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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7 11:18:36
Name 소디
Subject 시의적절한 승리에 감사드립니다, 이영호 선수.
*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은, 이영호 선수의 팬이라면 이영호 선수의 인터뷰 말마따나 이영호 선수의 인터뷰를 끝으로 결승전 3경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면 합니다. 팬으로써 이영호 선수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지만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이영호 선수는 그 경기 이후로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걸로 충분한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토요일 결승전 이후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느 스포츠의, 어느 프로팀의 팬이나 팀의 부침에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지만 그 중에서도  KT 롤스터의 팬들에게는 유난히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은 그간의 e스포츠판이었습니다. KTF시절부터 계속해서 팬임을 자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승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팀의 모습, 후에는 정규시즌에서도 무너지는 팀의 모습, 개인리그에서도 라이벌인 SKT의 선수들에게 무너지는 선수들의 모습들에 내가 왜 굳이 잘하는 팀들 놔두고 KT의 팬을 해서 이 고생을 사서했을까.. 라는 생각을 안해보신 사람이 없으실껍니다. 물론 지난시즌에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 승승장구하던 KT의 이영호 선수가 최고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그런 자리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일 먼저 머리를 스쳐간 것은 '분노'며, 그 후로는 '어이없음'이며, 그 후로는 '슬픔'이 차례로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저는 이영호 선수의 팬으로서 판정 직후 지인들에게 분노를 토로했고, 이런 저와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pgr에서도 역시나 전투적인 글들이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글에 잘 댓글을 달지 않는 편인데, 도저히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의 댓글이 나올 때면 하나둘씩 댓글을 달며 논쟁에 참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댓글을 달면 달수록 답답한 마음만이 더해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결승전 결과가 다시 번복되어서 이영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으니까요. 이런 저런 마음에 요 며칠동안은 예전 KTF가 SKT1에게 프로리그 결승전 광안리에서 4:1로 패배했던, 그리고 마지막 세트에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강민 선수가 나와서 라이벌 박용욱 선수에게 패배했던 그 시절보다도 우울한 기분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다른한편으로 깊이 우려가 되었던 것이 이영호 선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승전에서 그런 패배를 했다면 아무래도 사람인 이상 타격이 심리적인 타격이 있을테고, 그 타격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영호 선수가 부진하면 KT도 덩달아 부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 않습니까. KT의 이영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떨어졌다 떨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팬심보태도 KT는 '이영호 선수를 제외하고도 강팀이다.'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2라운드 막판에 우정호 선수와 박찬수 선수가 부진하기도 했구요... 다른 선수들이 가끔씩 부진에 빠지더라도 이영호 선수가 최고의 에이스로서 뒤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에 현재 프로리그 최강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버리면 엠비씨게임과 케스파의 삽질으로 인해 희망고문의 역사를 다시 걷게 되는것인가.. 하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팬들에게, 이영호 선수는 최고의 선물을 안겼습니다. 자신이 패배한 결승전의 당사자를 상대로, 결승전 이후 나올 수 있는 최고로 극적인 상황에서 최고의 경기력으로 승리... 경기가 끝나고 이영호 선수가 활짝 웃는 모습을 감추지 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평소에 무난한 승리로는 잘 웃음을 보이지 않는 선수인데, 선수 전원이 나와서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들어갈 때까지 활짝 웃고 있더군요. 그 어린 선수가 얼마나 이기고 싶었겠습니까. 아마 정말정말 이기고 싶었을겁니다. 만약 이 경기를 졌다면 그래도 이제동이 이영호보다 한수위라는 일이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악담 보태어 어차피 5경기를 갔어도 이제동 선수가 이겼을 꺼다. 라는 말이 나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한동안은 만날 일이 없는 두 선수 사이에서 결국 최강자 논쟁은 이제동 선수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준우승자라는 입장때문에 털어놓을 수 없었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진솔한 승자인터뷰를 할 수도 없었을테구요. 하고 싶은 말을 속터놓고 하지 못하는 선수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겠습니까. 답답함에 이어 뒤따라올지도 모르는 부진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이번 이제동 선수와의 대결은 이 대결에 이영호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최고로 극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나 극적인 상황에서 걱정하는 팬들에게 염려하지 말라는 듯 멋지게 승리해내고, 결국에는 "나는 건재하다."라고 온몸으로 소리치고 있는 어린 소년을 보며, KT의 한 팬은 감동을 느끼고, 애정을 느낍니다.

