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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7 17:05:01
Name survivor
Subject 오래된 팀. 오래된 팬. 그러나 가장 어린 선수들
CJ ENTUS는 오래된 팀입니다. CJ ENTUS의 창단은 2006년 이지만, 그 전신인 G.O.의 창단은 2002년입니다. 스타의 역사 10년에서 7년을, 햇수로 8년이라는 시간을 담아온 팀입니다. 그만큼 CJ ENTUS는 오래되었습니다.

CJ ENTUS의 팬은 오래된 팬입니다. '두션빠'라고 하는 CJ ENTUS의 팬들, 그 전신인 G.O.때부터 있었던 '지오빠'는 스타판에서 독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강민이 케텝으로 이적해서 이제는 해설이 되었는데도 '지오의 강민'을 추억하고, 서지훈이 공군에 있어도 '올킬 서지훈'을 기억하며, 당골왕 박태민을 사랑하는 지오빠는 아직도 많습니다. 그런 지오빠에게 붙는 수식어는 '골수'입니다. 뼛속까지 지오의 영광과 CJ의 감동이 새겨져 있는 사람들. 골수 지오빠와 골수 씨제빠라는 사람들은 이번에도 CJ의 위너스리그의 폭발을 기다립니다.

CJ ENTUS의 선수들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오의 마지막 선수였던 변형태와 마재윤은 CJ의 맏형이 되었고, 서지훈과 박영민은 공군 에이스 소속입니다. 2005년 지오의 마지막 연습생이었던 한상봉은 웅진으로, 김성기는 공군으로, 장육과 주현준은 은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수지오빠들이 CJ의 경기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서지훈이 옆에서 끼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친 조병세가 있고, 강민을 존경하여 게이머가 된 진영화가 있고, 조규남 감독이 '마재윤과 너무 닮아' 발탁한 김정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지층이 되어 한겹두겹 쌓여갑니다.

작년 수년만에 부활한 위너스리그가 시작될때의 일입니다. 위너스리그의 화두는 팀리그방식은 처음인 택뱅리쌍이 킬수를 얼마나 기록할것인가? 또 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얼마나 치고 나갈 수 있을것인가? 등이었습니다. 2라운드 직후에 9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CJ에게 관심을 뒀던 사람은 역시나 골수지오빠 정도였습니다.
" 예전에 지오가 팀리그때 잘했으니 위너스리그 잘하지 않을까? "
" 에이. 그건 옛날말이지. 씨제이 폼이 너무 무너졌어. "
그러던 CJ는, 택뱅리쌍중 단한명도 가지고 있지 않던 CJ는 결국 위너스리그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하고, 결승에서 기적같은 역올킬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역올킬 순간에도 골수지오빠들은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죠.
' 아....이 순간에 서지훈이 있었다면!!!!!!!!! '

팀리그 경험이 전무한 어린 선수들이 마치 팀리그는 몇번이라도 해봤다는것처럼 여유롭게 경기들을 해내고, 택뱅리쌍을 모두 물리치고, 역올킬까지 해내는 장면은 신기하다못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새로운 리그 방식에 우왕좌왕하다 나가떨어질거나는 예상들은 박살이 났습니다. 작년 위너스리그 CJ의 선전은 선수들이 어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팀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팀리그 베테랑인 조규남 감독님이 있었고, 엔트리 스나이핑이 난무하는 프로리그를 치르면서도 기본기를 중시하는 팀 운영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위너스리그를 멋지게 치르고 1년이 지나 다시 위너스리그가 시작했네요.

