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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7 23:19:20
Name NecoAki
Subject 저그의 시대가 도래, 그리고 이제동이 가져온 것
"저묵묵 우리도 저징징 한번 해보자" 던 글을 쓴지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저그가 리그를 지배하는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그 중심에는 마재윤과 이제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밑에 글처럼 누가 낫다느니 떡밥을 던지고 싶진 않습니다.

마재윤은 3해처리 운영을 활용해서 롱기리템이라는 테란 맵에서 테란들을 때려 잡고,
토스에겐 마재앙이었습니다.
바로 이 정석화된 3해처리의 운영의 시발점라는 점에서 마재윤의 업적은 높게 평가 할만 합니다.

그럼 마재윤이 이 3해처리 운영을 가장 잘했느냐?
제가 봤을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다소 지나고 모든 저그유저들이 3해처리 운영을 장착하고 나서의 이야기지만,
마재윤이 스타리그 우승 직후 김택용에게 무너지기 직전에도, 3해처리 운영을 가장 완벽하게 해냈던 저그는 이제동입니다.
아카디아의 dlwogh전과 블루스톰의 김성기전, 타우크로스의 진영수전, 많은 경기를 살펴봐도,
가장 완벽하게 교과서적으로 테란을 제압한 경기는 신인 시절의 이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재윤과 이제동의 차이는 마재윤이 하이브 단계까지 넘어가는데 있어 유닛들을 확장과 시간을 버는 위주로 썼다면,
이제동은 반대로 언제든 게임을 끝낼수 있을 정도로 과감히 사용하였고, 공격적이며,
실제로도 틈을 보이면 물어뜯고 파괴하고 게임을 끝내버리는 타입이라는 겁니다.

저그는 마재윤 등장 이후에 변화를 겪습니다.
디파일러까지 넘어가는데 있어 필요한 운영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
근데 운영이라는게 배우는게 쉬운게 아닙니다.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죠.
당시 테란맵이 많았고, 마재윤 혼자 고분분투 하던시절
팀에서나 리그에서나 개인 출전을 확실히 보장받았던 선수는 이제동 뿐이었습니다. 아카디아가 빠지고 난 후에도 말이죠.

저저전으로 시작한 방송무대 적응은 테란전 아카디아 dlwogh전에서 그의 테란전 3해처리 운영 능력을 보여줍니다.
뿐만아니라 이제동은 그 3해처리 운영 사이에 쉴새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뮤짤을 추가합니다.
마재윤이 갖지 못했던 무기는 뮤짤을 하면서도 하이브와 확장 그리고 확장에 드론까지 붙어있는,
멀티테스킹 능력과 후반 쉴새없는 병력 생산 중간중간에도 한두마리씩 껴있는 드론 추가 능력이었습니다.

마재윤이 저그유저들에게 "확실한 운영능력"을 강제했다면, 이제동은 그 운영에 "피지컬"을 강제하고 나선것입니다.

"시간을 벌고 수비를 하는 운영"에서 "공격을 하면서 운영을 하는 운영"으로의 변화.
즉, 저그가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운영에서 저그가 시종일관 유리한 운영을 하게끔 변화 시켜준 것입니다.
요즘 신예 저그중에 손느린 저그는 없을 정도로, 저그의 피지컬은 중요해졌고,
그 결과 예전 보다도 라바 돌리는 텀이 더 짧아지고, 생산력이 더 늘었으며, 저력이 더 붙었습니다.

김택용의 등장은 토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왔습니다.
운영으로 대변 되던 마재윤을 흔들기로 제압한것이 김택용이니까요.
실제로 이 강력한 멀티 테스킹과 견제 능력으로 김택용은 많은 저그를 잡아 냈구요.
하지만 다른 토스들이 이것을 흉내내기란 실로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피지컬을 강제하는 부분이니까요.

또 김택용의 등장은 저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됩니다.
김택용과 가장 비슷한 스타일을 저그전을 갖춘 토스라면 다들 주저없이 김구현 선수를 떠올릴 것 입니다.
하지만 로키에서 이제동은 그의 견제를 당하고 또 당하고 드론이 죽고 막고 막고 이겼습니다.
어느새 날아온 셔틀에 드론을 다소 잃어도, 잠시후면 그만큼의 드론이 보충되어있습니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드론 관리 능력.
이게 이제동의 최대 장점입니다.

회복력이 빠른 이제동은 그뿐만 아니라 박성준급의 전투력 마저 갖추고 있었습니다.
블루스톰 김택용전에서도 히드라 만으로도 김택용과 박빙의 승부,
진영화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역상성 유닛으로 찍어 누르는 특출난 전투를 하면서도 생산이 계속 이루어 집니다.
실로 놀라운 일이죠.

그뿐 아니라 토스의 성지라는 카트리나 같이 길이 많은 맵에서는 예전 박경락 처럼 여우 같은 모습도 보여줍니다.
난전 드랍에, 저그의 최대 장점인 기동력을 살려 여기저기 빙빙 돌려 견제를 하고,
러커 한두기 중요 요소에 드랍하는 꼼꼼함과 부지런함까지.

