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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20 04:51:09
Name becker
Subject 저저전 결승을 앞두고
현대의 저저전은 왜 재미없는가?


오래묵은 선입견을 풀고 시작하자면 처음부터 저그 대 저그전이라는 매치업이 흥행에 지장을 준다거나 방송국 관계자 혹은 팬들에게 금기시될정도로의 의미를 가지고 출발하지는 않았습니다. 임요환 시대 이전의 1.07때는 이견없는 저그세상이였고, 비록 아이러니하게 이 시절의 우승자는 저그유저가 없었다라고 하지만 최진우나 기욤패트리같은경우는 이미 저그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선수들이였고, 특히 최진우의 경우는 결승전에서 저그로만 3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으니 이 선수를 저그우승자로 놓지 않은건 "마재윤은 박태민을 상대로 테란을 플레이한바 있으니 그는 저그유저가 아니라 선택형 랜덤유저다"라고 주장하는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많은 저그들 속에 저저전은 심심찮게 터져나왔으나 그에 따른 불만이 수면위로 떠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처음 스타리그가 출범했을때는 요즘과도 같은 입스타도 없고, 빌드에 의한 승패의 유불리를 판단하는것이 힘들었기에 대중들이 무지해서 그러하였다고 분석할수도 있겠으나, 그것보다 당시의 저저전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그때의 저저전은 지금보다 좀 더 큰 대규모, 다변수의 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히드라를 쓰는 유저도 있었고, 섬맵같은곳에서는 디바우러+가디언 조합도 있었고, 가장 큰 대세는 아무래도 다수뮤탈들이 업그레이드빨로 상대쪽 다수뮤탈을 한번에 잡는 모습이 마치 그림과도 같았기 때문에 가장 선호받는 종족전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본전 이상의 재미는 주는 매치업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전대회 준우승자을 상대로 불리해보이던 상황에서 뮤탈 한방싸움으로 뒤집은 신우진 대 강도경의 아방가르드 혈전이라던가, 기요틴에서 박경락의 5성큰을 뚫는 홍진호의 공업저글링이라던가, 가장 최근에는 스탑럴커나 플레이그가 한번에 나왔던 김준영 vs 홍진호의 815혈전같이, 분명 여러 변종된 저저전들은 "저저전도 재밌다"라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만은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다들 아는 사실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상성의 게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성이라는것에도 많은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빌드의 상성, 유닛의 상성이 있고, 우리가 흔히 하는 종족의 상성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성이라는것이야 말로 경기가 흥미롭게 돌아가게 해주는 포인트임은 분명합니다. 테저전 예를 들어볼까요. 원배럭이후 어느정도의 마린메딕이 모이면 저그가 움츠려듭니다. 그러나 뮤짤이 전맵을 활개를 치고 다니면 또다시 공세는 바뀌어 테란은 다수터렛과 함께 베슬확보에 힘을 써야 합니다. 베슬이 나오게 된다면 뮤짤의 전성기는 지나가버리고, 이제 저그는 하이브 유닛을 필두로 테란의 병력과 자원을 마비시켜야합니다. 이러한 상성의 존재는 구기종목에서의 '공격-수비'와도 같이 관람자들이 승부를 좀 더 집중해서 볼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동족전에선 이런 '종족의 상성'은 없습니다. 같은종족끼리 싸우는데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왜 다른 종족전은 '저저전에 비해' 그나마 더 재밌어보일까요?