그 사이에 CJ ENTUS는 더욱 오래된 팀이 되었습니다. 특출난 S급은 1명도 없지만 A급이 즐비한 건강한 팀이라는 생각과 팀리그의 지오는 죽지 않았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리에 심어졌죠. 광안리 우승을 한번도 하지 못해도 CJ ENTUS가 명문팀인 이유는 팀리그가 있고 위너스 리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너스리그 우승으로 CJ ENTUS는 더더욱 전통을 지키는 팀이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CJ ENTUS의 팬은 더욱 오래된 팬이 되었습니다. 골수지오빠들의 뼛속리스트에는 위너스리그 역올킬이라는 항목이 하나 더 새겨졌습니다. 매번 좌절하는 광안리행과 예전 선수의 빈자리에 팬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남은 팬들은 더욱 열렬한 '두션빠'가 되어갑니다. 나이가 들어 먹고 살기 바빠져도 경기를 챙겨보고, 경기를 챙겨보지 못할만큼 바빠도 기사와 인터뷰를 검색합니다. 진영화의 에버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강민이 직속 후배 이영호를 응원하는 장면을 걱정하면서 섭섭한 마음을 내비추기도 합니다. 골수지오빠의 독특한 팬덤은 규모가 줄어들지언정,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CJ ENTUS는 더욱 어린 선수들로 채워졌습니다. 2009년 한해동안의 CJ의 세대 교체는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조규남 감독님은 작정한듯 선수들의 평균연령을 낮추었죠. 토스 1카드는 90년생, 토스 2카드로 주목받는 장윤철선수는 이영호선수보다 어립니다. 테란1카드 조병세도 데뷔는 2007년이지만 이제 91년생이죠.

오래된 팀과 오래된 팬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또다시 위너스리그의 포스를 기대합니다. 아니, 강요합니다. 대중, 기자, 캐스터와 해설진은 김정우가 올킬을 해줄거라고 볶아대기 시작하고, 조병세가 또다시 역올킬을 해줄거라고 바람을 넣습니다. 진영화에게는 스타리그 준우승자에 걸맞는 위용을 보여줄것은 종용합니다. 포모스는 위너스리그의 cj를 강팀으로 분류했습니다. 모두들 한마음에 되어 선수들을 쪼아댑니다. 그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선수들도 그럴겁니다. 이번에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1,2라운드때 CJ ENTUS는 위너스리그만을 기다렸죠.

그러나 두번의 경기를 마친 이번의 CJ는 오래된 팀의 영광을 이어받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전통에 짓눌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기대를 하고, 자신들도 기대치가 있고 빨리 뭔가를 보여주어만 한다는 조급함. 지난 위너스리그처럼 조규남 감독님은 한수한수 안정카드와 뜬금카드를 차례대로 기용하지만, 선수들은 급합니다. 작년처럼 4:1이나 4:2의 스코어로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선봉은 1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차봉과 중견도 당장의 경기가 아닌 2킬 3킬을 욕심내며 대장은 불안 그 자체이죠. '이길 수 있다'가 아닌 '지면 어쩌지'라고 말하는 눈빛들.

두션빠임을 자처하지만 결국은 골수지오빠인 저는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들이 느끼는 짐에 저도 일조를 한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저 역시도 전력이 작년보다 많이 약한 팀을 쥐고 위너스리그때 잘 좀 해보라고 마구 흔들어대는 사람들중의 1명이었으니까요. 만약 CJ가 초반 2패를 딛고 위너스리그를 잘 헤쳐나간다면 그때는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오래된 팀의 전통이나 오래된 팬의 염원이 아닌, 지금 어린 CJ선수들의 온전한 노력으로 쟁취한 달콤한 열매라는 것을요.

오래된 팀은 어린 선수들의 짐이 아니라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오래된 팬은 어린 선수들의 부담이 아니라 방패가 되어야 합니다.
어린 선수는 잠들어 있는 CJ만의 팀리그 DNA를 깨워야 합니다.


저는 오래되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좋습니다.
광안리 우승을 못하고, 예전의 지오 포스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까여도 저는 어린 선수들이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선수들은 팀을 떠났지만, 그래도 제가 여전히 두션빠인 이유는 바로 그 어린 선수들 때문입니다.


이번 0910 위너스리그는 팀리그 지오의 재현이 아닌, 위너스리그 CJ가 탄생하는 리그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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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10/01/27 17:07
수정 아이콘
음..가장 오래된 팀은 이스트로 아닌가요?? 1999년 기욤선수가 활동할시 AMD로 부터해서..가장 오래 된거 같은데..
survivor
10/01/27 17:10
수정 아이콘
김진우님// 해당 내용을 제외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10/01/27 17:13
수정 아이콘
조규남감독은 분명히 알고있습니다

마재윤 변형태가 살아나지 못하면 이번시즌은 없다는걸,

한가지 현제CJ에 가장 뼈아픈 타격이자 가슴아픈 현실은...

