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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2/25 00:47:41 |
Name |
판 |
Subject |
물빛. 크리스마스. 기다림. 낯설도록 치명적인 기다림... |
가끔씩,
나는 미지의 혹은 기지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때, 그때,
그때 나는 울었어야 했을까
그때 나는 뭔가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하고 있었어야 했을까
그때 나는,
그때그때그때 나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그 날. 하얗고 단단하게 응어리진 어느 크리스마스의 몇 분간 이후에.
아니 결국 네 얼굴 아래로만 향하던 내 시야에
네 긴 스카프가 오래, 자그마한 어깨가 잠깐, 그리고 야윈 등이 서서히 점이 되어가고,
결국엔 소리치듯 눈송이만이 흐릿하게 가득 차버리던 그 직후에
내게 몇십 초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지금의 내가 뿌리고 다니는 말 덩어리들을
그때는 조금이라도 더 끄집어 낼 수 있었을까.
차마 서로에게 안겨 눈송이가 되지 못할 만큼
혼자서도 아름다운 물방울들이
지금도 창 밖을 가득 메우며 흘러다니는데.
그 순간에도 내 눈자위에 자욱했던 그 안개를.
어쩌면 내 덩어리진 기억들 속에서
나는 끝내 걷어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아름다운 과거완료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빠져나오는 현재진행형의 기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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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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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각 사이즈의 다발로 말들을 걸어두고 잘라붙여댄다. 때로는
신경성이 아닐까 .글쎄. 언어를 문질러대며 규격에 맞게 눌러담는 게 진력이 났더랬다. 원두커피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메탈 그라인더만큼이나 할 수는 있을까. 글들은 가루도 없이 날아가 버리곤 한다. 한동안 얹어두고 다닌 머리를 쓰느라 온통 삐걱이는 사이 투둑이며 떨어져 나오는 활자들로 이내 생각투성이가되어버린다 이건. 이렇게 후회 사이마다 안도를 껑충거리는 말조각들이란. 얇고 성긴 에센스 덩어리를 말이다. 사실 손가락 사이의 후각이란 거겠지만 그것도 피사 슬라이드의 히든처럼 서툰 돌기의 질감일 게다. 모르지. 좀더 물빛이 바래고 항온에 맞추어 가며 눅눅해지고 나면 . 프란체스카의 개구리도 원운동을 그만두겠지. 하지만 지금은. 빗면 너머에 나를 괴어 놓고 산다. 감정의 각도는 단단해서 별을 품고도 바람에 가득 휘어져 버리는데. 핑그르 날선 물가루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일.
그래. 아직도 기다림...
비가 오면 사람들은 기다린다. 하지만 매번 다른 비에 가슴을 갖다 댈 수는 없다. 오늘. 마르고 단단한 바람이 그런 모래를 귓속에 넣어 주고. 죽은 짐승들은 고개를 젖혀나갔다. 황지우. 그의 통유리들은 아직도 단단한 빛을 맞으며 휘고 있는지. 매일 기쁨을 맞아대며 우리는 목청껏 살아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날선 깃발마냥 자랑스럽게 아파할 여유가 없다. 모든 각도의 빗발을 맞기도 전에. 우리는 시간에 관통당한 바람투성이. 가득 젖어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애린.
기다리는 일만큼
가슴 애린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시간 동안
내게 향하는 발자국들은 모두
내 가슴에서 쿵쿵거린다.
p.s....
글이란 피뢰침에 고인 흥건한 전기자국이라고 하던가요.
순간마다 저릿한 정전기처럼
헤아릴 수 없는 사랑들을 말하고 적고, 어딘가에 입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출력할 수 없는 말이라 여겨 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산이 흩어진 글자들을 끌어모아 볼 수 있었던 건
오늘 제게 처음 주어진 write버튼, 그 기다림의 무게였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일생에 벼락은 단 한 번. 사랑한다는 건
이젠 지나가 버렸기에 기다릴 수는 없게 되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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