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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8 06:54:32
Name 더미짱
Subject 헤게머니를 장악하라! - 저vs테 전을 중심으로
*헤게머니(Hegemony) - 가장 통상적인 의미에서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르는 말.

pgr에 글 쓴게 벌써 2년 전인지 3년전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됐네요. 그동안 군대 생활을 하면서 pgr을 많이 못 접했는데
이번을 기회로 글 한번 쓰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제가 스타를 본게 2001년 sky배에서 김동수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꺾고 우승할 당시부터니 올해로 10년차가 되는군요.
그 기간동안 스타를 시청해오면서 이런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결국 스타는 '주도권을 잡는 쪽이 80%는 먹고 들어간다.' 그렇다면 그 주도권이라는 것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단순히 게임에 임하는 개인의 문제인가? 이것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단호히 'NO' 였습니다.
주도권은 그 시대의 각 종족별 유저들의 역량의 산물이며, 경험의 응집체라고 판단을 내렸고,
이러한 판단에 입각해서, 그렇다면 그 동안의 저테전의 헤게머니(주도권)는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가를 살펴보려 합니다.

우선 전제할 것은,
이 글은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사견이며,(이것은 어떠한 반박에도 겸허하다는 의미임 동시에 어떠한 반박에도 변명할 쉴드임을 뜻합니다.)
따라서 너무 의견이 다르다 싶으면 적절히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
제가 굳이 저테전을 꼽은 이유는 제가 저그유저이며, 저테전이 가장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저프전은 단 한순간도 플토유저가 헤게머니를 장악한 적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의 근거들은, 당연하게도 유저들의 실제 게임인데,
모든 유저들이라기 보다는, A급 혹은 최소 B+급 이상의 유저들(유저들을 이렇게 등급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삼고요.)
의 경기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주도권을 창출하는 게이머들은 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S급~A급 유저들의 흐름이 그 밑의 게이머들 그리고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까지 파급되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각 리그에서 8강 이상에서의 경기들 위주입니다.(어느 정도 걸러진 후에 이뤄지는 경기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개인의 '독야청정'에 대해선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바입니다.
예를 들어 강민 선수의 수비형 토스, 김택용 선수의 커세어 다크, 등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외의 선수들이 유사한 빌드를 썼을때
그와 유사한 효과를 많이 내지 못했던 빌드에 대해서는 그 영향력을 크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물론 개인적인 사견입니다)

그리고 경기를 초반, 중반, 후반으로 임의로 나누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를 초반인지 중반인지 후반인지 기준이 모호할 수 있는데,
저는 대략 저그로 생각하면 해처리가 초반, 레어가 중반, 하이브가 후반,
테란으로 생각하면 아카데미 완성 전이 초반, 그 이후가 중반, 베슬이 나온 후가 후반으로 임의로 생각하겠습니다.
(물론 임의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 글에서도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어쨌든 시작해보겠습니다.
cf) 선수명이 많이 등장하므로 이후에는 선수 이름뒤에 선수라고 적는 표현을 생략하겠습니다. 의외로 조금 기네요.


1. 저그의 암흑기

저그와 테란의 종족 싸움은 그 어느 종족전보다 격렬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라이벌 매치가 많은 점이 있겠지요.
가장 유명한 임요환 vs 홍진호 부터 박성준 vs 최연성, 마재윤 vs 최연성, 그리고 최근의 이제동 vs 이영호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각 종족의 대변인들이 저 vs 테전을 다채롭고 흥미롭게 만드는 제일 큰 요인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면(라이벌 매치가 가지는 흥미성) 뿐만 아니라 저테전의 헤게머니의 변화가 저vs테전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시작은 테란의 압도적인 출발이었습니다.