대신 이제동은 한방 형태의 맵에서 계속 약점을 보여 왔습니다.
윤용태 선수와 같은 공굴리기 타입에 많이 당했죠.
그러자 이제동은 김택용식 비수류에도 강하고, 한방 힘싸움에서도 뒤지지 않는 네오사우론이라고 해야할까요?
새로운 방식을 토스전에 접목합니다.

하지만 이제동의 방식은 모두 과한 피지컬을 강제 합니다.
한동안 저그는 이제동 만한 신예는 다시 안나오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소위 저그가 유리한 저그맵이 늘어 났고 피지컬적으로는 뒤질게 없던 신예들이 이제동을 따라합니다.
운영에 자신 있던 신예는 피지컬을, 피지컬에 자신있던 신예는 운영을.
양방향에 모두 맞는 것을 처음 선보였던 것이 이제동이니까요.
출전 기회가 보장된 상태에서 자신의 경험을 올리고 자리잡게 되는 것이었죠.
CJ 김정우, STX 조일장 이 둘을 가장 대표적인 신예라고 해두죠.
김명운은 다소 독특한 케이스 입니다. 마재윤이나 이제동의 색을 띄기 보다는 김준영의 색이 더 많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동족전 싸움에서 피지컬로 운영을 찍어 누르던 이제동이 빌드에서 지거나 같을 경우
요즘 종종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피지컬적인 능력은 신예들이 따라잡았다 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제동 특유의 운영능력은 아직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저그는 토스전에는 유리한 고지를 잡고 테란전에는 수비로 시작 하는 형태 였지만,
근래 저그는 모든 종족전에 우위를 점하고 시작합니다.
테란은 초반 병력 손해는 패배로 직결되는 시대가 왔고, 토스는 원래 저그한테 끌려 다녔죠.

이제동이 스타일인 " 공격하면서 하는 운영"이 모든 저그가 피지컬적으로 쫒아오면서,
그것에 자신의 스타일을 더해, 테란전의 김정우, 토스전의 조일장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시종일관 저그가 유리하게 할 것, 그것이 저그가 더 많은 승리를 취하는 원동력이 된것이죠.

이 것을 단지 "공격형 저그"라고 칭하지 않고 "공격하면서 하는 운영"이라고 칭하는 것은
이들이 공격을 쉴새 없이 하면서도, 견제를 막고 유리한 상황을 지키는데 있어 전술적인 움직임이 필요하고,
확장과 테크가 공격중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저그의 특성상 적재 적소의 유닛 소모 능력을 갖춰야 후반까지 흔들림 없는 승리 시나리오로 흐르고,
예전처럼 한번 타격 받았다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 요즘 저그의 운영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폭군도 왕이죠.
이제동은 저그들의 왕입니다. 그것은 커리어가 말 해주기도 하며, 또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이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이미 지배자의 자리에 있습니다. 상처입을지 언정 쓰러지지 않는 폭군입니다.
피지컬 적인 부분에서 많은 저그들이 왕을 쫒아왔지만,
그 왕좌가 갖는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와 집중력, 드론과 자원 관리 능력에서 이제동을 쫒아온 저그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이제동에게 솔직히 본좌 논란 따위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이제동은 본좌가 아니니까요.
그는 이미 저그들의 "왕"이자 "지배자"이고 저그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무력은 사람을 이끌게 하는 법입니다.
그가 폭군이라도 말이죠.

저 처럼 오랜 저그팬이자 이제동의 팬은 그저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윤열을 넘어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을때까지 묵묵히 응원하는게 전부입니다.
그가 폭군이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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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열이는요
09/11/17 23: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동 선수를 따라잡을 저그 제가 한명찍어놨습니다.