마찬가지로 상성때문입니다. 테테전에서는 빌드빨이라는것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타개하기위한 유닛상성도 존재합니다. 투스타 레이스가 아무리 활개를 쳐도 투팩에서 골리앗 한기씩만 나와도 유통기한 지난 전략이 되어버린다거나, 다수의 벌쳐가 아무리 활개를 쳐도 탱크-골리앗앞에는 장사가 없다던가 말이죠. 팩토리만 지으면 세 유닛을 원하는대로 뽑을수 있으니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죠. 토스전의 경우는 유닛상성도 빌드빨도 크게 좌우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다양한 유닛의 조합이 갖춰질수 있는 환경이 나와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길게 끌고갈 여지"는 있는것입니다. 그러나 저저전에는 유닛의 조합이 이루어 질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유닛의 상성이라는것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유닛의 상성이 없다.' 이것을 바꿔 이야기하면은 '그냥 내가 찍던것만을 계속 찍기만 하면된다.'로 표현할수 있겠습니다. 마치 '네모난 침대, 네모난 창문, 네모난 컴퓨터' 같은 가사처럼, '똑같은 해처리에서 똑같은 라바에서 변태되는 똑같은 에그' 인데, 프로게이머 레벨이 된다면 이제동이나 프로게이머 연습생 이나 생산력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집니다. 결국 빌드빨을 제외하고 남게 되는건 첫째도 유닛의 컨트롤이요, 둘째도 유닛의 컨트롤 입니다. 아니, 온갖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요즘의 게임판에서 컨트롤 하나만으로 높은 승률을 낼 수 있다구요? 네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이해하시겠습니다만 저저전의 역사는 그 어떤 종족전들과 비해 다른,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역행하고 있습니다. 임요환이 1부대남짓의 마린으로 홍진호의 3~4기의 럴커를 때려부수면서 탄성을 지었던 7~8년전과는 다르게 지금의 테저전은 그런 모습이 3~4군데에서 동시에 펼쳐져야 프로게이머 레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의 향상으로 인해 모든 게임이 마이크로에서 매크로로 넘어갔다고 한다면, 저저전의 역사는 예전의 다수의 뮤탈로 대표되는 매크로부대의 운영에서 저글링 6기의 싸움만으로 끝나는게 당연한, 즉 마이크로 플레이에 좀 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그유저들의 향상된 컨트롤을 꼽을수 있는데, 정말로 뛰어난 컨트롤이면 같은 저글링 숫자라도 한두기 이상의 이득을 볼수 있고, 발업 유무의 차이만으로도 상대병력을 전멸시켜버릴수 있는 것이 예삿일이 아닙니다.

컨트롤싸움으로 승부를 뒤엎을수 있는건 저글링 싸움만의 일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컨트롤 혁명'으로 인해 스커지-뮤탈의 상성관계가 파괴되어버린것이 저저전의 마이크로화에 힘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빌드상성이 존재한다고 할때, 그러한 빌드의 상성을 깨트릴수 있는것 중 하나는 유닛의 상성입니다. 저저전에서 어느한쪽이 자원의 우위를 잡고 뮤탈을 모으기 시작했다면 다른 한쪽이 취할수 있는것은 미네랄 25/가스 75로 상대방의 미네랄 100/가스 100의 유닛을 교환하는 - 75/25의 이득을 보는 스커지의 생산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뮤탈이 스커지를 일점사하는 컨트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단 3기의 뮤탈만으로 스커지들을 잡기 시작합니다. 3기의 뮤탈이라는것은 원해처리에서 스파이어가 완성되는동안 모아둔 라바로 한꺼번에 생산할수 있는 뮤탈의 양입니다. 저저전에 유일하다 싶었던 유닛의 상성마저 컨트롤로 극복이 되어버렸으니, 그 결과물로 빌드빨에서만 이기면 이기는, 혹은 컨트롤만 뛰어나면 이기는 단순 이지선다의 저저전이 나와버렸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컨트롤 혁명이 일어났는가, 또 누가 만들었는가를 따지기엔 지금 이 글에서는 무의미하기에 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것은 컨트롤 혁명은 완성되었고, 그것으로 인하여 컨트롤만 좋으면 높은 승률을 차지할수 있게 되었다는것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본 사나이는 두말할것 없이 이제동입니다. 이제동의 기본기 - 정확히말해 소수유닛 컨트롤은 현존 최강이고, 이는 같은빌드 싸움에서는 자신을 무적으로 만들고, 빌드에서 지더라도 유닛의 컨트롤 - 극강의 상황판단으로 경기를 뒤집습니다. 사실 이제동은 컨트롤만으로는 65~70%의 승률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그의 승률 10%는 불리한상황에서의 뛰어난 상황판단력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이제동은 그의 탁월한 노력과 근성으로 자신의 저저전을 남들이 범접할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이제동을 상대로 김윤환이 3 대 1 로 이겼다는것은 3.3 못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컨트롤 혁명으로 인해 "링컨/뮤짤컨 더 잘하는 놈이 승리" 라는 명제가 80%이상 사실이 되어버린 지금, 김윤환이 이제동을 잡은것은 더 뛰어난 컨트롤 우위도 아니였고, 단순한 빌드싸움도 아니였습니다. 김윤환은 다전제 저저전도 충분히 재미있을수 있을 히든카드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심리의 상성'입니다.


