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7/01/08 01:09:40
Name 세이시로
Subject 스카이 프로리그 2006 결승 후기
큰 축제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마당에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경기를 생방으로 본 것도 오랜만인 마당에 또 오랜만에 후기를 남겨봐야 될 것 같더군요. 그만큼 대단하고 재밌었던 결승전이었고, 우승한 MBCgame히어로 팀과 준우승한 CJ 엔투스 팀에 박수를 먼저 보내겠습니다.

오늘 결승의 최대 포인트는 히어로 팀의 전략적인 엔트리였고, 그 중심에는 ‘팀플레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우승했던 팀들은 대개 개인전의 압도적인 승리 혹은 스나이핑의 성공으로 트로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히어로 팀의 엔트리를 보면 그런 의도보다는 개인전은 어떻게든 미스매치를 당하는 것만 피해서 고만고만하게 맞추고, 팀플에서 준비된 멤버와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가 개인전에 ‘강한 테란 라인’은 한 명도 출전하지 않고, ‘밀리는 저그 라인’은 2명이나 나온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 어떤 분도 지적하셨지만 CJ엔투스의 주력선수들은 테란에게 정말 강하죠. 1경기를 보면 어차피 ‘본좌’ 마재윤에게는 누구를 붙이든 미스매치일 수밖에 없는데 서경종 선수는 동족전의 가능성, 전략의 여부를 떠나서 적절히 ‘마크’를 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첫 경기를 패했지만 기세를 그나마 가장 적게 빼앗기는 길이었으니까요.

박영민에게 박지호로 승리를 따내거나, 비록 변형태의 공격적인 근성에 의해 패하기는 했지만 김택용이 붙은 것도 적절했습니다. 결국 승부의 축은 팀플레이에 있었습니다. 7판 4선승제 경기에서 팀플레이는 3판 중 2판을 내줘도 개인전으로 역전해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절하되었는데, 히어로 팀은 거꾸로 생각한 것이지요.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할 종족구성과 멤버 선택… 이재호의 벌처와 드랍쉽, 발키리, 탱크가 맵을 장악해가는 과정은 보면서도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팀플 마스터 조합을 들라면 빠지지 않을 김환중/이주영 선수들은 과연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까요? 얼핏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 끈질기게 중후반의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이재호 선수의 능력은 팀플에서조차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전율을 일으킬만한 희대의 팀플 전략이 나옵니다. 2:2에서 노게이트 더블넥서스.. 넥서스를 소환한지 얼마 안되어 상대편의 저글링이 뛰기 시작하는 장면은 개인전이라면 어이없는 한숨만 나올 테지만, 그 저글링들은 넥서스를 향해 뛰지 못했습니다. 같이 9드론을 택한 정영철 선수의 저글링이 확실히 엄호했고, 김재훈 선수는 그를 확실히 믿었습니다. 이것이 팀플에서만 부릴 수 있는 배짱의 극한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후 저글링 마린의 합동러쉬가 오지만 프로브의 둘러싸기.. 정말 나는, 이름도 모르던 이 어린 프로토스 유저에게 감동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세트에서 노게잇 더블넥서스 시행, 다크가 나오기 전까지 프로브로 몇 차례를 막아내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팬들을 위해 리콜까지 감행하던, 그러면서 땀을 비오듯 흘리던 김재훈 선수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단체전의 특징이자 색다른 매력은, 한 사람만 잘해서도 안되면서도, 여러 사람이 잘 해도 한 사람만 잘못해도 안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스갤에서 ‘2006 올해의 먹튀’로 꼽히던 박성준 선수의 짜릿한 승리는 그런 면에서 과연 오늘의 MVP감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파이터포럼에 올라온 박성준 선수와 하태기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박성준 선수의 출전이 확정된 것은 겨우 어젯밤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우리 성준이’를 믿는 하 감독이라도 요즘 자신감마저 떨어져 보이는 이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괜찮을 걸까 하는 의구심을 수도 없이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또 중요한 순간에 해냈습니다. POS팀의 팬이라면 투신 박성준 없는 히어로 팀의 승리는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루에 네 경기까지 출전할 정도로 오랫동안 약했던 팀을 위해 헌신해왔던 그가 드디어 최대의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고, 팬들에게도 역시 이보다 감격적일 수가 없을 순간이었습니다.