이영호 선수, 감사합니다. 고난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팬들에게 시의적절한 방법으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터뷰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팬들은 대답없는 공허한 외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쉬워하지도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분명 이영호 선수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테고, 그 중에는 분명히! 지난 결승전보다 더 커다란 기회도 있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영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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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은내꺼
10/01/27 11:24
수정 아이콘
이영호 파이팅!
국산벌꿀
10/01/27 11:24
수정 아이콘
확실히 이번 승리는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mls결승전이라는 '독'을 '내공'으로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피바다저그
10/01/27 11:26
수정 아이콘
어느 인터뷰에서 이영호선수가 전성기는 20세에 찾아온다고 했죠?(기억이...)
두선수다 어제 베스트컨디션은 아닌거 같았지만 그래도 멋진경기를 보여줘서 다행이다란 생각이들더군요.
암튼 참어린선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쌍이여 영원하라.(더블어 택뱅도 좀.......)
10/01/27 11:27
수정 아이콘
제맘을 구구절절히 보는거 같습니다 ㅠㅠ
저역시 분노와 어이없음, 슬픔을 차례로 느끼고 이영호 선수가 흔들리지나 않을까... 가 가장 걱정이었는데요.
조금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다시 다잡고 멋진 경기 보여준 이선수가 어찌나 대견하던지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하늘하늘
10/01/27 11:28
수정 아이콘
이영호 선수가 그 충격을 극복한 모습은 정말 기쁩니다.

다만 그 인터뷰를 끝으로 일단락지어야 한다는건 동의하기 힘드네요.
왜냐하면 이런 사태의 재발의 여지가 아직도 남아 있기때문이죠.

우선 당시 판정과정과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을 묻는 것까지 있어야합니다.

또 이번 우세승 규정에 대한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고 더불어 전반적이고 대대적인 규정보완이 있어야할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심판채용 기준과 채용시스템공개 그리고 심판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밝혀져야할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이런게 없이 단지 시끄러우니까 덮어두자라고 한다면
이렇게 선수와 팬이 동시에 씻을수 없는 상처를 받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뿐이겠지요.
바꾸려고생각
10/01/27 11:31
수정 아이콘
방금 챙겨봤는데 이정도의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면
이영호 선수가 할만했었다는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을것 같습니다.
10/01/27 11:32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님// 사후적인 보완책에 대한 논의마저 중단하자는 뜻으로 적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지나간 경기를 가지고 누가 유리했다느니, 무슨 판정이 더 타당했다느니, 하는 논의는 이제 그만하자는 뜻이겠죠. 이영호 선수도 아마 그런 뜻으로 적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늘하늘
10/01/27 11:34
수정 아이콘
소디님// 네 알겠습니다. 저도 소디님과 같은 마음으로 댓글 남겼어요.
밑의 댓글들 아무리 봐도 보완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것 같아서 말입니다.
10/01/27 13:02
수정 아이콘
이영호 선수 정말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마인드를 가진 것 같네요.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제동선수와 맛있는 거 먹으면서 서로 풀었으면 좋겠네요.
10/01/27 13:53
수정 아이콘
3경기 판정 갖고 9:1로 이제동 선수가 유리하니까 이영호가 이길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니 하는 말만 나오지 않았어도 이렇게 상황이 치닫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하네요. 양식이 있으면 정전유발한 엠비씨게임이나 보이콧 직전까지 kt를 몰아넣은 심판을 비판해야하는데도요.
이영호 선수가 역전승+인터뷰 한번으로 이 논란을 한방에 정리해주네요.
스피넬
10/01/27 14:39
수정 아이콘
예전 이영호선수 혼자 고군분투하던 때에도 팬으로서 지켜보기도 애처로울만큼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팬들이 걱정하고 있으면 보란 듯이 이겨주는 모습이 정말 고맙고 짠합니다....
팬들이 더 힘껏 선수를 응원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선수가 팬들 힘내라고 다독이고 있으니;;;
분명 대견한데... 한편으로는 늘 미안함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번일로 스스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말하는 이 선수가 또 다시 성장할 것이라 팬심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스칼렛
10/01/27 14:58
수정 아이콘
사실 자기가 언급해놓고 '앞으로는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좀 이상하긴 해요;
말싸움은 말 마지막에 한 사람이 이긴다지만...........-_-
국산벌꿀
10/01/27 15:04
수정 아이콘
스칼렛님// 어차피 영호가 말꺼내든 안꺼내든 기자들은 무조건 물어볼건데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게 전 이상하네요.
인터뷰가지고 뭐라하는건 참....
담을넘어
10/01/27 16:17
수정 아이콘
스칼렛님// 당사자이자 피해자니까 제3자에게 충분히 그런 말을 할수 있겠죠
靑龍의 力
10/01/28 12:15
수정 아이콘
스칼렛님// 3경기가 할만했다. 그리고 우세승이 부당했다고 말한 인터뷰가 보기 싫었다는 뜻으로 느껴지네요. 과대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분명히 이런건 짚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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