뮤탈뭉치기가 없었던 시절, 그리고 컨트롤이나 운영의 미숙으로 후반 이후가 취약했던 저그에게
'섬세한' 테란은 극악의 상성이었습니다.
특히 뮤탈이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어 이후 저그의 운영은 럴커로 강제될 수밖에 없었고,
임요환을 필두로 하는 컨트롤러 들에게 럴커가 박히는 시간 동안의 딜레이는 컨트롤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결국 박성준이 질레트배를 우승하기 전까지 저테전의 양상은 저그가 앞마당을 먹으려고 기를 쓰면,
테란이 앞마당 쪽에 진을 치고, 그러면 저그는 성큰으로 수비를 하면서 럴커를 뽑아내려 기를 쓰고,
그 사이에 테란은 탱크와 베슬로 조이기를 강화하는 형식의 경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전개에서 핵심은 저글링-럴커로 얼마나 수월하게 테란의 병력을 걷어내냐(탱크 베슬이 원할하게 공급되기 전에)의 문제인데,
저그의 선택지는 답답한데 반해 테란은 컨트롤로 극복하거나 센터 팩토리, 드랍 등 저그에 비해 다양한 선택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이는 임요환 류의 소수유닛 컨트롤러들의 저그 압살로 이어졌고,
강도경-홍진호-장진남-박경락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형 저그들의 단발적인 반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정적인 순간 저그는 항상 테란에게 무릎을 꿇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저그에겐 초반에 저글링으로 테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혹은 중반 이후에 저글링-럴커에서 우연스럽게도(혹은 운좋게도)
테란의 병력을 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고, 이 기회는 저글링의 활약을 극대화 시켰던
공격형 저그들에게나 가끔 찾아왔을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중, 후반의 헤게머니를 완전히 테란에게 장악당한 저그에게
그 기회조차도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무위로 돌아갔고, 덕분에 저그는 무관의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저그의 반격(양박의 시대-혹은 3신전, 혹은 양박대 머씨형제)

저그에게 중요한건 한차례 우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스타리그  역사상 가장 비운했던 유저 홍진호가 끝내는 임요환에게, 서지훈에게, 이윤열에게, 최연성에게 막혀 준우승의 사나이로
몰락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저그라는 종족이 테란에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박성준과 박태민이었습니다.
각각 질레트배 4강에서 최연성을, 당골왕배 결승에서 이윤열을 꺾고 양대리그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이 우승이 결정적으로 헤게머니를 테란에서 저그로 끌어오내는 것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물론 그럼에도 이 우승은 결정적으로 마재윤의 마에스트로 시절이나 이제동의 폭군시절로 이어지기에 의미는 아주 크지만,
한계는 명백히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둘의 플레이스타일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성준이 질레트에서 최연성을 꺾을 당시 빌드는 경악스럽게도 1해처리 레어 후 이어지는 초중반 타이밍의 저글링-럴커 병력 파괴력의
극대화였습니다. 당시로서도 충격적이었듯이 이 전략은 5드론 못지않는 극단적인 전략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박성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또한 결과적으로는 박성준을 테란전 침체에 빠뜨렸습니다.

박태민 선수의 경우 저로서는 그 동안의 저그 유저들의 운영의 총 집결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박태민 선수 특유의 2해처리 운영으로 표현되었고, 적절한 저글링, 적절한 럴커 타이밍, 적절한 뮤탈, 적절한 하이브 운영이 맞물려서
이뤄낸 결과였죠. 특히 당골왕 1경기 루나에서의 혈전은 박태민 선수 운영의 결정판이고,
아이옵스배 3-4위전 이병민선수와의 경기에서의 3:0 셧아웃은 이 운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이윤열 선수보다도 유연하지 못하게)
선수가 맞이하는 비참한 결말이었죠.
하지만 이 빌드 역시 적절한 운영으로 이뤄내는 것인만큼(박태민 선수가 운영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획득했듯)
상대가 돌발적으로 나온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흐르지 않을 시에 급격하게 무너진다는(물론 2해처리 운영의 단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있습니다.(결국 박태민 선수는 운영의 맙소사라는 별명까지 얻어내죠.)

양박의 우승은 결국 큰 장단점을 남겼습니다.

장점의 가장 큰 점은 우선은 저그도 테란을 꺾고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한 부분이지요.
두번째는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갈때(박성준 선수가 보여주었든),
저그가 활동의 영역만 어떻게든 얻어낼 수 있다면(루나에서 박태민 선수가 보여주었듯),
테란도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지요.
물론 누구나 아는 문제이지만 이 두명은 그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단점에서 가장 큰 부분은
두 선수의 빌드가 일반적으로 저테전에서 누구나 행하기 힘든 빌드였다는 것.
그리고 두 선수의 빌드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먹히는 빌드가 아니었다는 것.
(실제로 박성준 선수는 이윤열선수에게 약하고, 박태민 선수에게는 최연성 선수에게 극단적으로 약한 약점을 보이죠.)
그렇기때문에 이것을 대처할 결정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겨주죠.


3. 테란의 반격 - 극초반을 제압하라

양박의 우승이후 테란은 저그에게 '긴장'이란 것을 하게 됩니다.
초반만 피해 없이 넘기면 중,후반은 테란의 독무대라는 인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봉착했을때,
테란은 저그가 강해지려고 하는 부분, 즉 중,후반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그가 원래 강하다고 여겨졌던 부분, 초반을 공략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에버리그 2004 4강전에서 벌어집니다.
스타리그 역사상 가장 홍보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가장 허무하게 끝낸 바로 그 경기였지요.
임요환 선수는 홍진호 선수를 3연벙으로 끝을 냅니다.