2경기 비잔티움 3를 볼까요. 이제동이 발견못한 두번째 몰래 해처리가 김윤환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스파이어 타이밍을 보고 있던 이제동으로썬 두번째 해처리가 어디서 지어지고 있다는걸 수많은 연습을 통해 짐작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김윤환의 승리 요인은 뽑은 유닛의 차이에서 왔다고 보여집니다. 보통 스파이어가 먼저 지어졌으면 그 시간의 우위로 더 많은 뮤탈확보에 힘쓰지만, 김윤환은 단 두기의 뮤탈만 찍고 나머지를 모두 저글링에 돌려서 스포어 위주의 방어를 펼치던 이제동의 허를 찌릅니다. "똑같은 해처리에 똑같은 라바에 똑같은 에그"였는데 그 실체 만큼은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저글링들이였습니다. 3경기 아웃사이더에서도 김윤환의 선택은 돋보입니다. 선공을 펼쳤던건 이제동이고 그것을 막은것은 김윤환이였기에 자원적 우위로 뮤탈을 모으면 이제동을 상대로 선전할수 있을법한 상황이였습니다. 그런데 김윤환의 선택은 단순한 3뮤탈이 아니라 6스커지로 먼저 이제동의 3뮤탈을 저격하는데 성공합니다. 남은 미네랄과 가스는 업그레이드에 돌리면서 몇분 뒤 저그 폭군에게 승리를 받아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기를 이겨가는데 있어서 필요한것은 '빌드의 조립'이라고 배워왔는데, 김윤환은 그곳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심리의 조립'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물론 링 올인과도 같은 흔해빠진 장면들도 심리의 상성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속도가 생명인 저저전에서 상대방의 대처를 파악하고 최고의 답안을 제시했다는것이야 말로 감히 '저그의 브레인'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상대가 다른이도 아니고 이제동인데 말이죠.




단언컨데 박명수vs이제동 결승전에서 곰티비 결승 1 김택용 대 마재윤의 경기처럼 어느 종족전의 역사를 바꿔놓을 경악스러운 플레이는 나오지 않을것입니다. 정말 억에 하나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 레어에서 확보될수 있는 뮤탈에 대한 유일한 상성인 스포어 콜로니를 이용한 수비형 저그일텐데, 이 역시 실현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현대의 저저전에서 컨트롤에서 시합이 안된다면 지금의 이제동을 물리칠 방법은 두가지 - 더 나은 컨트롤, 혹은 앞서 언급한 김윤환식 심리적 상성으로 상대보다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법 -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고백하고 싶었던건 저는 김윤환이 이제동을 잡기 전까지만해도 이제동을 다전제에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저그는 박명수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박명수의 뮤탈컨트롤이야 말로 이제동에게 견줄수 있으며, 빌드선택에 있어서도 분명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비록 이제껏 보여진 승률들이 좋지 않았기에 이제동의 압승이 예상이 되긴 합니다만, 두 저글링/뮤탈컨트롤 극강고수들의 경기속에 우리는 2뮤탈이 2스커지를 잡는다던가, 빌드에서 뒤쳐졌으나 믿기지않는 드론+저글링 컨트롤로 상대방의 압박을 막아낼수 있는, 제로의 영역에 선 컨트롤의 순간들을 목격할수 있을것이라고 봅니다.



저저전이 재미없는 이유는, 그리고 흥행이 안되는 이유는 '경기시간이 짧아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따지면 100m 달리기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운동이 되어야 하고 효도르는 60억분의 1의 사나이가 아니라 양산형 백수가 되어야 맞습니다. 분명히 빌드빨과 일합에 갈리는 저저전으로 보이지만 결승은 결승인 만큼 스릴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될것이라 생각합니다. '온겜 지못미'든, '리그 시망'같은 걱정은 지나치게 해줄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볼것은 최고수준의 두 게이머가 펼치는 속도경쟁이고 이 판의 시청자로써 그것을 즐길 권리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 봅니다. 축제는 즐겨라고 있는거니까요. 암요.







덧붙혀서.


중간에 한상봉 선수의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만 딱히 낄 자리가 없어서 첨언으로 붙힙니다. 컨트롤로 저저전 가장 높은 승률을 이룩해낸 저그는 이제동이지만 '컨트롤만으로' 저저전의 가장 높은 승률을 만들어낸건 한상봉이라고 봅니다. 만약 오늘의 MSL 결과로 전무후무한 양대 결승 저저전의 끝자락에 한상봉이 이름을 올린다면, 이 역시도 난감하지만 분명 재미있을 여지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최고의 저그를 두뇌로 꺾은 지략가와 가장 저저전스러운 방법으로 저저전을 평정하고 있는 공격수... 둘의 만남은 마치 삼국지에서 지략본좌 공명과 무력본좌 여포가 공정한 룰 안에서 누가 더 뛰어난 영웅인가를 가리는 경연장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줄요약.