김윤환이라고 저그쫌 합디다...
09/11/17 23:41
수정 아이콘
윤열이는요님// 제가 볼때 김윤환 선수는 신예가 아니라 언급을 안했습니다만,
이 선수는 마재윤이 나라다닐 적 마재윤과 가장 비슷한 저그였습니다.
그당시에도 이길때는 굉장한 운영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김윤환은 기복이 심했고 피지컬적인 부분이 따라가지 못해서 잔실수가 엄청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기복을 줄이고 피지컬을 올렸기에 김윤환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기대가 되는 저그중에 한명이긴 하죠.
09/11/17 23:42
수정 아이콘
이제동이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찍을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왕입니다요!
09/11/17 23:53
수정 아이콘
본좌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제동'인 것을요.
뭐 좋게 생각하면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은, 그만큼 이제동 선수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현재 이제동은 '왕'입니다.
그리고 스타판의 '에이스'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09/11/17 23:59
수정 아이콘
초점이 마재윤, 이제동 선수에게 맞추어 쓴 글이어서 일부로 빼셨는지는 모르겠는데요,,
테란맵이 난무하던 시절 프로리그에서 김준영 선수도 확실하게 출전과 승을 보장 받았었습니다.
개인리그는 그 놈의 16강,,,,,,,
09/11/18 00:01
수정 아이콘
seiod님// 김준영 선수의 얘기도 하려다가, 일부러 뺐습니다.
릴리러쉬
09/11/18 00:01
수정 아이콘
제동좌화이팅입니다.
제2의 마재윤은 이미 물건너갔지만 아쉬울것 없죠.
그냥 제1의 이제동이 되면 되는겁니다.
09/11/18 00:1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9/11/18 00:21
수정 아이콘
이제동이 3해처리운영을 마재윤보다 잘했다는건 어쩌면 당연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보고 이행했던 세대고
다른 스포츠 보다도 훨씬 텀이 짧은게 이 바닥인데 패러다임을 바꾼거랑
현재 제일 스타를 잘하는거랑 단순 비교를 하면 안됩니다
조용호가 원해처리 플레이 저저전으로 지금의 저저전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컨트롤이나 승률은 지금 시대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거랑
그 토스한테 재앙이라던 박성준 마재윤이 카트리나 로키2에서는 완전 개죽을 쒔지만 이제동,이영호는 물만난 물고기 처럼 신나게 승승장구 했던거 처럼...
제가 이 글에서 약간 흥분했던건 마재윤의 언급때문이었지만 글 전체적인 맥락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력으로나 뭘로나 이제동 같은 저그는 없었지만 그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하고 튀어나왔다고는 절대 생각하진 않습니다
결과적인게 나쁜것만은 아닙니다만 오늘은 올드들에 대한 향수가 짙어서 약간 억지를 부리고 싶네요...
FantaSyStaR
09/11/18 00:45
수정 아이콘
맞아요 본좌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Artemis님 말씀처럼 이제동은 이제동이니까..
그리고 많은 팬들이 인정하고 있으니까(다른 많은 팬들은 반대한다면 드릴 말씀이..;)
많이 비약적이지만 앞으로의 기준은 "이제동"으로 바뀔날도 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09/11/18 01:00
수정 아이콘
마재윤이 저그의 왕조의 틀을 다졌다면 이제동은 폭군으로서 모든 저그를 군림합니다. 나약한 그를 엎어버리고 쿠데타로 확실하게 정권제압후 철권으로써 통치중에 있죠. 단기전, 장기전, 머리싸움 어느것하나 지지않고 도전자들을 제압해온 그입니다. 최근 살짝 휘청이긴 했습니다만 그 힘은 그 머리는 여전합니다.

정말이지 물량이면 물량, 전술이면 전술, 강약이 조절되는 저그의 폭군으로서의 이제동은 강합니다. 그건 누구도 인정하는 '사실'이지요.
09/11/18 01:29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 팀플없어진것이 가장 결정적이였다고 보고있네요 저는

뛰어난 저그유저들이 팀플에 집중했엇으니 당연히 저그가 오랫동안 약세였다고 생각됩니다
cutiekaras
09/11/18 02:51
수정 아이콘
뭐랄까 본좌보다 정상급 선수들이 묵묵히 산을 타는거랄까요?
일단 이윤열 선수가 선두에 서있고 나머지 이제동 마재윤 김택용 이런 선수들이 긴호흡으로 산을 탄다고 생각 되는군요
앞으로 길게길게 기대 되는군요
sgoodsq289
09/11/18 10:27
수정 아이콘
근데, 요새는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너무 다들 잘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마재윤 선수가 나오면 왠지 다 잡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지금 이제동 선수는 완전 최고급 선수가 아니어도 사실 불안불안 합니다.

지금 이제동 선수가 당연 당시의 마재윤 선수나 박성준 선수나 김준영 선수나....

여튼 그 어떤 저그 보다도 잘하겠지요, 다만 누가 더 후덜덜하게 했느냐 하는 질문에는

마재윤 선수나 최연성 선수를 저는 더 꼽고 싶습니다.
09/11/18 13:38
수정 아이콘
sgoodsq289님// 최연성 선수는 저에게 적이었으니 잘 모르겠지만, 마재윤 선수는 팬이었기 때문에 아는데, 마재윤 선수도 나올 때마다 다 잡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토스전은 좀 그랬지만, 마재윤 선수가 많이 치렀던 저그전이나 테란전은 특히요.
전상욱 선수와의 8강전도 그랬고, 진영수 선수와의 8강전도 그랬고, 이윤열 선수와의 결승전도 그랬죠. 저 뿐 아니라 게시판 분위기들도 경기 전부터 당연히 마재윤이 이긴다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찌질파이트도 나왔겠죠.
실제 승률 역시 닥치고 이기기만했던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구요.
오히려 중요한 경기 중 경기 전부터 마재윤 선수가 당연히 이길 것 같았던 경기는 3.3. 있었던 결승전 딱 하나 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 중요한 경기들에서 다 이겼기 때문에 그 경기들 전의 조마조마한 마음들이 잊혀졌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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