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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3 15:26:13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소설 프로토스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supply 6/10)
한 방에 저글링 한 마리가 머리가 두 쪽 난 채 성춘의 발치에 떨어졌다. 바로 조금 전에 저글링 한 마리에 죽기 전까지 갔던 성춘은 그 위력에 놀라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공격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무턱대고 뛰어들던 녀석의 공격 관성에 정확하게 반격을 가한 성춘의 일격의 위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새삼스레 공간 왜곡의 위력을 실감하던 성춘의 귀에 성제의 날카로운 비명이 꽂혀왔다. 이런 젠장, 성춘! 뭐하는 거냐 지금! 육박전에는 도무지 쓸 모가 없는 하이 템플러의 특성이 아니더라도 성제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 위로 덮쳐드는 저글링의 앞발이 성제의 어깨를 잘라버리는가 싶은 순간에 다시 소름 끼치는,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통쾌하기 그지 없는 저글링의 비명이 들려왔다. 어느 새 사이언 검을 소환한 퓨리의 오른 팔이 팔뚝까지 녀석의 아랫 턱에서부터 머리 꼭대기를 향해 들어가 있었다. 온 몸에 저글링의 피를 뒤집어쓴 성제의 히스테릭한 비명 소리가 귀를 찢으며 울렸다.

"이, 이런 빌어먹을... 성춘, 좀 확실히 못하겠니? 이러다 두 팔 다 부러지겠다.. 헉, 헉."
"네, 알았어요. 확실히.."
"젠장. 대답은 행동으로 하라구. 뒤를 조심해!"

성춘은 퓨리에게서 얼굴도 채 돌리지 않은 채 허리부터 돌리며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반격을 기대하지 못한 탓인지 마음 놓고 달려들던 저글링의 두개골 한 가운데를 약간 빗겨 사이언 검이 꽂혔다. 그것으로 충분했는지 녀석도 역시 성춘의 발치께로 떨어졌지만, 이 쪽 수직 이동구로 다 건너오지 못하고 깨진 창가에 걸치고 말았다. 결국 녀석들이 타고 있던 이동구와 이 쪽을 이어준 셈이 된 것이다. 이제 그 쪽에는 저글링 한 마리와 히드라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크악 소리와 함께 달려들려는 저글링을 히드라가 옆에서 발길질을 해 구석으로 쳐박더니, 지체 없이 이 쪽을 향해 독뼈를 발사했다.

이번엔 히드라로군, 젠장 내 전투 급수가 하나 높아진 셈인가.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잠시, 성춘의 몸에 독뼈가 닿는 부위에 다시 사이언 에너지가 모여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최초의 일격을 막아냈다. 그 사이 성춘은 녀석에게 돌진하려 했지만, 아무리 공간왜곡과 디멘션 이레이즈가 걸려 있다 하더라도 2 : 1 의 싸움을 해낸다고 생각하니 멈칫 망설여졌다.

"바보야. 죽고 싶거든 건너가고, 아니면 얼른 이 쪽으로 숨엇!"

이 좁은 공간에 어디 숨을 곳이 있겠냐고 쏘아주려던 성춘은 뒤를 돌아본 순간 지체 없이 '그 쪽'으로 뛰어들었다. 퓨리와 성제는 어느새 쓰러진 두 저글링을 이용해 최대한 히드라의 시야 사각 방향에 바리케이트를 쌓아놓고 엎드려 있었다.

"퓨리님. 대단하군요. 이게 연륜이란 건가요?"
"이봐 이봐. 난 너보다 한 살밖에 더 안 먹었다구. 연륜이란 우리들 아버지 나이쯤 된 사람에게 쓰는 표현이야. 뭐야.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러게 말이에요."
"성춘, 여기서 살아난다면 네 말버릇부터 고쳐주지. 성제! 사이오닉 계열은 어디까지 수련했지?"
"사, 사이오닉 보, 볼은 다 마쳤고 사이오닉 브, 브, 블래스트도 약간은 할 줄 알, 알아요."
"그만 좀 떨고. 사이오닉 블래스트를 준비해. 성춘은 내 신호와 함께 뛰어들어 저글링부터 처치해. 성춘이 뛰어들자마자 넌 히드라에게 사이오닉 블래스트를 뿌려. 됐지?"
"예." "에, 예. 하지만, 아무래도..."
"이봐 성제야. 녀석의 독뼈는 이런 엄폐물 따위는 순식간에 뚫을 수 있어.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자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돌진!"