그래도 삼연벙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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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0 06:1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다크질럿
09/08/20 07:0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저저전 그래도 보고 싶지 않은 결승전 변하지 않을것 같습니다.이번에도 결승전은 결과만 볼듯
wkdsog_kr
09/08/20 07:25
수정 아이콘
신기한게 왜 박명수는 이제동을 상대로 선전하는데
박찬수는 우승하던 그 시절에도 이제동 상대로 쪽도 못쓸까요
발가락
09/08/20 09:17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아주 잘 이해가 되버리네요. ^^

'저저전 자체가 다른전에 비해서 재미없다.' 라는건 제 마음속에서는 수긍하게 될만한 얘기이긴 합니다.
홍진호vs김준영의 815대첩같은것은 제외하고말이죠.

특히 요즘의 저저전의 양상은 말 그대로 마이크로컨트롤에 의한 일합승부입니다.
같은 저글링, 같은 뮤탈 혹은 상성의 스커지.. 로 일합을 보고자 함에도 컨트롤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지지요.

저의 스타경기를 감상하는 눈썰미의 레벨(?)은 평범하다고 봅니다. 그냥 와~ 잘 하는구나 라고 화면만 보고 아는 정도쯤..
저에게는 순간순간의 그 마이크로컨트롤이 보이질 않습니다. 보려고 해도 보이질 않아요.
분위기상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고, 잡히면 난리나는 순간, 그 결과에 대한 예상도 되긴 하지만..
그 컨트롤의 난이도가 보이지도 않고, 와닿지가 않아요.

그렇기에 저에게는 저저전은 후다닥 다다닥 쿵탁 퍽퍽 퀘~엑 gg 의 일합승부에 의한 눈의 재미가 떨어지는거라고 생각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고, 좀더 다양한 패턴, 유닛, 전체 전장을 아우르는 휘양찬란함이라는게 있어야
저저전을 좋아하게 될거 같습니다. (싫다라기 보다는 다른 종족전에 비해서 그렇다는 겁니다.)

^^
그대가있던계
09/08/20 09:1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수면류 테테전 보다야....
信主SUNNY
09/08/20 09:1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현재의 저저전의 비인기비결(?)은 잘 설명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대한 이야기는...

최진우선수는 대회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그'가 아니라 '저그중심의 랜덤'으로 이해했습니다. 결승에서 저그로 3승을 한 것은 그가 저그 중심인, 그러니까 주종이 저그인 것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상대였던 국기봉선수가 워낙 저저전을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국기봉선수의 대표유닛은 히드라입니다.) 국기봉선수의 이러한 모습은 1년도 더 지나 있었던 한빛배에서 저그를 상대로는 테란을 플레이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지요.

그리고 프리챌배 당시 저저전은 지금 사람들이 저저전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싫어했습니다. 교전은 거의 없이 무탈리스크만을 모으는 싸움이었고, 방업 타이밍의 승부나, 기습 디버러, 하늘에 맡긴 스컬지, 쓰리쿠션을 분산시키는 오버로드 등으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무탈리스크가 대표유닛으로 꼽히던 봉준구선수는 저저전 최강자로 이름을 날렸고, 그러한 봉준구선수도 러시거리가 매우 가까운 다크스톤같은 맵에서는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 했지요. 배넷에서는 어쩌던 방송경기에서의 흐름은 그랬습니다. 이후 조용호-성학승 선수등이 빠른 저글링을 활용한 저저전을 자주 선보이며 승률을 높였고, 홍진호선수도 저글링 2기를 빼놓는 플레이로 상당한 승수를 쌓았었죠. 저저전은 지금이 더 재밌습니다.

빌드를 뒤집는 운영은 다른선수들도 자주 선보였었습니다. 눈에 덜 띄였던 것 뿐이죠. 무짤 컨트롤 이후 스컬지의 격추율이 떨어졌다지만, 스컬지 없이 전투가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스컬지가 근처에만 떠있어도 상대 무탈리스크는 컨트롤의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세방이면 격추되는 스컬지이지만 뭉쳐진 무탈로 스컬지마다 3기만 공격시켜 떨어뜨릴 수 없는 노릇이고, 무탈에 비해 3/4의 가스로 이러한 공격을 2번 분산하는 스컬지는 몸빵용으로도 괜찮은 것이지요. 상대가 스컬지를 먼저 요격하지 않으면 자폭에 성공하는 것이구요.

김윤환선수의 경우 심리의 승리이기도 합니다만, 반대로 이제동선수에게 심리적 여유가 적었던 부분도 있었으며(바로 다음날 결승전 2패를 안겨준 정명훈 선수와의 5전이 있었으니까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김윤환선수의 플레이가 다소 저저전치고는 천천히 진행되는 플레이였기 때문에 해설진들이 해설할 충분할 시간이 있었던 부분도 있어 좀 더 부각된 것이죠.

