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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6 05:25:48
Name kimera
Subject 절대시대의 황혼_1편 황제와 폭풍의 여명

차례
-들어가기에 앞서-
1편 황제와 폭풍의 여명
2편 황제와 폭풍의 황혼
3편 천재의 철권 시대
4편 괴물의 절대 통치
5편 독재자의 쿠데타
6편 절대의 심장을 겨눈 비수
7편 신 낭만시대의 시작
-마치면서-


1편 황제와 폭풍의 여명
글이 아주 많이 늦었습니다. 여러 가지 개인 적인 사정과 공적인 일들이 꼬여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네요. 원래는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면 올리려다, 아예 다 쓰고 올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과적으로 완전히 늦어버렸습니다. 물론 중간에 병원에 입원해주는 일들도 좀 있었지만요.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한때 e스포츠 판에서 최고의 기자라고 칭해지던 성준모씨와 프로게이머의 실력에 따른 등급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준모야, 이 글 보면 전화해라. 내가 수술 받을 때 받았던 네 전화 번호가 전화기 고장 나면서 지금 없다.) 그때 준모씨는 스스로의 등급에 대해서 필(feel) 받으면 S급 아니면 B급을 오르내렸다고 주장했고, 그러면서 저그 플레이어의 S급의 증명은 게임상에서 “디파일러로 플레이그와 다크스웜을 동시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었죠. 그리고 그때 전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어느 정도 실력의 저그 게이머라면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당시 이 이야기를 할 때 이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딱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게 누군지 이 글의 제목을 보셨다면 당연히 아실 겁니다.

지금은 강자의 이미지보다는 개그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어 있는 폭풍, 홍진호 선수(글의 문맥상 이하 선수 호칭 생략)가 당시에 그걸 평상시에 필 안받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였습니다. 홍진호하면, 최소 한의 드론과 빠른 공격성향만으로 그의 모든 것이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의 진정한 공포는 상대방을 강하게 몰아치면서도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 쪽으로 일격필살의 공격을 해내는 것입니다. 그야 말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인데요. 이런 모습이 가장 잘 살아난 경기가 최근에 있었던 김택용과의 경기입니다. 초반 더블 넥서스를 안전하게 성공시킨 당대 최강의 저그 잡는 프로토스에게 최강의 드랍공격을 해냈습니다. 그는 최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상대방 본진에서 럴커를 만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예전에 박경락 선수가 자주 보였던 경락 마사지류의 공격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과는 쾌를 달리하는 전략입니다. 박경락 선수의 공격은 여분의 병력이나 전략을 위한 특수성의 병력으로 상대방을 흔들고 주력 병력을 모아서 치는 스타일이라면 홍진호의 공격은 그가 초기에 사용하던 주력 병력의 흐름을 흔드는 전술과 같습니다. 당시 홍진호의 이런 공격은 정말 강력했었는데, 그 이유는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대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홍진호의 생각대로 강제적으로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전술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홍진호는 드랍 또는 공격지역을 빙빙 돌아서 상대방의 주력을 피해 상대의 주요거점을 공격합니다. 그렇게 타격을 받은 상대방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가지는 자신의 남아 있는 주력을 모조리 이끌고 홍진호의 본진을 치던가 아니면 주력을 돌려 최소한의 피해를 보면서 공격을 막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선택 모두 홍진호 선수에게 유리합니다. 전자를 선택하면 저그의 특징상 3개의 라바에서 나오는 빠른 병력 충원으로 상대방의 주력 병력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거나 설사 막지 못해서 엘리전이 가더라도 홍진호의 주력이 상대방을 엘리 시킬 때까지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선책을 하면 홍진호는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서는 그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잃은 만큼의 주력 병력을 다시 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병력으로 다시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그는 그런 공격을 하면서도 조금씩 테크트리를 올려 조금이라도 더 감각적이고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상대하는 그 누구라도 이런 강해지는 그의 공격에 결국은 쓰러지고 말지요. 그렇기 때문에 홍진호는 한 때 절대 지지 않는 포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쩌면 요즘 e스포츠에서 말하는 저그의 절대 시대를 그 당시에 선포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존재가 하나 있었죠.