이 빌드는 skt 테란들의 철저한 연구 속에 빛을 발했고,
결국 앞마당을 먹으려는 저그에게 잘하면 끝낼 수 있고, 못해도 할만한(저그가 막으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기에)
사기성 빌드로 태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초반을 압도하려는 테란의 노력은 저vs테전 뿐만 아니라 저vs플 전에서도 그 노력이 성과를 맺으며
fd라는 형태로 플토까지 압박합니다.

다시 말해, 마린에서 아카데미나 팩토리로 전환되기 전 타이밍이 테란이 약하다는 인식을
에스시비의 재발견으로 깨버리게 된 것이죠.

결국 저테전에서 8배럭 빌드는 공략법은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저그가 테란에게 완전 방심할 수 없는 한방 빌드로
강하게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합니다.


4. 천상천하 유아독존 - 마에스트로의 등장

2005년 마재윤이 우주배 msl을 처음 우승했을 당시만 해도 마재윤 선수를 크게 주목한 선수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유는 몇가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토스를 꺾고 우승했다는것(그것도 저그전이 약하다는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그리고 마재윤이 이룬 우승이 msl에서였고 osl의 경우에는 진출조차 못했다는 것(이것이 본좌논쟁의 시발점이 되었죠.)
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msl에서만이어도 4회연속 결승에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 그당시 테란의 가장 강력하다는
최연성선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기에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것은 e-sports사상 가장 격렬한 본좌논쟁
(제 사견입니다만, 마재윤을 인정하는 저그유저와 부정하는 테란유저 들 간의 엄청난 논쟁이 오갔습니다.)까지 낳았습니다.

마재윤 선수는 이 논쟁마저도 의미없다는 듯이 보란듯이 신한은행 시즌 3에서 이윤열 선수를 3:1로, 압도적으로,
꺾으면서 스스로 본좌논쟁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리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세계를 여는 듯 했으나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1주일후에 열린 msl 결승에서
테란도 아닌 토스 김택용선수에게 3:0 셧아웃을 당하면서 날개가 꺽이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박태민 선수도 그렇고, 마재윤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전성기 시절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테란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태민이나 마재윤 선수가 '분명하게' 토스전의 약점이 있었지만 전성기 시절 이 선수들의 운영을 압도할 만한
플토유저가 없었고, 그리고 이 선수들의 토스전이 저그전 A급 이상의 플토유저와 적었다는 점에서 항상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온게임넷 엄재경 해설위원들을 필두로 이 선수들이 토스전 극강이라는 선전을 했고, 덕분에 이 선수들이 결국 토스전으로 인해
슬럼프가 찾아왔을때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과하게 비판-혹은 비난- 받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재윤은 1년간의 장기 독재를 마치고 강제적으로 하야하게 되었지만, 마재윤 선수의 업적은 그 이전의
저그유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우선은 마재윤 선수는 저그 유저들이 조금씩 사용하던 뮤탈 뭉치기를 가장 실효성 있게 사용했습니다.
뮤탈뭉치기가 강력한 스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 선수들이 박성준 선수만이 그것에 대해 주목한 반면,
마재윤 선수는 아예 이 스킬을 자신의 전략의 핵심으로 삼습니다.
이것은 결국 중반 이후 저그의 활로를 저글링-럴커라는 단순화된 도식에서 벗어나게 해줌과 동시에
테란이 저그 앞마당에서 진치고 기다리면 되던 시절과 영원히 작별하고 테란병력을 오히려 테란 본진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저그는 제 2 가스 기지 수급에 원활함을 가져가고 쉽게 얘기해 테란의 8배럭처럼 뮤탈이 피해를 많이 못줘도
적당히 아끼면서 시간끌고 나중에 활용하거나, 혹은 잘되면 끝낼수도 있는 하나의 결정적인 무기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마재윤의 두번째 공헌은 3해처리의 보급입니다.
이전의 1해처리, 혹은 2해처리 운영에서는 저글링에 힘을 준다던지 뮤탈에 힘을 싣는다든지 럴커에 힘을 쏟을 경우,
이것이 막히면 저그가 이후 힘이 급속하게 빠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마재윤은 3해처리를 운영하면서 초반의 불리함을 다수 해처리의 저글링 급습으로 테란을 위협하고,
이후에도 어떤 체제로 변화를 하던지 유연성있고 무게를 실어주게 됩니다.