예전에도 코맨트로 몇번 썼지만 저는 요즘 저저전 보는 재미로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경기들이 죄다 지나치게 길어서 짧은 저저전이 좋았고, 작년에는 저그를 워낙 보기 힘들어 상대적으로 적게나오는 저저전이 좋았으며, 올해는 간만에 최전성기를 맞이한 것이 좋아서지요. 컨트롤 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빌드의 불리함을 뒤엎는 전술적, 전략적 움직임은 요즘 저저전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저저전이 더 재미있어요.
信主SUNNY
09/08/20 09:2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저저전이 컨트롤 승부인 건 한, 1년에서 반년 전까지입니다. 선수들의 컨트롤 능력 향상으로 컨트롤이 다 좋아, 컨트롤로 승부가 나지 않습니다. 상대보다 한기라도 드론을 확보하고, 상대의 드론을 한기라도 잡아내고, 가스를 좀 더 확보하고 해서 실제 전투에서 무탈리스크와 스컬지의 숫자가 더 영향을 주지요. 뭉쳐다니기에 파악하기 힘드지만, 그전의 드론수나 빌드등을 보면 파악할 수 있습니다.(저저전은 단순히 드론이 많다고 무탈이 많지는 않습니다. 드론으로 라바를 하나 쓴 만큼 무탈이 적기도 하니까요.)
09/08/20 09:44
수정 아이콘
훗..3연벙은 4강이였죠..(응?)
09/08/20 09:45
수정 아이콘
信主SUNNY님// 사람들이 저저전을 싫어했던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워낙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니까 그랬다고 봅니다. 설령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저저전에 비해 좀 더 변수가 많았던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또한 '컨트롤 혁명'이라는 단어 속에는 단순히 '컨트롤만 좋으면 이긴다' 라는 속 뜻에 빌드빨 - 언급하신 드론변수등도 내포할려고 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표현에 있어서 부족한 게 맞네요. 약간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wkdsog_kr
09/08/20 09:48
수정 아이콘
저그전 개인적으론 재밌게 보는데 다만 다전제면 너무 빨리 끝나요 정말 너무 빠르게
골수 저그빠지만 오프가서 보기에는 너무 빨리끝나서 참 아깝죠
박진호
09/08/20 09:53
수정 아이콘
저는 동족전 중에 저저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순간 판단력, 컨트롤이 극미세하게 요구되는지라 그걸 모두 이뤄내어 승리하는 플레이를 볼때는 니코틴이 흡수될 때 마냥 뇌주름이 짜릿짜릿 해집니다.
경기가 빨리 끝나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일순간의 컨트롤 실패는 패배로 직결인데 그것이 초반부터 끝까지 쉼없이 계속되기에 서커스 줄타기 묘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흥분됩니다.

어쨌든 이번 결승전은 엄청난 리플레이의 향연이 될 것 같군요.
09/08/20 10:05
수정 아이콘
제가 프링2 결승 오프 뛰어봤는데
대기시간보다 경기시간이 더 짧으니 진짜 허무하더라구요.
솔직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슬픈눈물
09/08/20 10:13
수정 아이콘
저도 저저전 특유의 긴장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그건 솔직히 매니아층에서나 통용
되는 얘기인 것 같구요..
저저전의 가장 큰 약점은 10분이 채 안되는 짧은 경기시간과 결국 나오는 유닛은 저글링과 뮤탈 스커지
이게 다라는 거죠. 토토전이나 테테전은 그나마 다양한 유닛이 나오지만 결국 저저전은 저 유닛들이
다이고 변수라고 해봐야 극명하게 갈리는 빌드싸움과 선수의 실수뿐이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층은 사실 저저전 싫어하는 분이 많죠. 매니아층 사이에서도 갈릴테구요
동료동료열매
09/08/20 10:26
수정 아이콘
일단 매번 같은 유닛싸움만 보니 재미가 없고
경기시간보다 대기시간이 더 길다는점도 한몫하지요 -_-
Anti-MAGE
09/08/20 10:2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박명수 대 이제동이기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절대 일방적인 승부는 안날것 같거든요.. 그리고 박명수 선수의 우승을 바라고 있고요..
09/08/20 10:55
수정 아이콘
과거 프리미어 리그 양박 결승처럼 5세트까지 가는 혈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실은 3:0 (70%) 또는 3:1 (29%)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만. (최근의 저저 다전제 경향상)

그래도 박명수-이제동-김정우 세 저그가 번갈아 맞붙을 땐 하나같이 치열했던
경기가 나왔던지라, 아주 싱겁게 끝날 것 같지는 않네요.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SummerSnow
09/08/20 11:09
수정 아이콘
빅매치인만큼 생각보다 싱겁게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승전이라 기세가 참으로 중요하다 생각되니 3:0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09/08/20 11:12
수정 아이콘
본문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오히려 예전 저그전이 무조건 빌드빨 싸움이었습니다.
저글링을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고, 컨트롤에 의한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예를들어볼까요? 만약 1해처리 가난하지만 테크가 빠른빌드 vs 2해처리 테크는 느리지만 부유한 빌드
누가 이길까요? 예전에는 무조건 2해처리가 이겼습니다. 스커지를 막을 방법이 없었거든요.
근데 요새는 누가 이길지 해봐야 압니다. 컨트롤이 만들어낸 변수죠.