이로써 MBCgame히어로 팀은 스카이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표현들을 쓰지만, 기존의 강호였던 SK텔레콤 T1이나 CJ 엔투스 팀과는 다르게, 정말로 창단 후 첫 우승을 해낸 겁니다. 2004프로리그 3라운드에서 우승한 KOR과 마찬가지로, POS라는 약소팀이 이렇게 우승까지 해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또, 전기리그 결승에서 꺾일 때만 해도 그 팀이 다시 이렇게 결승에 올라와서 끝내 우승까지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번 히어로 팀의 우승은 단지 한 번의 우승만의 의미가 아닐 겁니다. 명실상부하게 최고 인기 팀의 반열에 든 것입니다. 약팀 출신으로 팀원들의 조화가 어우러지고 전략적인 승부수를 던져서 프로리그 최강의 자리를 차지한 SK텔레콤과 같이, 오늘 보여준 히어로 팀의 모습도 그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팀이 될 만한 자격을 얻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스타와 새로운 스타들, 팀을 받쳐주는 멤버들과 떠오르는 신예들이 적절히 배합된  팀이야말로 진정 강팀이자 인기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팀이 그랜드파이널에서 보여줄 경기가 정말 기대가 됩니다.


ps. 오늘 MBCgame의 무대 구성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삼산체육관이었던가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은 장소선택이었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경기 사이의 시간 문제가 있었고, 경기 후 인터뷰와 시상식 같은 것에서도 약간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보다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감격이 배가 되었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박지호 선수는 전기 때도 그러더니 은근히 분위기 다운메이커군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01/08 01:21
수정 아이콘
사실 mvp는 준플옵,플옵,결승까지 팀이 위기에 몰릴때마다 수렁에서 건져냈던 박지호 선수가 아닌가 합니다만, 그동안 부진했던 투신의 부활이라는 것이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아울러 준플옵으로 시작한 팀은 우승을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버린 히어로팀. 정말 멋지더군요. 그나저나 CJ는 KTF가 결승에서 패할때의 모습이 그대로 닮아있더군요. 팀플레이는 모두 정석조합에 상대의 변칙플레이에는 전혀 대처롤 못하는 모습.. 정말 개인전 4승을 거둘 생각이었다면, 너무 과욕이죠.
07/01/08 01:26
수정 아이콘
제 짧은 소견이지만 3경기떄 김환중선수가 12시의 이재호선수의 멀티를 꺠고 이주영선수의 멀티를 지켜주러가서 그 병력이 갇혀서 어쩔수없이 싸운게 3경기의 패인이라고 생각하네요. ;; 아 CJ 응원했는데 안타깝네요. 히어로즈팀 축하합니다 ^^
마인대박이다
07/01/08 01:29
수정 아이콘
CJ선수들이 대부분 큰경기 경험이 부족했던것도 패배의 원인인것 같네요. 마재윤,서지훈 선수를 제외하고 결승전 같은 큰 경기 경험은 거의 없으니깐요. 그에 비해서 히어로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전기 결승을 통해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07/01/08 01:44
수정 아이콘
히어로 팀이나 CJ팀이나 정말 '결승전'다운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단지 CJ가 패배했다는것이 너무 아쉬울뿐........

특히 마지막경기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김재훈선수의 배짱과 정영철선수의 커버플레이는 충분히 칭찬할만합니다.
근데........ 주현준선수가 6경기때 왜 치즈러쉬를 안간건지가 의문입니다.
첫압박때 SCV까지 동원했다면........ SCV+마린만 있는게 아니라 저글링도 있었는데........ 뚫어버리고,플토를 초토화 시키면 2:1 상황이 될수도 있었는데........

너무 아쉽네요.

아무튼 MBC팀 축하드립니다!
연아짱
07/01/08 01:56
수정 아이콘
seed님//
거기에 더하기,
전신 POS 시절부터 홀로 팀을 지탱하고, 돈많은 팀들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어려운 팀을 의리로 지켰던
해적의 혼이자, 영웅의 기둥으로써의 박성준에 대한 보답입니다