CJ 1세대 유망주들인

장육, 주현준 두선수의 은퇴 그리고 권수현 손재범의 부진이라 생각합니다...
10/01/27 17:15
수정 아이콘
장육 선수는 좀 안타까웠죠...
zephyrus
10/01/27 17:17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응원하는 팀은 웅진과 KT입니다. 박정석 선수의 팬이기 때문에 비슷한 코스를 밟은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하지만 CJ또한 매우 아끼는 편인데, 그 단 하나의 이유가 "김정민" 이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02SKY의 박정석 선수이지만, 제가 스타리그를, 온게임넷을 알기도 전에 알았던 프로게이머는 바로
"김정민"입니다. (아마 임요환, 김정민, 최인규, 임성춘 정도를 알았던 듯 합니다.)
사실 김정민 선수가 떠난 이후엔 딱히 GO를 응원할 이유가 없다 생각했음에도, 김정민 선수의 발전형을 보는 듯한 서지훈 선수 때문에
여전히 응원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조규남 감독님까지.

사실 지금 CJ선수 중에는 "이 선수가 나왔을 때 꼭 이겼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되는 선수가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KT,웅진과의 대결이 아닐 땐 항상 응원하게 되더군요.

아무쪼록 오늘의 올킬에 충격받지말고,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풍류랑
10/01/27 17:45
수정 아이콘
팀에 대한 팬의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깔때 까더라도 애정을 담아 까란 말이야, 이 사람들아...
10/01/27 17:56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를 문자중계로 보면서 무척 속상하면서 가슴아팠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조급한 마음으로 흔들어대는 팬이었다는걸 이글을 보면서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어요
그리고 항상 응원합니다.
Go_TheMarine
10/01/27 17:58
수정 아이콘
아. 글 잘 읽었습니다.
글 너무 잘 쓰시고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조규남감독님과 김동우코치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언젠가는 광안리에서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래하면서자
10/01/27 18:08
수정 아이콘
CJ요즘 분위기가..ㅠㅠ
그래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greatest-one
10/01/27 18:27
수정 아이콘
여기 있습니다 지오 빠였을뿐 아니라 또그 전신인 이노츠때부터....
그리고 윗분 처럼 '김정민'부터였고
지금 유병준 해설과 최인규선수 까지 동반해서...
예전에 위너스 우승때 제가 썼던 글에도...
서지훈 선수얘기를 했었는데...김동준 해설도ㅠ.ㅠ
전 워3 프로리그때도 슈마지오 응원했드랬쬬ㅠ.ㅠ
일하는라 경기 못보고 지금 와서 오늘 올킬 당한거 보고...피눈물이...날뻔
작년 위너스때는 전 잘할 거라 확신 했습니다...정말...
근데 이번은 많이 불안했고 특히 엊그제 마재윤선수 경기보고...눈물이 나더군요ㅠ.ㅠ
최다 포스트 시즌 진출과 연속진출...
그리고 하루차이였던가요?? sk와 경쟁에서 아쉽게 늦게 달성한
팀 그랜드 슬램까지...이뤘던...
그게 바로 지금의 CJ의 기반이었던 바로...
greatest-one

김동준 해설이 만들었다는 이 이름 아직도 갖고 있는 저는
아마 영원히 가지고 있을거 같습니다...

잘해주길 믿습니다...
조감독님 믿겠습니다...
10/01/27 18:40
수정 아이콘
greatest-one님// 저와 아주 비슷하시군요 ㅠㅠ

Greatest One. 요즘 자꾸 지고있지만

선수들이 잊지말아줬으면 하는건 바로.

그 누가 뭐라해도

Greatest One. 최고의 하나라는것.
10/01/28 13:14
수정 아이콘
저 역시 골수 GO빠임을 자청하는 사람으로써, 이런글 너무 좋습니다
어느순간 보다보면, 선수의 팬, 팀의 팬이 아니라
조규남 감독님의 팬이 아닌가 라는생각이 들더라구요.
비록 2패지만, 나머지 위너스리그 믿고있습니다. Greatest One이잖아요

GO-CJ 팬을 지내다보면, 선수뿐 아니라 팬 마음속에도 'GO'를 세겨주는거 같아요
괜히 충성심이 생겨납니다....
10/01/28 14:58
수정 아이콘
IRuA님// 그런면에서

지난 뒷담화에서 강민해설이

가슴속GO를 부정하는데 눈물이 왈칵나고 속이 뒤집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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