사실 지금의 e스포츠의 인기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사람, 그 분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그 어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강의 호칭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사람, 바로 임요환입니다. 테란을 하면 바보소리를 들어야 했던 1.07 시절에 테란으로 정상에 올랐던 사람입니다. 외국인 게이머와 싸우면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절에 홀로 그들을 눌러버리고 더 나아가 한국의 위상을 세상에 알렸던 게이머입니다. 제목을 황제와 폭풍의 여명이라 해놓고 폭풍을 먼저 이야기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폭풍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할 거 같은 그의 포스 때문이라면 여러분은 믿으실 건지요? 이건 진심입니다. 임요환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으면 홍진호의 이야기는 아마 중간에 살짝 쓰고 말았을 겁니다.(실제로 이미 한번 썼다가 다시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입니다.) 사실 한빛 배에서 장진남과 결승전을 치를 때의 임요환은 지존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한번 우승하고 방심한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게이머 중에 한 명이었을 겁니다. 코카콜라배에서 임요환을 이겼던 성준모의 말입니다. 정말 요즘 들어 재방송을 보면 한빛 배에서의 임요환은 그저 컨트롤이 좋고 운이 좋은 게이머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당시에는 그런 게이머 자체가 그 말고는 없기는 했습니다만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당시에 임성춘 이나 김정민, 또는 강도경 같은 각 종족의 잘나가던 게이머와 비교해서 보면 아주 근소한 차이에서 장단점을 따져야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어찌 보면 평범한 게이머(?)였던 임요환이 최초의 절대자로서 이름을 가지게 되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력을 가지게 된 시점은 코카콜라배에서 홍진호와 만나면서부터입니다. 사실 홍진호 선수는 결승에서 임요환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우승을 했다면 우리가 외워야 하는 절대자의 계보의 첫 글자는 임이 아니라 홍이었을 겁니다.

맵과 대진 운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평범한 테란 임요환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새 세상을 이끌 천재 홍진호와 만나 진정한 절대자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역사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처음에 그에 대해서 평범함을 이야기했었는데요. 그에게 평범하지 않은 것이 딱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30대가 넘은 지금까지도 그가 프로게이머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오기라는 것입니다. 예 그는 좋게 말해서 끈기 있고 오기 있는 게이머이며, 나쁘게 말해서 똥 고집이 있는 게이머입니다. 홍진호의 상대방을 지배하는 전략적인 공격이 본진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멀티로 들어왔을 때, 임요환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그런 공격을 받으면 다음을 생각해서 먼저 수비를 합니다. 하지만 임요환은 대부분의 경우 수비를 하기보다 “너 나 한대 쳤으니, 나도 친다!”라는 마인드로 상대방에게 공격을 갑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홍진호도 예상한 부분입니다. 그렇게 오기 부리며 자신의 본진으로 들어온 상대방을 그는 저그의 빠른 병력생산 능력으로 막아내거나 최대한 지연시키고는 상대방 본진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아 왔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되질 않는 겁니다. 이 임요환이라는 게이머의 똥 고집은 상상을 초월해서 그전 까지는 전투에 동원하지도 않았던 SCV까지 동원하고 여차하면 건물을 띄어 가면서까지 자신의 주 병력을 막고, 자신의 본진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에 해당하는 상처를 입히는 겁니다. 즉 제대로 크로스 카운터가 들어온다는 거죠. 코카콜라배는 사실 지금 봐도 그 오래된 게임임에도 그럭저럭 봐줄 만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만약 리플레이가 남아 있다면 요즘의 뛰어난 옵저빙 능력으로 다시금 경기의 중요 부분을 녹화해서 보고 싶을 정도지요. 그도 그럴 것이 두 명의 권투선수가 서로 시원한 스트레이트를 날리며 치고 받는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날 임요환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용한 종족이 3종족 중에서 가장 매 집이 강한 테란이어서였습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최강의 절대자를 보게 됩니다. 마치 저그처럼 상대방을 흔들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이 있는 게이머를 말입니다. 그의 이런 절대적인 능력은 그 뒤로 그가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끊임없이 결승에 오르고 경기에 나와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그날 이후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그는 계속해서 결승전에 올랐고,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그대로 모든 테란 플레이어들에게 이어졌고, 그 후로 계속해서 절대자가 테란이라는 종족에게서 나올 수 밖에 없는 토양을 만들게 됩니다. 한 명의 절대자가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주는지가 여기서 보여지지요. 그리고 이 테란 절대 시대의 최고의 피해자는 폭풍 홍진호가 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도둑맞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응당 가져야 했을 권좌 마저 그에게 넘기게 되니까요. 이런 둘의 악연의 결정판은 ‘삼연벙’이라고도 불리는 테란이 저그에게 훔쳐와 그 저그를 잡는 최강의 전술의 탄생입니다. 3종족 중 유일하게 저그만이 할 수 있었던 최단기간 공격 전술을 테란이 형식만 바꿔서 상대방에게 돌려준 것이죠. 사실 이 전술의 탄생은 저그 자체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전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술이 있었기 때문에 저그 역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절대자를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었죠. 물론 이 이야기는 한참이나 지난 후에 다시 해야 할 것이지만요.

