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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06 00:14:46
Name Togi
File #1 1193616602_6.jpg (126.4 KB), Download : 48
Subject 어떤 고백.



솔직히 말해보면 - 저는 객관적으로 따져 볼 때에 순수한 KTF라는 팀의 팬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팀 소속이었었던 박정석 선수가 정말로 좋아서 시작한 팬질이었는데

방송으로만 보던 경기들은 어느새부턴가 오프도 뛰게 되고, 생전 처음으로 평소에 자주 가지도 않던 노원역 4호선을 발빠지게 걸어가고

4호선에 덜컹덜컹 실려가고 1호선 서울역으로 갈아타고 난 뒤에 용산이라는 곳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 보고

어느덧 엠겜에서도 경기를 한 다는 것을 알아서 어릴 때 이후로는 별로 가지도 않았던 삼성역 무역센터까지도

어느샌가 지하철을 타고 혼자서 갈 정도로, 어느샌가 그 팀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팀이 되었습니다.


히센이 문래동으로 갔다는 소식에 지도검색도 해보고 지하철 노선 검색도 해보고 그러기까지도 하였습니다.

비록 오프를 뛸 때마다 이기는 때보단 지는 때가 더 많았고, 처음에는 팀이 이길 때는 따로 팬들끼리 모여서 팬미팅을 하는 지도 몰랐고

왜 이기던 지던 나오는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는지도 몰랐지만,

언제부턴가 알게 되었습니다, 팀이 이기면 팬미팅을 하는 것이고, 선수들이 가는 길에 선물도 줄 수 있다는 걸..



비록 원칙이 있고 순서가 있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다른 팀과는 다르게 딱딱한 팬미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있지도 않은 팬미팅을 하고 싶어서, 박정석 선수가 좋아서도 그랬지만

어느샌가 그 주위에 있는 선수들도 다 같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정명호 선수, 임재덕 선수, 조용호 선수, 배병우 선수, 이영호 선수, 프로토스 이영호 선수, 강민 선수, 홍진호 선수 등

리얼스토리 KTF편을 모두 다 다운받아서 보았고 캡쳐샷도 많이 찍어 보았고 내용같은 것들도 많이 얘기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샌가 E-스포츠의 팬이 되었고. 프로리그 뿐 아니라 개인리그도 이영호 선수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오프를 뛰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거라면 - 이영호 선수가 진영수 선수를 상대로

15분만에 배틀크루저를 띄워서 이긴 것.



그런데 자꾸 시간이 갔습니다.


비록 'KTF 화이팅'이라는 샤우팅 크기도 예전과는 변한게 없었고

박정석 선수도 팀플에라도 자주 나왔고 가끔 홍진호 선수도 나오고 2명의 이영호 선수도 자주 나왔지만

후반에 들어서 4위에 들지 못해서 플레이 오프를 가지 못했다고, 스파키즈에게 왜 3:0을 당하냐고 화도 내고,

그러다가 여러가지 소리 듣고, 날을 세우는 것 때문에 자꾸 가슴에 칼을 팍 하고 긋는 거 같은 기분을 느끼고,



팬질이 오래되면 오래 될 수록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쌓이는 것이 많아져만 갔습니다.

'왜 그러지 못할까?' '어째서 이래야만 할까?' 이런 것들의 의문들.

겉으로는 사랑하지만 진다는 소식만 들으면 저주함으로 급변하는 이중적 사랑 때문에

가끔 팬카페 회원들에게 한 소리 듣기도 하였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최근들어서 그런 것들이 잘못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많이 성찰하고 고치다 보니까 이제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사랑이 그 때 까지만 해도 오래오래 갈 줄 알았고

샤우팅 소리도 2009년이 될 때까지 사상 최강의 샤우팅이 될 줄 알았고

선창도 용산이 날아갈 만큼, 크게 들릴 줄 알았습니다. 물론 선수들에게 드리는 선물들도 옛날과 똑같을 줄 알았습니다.



어느새부턴가 08-09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팀플이 없어졌습니다.

더이상 스태프들은 3세트가 시작되기 전에 타임머신에 2대의 컴퓨터를 설치하지 않습니다.

박정석 선수는 먼저 군대를 가고,

홍진호 선수는 그 다음으로 군대를 갔습니다.

