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3/08 23:15:20
Name skzl
Subject 방송사를 지지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나는 온게임넷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네가 원조라는 강한 의식이 촌스러워보이기 때문이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가장 오래된 리그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1~2년. (투니버스까지 치면 3~4년) 그들이 '선점'했다는 것 뿐이지, 누구나 '와!'하고 인정할 정도로 오랜 역사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라 게임의 수준 자체도 MSL보다 압도적으로 낫다고 말하기 힘들다. 따라서 전용준 캐스터나 엄재경 해설위원의 과도한 '원조주장'은 내용없는 아우성이 될 수 밖에 없다. 전통과 권위는 '과도한 자기주장'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내용'과 '품격'에서 만들어지는 거다. 언젠가 맨유의 라이언 긱스가 라이벌인 리버풀에게 "리버풀의 위대한 정신을 보여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맨유가 정말 대단한 클럽이라는 생각을 했다. 온게임넷은 그런면에서 '품격'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온게임넷이 누구보다 스타리그에 강한 애정을 가진 이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스타 뒷담화에서 엄재경 해설위원이 선수 한명한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이 사람 만큼 스타를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때가 많다. 내가 엄재경 해설위원에게 가진 감정과는 별개로, 엄재경해설이 스타(리그)에 가진 애정을 대단히 높게 생각한다. 스타리그를 지금까지 키워온 그들의 수고를 인정한다. 그것은 틀림없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협회와 방송사의 권력싸움이 '이권'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나는 누구 편도 들지 않고 팔짱끼고 사태를 관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는 애정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애정이 없다. 협회의 가장 큰 과실은, 지금까지 sylent님이 줄곧 주장해왔듯, 개인리그의 보이콧이다. 스타판을 뿌리부터 흔들어놓고서라도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이 폭력적인 권한 행사에 우리는 어떤 '신뢰'를 줄 수 있을까.

나 역시 이곳 스타판을 자본에서 완전히 독립된 '순수한 열정'만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라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양대 방송사와 7년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은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협회의 행동은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협회가 주장하듯 스타리그의 개편이 이 곳의 장미빛 미래를 실현가능하게 하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에게 스타판의 미래를 맡기고 싶지 않다. 나는 협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이 판이 '돈'이 되지 않는 다는 걸 알았을 때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스타리그와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나의 애정을, 당신들의 '계산기' 위에서 농락 당하고 싶지 않다.

협회는 먼저 팬들에게 신뢰를 쌓으라. 당신들의 애정을 증명하라. 그리고 사람과 집단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를 잊지말라. 나는 우리의 기업들이 조금 더 품위있게 놀았으면 좋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승용
07/03/08 23:1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애정은 처음부터 함께 땀 흘렸던 엠겜과 온겜이 훨씬 많겠죠...
이뿌니사과
07/03/08 23:36
수정 아이콘
최소한의 도덕, 매너,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데 절대 공감합니다.
홍승식
07/03/08 23:39
수정 아이콘
추게 보내고 시작합시다.
지금 협회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추진력 보다는 든든한 신뢰입니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혼자서 모든 걸 할 순 없죠.
협회가 과정의 중요성을 알길 바랍니다.
그냥웃지요
07/03/08 23:42
수정 아이콘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이제껏 협회가 해온 일을 봐서는.. 절대로 믿을수가 없네요..
[군][임]
07/03/08 23:44
수정 아이콘
와 짧고 강한글이네요. 협회는 이 바닥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애정'을 팬들에게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임]
07/03/08 23:50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 피지알에 계신분들은 뭘먹고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거죠? 단순히 문장력을 말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렇게도 명확하게 잘 전달하실 수 있는 능력이 정말 부럽습니다.
07/03/08 23:58
수정 아이콘
추게로
비밀편지-kity
07/03/09 00: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좋은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느끼는 생각은
과연 협회 관계자가 이런 글이 올라오는 걸 알고는 있을까
아님 팬들의 여론을 과연 알고는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왠지 pgr이나 스겔에서 게시물을 올리는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생각하면 정말 회의감이 들 뿐입니다.
07/03/09 00:10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멋진 글이네요.
07/03/09 00:15
수정 아이콘
추게로!! 이런 글 협회관계자가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군][임]
07/03/09 00:39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고 글쓴님 닉이 'SK즐' 이군요 크크크
허클베리핀
07/03/09 01:16
수정 아이콘
추게!!!
07/03/09 01:41
수정 아이콘
SK. 정말 천민자본주의적인 모습을 요새 너무도 많이 보여주는듯.
07/03/09 03:09
수정 아이콘
짜증납니다,,,
도대체 뭐 했다고 느닷없이 나타나서 일을 이따위로 벌려놓는단 말입니까,,,
프로리그 스폰서 문제 운영문제 별에별 시끄러운 잡음 다 만들어내더니 결국은,,,후,,,
하늘하늘
07/03/09 06:45
수정 아이콘
글의 내용엔 대충 동의하지만
한가지 좀 까칠한 댓구를 하자면..