글쓰신분은 저그대저그를 거의 안해보신것 같습니다.
저그대저그에서 컨트롤이 중요한건 사실이지만
수싸움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글링 한기 드론한기 스콜지한기 뮤탈한기
다 상대방에 맞춰서 판다해야하고, 완급조절도 필요합니다.

이제동의 뮤탈이 강해보이는 것은 그 컨트롤때문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상황판단이후 자신이 유리한 타이밍에만 들어가기에 강해보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최근에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은 저그대저그가 가장 흥미진진하더구요.
워낙 누가 이길지도 모르고, 한방에 승부가 나오니까 에이스결정전의 긴장감과 함께 어우러져서 굉장히 재미있더라구요.
하지만 개인리그 5전제 결승이라면.....
09/08/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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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프저 > 프테 > 테저 > 프프 > 테테 > 저저 순으로 재미있는데...
무조건 저글링+뮤탈+스커지에 시간도 짧은 저저전이 재미있을리가....
09/08/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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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전이 재미없는 이유는 꽤 많죠.

초반에 빌드갈림으로도 누가 이길지 예측이 가능하고, 그 예측은 스타를 잘 볼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파악할 만큼 단순하며, 외줄타기 형식의 운영이라 약간의 실수로도 경기가 끝날만큼 허무합니다.
경기시간이 짧다는 것도 한몫 하겠죠.

결국은 기다리는 보람이 없게 만드는게 저저전인것 같습니다.
09/08/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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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를 저그 우승자로 인정안하는건 온겜 주장이니 그런가보다 해야죠 뭐. 박성준을 강조하기 위해 이제껏 저그 우승자는 없었다. 마재윤을 포장하기 위해 박성준은 저그의 한을 푼적이 없다. 이렇게 말해왔으니.
돈키호테의 꿈
09/08/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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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저>프저>테프>프프>저저>테테 순의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저전의 매력은 X줄타는 긴장감에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저그유저임에도) 그리 큰 재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크림슨아일즈라는 맵에서 홍진호 선수가 조형근 선수 상대로 (맵과 선수에 대한 기억이 다 정확한지는 잘...^^;;)
라이더스커널 히드라러쉬를 한 경기가 가장 재미있게 본 저그전이었습니다..^^;
09/08/2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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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명불허전. becker 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역행하는 저저전' 이라는 비유가 참 와닿네요.
무엇보다 언급해주신 '유닛의 상성이 없다' 가 정말 결정적이죠.
일단 스타크래프트 전체를 따져 봤을때, '공중유닛을 상대할 만한 지상유닛이 없다' 라는 말도 안되는 명제가 유일하게 성립하는 종족전;;
때문에 변수가 생기기도 힘들고, 한번 기울어진 경기 양상이 뒤집어지기란 더욱 힘들죠. 그래서 초반의 컨트롤 미스 하나가 결국 승부로 결정되어 버리니, 경기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이미 경기는 3~5분 정도에 기울어지고, 8~10분이면 끝. 뭐 이런 경기들이 많으니까요.

테란전의 각도기싸움이나 플토전의 견제싸움에 비해, 저저전의 유닛 싸움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드론 한두기의 차이, 가스를 누가 약간이라도 더 빨리 캤느냐, 뭐 여기에서 오는 나비효과일텐데
사실 매니악한 층이 아니고서야 이런 면도날같은 차이를 읽어내고 그 의미와 승부를 연결짓기란 힘들죠.

어쨌든, 뭐니뭐니해도, 오랜 테란제국의 집권에 의한 세뇌일지언정
결승은 테란이 올라가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테란이 지든, 테란이 이기든...



CR2032님// 그래요? 제가 마재윤 선수때에 군생활하던 시절이라;;; 박성준 선수가 저그의 한을 풀지를 못했다라니, 무슨 의미였을까요? 저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저그 최초로 테란을 잡고도 우승했는데...?;;

돈키호테의꿈님 //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크크;
마침 관련글도 있군요. https://pgr21.com/zboard4/zboard.php?id=newvod&no=112
저도 그때 기억합니다. 엄재경 해설이 '정말 말도 안되게 어려운 플레이지만 뮤탈리스크에 플레이그 한방만 써준다면'
이라는 플레이를 홍진호 선수가 결국 해냈었죠.