세번째는 하이브 운영입니다.
이전에도 하이브에서 디파일러-저-럴 혹은 울트라-저글링 운영이 나오긴 했지만 마재윤은 그 운영을 가장 매끄럽게 진행합니다.
디파일러 저글링-럴커로 수비겸 공격을 하면서 다수 자원을 확보하고 목동체제로 전환하는 형태로 말이죠.

결국 마재윤의 이러한 운영은
3해처리 저글링 초반 압박-레어 이후 뮤탈 짤짤이-제 2멀티 확보하면서 럴커로 테란 봉쇄-하이브 후 디-저-럴로 수비겸 공격으로 압박
-다수 멀티에서 채취하는 가스 기반으로 울-저 마무리 형태의 저vs테전을 창출하죠.
이 운영의 장점은 초-중-후반 모두 저그에게 헤게머니를 가져다 주면서 초반, 중반, 후반 모두 테란에게 결정적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체제임과 동시에 이전의 빌드와는 다르게 어느 한 부분에서 빵구가 나더라도 이후에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유연성까지 확보했죠.

마재윤은 테란전이 아닌 플토전에서 '심각한' 패배를 겪으면서 무너지지만
이 체제는 이후 수비형으론 김준영 선수에게 공격형으론 이제동 선수에게 이어지면서 테란을 압도할 수 있는 전략으로 거듭납니다.


5. 폭군과 후계자, 그리고 이영호의 반격

마재윤이 무너지고 이대로 저그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김준영이 중간 다리를 하고 마침내 이제동에게 바통터치가
되면서 기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마재윤이 보여준 3해처리 운영의 탄탄함이 있었고, 그것이 각 개인 저그 유저들에게 약간씩은 다른 형태로
전수되었지만, 때론 원조보다 더욱 강력한 형태로 발현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이제동은 그것을 가장 공격적인 형태로 받아들이면서 테란을 압도했습니다.(이에 대해서 저를 비롯해서 많은 저그 유저들은
초기에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공격형 저그-박성준으로 대변되는-가 가지는 뚜렷한 약점을 오랜 시간 눈으로
봐왔기 때문이죠. 특히 진영수선수와의 경기에서 9드론 저글링 러쉬에 드론까지 끌고 가고 이후 뮤짤로 이긴 경기는 환호했지만
동시에 불안함을 극대화 시킨 대표적인 경기죠. 하지만 이후에 이제동 선수가 공격성을 보완하는 운영을 계속 보여주면서
스스로 약점을 극복해냅니다.) 이제동 선수의 뮤탈 짤짤이는 테란에게 공포의 대명사가 되고, 결국 현재까지도 역대 최강의
커리어를 이제동선수에게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그의 헤게머니 장악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저그 선수들의 증가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저그 선수들은 많이 존재했지만, A급 이상의 저그 선수들이 부족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프로리그에서 각 팀별로 에이스 테란은 존재하지만 에이스 저그를 가진 팀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팀에 에이스로 꼽힐 만한 저그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심지어 하이브만 가면 저그가 테란에게 거의 이긴다라는 인식까지 생기게 되죠.

하지만 테란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영호 선수가 있습니다.(처음 이영호 선수를 봤을때 느낌이랄까? 한 5년 간 테란은 이 선수가 잡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실제로 벌써 3,4년은 이영호 선수가 버티고 있어서 테란이 무너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이영호는 우선 대 저그전 메카닉 운영으로 마재윤을 무너뜨리고 메카닉 운영이 약점을 드러내자 SK테란의 극대화,
최연성식 탱크 운영(다크스웜을 무력하게 만들정도), 임요환을 방불케 하는 드랍쉽, 극 초반의 8배럭등 다양한 전략에서
모두 극한의 운영을 보여주며 테란의 몰락을 막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동 선수가 엄청난 기량으로 우승 경력을 늘려도
이영호때문에 본좌까진 아니다라는 논쟁이 나올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이영호 선수의 분전이 테란의 헤게머니 역전까지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영호 선수 이외의 선수들은 이영호 선수만큼의 기량을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들 수 있습니다.
(마재윤 식 운영이 김준영-이제동-김명운 등으로 이어지면 저그 전체의 기량상승을 가져왔는데 반해서 말이죠, 이점은
특정 개인의 개별적인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것을 뜻하고 결국 종족 전체의 헤게머니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죠.)
둘째로는 테란이 저그를 압도할 만한 이를테면 8배럭이나 3해처리같은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인 빌드의 생산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데
있습니다. 물론 이영호 선수가 구사하는 전략 자체가 어느 정도 유효하고 위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위바위보 싸움 같은 느낌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 큽니다. 결국 이겨도 이영호 선수가 잘해서 이긴거지 빌드자체의 파괴성이
떨어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영호 선수의 분전은 의미가 큽니다.
우선은 저그의 독주를 막고 있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빌드에서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저그의 빌드선택에 있어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간혹 보여주는 8배럭 벙커러쉬는 저그에게 12드론 앞마당 빌드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같은 러쉬라도 다른 테란들의 8배럭과 이영호 선수의 8배럭이 파괴력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결국 현재의 저vs테전의 양상은 저그가 이영호마저 극복하고 저테전을 압도하느냐,
혹은 결국 이영호를 기점으로 저그의 기세를 꺽어 내리느냐의 구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영호 선수를 보면 마치 마재윤 선수가 전성기 시절 어떻게든 마재윤을 꺾으려고 온갖 빌드와 컨트롤로 상대하던
플토와 테란유저들, 그리고 그에 맞서 홀로 서있던 마재윤 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6. 나아가며

