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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1 17:31:23
Name soundofsilence
Subject 내맘대로 역사 이야기 - 완벽, 부형청죄
완벽(完璧), 부형청죄(負荊請罪)

  때는 역시 전국시대...
전국시대 중국 북부지방에는 조(趙)라는 나라가 있었답니다. 북쪽에 있었으니 당연히 오랑캐와 싸움이 많았겠죠. 오랑캐들은 대체로 기마병이어서 날쌘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반면 중국인들은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싸웠기에 기동력 면에서 오랑캐들을 당할 수 없었답니다. 조나라 왕은 오랑캐의 것이라도 좋은 것은 배운다는 취지에서 단기 필마 기마부대를 만듭니다. 결과는 대성공~~ 조나라는 숱한 싸움에서 연전 연승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력을 펴나가던 조나라 왕은 어느 날 큰 보물 하나를 얻게 됩니다. 이른바 화씨의 벽(璧)이라는 엄청나게 큰 옥돌이었죠. 조나라 왕이 옥벽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은 빠르게 이웃나라로 퍼져 나갑니다. 전해지고 또 전해져 결국 최고 강대국인 진나라에까지 전해졌답니다. 진나라 왕은 옥벽이 너무나 가지고 싶어서 조나라 왕에게 진나라의 15개 성읍과 바꿔 줄 테니 옥벽을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옥벽도 탐났거니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조나라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였죠.
  조나라 왕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옥을 주자니 너무 아깝고 안 주자니 전쟁이 일어날 것 같고... 아무리 우리가 힘을 키웠다고 해도 최강국 진나라와 싸우기는 아직 미흡하고... 고민고민 또 고민하던 조나라 왕... 그런데 그의 앞에 인상여란 인물이 나타납니다. 인상여는 진나라에 옥벽을 가져갔다가 흠집하나 없이 가져올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물론 전쟁도 피할 수 있다고요. 조나라 왕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인상여를 통해 옥벽을 진나라로 보내게 됩니다.
  인상여는 옥벽을 들고 당당히 진나라 왕 앞에 섰습니다.
'15개 성읍과 바꿔주신다고 하시기에 가지고 왔습니다.'
옥벽을 손에 든 진나라 왕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인상여는 당당하게
'자 이제 땅문서를 주십시오'
하지만.. 역시나 진나라 왕의 대답은 떨떠름 했습니다.
'음... 생각해 보지. 일단 가서 쉬어라'
인상여는 이미 이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여는 다시 진나라 왕에게 나아가
'애석하지만 그 옥벽에는 한군데 조그마한 흠이 있습니다. 제가 그 위치를 알고 있으니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하고 다시 옥벽을 받아들었습니다. 인상여는 갑자기 뒷걸음질치더니
'누구든지 나에게 접근하면 이 옥벽을 깨트려 버릴 것이다. 다가오지 마라. 임금이시여. 3일간이 여유를 드리겠습니다. 그 때까지 잘 생각하셔서 땅문서를 챙겨 주십시오.'
하고 나가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인상여가 진짜 옥벽을 깨트릴가봐 아무도 제재하지 못했답니다.
인상여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부하를 시켜 옥벽을 가지고 조나라로 돌아가도록 명합니다. 그렇게 해서 옥벽이 다시 조나라로 돌아간 뒤 그 사실을 안 진나라 왕은 화를 내며 인상여를 붙잡아 옵니다. 대신들은 한결같이 인상여를 죽이고 조나라를 공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진나라 왕은 자신이 한 일이 부끄러운지 어쩔 수 없이 인상여를 조나라로 돌려보냅니다. 거짓말하고 사람까지 죽였다고 세상의 비난을 듣기 싫었던 것이겠죠.
  인상여의 말대로 옥벽은 아무런 흠집 하나 없이 조나라로 돌아오게 되었고 인상여도 무사히 조나라로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완전하게 흠집하나 없이 돌아온 옥벽이라고 해서 완전한 옥벽 즉 '완벽'이라는 말이 생기게 됩니다.

옥벽 때문에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진나라는 화가 나서 계속 조나라를 집적거립니다. 진나라 왕은 조나라 왕에게 진나라로 와서 좀 만나자고 제안을 합니다. 조나라 왕은 또 고민하게 됩니다. 안 가자니 겁나서 못 오는 거라고 비웃을 것 같고, 가자니 불안하고... 하지만 인상여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걱정말고 가자고 했습니다. 결국 조나라 왕은 인상여를 데리고 진나라로 향합니다. 만약의 일을 대비해 조나라 최고의 장수였던 염파장군이 국경 근처에서 무력시위를 하고 조나라 왕과 인상여는 진나라로 들어갑니다. 양국 왕의 회담에 인상여는 동석하고 조나라 왕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나서서 왕을 보호해 줍니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 앞에서도 한마디도 지지 않고 기개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왕을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공을 세운 인상여는 높은 벼슬을 받게 됩니다. 뛰어난 인재 인상여와 뛰어난 장군 염파가 있는 조나라는 이제 어떤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되죠. 하지만 염파장군만은 그리 기뻐하지 않았답니다. 지금까지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자신보다 애송이 문관 인상여가 더 높은 벼슬을 받았기 때문이죠. 염파장군은 화가 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만약 인상여를 만나면 혼을 내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답니다.
  그 소문은 인상여 귀에도 들어왔겠죠. 그 날 아침 조정에서 조회가 있었는데 인상여는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을 합니다. 외출을 하다가도 앞쪽에 염파 장군의 수레가 있다는 말만 들으면 부랴부랴 수레를 돌려 도망갔습니다. 무슨 모임이 있어도 염파장군이 참석하는지 여부를 물어보고 염파장군이 오지 않는 곳에만 참석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신이 자기보다 낮은 벼슬의 장군에게 벌벌 떠는 모습은 정말 보기 안 좋았겠죠. 인상여의 수행원들은 보다 못해 모두 사표를 냈습니다. 인상여에게 가서 정말 쪽팔려서 더 이상 인상여 밑에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존심이 있었나보죠. 인상여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문을 열었습니다.