이미 디멘션 이레이즈는 사라졌을 시간이었다. 퓨리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녀석이 막 독뼈를 뿌리자마자 성춘을 출발시킨 것을 깨달은 것은 당황하는 히드라의 면상을 오른 발로 힘껏 차돌리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목표가 녀석이 아닌 이상 성춘은 떨어지는 탄력으로 저글링을 향해 돌진했다. 일부러 무기가 없이 훤히 드러난 왼쪽 팔은 아래 쪽으로 주먹을 쥐고 늘어뜨린 채였다. 녀석은 성춘의 예상대로 보이지도 않는 목보다는 무기로 짐작되는 왼 팔을 향해 발톱을 뻗었고, 성춘은 그 틈을 타 왼 팔을 뒤로 감추며 녀석의 정수리 한 가운데에 오른 팔에 쥔 사이언 검을 힘껏 찔러 들어갔다. 기분 나쁜 촉감과 함께 뇌수를 뚫어버린 사이언 검이 바닥까지 박혀들어갔다. 헉! 또?

당황한 성춘은 저글링이 죽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사이언 검을 빼내기 위해 거꾸로 당기기 시작했다. 막 빼내려는 순간 아무 대책도 없이 드러난 왼쪽 팔에 타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이언 에너지의 푸른 빛이 약하게 모이는가 싶더니, 진녹색의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액체가 묻은 날카로운 바늘 비슷한 것들이 일렬로 박혀들었다. 불에 데인 듯이 화끈했다. 방금 박혔는데도 벌써 상처 부위가 꺼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보다는 분노가 성춘의 머리를 지배했다.

"멍청아, 가르쳐줬으면 좀 써먹어야 할 것 아냐! 저글링을 방패로 쓰고 사이언 검부터 빼내! 성제 넌 대체 뭐하는 거얏?"

퓨리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겠군. 하지만 지금 이 몸은 그 정도로 이성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구. 녀석이 다음 독뼈를 발사하기 전 짧은 순간에 공중으로 도약해 희번덕거리는 두 눈 바로 밑 턱을 오른 발로 힘껏 차올리는 순간에 성춘은 태어나서 가장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실력도 안 되는 녀석이 공간 왜곡을 익힌답시고 시간을 헛되이 쓴다며 체력 수련을 가혹하게 시킨 절럿 선생이 눈물 나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실제로 히드라는 성춘보다 두 배 가까이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방에 뒤로 날려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뒤로 나자빠진 히드라는 잽싸게 벽에 붙으면서 독뼈를 날렸다. 빠지지 않는 사이언 검을 아공간으로 돌려보낸 성춘은 무방비 태세였다. 오른 쪽으로 피한다고 피했지만, 이번엔 왼쪽 어깨에 또 독뼈가 일렬로 박혀들었다. 이건 불에 데인 정도가 아니었다. 신경 마디마디가 쓰려왔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았다.

그렇다고 다시 히드라에게 육탄 돌격할 힘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의지만 앞선 성춘이 고개를 들고 히드라를 노려보았지만, 힘이 빠져 오른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뭐야, 성춘. 상대는 저그 족이야. 무릎을 꿇다니, 차라리 죽어버...

"사이오닉 블래스트!!"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히드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전에 보았던 사이오닉 볼처럼 한 부위에 스파크가 일어나는 정도가 아니고, 히드라의 몸 전체를 작은 번개의 사슬이 얽어매고 파지직 파지직 밝은 섬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성춘이 다시 손 쓸 일도 없이 녀석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쓰러졌다. 다행이군. 저 녀석이 살아남았다면 '프로토스 족을 무릎 꿇렸다' 라고 자랑했을 테니. 어느새 성제가 달려왔다.

