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0/01/26 12:13:03 |
Name |
ROKZeaLoT |
Subject |
착각. |
어렸을 때 이야기입니다. 아마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야기일 겁니다.
그때 저는 한창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습니다. 배틀넷만 들어가면 항상 깨지면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판 이기면,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티비를 틀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이게 웬걸, 티비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방송해주고 있었습니다. 뚫릴듯 뚫릴듯 안뚫리는 테란의 조이기 라인과 그걸 뚫으려고 계속 시도하는 프로토스. 못 뚫을것 같았는데 결국엔 뚫어내고 프로토스가 승리를 가져가더군요. 그런데 그 경기의 승자는 '김동수'였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유명했던, 가림토스의 창시자인 바로 그 김동수 말이죠. 많은 분들이 눈치채셨겠지만 그 때 제가 보았던 경기는 바로 스카이배 스타리그 결승전 5경기였습니다.
당시를 회상하자면, 컴퓨터 오락질에 불과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면 티비에도 나오고 상금도 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큰 충격이었습니다. 또한 그 오락질에 불과했던 스타크래프트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죠. 그리고 중학교 시절까지 저를 지배했던 '프로게이머'라는 말도안되는 목표 역시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물론 타고난 손은 어쩔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고 포기한지 꽤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저는 e세계의 맹신자가 되었습니다. e세계는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영원할 것이고, 또 무슨일이 있어도 영원해야만 한다고 믿는.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티비로 중계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 그중에서도 개인리그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운영하는 리그가 다 진리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과 열정 그리고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저는 그것들을 아무 의심없이 믿었습니다. 아니, 착각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스타리그가 비록 밸런스를 무시한 컨셉맵과 뻘해설 등으로 점철되어있지만 바로 옆 MSL은 개념맵과 개념해설, 그리고 개념리그시스템으로 정도(正道)를 지켜나가고 있고, 아직은 발전단계이기 때문에 스타리그의 포장능력과 스타만들기도 필요합니다' 라든지 '스타리그의 임요환이 없었으면 MSL의 이윤열-최연성도 없습니다. 스타의 산실 스타리그와 최강자의 산실 MSL. 서로를 상호보완하는 아주 기막힌 양대리그 시스템입니다' 라는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어느순간 최강자의 산실이자 제가 e세계를 맹신할수 있게 해주던 그 MSL이, 제가 '필요악'으로 규정했던 스타리그를 따라가고 있는 걸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스타크래프트 매니아분들의 분석이 틀리길 바랬으나, MSL은 그분들의 분석대로 보기좋게 무너져버렸군요.
물론, 새로 리빌딩된 스타리그가 MSL의 빈자리를 메꾸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또 그게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흥행과 권위 그리고 스포츠맨쉽이 공존하는 개인리그 시스템이 드디어 자리잡게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없는 자본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의 정도(正道)를 꿋꿋이 지켜나갔던 예전의 MSL과 MBCGAME이 그리운건..
아마 그들에게서 돈 이상의 그 무엇을 보았다고 착각했던 제 눈 때문이겠지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