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9/12/06 04:48:36
Name 유유히
Subject 이름 외우기


유리병 속에 담긴 나의 바다 파란 포도주
밤하늘 저 푸른 달빛 부서져 가는 나의 여름밤
파란 달나라로 나를 데려가 줘요

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달만 쳐다보았네

밤이면 추억들은 파도에 밀려 바람에 실려
슬픈 지난날은 모두 데려가 줘요

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달만 쳐다보았네

숨바꼭질을 하던 소년 넌, 어디로 숨어버렸나
저기 저 파란 달님만 조용히 웃고 있네요





스카이 프로리그 2004 엔딩, 체리필터 - 달빛소년 입니다.
영상 중의 캡쳐 하나로 불미스럽게 유명해진 엔딩입니다만,
과거에 대해 샌티해지고 싶을 때면 가끔씩 이 엔딩을 보곤 합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선수들의 이름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보게 됩니다.
각팀 주장들이 도열한 스테이지에서, 4U유니폼을 입은 임요환 선수가 샤방샤방한 옛날의 미모를 빛내며 선수대표로 선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오프닝 촬영장. 유유히의 이름 외우기가 시작됩니다.

"한빛의 나도현, 강도경, 조형근...."

어라. 그 다음에 나오는 선수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얼굴은 낯익은데, 대체 누구지..?
그렇게 가물가물한 기억에 아련해지고 나면, 지금까지 속으로 외운 네 개의 이름들이 모두 현역에서 볼 수 없는 이름들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아연해지곤 합니다.

겨우 5년 좀 넘는 시간일 뿐인데, 이렇게 옛날이 되어버렸다니...

올드 중에 올드가 되어버린 임요환, 박정석, 홍진호, 이윤열, 박성준, 박태민, 서지훈, 박명수, 전상욱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영상 전체에서 9명입니다.

강민, 김정민, 성학승, 강도경, 전태규, 최인규
해설, 코치 등으로 E스포츠와 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과거의 선수들은 제가 아는 한도에서는 6명입니다.

나머지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4U, 플러스, KOR, 헥사트론, 한빛, KTF, Soul, 삼성전자, 투나SG, 슈마GO
<팀명이나 스폰서의 변경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팀은 삼성전자 한 팀입니다.
<팀명의 변경 없이> 스폰서쉽의 이름만이 추가된 팀은 STX-Soul 한 팀입니다.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팀들의 이름도 부질없이 불러 봅니다.

영상은 계속 이어집니다.
저그대마왕, 불꽃테란, 탈북저그, 성부장님, 진광대사, 도도리아, 피간지, 실버벨, ...
멋진 별명이건 웃음이 나는 별명이건 기억나는 대로 가리지 않고 불러 봅니다.



지금 부르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기억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폭풍저그, 천재테란, 미남저그, 영웅토스, 황제테란, 퍼펙트 테란이란 이름이 언제 저기 섞여 들어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때 어렸던 저는 저 선수들을 천년만년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떠난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버린 요즘에는,
지금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언젠가는 볼 수 없을 거란 사실이 저를 너무 슬프게 만듭니다.

여러분도 한번 영상을 틀어놓고 이름을 외워보세요.
중간에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그 답답한 기분과 아련한 향수에 서글퍼질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체념토스
09/12/06 04:56
수정 아이콘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고 있을때...
우리에게 보이진 않는 곳에서 조금씩 사라져간 선수들이 있음을 알고있습니다.

이제 다시 못보겠죠?

그래도 Thank you!
당신들이 있어서.. 험한 이판이 돌아가나봅니다.
메를린
09/12/06 05:22
수정 아이콘
송병석 김선기...오랜만이네요.
메를린
09/12/06 05:24
수정 아이콘
늦은 밤 괜히 쓸쓸해지네요. 아. 아침인가. 좋은 글 잘 읽고 잡니다.
一切唯心造
09/12/06 05:42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는 03에버부터 현재까지, 팀리그는 투싼,IBM
개인리그는 MSL은 스타우트부터 현재까지, 스타리그는 하나로통신부터 지금까지 찾아보고 있는데
짧은 시간동안 굉장히 많은 선수들이 이름을 날리고 사라지는 것이 보이네요.
엔뚜루
09/12/06 07:01
수정 아이콘
송벽석의 꽃밭토스, 김선기의 선기도......
lost myself
09/12/06 07:02
수정 아이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타 2가 나오면 수많은 선수들의 명경기가 잊혀지겠지?