강민 선수는 엠겜으로 가서 해설을 했고

용호 선수와 이병민 선수는 그 이전부터 사라졌습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지워졌습니다.

임재덕 선수는 더 이상 타임머신에서 박정석 선수와 팀플을 하지 않았고

정명호 선수도 타임머신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프로토스 이영호 선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찬수 선수가 이적하였고

김재춘 선수가 이적하였습니다.

그럴수록 배병우 선수는 갈수록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턴지는 몰라도


샤우팅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용산을 날려버릴 듯했던 큰 샤우팅이 사라지고 이젠 용산은 커녕 룩스 히어로센터조차 울리지도 못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나마도 힘찼던 선창도 08-09시즌부터는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고,

팀이 이겨서 팬미팅을 하고 싶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선수들에게 선물을 줘야 할 지도 모르겠고.




이제 오프 뛰러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호동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외에 팬카페에서 오프 뛰러 온 사람들이라고는 찬수동, 재덕동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진호동 운영진분이 팬미팅 진행(서포트)을 맡았는데 이제는 영호동 운영진이 한다고 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드는 의문,



"왜 이래야만 할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지금 내가 있는 곳에는


박정석 선수도 없고 조용호 선수도 없고 강민 선수도 없는데.


...어째서 자꾸 붙잡고만 싶어질까요...


이제는 좀 끊어 내야 할 때가 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 그 지독한 인연은.

차라리 박정석 선수 하나만 좋아했었다면 당장에 공군ACE 팬으로 갈아 탔을 텐데,

막상 보면 그렇지도 않네요 - 그 팀이 지면 일상 생활이 없어질 정도로 심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발이 무거워집니다.

오프 뛸 때 자주 들락날락했던 4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는 노원역 환승구간이

오늘따라 끝도 없이 더욱 더 길어 보이는데.

그 긴 통로 위에서 7호선 갈아타는 곳이라고 팻말만 써 있고,

어느새부턴가 발걸음은 그 자리 그대로 인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런 사랑조차

그 자리 그대로 였으면 좋았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긴 줄만 알았던 노원역 환승구간을 지나고 7호선으로 왔습니다.




길고 영원할 거 같던 것은

한 순간만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게 간단한 걸...왜 몰랐을까요,

도데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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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ean
09/01/06 00:18
수정 아이콘
그렇게 힘들면 케텝팬 그만하면 되지 않나요?
데프톤스
09/01/06 00:24
수정 아이콘
Epicurean님// 그게 쉬운게 아니죠.. 저도 속은 썩어나고 있지만 버릴수가 없네요
그런 의미에서 롯데팬들은 정말 대단한거죠..
ToGI님//힘내세요
길가던이
09/01/06 00:29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박정석 선수의 팬으로 ktf이적과 함께 따라온 ktf팬이라. 다만 저는 오프열심히 뛸정도로 활발하겐 하지 않았지만...
요즘 ktf경기를 봐도 무덤덤해진 자신을보며 깜짝깜짝놀라곤합니다.
코세워다크
09/01/06 00:44
수정 아이콘
데프톤스님// 야구는 몇년 안봐도 이후에 보는데 전혀 지장 없어서... 롯데 팬들은 그렇게 7년을 지하에서 견뎠습니다...

잘하는 해만 보면 되잖아요... 근데 스타는... 그렇지 못하다는거
chcomilk
09/01/06 00:45
수정 아이콘
T.T......