황제와 폭풍의 여명은 코카콜라배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칠 듯한 크로스 카운터를 날리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전투는 보고 있는 사람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지요. 우리는 그 뒤로 이어지는 그들의 경기를 따로 임진록이라 부르지 않습니까?

from kimera

사족: 휴 우, 예전의 경기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특히나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것이 최초의 절대자가 될 수 있었던 홍진호에 대한 감상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황제로서의 최초의 절대자로서의 자리를 이끌어 냈던 임요환이라는 게이머에 대한 경외감이 사라지지 않더군요. 이 둘의 결승전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e스포츠라는 것이 있었다고 이야기 할 지도 모릅니다.

사족 둘: 처음에 적었던 들어가는 말에 있었던 목차를 수정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쓰다 보니 일부 내용은 줄고 일부 내용을 늘어 부득이 구성을 바꾸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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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닥
09/08/16 05:36
수정 아이콘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연재하신다고 글을 올리신 후 한참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 많이 기다렸습니다.
다시 kimera님의 글을 볼수 있어 기대됩니다.
잠잘까
09/08/16 06:24
수정 아이콘
오오오 저번에 1편 읽고 무지하게 기다렸는데 이제 선을 보이시는 군요.

어서 봐야지 후다닥~
Go_TheMarine
09/08/16 09:43
수정 아이콘
예전부터 엄청기대했는데 드디어 올려주시네요~
잘 읽겠습니다.
선리플 후감상입니다^^(2)
슬러거
09/08/16 11:36
수정 아이콘
저는 본격적으로 스타를 보기 시작한 것이 올림푸스 스타리그 부터였고 따라서 그 당시 황제는 최고의 위치에 이미 있어왔었죠.
그 전 결승전 경기들은 VOD로 감상했구요 - 사실 그래서 엄청난 선수에 엄청난 영향력,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것을 보여준 것 알았지만 경외감을 이해하면서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 글때문에 좀 더 그점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네요.

홍진호 선수가 그 당시에 디파일러로 플레이그와 다크스웜을 삘안받고도 쓸 수 있는 유일한 선수였군요.
유일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것 같네요.
바다밑
09/08/16 11:40
수정 아이콘
재밋습니다 당시를 머리속으로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되고있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Karin2002
09/08/16 11:56
수정 아이콘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임요환의 본좌시대가, 홍진호와의 결승전 이후 시작됐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임요환은 저그의 본진을 유리하는 '드랍쉽'이라는 무기를 2000년 게임큐대회부터 썼었고, 한빛 배는 그의 드랍쉽이라는 저그 상대 무기가 최정점으로 발휘되던 때였습니다. 그 시대에 이미 본좌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코카콜라의 홍진호는 최초로 그 드랍쉽이라는 임요환의 무기에 동등하게 대응할 수 있던 저그라고 생각됩니다. 임요환이 저그의 본진을 무참히 짓밟을 때, 유일하게, 그의 본진을 같이 공격했던 저그라고 생각됩니다.
파란토마토
09/08/16 12:14
수정 아이콘
와 좋은글이군요
가장 매 집이 강한 테란이어서였습니다