온게임넷을 싫어하는 취향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없던길을 새롭게 개척해서 지금의 스타판을 이루어낸 '업적'에 대해서
너무 평가절하하는 것 같네요.

'선점'했을뿐이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것도 아니고 또 그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7년을 스타판과 함께 했다면 익히 알것도 같은데 이런 평가절하는
좀 이해하기 힘드네요.

전 취향적으로 온겜넷을 좋아합니다.
언제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고
또 그 결과물 역시 만족스러웠기때문입니다.
품격이 없다고 했지만 어떤 면에서 어떤 품격을 말하는건지
잘 모르겠구요.
지금 스타리그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또 무대와 중계진 그리고 스토리까지
적어도 품격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감동이 너무 컸던것 같네요.

어쨌거나 이번 사태는 양방송사와 함께 지내온 스타팬으로써
정말로 유감이고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푸른기억
07/03/09 06:56
수정 아이콘
정말 짜증나는 협회..
07/03/09 11:01
수정 아이콘
최근에 읽었던 글 중에 저와 가장 씽크로가 잘 맞는 내용이예요. 특히
"하지만 나는 당신들에게 스타판의 미래를 맡기고 싶지 않다. 나는 협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이 판이 '돈'이 되지 않는 다는 걸 알았을 때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부분, 200%입니다. 원츄.
하얀조약돌
07/03/09 13:31
수정 아이콘
추게로~~
정말 간단명료하게 잘 쓰셨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2404 [Free BBS] 네, 대한민국에서 ‘중용’은 불가능합니다. [17] youngwon4346 07/10/21 4346 0
30388 프로리그에 대한 제안(안 보셔도 돼요. 길~어요) [10] 信主NISSI4342 07/04/23 4342 0
30022 스갤폄]'이바닥 관계자'님의 글입니다. [30] SK연임반대 FELIX9785 07/03/11 9785 0
29965 방송사를 지지하는 이유 [18] skzl4651 07/03/08 4651 0
29938 협회와 방송사 파워게임의 승자가 눈에 보인다. [49] 다크포스5299 07/03/08 5299 0
29702 맵 밸런스에 관한 폭언. [69] S&S FELIX6867 07/03/01 6867 0
28417 [세상읽기]_20070105 [7] [NC]...TesTER4029 07/01/05 4029 0
28398 한국에서 장르문학은 하지 말라는 건가? [23] StaR-SeeKeR3933 07/01/04 3933 0
28165 앨런 아이버슨이 덴버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32] 앤써4709 06/12/20 4709 0
27999 비운의 감독들...KTF와 팬택의 전 감독 정수영, 송호창 감독... [55] 다크고스트7499 06/12/13 7499 0
27858 최근 여타 커뮤니티 사이트의 반응들을 보면서... [55] 아유3888 06/12/08 3888 0
27544 글쓰기, 그리고 자유... [3] 자유로운2815 06/12/01 2815 0
27267 [설탕의 다른듯 닮은]New Turbo Engine , 전상욱과 웨인 루니 [15] 설탕가루인형4087 06/11/19 4087 0
27250 스타리그 결승전보고 든 여러가지 잡생각 [14] 연아짱4510 06/11/18 4510 0
27150 '제 3자 효과'에 대해서 [11] 라캄파넬라3717 06/11/16 3717 0
26913 교대의 요구들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이유. [56] 진리탐구자4020 06/11/10 4020 0
26429 유게의 '부인에 대한 남편의 답변'글에 대한 사소한, 정말 사소한 반론. [124] 진리탐구자5191 06/10/22 5191 0
26002 고연,연고전에 대한 글... [87] 진리탐구자6031 06/09/30 6031 0
25970 '차라리 댓글을 달지 말던가.' [18] K.DD4921 06/09/28 4921 0
25764 만화 '카페 알파' 를 아시나요? [13] 카페알파6097 06/09/19 6097 0
25619 [영화]천하장사 마돈나.... 스포일러? 많은것같은데요... ^^... [10] λ3994 06/09/13 3994 0
25610 제목없음. [4] 양정현3800 06/09/13 3800 0
24972 [영화이야기]구타유발자들..스포주의 [17] [NC]...TesTER6890 06/08/16 689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