그때는 선수 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잊혀질 것 같아요.
ROKZeaLoT
09/12/06 08:10
수정 아이콘
송병석선수..ㅠㅠ
김동수 임성춘 다음으로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말이죠..
듀얼토너먼트에서의 vs 변형태 펠레노르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09/12/06 09:47
수정 아이콘
겨우라고 하기엔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저도 그새 이런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전 제 첫 본진 그리고 가장 가슴속으로
남았던 그리고 지금도 남고 있는 김정민선수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하나를 지적하자면 우리가 기억해줘야할 기억하지 않으면
안될 당위성은 없었지요. 물론 위에 언급하신 선수들은 다 기억하지만
그걸 기억하지 못한 다른 분들을 나무라시는것 같아 마음 속이
조금 불편하네요. 강요 선동을 하지 않아도 안.다.구.요...

이런 글을 쓰시기 전에 그 분들을 위해 하셨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타인들 혹은 대중들을 악 으로 치부하면 한도 끝도 없지요...
실버벨빠돌이
09/12/06 09:58
수정 아이콘
보고싶네요...
영원한 나의 우상 변은종선수 ㅠㅠ
무지개곰
09/12/06 10:09
수정 아이콘
시간이 그들을 보내 줬네요 .....
ROKZeaLoT
09/12/06 10:09
수정 아이콘
나님// 제가 보기엔 그런 의도로 쓰신 글은 아닌듯 한데요;; 그저 옛 추억을 회상하는 글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조금 민감하신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유히
09/12/06 10:48
수정 아이콘
나님// 기억할 것을 강요한다고요? 기억 못하는 분들을 나무란다고요?
글에도 분명히 썼지만.. 저도 다 기억 못하는데요?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가뭇가뭇하다는 것 자체가 아련한 서글픔 자체를 불러오는 것을...
제가 다 기억 못하는데 어떻게 다 기억 못하는 분을 나무랍니까?
옛추억에 젖은 글에 정색하고 리플을 다시니 기분이 언짢기보다는 황당하군요.
진리는망내
09/12/06 11:08
수정 아이콘
나님// 어떻게 그렇게 해석하시는지...;;;;;;
학교빡세
09/12/06 11:16
수정 아이콘
중간에 최수범선수도 지금 삼성에서 코치로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칼 리히터 폰
09/12/06 12:00
수정 아이콘
지금의 KT가 잘나가서 좋긴 하지만
애정은 저 시절의 KTF에게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만큼 애착도 많았지요
허느님맙소사
09/12/06 12:00
수정 아이콘
나님// ...괜스레 글 한번 더 읽게 만드시는군요. 요지를 잘못 이해하신 듯 합니다.
날라라강민
09/12/06 12:18
수정 아이콘
아........... 간지의 시발점이네요...
A_Shining[Day]
09/12/06 12:53
수정 아이콘
이것 참 뻘플이지만......

가끔씩 캠퍼스를 거닐다 조형근 선수를 보게 되면 아직까지 놀라고,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사인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라는 욕망을 가까스로 누르죠.

이제는 한명의 학생일 뿐인데 아직까지 두근거리는걸 보니

전 어쩔 수 없는 스덕인가 봅니다.
09/12/06 15:02
수정 아이콘
나님// 항상 모든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군요. 이전 댓글부터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09/12/06 16:29
수정 아이콘
정말 그 짧은 시간동안 많은게 생겼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게 사라졌군요...

저 선수들이 활약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greensocks
09/12/06 17:14
수정 아이콘
나님// 어떤 글이든 삐뚤어지게 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인거 같네요 --;;
headstrong
09/12/06 17:25
수정 아이콘
서경종선수도 영상에 나오지 않았나요~?
09/12/06 21:56
수정 아이콘
A_Shining[Day] // 조형근선수 요즘 잘 지내시나요?^^ (웅진빠 본능)
수환™
09/12/07 01:18
수정 아이콘
참, 영상 보는데 왜이렇게 좋습니까...


그립네요, 너무 그립습니다...

저 때도 2000년 2001년을 그리워하며 아련함에 빠져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다시 저 때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좀 슬퍼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한 번씩 이런글 보면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BoSs_YiRuMa
09/12/07 01:56
수정 아이콘
나님//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좋은 글을 그렇게 안좋은 댓글을 덧붙여서 망치면 쓰겟습니까.
영상과 글을 읽고 추억에 잠기려는 찰나, 리플 하나때문에 기분이 완전 상해버리네요.
그리고 저렇게 글을 망치는 분들은 회원정보를 공개로 해놓는 사람이 한명도 없더군요..
그렇게 행실에 자신이 없고 자신에게 돌아올 화살이 두려우면 이런식으로 삐뚤게 해석하면 안되지 않습니까.참..
그라쥬
09/12/07 03:07
수정 아이콘
나님// 본 글과 리플들 보면서 옛날 향수에 젖어있는데.. 확 깨시네요..