"형, 괜찮아? 응? 형, 형! 미안해. 나 때문에, 흑흑."
"흐음. 괜찮은 판단이었어 성춘. 바로 돌격해서 싸움의 기선을 제압하고 마법을 쓸 아군에게 적의 신경이 쏠리지 않도록 했으니까. 하지만 그 댓가가 좀 크구나."
"아닙니다. 으읍... 성제야, 형은 괜찮아. 이제 사이오닉 블래스트를 자신 있게 쓸 수 있겠구나."
"아니야, 형. 사이오닉 블래스트에 자신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니야. 형에게 디멘션 이레이즈를 걸어준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사이오닉 블래스트를 뿌리려니까 마나가 모자랐어. 그래서 마나를 다시 모으다 보니. 형, 미안해."
"쩝. 이건 내 계산 착오로군. 미안해 성춘, 작전이 잘못 세워졌어."
"아니, 괜찮습니다. 그 상황에선 최선의 작전이었어요."

퓨리는 자기의 옷을 찢어 손을 감싸고 성춘의 상처에 박힌 독뼈를 일일이 뽑아주었다. 그 주위의 살이 모두 썩어버린 탓인지 성춘은 아픔은 느끼지 않았지만, 퓨리의 고운 손을 보며 뭔지 모를 묘한 감정을 느꼈다. 성춘, 정신 차려. 지금은 전투 중이란 말이다.

드디어 수직 이동구가 옥상에 닿았다. 본래 수직 이동구는 순식간에 탑승자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었지만 저그 녀석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에너지 제어 장치가 망가졌는지 걸어가는 것보다 느린 속력으로 상승했고, 그 덕에 바로 옆에 붙어있던 수직 이동구에 탄 저글링들과 히드라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이제 이 지겨운 전투도 끝이란 생각으로 옥상으로 나온 성춘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얼어붙은 것은 성춘이 아니었다. 아마 방어선에서 현자의 탑만 바라보고 막 달려온 듯한 캐리어 한 대와 스카우트 한 대, 그리고 커세어 세 대가 사이 좋게 얼어붙어 있었다.

"저건 스테이시스 필드! (Stasis Field) 더구나 저 넓은 공간에 걸쳐 상대를 얼릴 만큼의 능력을 가진 아비터 파일럿이라면..."

퓨리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성춘과 성제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570호 아비터의 파일럿 '가림토'. 어쩌면 현자의 탑 파괴를 불러온 장본인. 그가 이제 동족에게 직접 마법을 펼쳐대면서까지 저그의 파괴를 도와주고 있는 건가. 대체 왜? 설마? 설마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발 바로 밑이 움푹 꺼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추락할 뻔한 위기를 벗어난 성춘이 안을 들여다보니 이미 현자의 탑은 붕괴 하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온갖 기록들과 문서들, 영혼의 그릇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이 탑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로회의의 원로들이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 녀석들. 여기 있었구나. 빨리 이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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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격려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해에 도움 되시라고 마법 설정을 알려 드립니다.

사이오닉 볼 > 사이오닉 블래스트 > 사이오닉 스테이지 > 사이오닉 스톰

뮤턴트 > 디멘션 이레이즈 > 일루젼 > 할루시네이션

다크 비젼(Dark Vision) > 다크 윈드(Dark wind) > 다크 포그(Dark Fog) > 다크 스웜


지금까지 등장한 마법이며 앞으로도 많은 마법들이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펌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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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미
04/04/03 15:53
수정 아이콘
늘 댓글을 달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못 달았습니다. 오늘 드디어!
잘 읽고 있습니다. 임성춘 선수와 김성제 선수의 유대를 기반으로 한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실감 나는 전투 묘사에 감탄 또 감탄.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4/03 18:22
수정 아이콘
오호! 성제가 점점 성장하는군요^^
그런데 퓨리는 누구일까? 궁금궁금..
어버_재밥
04/04/03 19:16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 좋습니다 좋아요. 그러나 임성춘선수는 왜 자꾸 딴생각하는겁니까!!
04/04/03 20:07
수정 아이콘
반을 넘어 오셨군요... 재미있습니다...
04/04/03 22:32
수정 아이콘
저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_+)b 전투 묘사 정말 잘하시는군요!!
(총알님처럼 퓨리의 정체가 궁금 궁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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