히어로 우승에 박성준 선수가 MVP가 아니면 정말 어색했을 거에요
07/01/08 02:55
수정 아이콘
정말 오늘 셋팅 시간만 아니었다면 멋진 결승전으로 기억됐을 것 같아요;
특히 MBC게임의 두 팀플레이는 대단했지요.
산들바람
07/01/08 05:32
수정 아이콘
휴가 마지막 날, 약속이 있어서 못갔지만. 바로 집 앞이라 약속 끝나고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들렀습니다. (한 10시 반?)
경기 안 끝났나 해서 혹시나해 들어가보니, 경기는 다 끝나고 무대 세팅한거 다 해체하고 작업 중이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복도쪽이 시끄러워서 가봤는데, MBC Game 팀이 팬들이랑 사진찍고 경품 나누는 듯해보였습니다.
시간이 없어 다 못보고 금방 나왔는데, 잠깐 봤을 때의 선수들이 너무나 즐거워보였습니다.
선수들을 오랜만에 직접 봤는데, 참 기뻐하는게, 역시 우리랑 같은 사람인가 봅니다.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MBC Game! 우승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CJ팬이긴 하나, 정말 잘했고, 수고하셨습니다.
CJ! 역시 수고하셨고요.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여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한번 더 큰 스타대회가 주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엔 꼭 갈께요. 사랑하는 스타크래프트야, 못가서 미안해..
07/01/08 07:48
수정 아이콘
음 에결 갔으면 좀더 박진감 넘쳤을듯
세상속하나밖
07/01/08 09:43
수정 아이콘
cj 큰경기 경험 없나요?..
go시절에 팀리그 결승도 했었고.. 프로리그 결승도 했었던 적 있는거 같은데..[기억이 잘..] 결승경험은 비슷할듯..
몸꽝신랑
07/01/08 10:44
수정 아이콘
사족입니다만..이재훈 선수는 어디에??
강은희
07/01/08 12:5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박성준 선수외에 MVP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랄까...
물론 모든 선수들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pos시절부터 홀로 팀을 지탱하던 그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며 MVP까지 받는 모습은 정말 드라마틱 했다고 생각합니다.축하합니다 ^-^
Karin2002
07/01/08 13:47
수정 아이콘
cj 결승 경험 많죠-_-;; 일단 팀리그는 결승만 3번 올라가서 2번우승하고 한번 준우승 프로리그는 03년에 한번 올라가서 우승까지 했죠,.
물빛구름
07/01/08 16:11
수정 아이콘
결승에 직접가서 봤는데, 삼산체육관은 정말 너무도 훈훈하고 좋더군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496 게이머들의 연봉에 대해서... [73] 아유6005 07/01/08 6005 0
28492 개인적으로 꼽은 2006년 E-Sports 10대 사건(3) - 프런트의 시대 [3] The Siria3893 07/01/08 3893 0
28487 스카이 프로리그 2006 결승 후기 [13] 세이시로3940 07/01/08 3940 0
28482 MBC게임 히어로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5] 새벽의사수4339 07/01/07 4339 0
28466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프로리그 참여 가능성에 대해... [49] 다크고스트4119 07/01/07 4119 0
28464 2007 1.7 프로리그 현재... 그리고 예상 [10] 체념토스3888 07/01/07 3888 0
28461 [결승전 응원] CJ ENTUS, 가장 위대한 하나 [43] jgooon3922 07/01/07 3922 0
28458 개인적으로 꼽은 2006년 E-Sports 10대 사건들(2) - 창단, 그리고 과제들. [1] The Siria4247 07/01/06 4247 0
28453 SKY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결승전 관전포인트 [4] Altair~★4122 07/01/06 4122 0
28347 2006년 E-Sports계 50대 사건 [12] Ntka8051 06/12/31 8051 0
28281 RKO! RKO! [16] kama5286 06/12/28 5286 0
28223 박지윤 VS 박지성의 대격돌 [40] 처음느낌6095 06/12/23 6095 0
28143 이해해야할 협회.. [9] Coolsoto3726 06/12/19 3726 0
28035 이참에 코오롱이 팬택EX게임단 사버리면 르까프랑 스포츠업체더비도 가능할듯...(4억짜리 의류스폰계약기사보고) [18] The KINGDOM4345 06/12/14 4345 0
27949 팬택 EX...인수와 해체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37] 다크고스트5391 06/12/11 5391 0
27890 오늘의 프로리그 관전 포인트. [12] Leeka3969 06/12/09 3969 0
27856 불신의 협회 <파포 펌> [31] 천마3652 06/12/08 3652 0
27829 매력없는 팀이 되어버린 T1 [54] 리마리오5751 06/12/08 5751 0
27772 " 2006 Game Award in PgR21 " ... 후보추천 결과 ...! [33] 메딕아빠4576 06/12/06 4576 0
27525 이게 진정한 임요환의 파워? [17] 김주인5553 06/11/30 5553 0
27497 임요환선수의 일인파워는 정말 엄청난가 봅니다. [127] Adada10867 06/11/28 10867 0
27492 [연재] E-sports, 망하는가? #6. 줄어들 수밖에 없는 E-sports의 팬의 수 - 3 [15] Daydreamer4826 06/11/27 4826 0
27324 임요환 선수와 이윤열 선수 팬들의 자부심!!!! [11] 다주거써3569 06/11/21 356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