이부분은 오타인가요??
모노크롬
09/08/16 12:45
수정 아이콘
아직 2,3편을 더 읽어야겠지만, 미리 추천합니다.

오랜만에 피지알 겜게에서 좋은글 보네요.

몸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무한낙천
09/08/16 13:41
수정 아이콘
홍진호에 의해 임요환의 실력이 업그레이드 됬다는 것은 색다른 시각이네요
사실 유리한 맵과 운의 영향으로 우승했다고 평가절하 받는 대회가 코카콜라배이고
1.07 테란 암울기에 결승 3:0 스코어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게 한빛배니까요
이적집단초전
09/08/16 14:29
수정 아이콘
코크배는 사실 맵 자체보다는 패치의 영향이 더 크지않나라고 지금 생각합니다. 패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맵퍼들이 비난받을 건덕지는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저정도 맵으로 1.07패치에서 경기했다면 그래도 나름 공정한 결승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제 기억으로는 사실 절대강자 임요환 이라는 이미지는 오히려 그 전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SKY배쯤만해도 지금 이제동, 김택용 2.0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한때 슬럼프가 있었고 그걸 극복한 이미지랄까요.
timedriver
09/08/16 15:05
수정 아이콘
코크배는 맵이 해도해도 너무했죠. 게다가 맵도 맵이지만 임요환선수에게만 과다하게 할당된 라그나로크와 스타리그 사상 유례없는 점수제... 코크배는 다시 회상한다해도 그다지 개운한 감은 없는 대회입니다만.. 뭐 개인차니까요.
09/08/16 15:36
수정 아이콘
제가 원래 제가 쓴 글에는 리플을 거의 달지 않는 편인데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답니다. 사실 4편을 쓰면서 거기 사족으로 붙일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정도는 그게 불가능해서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에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하고 정리를 해서 혼동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강력함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사실 한빛배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시 절대지지 않을 것 같은 무서운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 맞습니다. 장진남 선수를 1.07이라는 테란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패치에서 3대0으로 이기고 우승한 것 자체가 장난이 아니었죠. 그 때부터 임요환을 절대자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라고 사실 저도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히 앉아서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더군요.

스타가 처음 나와서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가 첫 우승을 하던 시점까지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 최초로 레더1위를 했던 신주영과 그 뒤에 어뷰져 논란이 있었지만 뒤이어 1위를 차지하고 공중파 TV에도 출연했던 쌈장 이기석,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을 평정하기 위해서 찾아왔던 기욤 페트리, 또 엄청난 물량과 획긱적인 전략을 보여주었던 최진우, 그리고 후대에 다시 그 능력을 증명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김동수까지 당대에 우승을 했던 선수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욤과 김동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질 못했습니다.(기욤의 경우는 외국인이었고, 일반적인 한국인과 전혀 다른 스타일로 예외로 치고 김동수의 경우는 근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우승권으로 돌아왔고, 그전에는 일반적인 우승자들과 같은 전처를 밟은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즉 프로게이머라고 말만 있었을 뿐 그 능력과 자격이 확실하지 않던 그 시기에는 좀 한다 하는 선수는 우승이라는 것을 기점으로 나태해지고 그 능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도태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라는 것이죠. 그 당시만 해도 워낙 많은 스타 대회가 난립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한 우승자들도 정말 많았기에 한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죠.