하지만 졌죠. ㅠㅠ
스쿠미츠랩
09/08/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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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서도 추세순응매매 방식이 있듯이..스타에서도 추세라는건 항상 있어왔죠.
지금 추세는 저그 > 테란 > 토스 의 분위기가 매우 짙고.. 맵영향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최근 기세를 감안해봤을때
정말 양대 저저전 결승이 나올 가능성이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많은 추세선상에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사실좀괜찮은
09/08/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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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님// 음... 저저전이 스타를 잘 볼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파악할 만큼 단순하지는 않지 않을까요;; 저저전 라바운용이나 미세한 부분을 캐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물론 제가 '스타를 잘 볼줄 모르는 사람'도 못되는 인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저그 출신 해설이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信主SUNNY
09/08/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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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2032님// 글쎄요. 최진우선수의 우승이 저그중심랜덤의 우승이라고 한 것은 2001년 한빛소프트 배 전에 진행된 엄재경의 스타이야기에서 엄재경해설위원을 통해서도 언급되었습니다. 이때까지 총 4회대회(당시에는 왕중왕전 포함) 동안 저그가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09/08/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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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저저전이 라바운용은 가장 단순합니다. 뮤탈 이전에는 저글링이냐, 드론이냐의 눈치싸움이 있을 뿐...

뮤탈테크 이후에는 가스모이면 뮤탈, 불리하다 생각되면 또는 공격타이밍이 가까워지면 스커지 추가, 미네랄 남으면 저글링 아니면 드론...

이건 실제 경기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머리아픈 부분이긴 합니다만,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단순한 종족전이 없죠.
信主SUNNY
09/08/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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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싸움으로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저저전은 현재의 저저전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작은 실수로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초반빌드를 보고 승부를 예측하는 것은 선수들이 실수없이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일 뿐이죠. 실수가 없을때 초반빌드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때부터 경기종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미 승부가 결정 된 후에도 몇분이라도 계속해서 경기가 진행되는 테테전하고는 다르죠.

게다가 저저전의 승부요소는 5~6년전의 9드론풀, 12드론풀, 12드론앞마당으로 결정될 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사이 선가스, 9오버풀, 11풀, 13풀, 12본진투햇등의 빌드도 있고, 저글링 발업과 레어업 중 무엇을 먼저 누르는지, 레어업을 먼저 눌렀을 때는 레어업 후에 저글링 발업이 먼저인지 2번째 해처리가 먼저인지, 두번째 해처리가 본진에 또 지어지는지 앞마당에 지어지는지 등등. 도리어 저글링을 2기 더 뽑았는지 드론을 1기 더 뽑았는지에 따라서도 승부에 영향을 주는 경기입니다.

차라리 저저전이 인기가 없는 요소는, 첫째로 모든 빌드가 결정된 후에나 오버로드가 도착해 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오버로드가 도착하면 모든 빌드가 파악된다는 점이겠지요. 둘째로 이러한 요소요소를 옵저버가 모두 찝어내기 어렵고, 그것을 해설자가 모두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프프전 결승도, 테테전 결승도 재미없다 소리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저저전이 가장 재미었느냐는 소리를 듣냐면, 저저전이 그만큼 적기 때문입니다. 저저전도 5전제를 자꾸하면 사람들도 상황이 어찌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1분만에 양선수의 준비된 빌드가 뭔지가 재미있고, 또 1분뒤엔 서로간의 빌드를 확인한 뒤 양선수가 선택하는 대처가 재미있고, 이후로 서로간에 드론한기, 무탈한기, 오버한기, 저글링 한기를 줄이기 위한 견제가 재미있고, 10분정도 뒤엔 모든 걸 결정짓는 무탈리스크간의 싸움이 재미있는 겁니다. 맵별로 스타팅간의 시간차를 계산해 어느맵에서는 스파이어차이가 얼만큼 앞서면 스컬지를 찍어서 상대본진에 보냈을 때 무탈리스크가 뭉치기 전에 잡히는 지 계산하고, 서로간에 차이가 났을 땐 무탈리스크의 동선과 스컬지를 통한 빠른 정찰, 마치 워3에서의 중립사냥과 같은 뒤치기에 신경쓰며 시간을 다투는 오버사냥, 저글링의 동선과 무탈리스크의 동선의 차이등등 볼거리는 넘쳐납니다. 차라리 이러한 볼거리가 없을때는 저저전답지않게 시간만 길어지며 전투없는 재미없는 저저전이 되는 것이죠.