그것도 능력이신가봐요.
임이최마율~
09/12/07 11:42
수정 아이콘
나님// 처럼 이 글을 곡해할수도 있군요.........그것도 능력이신것 같습니다..
FreeZone
09/12/07 15:29
수정 아이콘
아직 아기곰 시절이었던 마재윤선수랑 공군에 있는 차프로도 있네요
이때부터가 간지 오프닝의 시작이었는데 말이죠 세월 참 많이 지났나봐요
09/12/07 16:53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 시작하던 그때가 생각나며 미소를 머금다가, 그분의 영상이 웃게 만들었다가, 헥사트론 영상이 슬프게 만들어 주네요...

그런데 댓글은 괜히 본 듯 합니다. 대답도 없으시군요. ;;
스크류바
09/12/07 17:42
수정 아이콘
스폰서만 변한팀은 한빛도 있지 않나요?
한빛 스타즈 -> 웅진 스타즈
09/12/07 17:57
수정 아이콘
나님// 이 뭔소리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해하시는 분들 존경;;
P.N.U_Leader
09/12/09 09:17
수정 아이콘
wth0201님// 이젠 조형근 선수가 아니라 학생이겠죠?..부산대에 복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스타는 많이 안한다고 했었는데 최근엔 모르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9918 혹시 스타fantasy리그를 아시나요? [80] dyner6660 10/01/21 6660 0
39887 감히 공군을 위하여 한마디 해 봅니다. [58] 날아가고 싶어.5879 10/01/19 5879 1
39860 온게임넷 스타리그 커리어랭킹 [14] 信主SUNNY5185 10/01/17 5185 0
39830 100117 기록으로 보는 경기 - EVER 스타리그 2009 The FINAL : 이영호 VS 진영화 (소리주의!) [29] 별비4120 10/01/16 4120 2
39806 가을의 마지막 날입니다. [9] 信主SUNNY4297 10/01/16 4297 1
39730 역대 양대리그 셧아웃(shutout) 일지 [18] 개념은나의것4933 10/01/07 4933 1
39713 불안한 CJ엔투스의 현재, 그리고 미래 [31] noknow5176 10/01/06 5176 0
39698 CJ엔투스(GO포함) 영광의 과거와 아쉬웠던 순간 [30] noknow5298 10/01/04 5298 3
39686 역대 양대리그, 우승자의 차기 대회 성적 분석 [7] 개념은나의것4505 10/01/02 4505 0
39633 오늘 프로리그에서 세워진 KT 프로토스에 관한 하나의 기록. [21] 미네랄배달5375 09/12/27 5375 2
39568 오늘의 프로리그-공군vsSKT/위메이드vsKT(2) [331] SKY924825 09/12/22 4825 0
39567 오늘의 프로리그-공군vsSKT/위메이드vsKT [262] SKY925197 09/12/22 5197 1
39566 091222 기록으로 보는 경기 - 프로리그 10주차 4경기 [11] 별비4168 09/12/22 4168 0
39565 뜨겁게 타올랐던 pgr의 황금기 2005년 [58] DavidVilla11978 09/12/22 11978 75
39520 2R 3주차 엔트리 [52] SKY924927 09/12/17 4927 0
39413 이름 외우기 [32] 유유히5483 09/12/06 5483 0
39366 역대 KeSPA 랭킹의 흐름 [17] 개념은나의것5235 09/12/01 5235 0
39346 양대리그 통산 3회 이상 우승자의 5전3선승제 이상 다전제 전적 정리 [28] 개념은나의것6202 09/11/29 6202 0
39306 tribute to 임진록. [39] becker7939 09/11/25 7939 59
39304 Thank you, BoxeR & YellOw... [13] Love.of.Tears.6199 09/11/25 6199 7
39299 KT 역대 에결중복출전에 관한 기록들, 그리고 우정호 선수. [25] 미네랄배달5620 09/11/25 5620 1
39297 저그의 시대 그리고 토스와 테란의 해법은? [38] 태연사랑4961 09/11/24 4961 0
39273 오늘의 프로리그-SKTvs위메이드/KTvs공군(2) [87] SKY924428 09/11/21 442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