'진나라 왕과 염파 장군을 비교하면 누가 더 강자인가?'
'당연히 진나라 왕이 강자입니다.'
'나는 진나라 왕 앞에 가서도 조금도 두려움 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진왕을 꾸짖기도 했다. 너희들은 그것을 잊었느냐?'
'아니... 그러던 나리께서 지금 이렇게 벌벌 떨고 있으니 저희가 더 화가 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다른 나라들이 우리 조나라를 쳐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나 인상여와 염파장군이 있어서이다. 만약 나와 염파장군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하면 진나라가 가장 좋아 할 것이다. 내가 염파장군을 피해 다니는 것은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단지 국가를 위하는 것이 먼저이고 나 개인의 체면은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상여가 한 말은 금방 다른 곳으로 퍼졌답니다. 역시 염파장군의 귀에도 들어갔죠. 염파장군은 그 말을 듣고 크게 한탄을 하더니 갑자기 윗통을 벗어 던지고 가시나무 매를 짊어지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인상여의 집으로 향했죠. 인상여의 집에 도착한 염파장군은 인상여 앞에 꿇어 엎드려 사죄했습니다.
'비천한 늙은이가 대인의 높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짊어지고 있는 매로 저를 때려 벌하여 주십시오.'

인상여가 염파를 때렸을까요???
아니랍니다. 두 공신은 그 이후로 더욱 더 친분이 두터워 졌고 나라를 위해 더욱 노력했답니다.


  춘추전국 시대의 수많은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 어느 것을 고를까 정말 고민됩니다. 그 중에 정말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 부형청죄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인상여는 자신의 위신, 체면보다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던 말던 나라의 안위가 우선이었죠. 염파장군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용서를 빌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세상 살다보면 자존심을 세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요즘 정치권이 시끄러운데요... 나라 걱정은 뒷전이고 자기들 자존심 세우는 데에만 몰두하는 모습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자신 보다 나라를 생각하고,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네요.
PGR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쟁이 붙으면 자신의 주장을 안 굽히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물론 남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토론의 기본이지만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에는 흔쾌히 인정하는 모습들이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네요. 부형청죄는 아니라도 '앗 제 실수네요. 죄송...'이라는 말 한마디가 거리낌 없이 나올 수 있는 게시판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도 정말 좋지만요.

PS 1. 교주교슬(膠柱膠瑟), 문경지교(刎頸之交)도 인상여와 염파 장군 사이에 나오는 고사성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보시길...

PS 2. 완벽, 즉 화씨의 옥벽은 나중에 진시황의 손에 들어가고 진시황은 그것을 다듬어서 자신의 도장으로 만들죠. 수명우천기수영창(受命于天旣壽永昌) 8자를 새겨 넣는답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음...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이미 수명은 영원하고 창대하다'정도... (태클환영)

PS 3. 항즐이님 따라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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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4/01 17:42
수정 아이콘
하하, 좋은 애기 좋은 말씀이네요.
인상여는 안회, 범증, 박제가와 더불어 제 삶의 이정표인데 여기서 뵙게되니 좋은데요. 앞으로도 좋은 애기 올려주세요. 혹시 틀린 내용이 있다면 적당한 태클도 해드리죠^^
Style.blue
04/04/01 19:01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따라 해봤습니다. 란 말이 조금 걸리지만,, 총알이 모자라... 님도 진짜라고 인정해 주시는 건가요??
혹시 진짜가 아니라도 역시 중국의 역사는 흥미로워워라~
Eternity
04/04/01 20:13
수정 아이콘
PS 2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시황제가 옥벽을 입수한 뒤에, 승상 이사가 그 옥에 새긴 글은
'수명어천 기수영창(受命於天 其壽永昌)' 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 후한황제가 쓰던 옥새가 바로 시황제가 쓰던 그 옥새인데,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연의에서도 옥새에 새겨져있던 글귀까지 나와있었지요.

물론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지한 것이라 정확하지는 못합니다만...
총알이 모자라.
04/04/01 20:37
수정 아이콘
수명우천기수영창(受命于天旣壽永昌)이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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