참... 사랑이 그래요....
안소희킹왕짱
09/01/06 00:49
수정 아이콘
확실히. 방송중 들리는 응원소리를 들으면 "이 팀이 이스포츠 최고의 인기팀...이었었군.." 이란 생각이 듭니다.
인기스타들이 다 떠나고, 팀 성적은 뭐 말할나위도 없고. 지더라도 뭔가를 보여줘야 되는데
마음에 드는 경기라곤 이영호선수 한명밖에 없고. (이 선수라도 없었으면 정말 ktf 어쨌을까요?)
우리팀이 지원을 적게 해준다거나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하는 팀도 아닌데. 팬이 적은것도 아닌데.
팀에 있는 선수들도 아마때부터 날리던 선수들인데...ㅠㅠ 눈물만 나옵니다.
학교빡세!
09/01/06 01:00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런것 같습니다.
베르캄프와 피레, 앙리를 좋아해서 아스날을 좋아했는데 이미 그들은 다 팀을 떠났고 최근 성적도 안좋지만 그래도 아스날을 좋아하고있고
김세진과 신진식, 김상우를 좋아해 삼성화재 배구단을 좋아했는데 이미 그들은 다 팀을떠낫지만 아직까지 삼성화재를 응원하고
장종훈, 이강돈, 이정훈, 강석천이 좋아 빙그레의 팬이 됐는데 이미 모두 은퇴했지만 아직까지 다이나마이트타선의 한화를 좋아합니다.
최강프로!
09/01/06 01:39
수정 아이콘
T1은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김성제 박태민 전상욱 KTF는 박정석 홍진호 조용호 강민 변길섭 김정민 이병민
그립네요 그때가...지금은 T1 김택용 도재욱 KTF 이영호 박찬수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네요.그래도 포모스에서 인기순위 보니깐
두팀다 상위권이던데 그때의 잔상이 쉽게 걷히지는 않는듯 합니다.
밀가리
09/01/06 02:53
수정 아이콘
지금의 KTF은 과거의 명성은 다 떠나가고 이영호 선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팀이죠. 팬질도 취미생활의 일부로 생각하시고 일상생활의 영향을 받지 않게 조금만 더 KTF와 멀어지시죠. 예를들어 인터넷이 안되는 곳으로 여행을 가신다던지...
지금은 팬으로서 KTF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보여주시는 것 같네요.

실제로 저도 좋아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외국나오고 인터넷을 안하게 되니 그 선수가 지거나 이겨도 내 생활에 큰 상관이 없다는 걸 알게되었지요. 지금은 그냥 이기면 좋고 아니면 그냥 그런 태도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봅니다. 그게 옳은 것 같아요.
王非好信主
09/01/06 05:23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던 장진남, 장진수, 조정현, 기욤, 베르트랑 선수가 사라진지 한참된 이스트로입니다만...

여전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적이 좋잖아요"라고 하신다면... 최근 성적이 좋아져서 자꾸져서 슬픈 KTF보다 하위라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어떤팀을 응원하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09/01/06 08:46
수정 아이콘
님이 쓰시는 매글마다 달리는 리플 '도데체' 부터 고쳐주세요;-_-;;;였는데 기억이 안나시나봐요-_-;;
GrayScavenger
09/01/06 09:33
수정 아이콘
세월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지요.
패러다임이 바뀌고, 새로운 강자들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강자들이 몰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저도 테란1시 시절 T1과 레알 KTF 통합빠였고...
두 팀 다 예전의 모습은 비록 아닙니다만...
요즘은 T1의 택룡-괴수 콤비의 활약에서 옛날 영웅-몽상가 콤비의 향수를 느끼고,
밑바닥에서 올라오면서 새로운 강팀으로 떠오른 Plus - Oz의 파괴신-정벅자의 강력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몰락한 지금의 모습을 좋아하실 수 없다면, 마음을 가볍게 하시고 옛날은 추억으로 덮어두고
새로운 맘에 드는 팀이나 선수를 찾아 응원하는 것도 어떨까요?

PS. 추게(세느님 감사합니다. 추게에서 봤는데 착각을...수정했습니다.)의 폭풍검 님이 쓰신 '전(前)본좌 마재윤 우신 날'이란 글을 추천드립니다. 무언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09/01/06 10:18
수정 아이콘
GrayScavenger님// 전본좌 마재윤 우신 날 글은 추게로 넘어갔어요~~
날으는씨즈
09/01/06 10:20
수정 아이콘
물론 저도 님과 같은 입장 같은 팀팬입니다.
그런데 시간은 변하는 법이죠
다른팀이라고 하더라도 SKT1 예전에 주축이었던 최연성 임요환 고인규 박용욱 김성제선수는 지금의 주축이 아니죠
CJ는 전신 GO시절의 주축 강민 서지훈 이재훈 김환중 이선수들 프로리그에서 정말 보기 어려운 선수들입니다.
KTF가 각성돼서 이영호선수가 아닌 다른선수들이 또 잘하게 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좋은기량에 선수가 이적해온다면
KTF에대한 애정은 변함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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