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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30 17:48:35
Name 영혼의 귀천
Subject [초초 잡담] 잊지 못할 장면, 눈의 여왕과 야경...
기억하시는 분 계시나요?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강머리 앤이 그린게이블즈(맞나?? 초록색 지붕 집)의 옆에 있는 벚나무(사과나무?? 아 이놈의 기억력이란...ㅠ.ㅠ)에 붙여준 이름이었죠?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나무가 꽤 많습니다.
한 재단안에 예고, 예중, 여고, 여중 이렇게 4개가 한꺼번에 있어서 학교가 꽤나 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벚나무가 특히나 많아서 지금 학교에는 한겨울 내리는 눈보다 더 많은 꽃잎이 날리고 있습니다.(부산임...) 앤이 살던 집 옆에 있던 눈의 여왕과 같은 나무가 수십그루 있다보니...
오늘 날씨가 좋아서 창을 열어 놓고 수업을 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휭하고 불더니 정말 수 많은 꽃잎들이 한꺼번에 날리는 장관이 연출되었죠.
순간 수업 집어치우고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꾹 참고 계속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벚꽃잎이 날리던 그 장면은 몇 달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꽃잎 하나하나에 햇살이 부서져서 눈이 부신 그 느낌...

또 하나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때 고 3때는 11시까지 야자를 했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약간 산위에 있어서 동네는 물론 광안리와 해운대까지 건너다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야자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 복도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이 정말 끝내줬습니다.
친구들과 복도에 서서 야경을 내려다 보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리고 초조함도 많이 사라졌죠...
수능 치기전 마지막 야자 하던 날... 왠지 공부도 안돼고,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그 때 마지막으로 본 야경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앞으로 이 광경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과 이제 내일 모레면 나의 고등학교 생활도 거의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 이제껏 고등학교 3년 동안 있어 왔던 추억들이 머리 속을 스치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감정의 섬세함이 살아있던 때라서 그 느낌은 더 생생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

덤...  아 쓰고 보니 또 잡담이 돼어 버렸군요. 말머리를 달아야...
또 덤... 글고... 오늘 부터 TV채널이 다 바뀌었군요. 집에 들어와서 습관적으로 온겜넷 채널을 틀었는데 안나와서 당황하다가 채널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참으로 감격스럽게도 그동안 제대로 안나오던 엠겜도 나오고 온겜도 나오고~~ 오늘 왠지 느낌이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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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30 17:54
수정 아이콘
제가 잊지 못하는 풍경은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연천으로 여행갔을 때의 두번째날 밤하늘입니다. 첫날에는 폭우를 만나서 민박집에 박혀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햇빛이 짱짱하더군요. 덕분에 두번째 날 하늘이 매우 깨끗했었나 봅니다. 진짜 별들이 모래알처럼 엄청나게 많이 빛나고 있더군요. 유성도 수없이 많이 봤었구요. 그날 밤 개울가 옆에 모기향으로 진을 치고 드러누워서 친구들이랑 별을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 서울토박이라서 그런 하늘은 진짜 보기 힘들더군요.
항즐이
04/03/30 18:11
수정 아이콘
저는 경북 문경지역에 살때 별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물론 이렇게 불렀을리가 없지만)를 잡다가 늦어지면 집으로 가는 길에 이름도 모르는 별들을 많이 봤습니다. (별자리.. 도통 안외워지더라구요-_-;;)
설탕가루인형
04/03/30 18:30
수정 아이콘
혹시 경기도에 '유명산'이라는 산을 알고 계신가요? 지금은 너무 알려져서 사람이 많지만 몇해전에만 해도 놀러가면 우리 일행뿐.... 술한잔 먹고
둑에 누워있으면 깨알같이 박힌 별들, 5분에 하나꼴로 떨어지는 유성들..
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04/03/30 18:47
수정 아이콘
제가 기억하는 가장 잊지 못한 야경은...

대학 1학년 때 친구들이랑 섬에 놀러 갔지요....
첫날밤 백사장에 텐트치고 있다가, 물어 휩쓰려 다 같이 죽을뻔 하고, 섬에 4박 5일 정도 폭풍으로 고립 당하고...
돌아와서 그 중 몇몇이랑 다시 (1주일 안에) 속초로 가려다... 또 폭풍이 와서 친구 들이 이젠 비오는 바다가 지겨워
라고 말하면서... 얼마전에 티비에서 본 대관령 꼭대기 횡계라는 마을에 내려 행복해 하고 있었는데...

그 해 그 태풍에 우니 나라에세 가장 피해가 많은 지역중에 하나가 횡계 였습니다. 그렇게 여관방에서
이틀을 꼼짝 못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기 전날 밤.... 비가 안와서 그냥 나갔습니다. 친구들이랑 조금 걷고 있는데...
유성우가 오더군요... (몇년만에 한번 온다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유성우는 처음 봤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그 밖에도... 정말 많이 있군요....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다 아름답죠....
내 마음속에 있는 그 많은 밤들은.... 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쑤뤩™
04/03/30 20:41
수정 아이콘
00년도 GOP근무 마치고 철수 하는 도중에 모두를 멈출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유성우를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군여... 그 때 봤던 하늘은 진짜 별반 하늘반이었습니다.
PGR글 쓰기 된게 며칠됐는데 아직까지 어떤 글을 써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아서 리플로 적응중입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3/30 21:59
수정 아이콘
야경은 네델란드 화가 램브란트의 작품으로...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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