전상욱 Terran (70)
13 박명수 Zerg (16)
14 심소명 Zerg (은퇴)
15 박성준1 Zerg (은퇴)
16 박지호 Protoss (45)
17 박영민1 Protoss (63)
18 박태민 Zerg (60)
19 조용호 Zerg (은퇴)
20 이제동 Zerg (1)
21 박성준 Zerg (64)
22 김준영 Zerg (104, 은퇴)
23 염보성 Terran (22)
24 서지훈 Terran (99)
25 윤용태 Protoss (27)
26 이성은 Terran (31)
27 최연성 Terran (230)
28 원종서 Terran (73)
29 고인규 Terran (21)
30 김윤환1 Zerg (3)
p.s) 아마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 옛날 얘기좀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10년전 얘기를 옛날 얘기라 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번에는 호흡도 좀 길게 가져가면서 그 당시 스타얘기 좀 해 보려고 합니다.
p.s2) 잠시 있었던 테저전 5전 3선승제 결과 정리는 곧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길지도 않은데 괜히 잘라서 글 개수만 늘린 졸작 보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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