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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8 08:29:33
Name becker
File #1 1263730134_1.jpg (130.6 KB), Download : 59
Subject Flash On Top


개인적인 호불호지만, 나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장점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받아드리는걸 마다하는 내 쓸데없는 고집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분야에서 누군가의 성공은 대개 선천적인 재능보다는 후천적인 노력과 마인드 컨트롤로 이루어졌다는게 내 지론이다. 시대를 호령했던 모든 프로게이머들도 남다른 성공비결은 있겠으나 그것이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것은 그들이 연습실 뒷켠에서 흘렸을 땀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했기에 가급적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리그의 역사에서 "아, 이놈은 정말 난 놈이다." 즉,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혀도 아깝지 않을 게이머가 내 까다로운 눈에는 두 명이 있었다. 그 하나가 이윤열이고 또 다른 하나가 지금 말할 이영호다. 이윤열이야 스타크래프트가 낳은 최고의 게이머,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전설 중의 전설이니 그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자. 누누히 밝혔지만 이영호야 말로 등장때부터 세상을 바꿔놓을 게이머라고 의심치 않았던 필자다. 16살의 어린나이에 그가 보여줬던 기본기, 순발력, 센스, 그리고 판짜기 능력까지. 그가 데뷔 1년만에 송병구를 꺾고 스타리그 결승을 거머쥐었을때 그것은 또다른 본좌로드의 시작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 후 약 1년정도의 시간동안 스타판에서 눈을 뗐었는데, 그 1년간의 스타판을 복습하다 가장 놀랐던 것은 아마 이영호의 우승숫자에 변화가 없었던 사실이 아니였나 기억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곳곳에서 짤방과 함께 들려오던 이영호의 별명, '소년가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호는 그러한 별명마저 자신의 운명인 마냥 덤덤히 받아 드린 후 다승왕의 자리에, 그리고 여전히 테란의 미래를 책임질 사나이로 묵묵하게 자리잡아 있었다. 실력에 비해 성적이 잘 안나온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공존했던 생각은 어느 순간 부터 '꼼딩' 이영호는 특유의 '꼼수'라던가 '심리전'을 부릴 여유도 없이 그저 게임하는 기계만 같아 보이기 시작해서 안타까웠다. 역사를 바꿀수 있던 희대의 천재도 그저 그런 양산형 테란으로 꺼져가는 것인가.


결승이 끝난뒤에 이영호는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라.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소년가장'의 묵묵함 속에 이 어린 녀석이 느꼈을 중압감과 스트레스의 압박은 스크린에서 보여지던, 내가 느끼던 안타까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더 컸었다는것을. 그러고보니 그랬다. 게임을 좋아하고 승부를 즐길줄 알던 초롱초롱한 눈을 가지고 있던 어린 이영호의 입가에선 어느순간부터 웃음이 사라져갔고, 그렇게 이영호에게 준 시련은 웃음뿐만 아니라 여유도 뺏아갔었었다. 그의 어마어마한 실력에 압도되어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그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아홉이였다. 나의 열아홉살때를 생각해보자니 사소하기 짝이 없던 고민도 너무나도 커보이고 세상이 뒤집어지는것만 같았는데, 그 나이에 이영호가 느꼈을 좌절감, 스트레스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스파이더맨에서 나왔던 유명한 대사처럼, "위대한 재능에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른다." 이영호는 그 책임감을 가지고도 남을 훌륭한 사나이지만 그 잠재되어 있던 책임감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에는 많은 시련들이 함께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시련들을 이겼기에, 어제의 이영호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어제의 해설진들은 진영화를 포장하며 대략 이런 말을 했던것 같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하고 하면 하는대로 쭉쭉 잘되가지고 엔딩을 보면 뭐가 재밌습니까! 잘 된 영화는 결코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2대0 까지 몰렸을때 드디어 주인공의 역량이 발휘되는것이 진짜 영화죠! 진영화의 영화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그 말을 곱씹어 보니 뭔가 아이러니 해 의미 모를 웃음이 나왔다. 승리의 단맛만 느끼고 패배 쓴맛을 느끼지 못한채 그냥 아무런 역경없이 모든것을 이루어 냈다면 결코 지금의 매력적인, 인간미 넘치는 최종병기는 아니였을것이다. 너무나도 어린나이에 시련과 역경을 겪고 이겨낸 이영호의 이야기, 그것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P.S

경기리뷰도 따로 적을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글쓰는게 본업은 아닌지라(...) 그냥 이영호 선수 축하글만 썼습니다.

어제 경기의 감상을 하자면 개인적으로 백미는 4차전 투혼에서 이영호가 보여준 scv+마린+벌쳐 컨트롤이였다고 생각됩니다. 역대 최고의 컨트롤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진영화의 경기실력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확실히 결승에 올라올 자격이 있었던 선수였던것 같습니다. 준우승을 차지한 진영화선수에게도 큰 축하의 말을 건냅니다.















1줄요약

제동아 혹시 이거보고 있으면 빡시게 연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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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8 09:18
수정 아이콘
저도 4경기에서의 치즈가 아닌 그 치즈 러쉬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이때 진영화선수를 탓하기 모한게 일꾼을 빼지 않은건 3경기에서 멋진 승리후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진영화 선수가 일꾼으로 마린들 잘 둘러쌓는데 정말 이상하게 이영호 선수의 마린은 프로브한테 둘러쌓여도 잘 안죽더군요 내 마린이면 벌써 죽었을텐데;;
아무튼 scv3마리가 동서남을 가로 막고 배신자 프로브가 질럿의 북쪽 동선을 막은 그 순간 게임이 확 기울었었죠
정말로 모든게 남다른 선수입니다 물량,컨트롤,판짜기,심리전등

지금이야 막장으로 가고 있는 MSL이만 예전부터 MSL은 당대 최강자들의 산실이었죠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최강자를 가릴수 있겠네요
원톱 그이상의 테란과 저그의 절대자!! 기대됩니다
일주일? 까지꺼 기다리죠모
zephyrus
10/01/18 09:58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그 상황에서 상대 프로브를 이용한(?) 엠신공을 스타에서 보게 될 줄이야;;

msl결승. 이영호 선수의 말대로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10/01/18 10:02
수정 아이콘
희받사
풍류랑
10/01/18 10:13
수정 아이콘
그래,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 힘들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 두줄에서 빵 터졌습니다. 정말 기대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해골병사
10/01/18 11:16
수정 아이콘
바로 아래글과 사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군요 :)
10/01/18 11:59
수정 아이콘
진짜 컨트롤이 극강이더군요
벙커링도 몇단계 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0/01/18 13:51
수정 아이콘
멋진경기였다는!~
airnoids
10/01/18 16:18
수정 아이콘
리그 결승전이라지만 테프전의 becker님 글이라니. 하며 의외의 기분과 기대감으로 클릭해서 읽다가
마지막 한 줄에서 푸학; 웃었습니다. 으하하.
첫 문장부터 마지막 한 줄 요약까지 남김없이 공감합니다.
10/01/18 19:51
수정 아이콘
치즈아닌 치즈러시는 대박이더군요. 죽지않는 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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