보통의 경기가 8시간 바둑이고, 테테전이 이틀바둑이라면 저저전은 TV바둑인 겁니다. 마치 저저전이 재미가 없는 것이 태생적인 한계인 것처럼 이야기하진 마세요.
사실좀괜찮은
09/08/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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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님// 제가 라바 운용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음... 저는 뭔가 다른 것들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부족한 식견으로 주절거리려고 했는데 信主SUNNY님께서 잘 써주셨네요;;
09/08/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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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tus님// 제가 본문에 "예전 저저전에는 빌드빨이 없다"라고 말은 한적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저저전은 꽤나 많이해봤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학교에서 유일하게 스타하는 친구 주종이 저그라 몇달동안 저저전만 하루에 열겜씩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뭐니뭐니해도 중요한건 컨트롤'이 맞습니다. 하지만 님이 '수싸움이 컨트롤보다 중요'라는 글을 쓰셨다면 저는 '전혀 동의못하겠네요'라는 댓글 대신 의견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썼을것 같습니다.

信主SUNNY님// 언급하신 저저전의 승리요소에는 동의합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들을 잘 짚어주셨네요.


보통 글이라는것을 쓰다보면은 얘기하고 싶은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제가 하고자하는 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생략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저전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이 글의 주제를 말씀드리자면 '저저전은 원래 재미없는것은 아니며 박명수/이제동, 더불어 김윤환/한상봉전은 충분히 재미를 끌 수 있는 포텐셜을 가졌다' 입니다. 어제 새벽에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즉흥적으로 1시간만에 해치운 글이고, 물론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면 '저저전의 모든것을 파해쳐주마!' 처럼 수싸움이나 빌드 하나하나를 분석할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나치게 장황한글이 되고 요점을 파악하지 못할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렇게 하기엔 솔직히 약간은 귀찮기에) 생략했던 부분입니다.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본문과 마찬가지로 부연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장경진
09/08/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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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빌드 갈리면 초반부터 승패가 딱 보여서 재미없었고, 지금은 아주 사소한 컨트롤 실수로 승기가 확 뒤집혀서 재미가 없더군요.
저그는 3라바의 회전력 덕택에 한번 우위를 잡으면 몰아치기 쉽고 이기기도 쉽죠.
경기 패턴이 거의 정해져 있는 것도 문젭니다. 저글링 뮤탈 스커지 외에는 볼 일이 없죠.
저 외의 유닛을 뽑다간 자멸한다는 점이 저저전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히드라가 뮤탈을 당해낼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저저전이 단순한 패턴으로 흐르지는 않았을텐데요.
홍진호 김준영 815 같은 경기가 종종 나온다면 결승이 저저전이라도 오프 뛰겠지만, 뮤탈이 존재하는 한 어렵겠죠.
09/08/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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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전에서 뮤탈을 금지시킨다면 어떨까요???

경기양상이 어찌될지....
귀염둥이
09/08/2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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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는 지금와서야 랜덤소리 듣는거지 당시엔 누가뭐라해도 저그였습니다.

당시엔 한종족만 플레이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고, 그런식으로 따진다면 당시는 90%이상이 다 랜덤입니다. 정말 극소수의 몇명을 제외하면 다 랜덤유저죠.

지금은 어떤 선수의 종족이 뭐냐는 개념이지만, 당시엔 어떤 선수의 주종족이 뭐냐는 개념이었습니다. 말을 바꾸면 부종도 있었고 부종으로 게임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거죠.

그리고 국기봉선수가 저그전에 약하다는 인식은 강하지만 (특히나 최진우선수에 약했다는) 생각만큼 승률이나 커리어가 떨어졌던건 아닙니다. 최진우선수에게도 초반에 좀 지고 나중에 역전시켰죠.

또한 당시만 하더라도 히드라로 뮤링을 어렵긴 하지만 절대 못이기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히드라로 뮤링을 제압하는 경기들이 심심찮게 나왔죠.

어쨋건 최진우가 저그중심 랜덤이라는건 엄옹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오류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 특이한건 있습니다. 아무도 랜덤이라 인정하진 않았지만 최진우 본인은 자신을 랜덤이라 불렀죠.
제 생각에는 엄재경해설은 지금은 혹시 몰라도 당시에는 선수를 평가하고 스타판의 역사를 기술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관심있는 마니아들보다 더 모르는 축에 끼었다고 봅니다.
귀염둥이
09/08/2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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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전을 기피하는건, 재미라기 보다는 경기시간이 짧기 때문이 결정적이죠.

저그전도 재미있는 경기는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명승부는 장기전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강하고, 저저전 특성상 장기전이 나오기 힘들기때문에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는거죠.

100m달리기나 이종격투기는 비교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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