지난 10년간 스타리그를 보면서
'강한 것은 있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들도 결국은 슬럼프를 겪고 은퇴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국은 다 흐름의 싸움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이제동이 강하다느니, 이영호가 강하다느니 많은 사람들이 논쟁하지만,
결국은 이제동도 이영호도 약해질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이후의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약간은 폭력적(?)이지만 어느 한 쪽이 어느 한 쪽을 압도할 수 있는 무언가-컨트롤이 되었던 운영이 되었던-를
보여주는 것도 꽤나 충격적이고 오히려 거시적으로 더 큰 발전-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항상 즐겁게 해주는 그들이 존재하는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쓰다보니 엄청 길어진 것 같은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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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8 06:56
수정 아이콘
글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피지알 잠겨있는 동안 힘드셨겠습니다.. ^^; 즐감하겠습니다.
롯데09우승
10/01/28 07:43
수정 아이콘
헤게모니든지 해모수든지 아무튼 스타판이 급속도로 발전이 없어졌다는것은 자명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종말론을 주장하는것은 아니지만, 딱히 무언가 새로운 패러다임같은건 나오지도 않고 기본기 싸움만 계속 나오다 보니 예전과 같은 포스를 느끼기란 참 힘든것같아요.
종족의 상성을 무시하는 이제동의 뮤탈리스크, 울링을 녹이는 이영호의 바이오닉은 '인간'의 범주에서 '스타'라는 게임을 우려내고 또 우려내서 나올수 있는 최후의 모습이라고 보구요.
아마 3/3급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이상, 테저전에서 만큼은 이 두선수는 롱런하게 될겁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미래로 만들수 있을테니까요.
sun-horus
10/01/28 08:27
수정 아이콘
늦은 메카닉, 바이오닉+메카닉이 해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좀더 많이 발전시키면 말이죠
10/01/28 08:49
수정 아이콘
스타2 베타테스트 시작한다고들 하던데

빨리 스타2로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마지막 스타1 최강자는 이영호 선수가 될가능성이 젤 높아보이네염

스타2에선 프로토스가 최강자 먹기를 빌면서 스타1판 빨리 없어지길 바라는 1인 ~.~
방황의끝
10/01/28 10: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스타 역사가 정리되는 느낌이네요!
10/01/28 11:52
수정 아이콘
조용호 선수 이야기가 없어서 팬으로서 슬프네요 ㅠㅠ

하이브 운영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는데 말이죠. 퀸도 써보려고 노력했었고.. 역시 이윤열 선수한테 양대 결승 모두 패배한게 치명타.
소문의벽
10/01/28 12:53
수정 아이콘
강한 것은 있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제가 스타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과 같네요.
해골병사
10/01/28 13:20
수정 아이콘
태초엔 저그가 가장 강했죠

그런데 질라님이랑 같은 생각을 마침 하고 있었는데 조금 소름이..
요즘 이런일이 많다죠 덜덜

어 그리고보니 글쓴이님의 이영호선수가 롱런할 거라는 예측도 제대로네요 흐음;;

그런데 또 질라님은 플토팬이셧군요 저는 저그가 스타1의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좋겠어요~
from 언데드&저그팬 :)
파일롯토
10/01/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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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저그팬으로서 정말 속시원한글이네요
스누피
10/01/2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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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러흐ㅏ하어ㅓㅑ

조용호 선수의 이름이 안보이다니 정말 슬픕니다 ㅜㅜ.....

미랴ㅓ즈이ㅡ퍉랴히ㅣㅑㅓ량ㅕ마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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