제가 임요환이 홍진호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사실 임요환이 코카콜라배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는 위에 말했던 일반적인 우승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빛배에서 엄청난 기량으로 우승을 한 임요환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새로 나온 패치는 테란이 엄청나게 강하게 바뀌었고, 사용하는 맵들은 여전히 테란에게 유리했습니다.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것이 캐스터가 “1.07에서도 이렇게 압도적인데 1.08이 되면 누가 임요환 선수를 꺾습니까!” 라는 말이었죠. 사실 모든 것이 임요환에게 유리해졌음에도 코카콜라배에서 초기 임요환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성적이 좋지 않았다기 보다는 게임의 방식 자체가 과거에 비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한빛배에서 우승을 하면서 엄청나게 늘어난 스케줄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 제가 말했던 우승자들 모두 그와 같은 상황에서 무너졌던 것이기 때문에 예외로 둘 수 없는 상황이었죠. 또 한빛배에서 우승하기 전의 임요환의 성적을 찾아보면 승률이 56%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는 않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1.07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고 테란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엄청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같은 시기에 테란으로 게임을 하던 김정민은 승률이 63%를 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임요환이 처음부터 절대자의 기세를 가지고 판을 움직였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분께서 이야기해주신 임요환이 1.07에서 드랍쉽을 사용하면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셨었는데요. 당시 드랍쉽을 이용한 전술은 꼭 임요환이 아닌 다른 테란 게이머들도 종종 사용했었습니다. 당시 입구를 막는 것이 거의 정석처럼 굳어진 테란에게 있어서 드랍쉽을 통한 게릴라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상상 할 수가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즉 거의 대다수의 테란들이 사용하던 전술이라는 거죠. 다만 이것이 임요환 선수만의 특징처럼 보인 것은 그 특유의 뛰어난 컨트롤로 효과적인 타격을 주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 방송에 나와서 게임을 하는 테란이 그 밖에 없어서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임요환이 절대자로서 군림하기 시작한 시점을 기록만 가지고 보자면 분명 한빛 배부터가 맞긴 할 것입니다만, 그 위치에 걸 맞는 기품과 능력을 보유하게 된 시점은 분명 홍진호와의 코카콜라배 결승부터가 아닌가 전 생각합니다. 그 결승에서 진정한 황제가 탄생한 거죠.(그게 더 드라마틱 하지 않습니까? ^_^)

from kimera
슈퍼 에이스
09/08/16 16:03
수정 아이콘
계속기다리고 있어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추게로!
이적집단초전
09/08/16 17:0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는 임요환 선수가 코카배에 우승했기 때문에 황제의 기품과 능력을 갖춘게 아니라 임요환 선수가 코카배에 우승했기 때문에 온게임넷이 메인스트림으로 올랐다는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사실 더 정확히는 온겜만이 살아남은것이긴 하지만요. 벤처붐이 붕괴되기 전인 2001년에는 온게임넷을 우승했다고 황제가 되었다고 할만한 계제가 아니었지요. 사실 그때 권위라는걸 따진다면 겜큐쪽이 더 권위있기도 했구요.
09/08/16 17:11
수정 아이콘
오 키메라님이네요. 간만이네요 별고 없으셨죠^^; 리플깔고 정독들어갑니다. 잼있게볼게요^^:
귀염둥이
09/08/17 04:27
수정 아이콘
사실 한빛때까지만 하더라도 온게임넷은 어디 내세울만한 대회가 아니었죠. 코크때 부터 온게임넷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온게 맞죠.

같은대회가 1회 간격으로 그토록 인지도와 권위가 차이가 난다는것도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그러했습니다.
울트라머린
09/08/18 00:02
수정 아이콘
kimera //
죄송합니다만 딴지 좀 걸어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국내 레더랭킹 최초1위가 김도형씨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요??
하나린
09/08/19 02:13
수정 아이콘
아...! 드디어 이 글을 볼 수 있게되는건가요ㅠㅠ
닉네임을 보고 순간 멍해졌습니다. 뒷페이지로 잘못 넘어가있는건 아닌지 의심을 할 정도로요.
일단 선리플 후감상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려주셔서ㅠㅠ
항상 건강 유념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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