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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25 12:06:08
Name [NC]...TesTER
Subject [영화]디파티드..명배우,명연기(스폴러약간)
어제 디파티드를 봤습니다. 장장 150분간의 장시간 동안 새벽 1시가 다되서야 끝나는 장편이었죠. 간략하게 영화 이야개 해 보겠습니다.

1. 명 감독의 명 배우들 총 집합
-마틴스콜세지 : 택시 드라이버로 시작하는 미국 이민계들의 이야기, 이번 영화도 그러하다.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백인과 흑인에 관한 이야기 등.. 노장은 죽지 않았다.
-디카포리오 :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명 연기 이후 다시 보는 그의 변신. 영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짧은 헤어스타일은 그의 눈 빛 만큼이나 이 영화를 빛내준다.
-멧 데이먼 : 각진 얼굴과 그 속에 감춰진 엘리트 적 모습과 죄를 지어도 악인 처럼 보이지 않고 큰 야망을 가진 그의 이중적인 모습. 그의 연기는 그 이름값 만큼 해 주었다.
-잭 니콜슨 : 이 배우 정말 70살 쯤 된 것 같은데, 그의 표독하고 광기 어린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 특히 극 중 쥐를 흉내 내는 모습에 정말 인간 쥐의 형상이었다.
-알렉 볼드윈 : 볼드윈가의 맏형이며 아름다운 아내 킴 베이싱어의 남편이기도 한 이 배우가 간만에 보였는데, 예전 핸썸한 이미지 보단 살찐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편안하게 소화해 주었다. 성적인 그의 유머는  무겁게 비춰질 영화에 가벼운 디저트 맛을 내준다.
-마크월버그 : 사실 이 배우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비중이 작게 나온다. 뉴키즈 맴버이기도 한 그가 이번엔 조연도 아닌 비중으로 나오지만, 그가 신참에게 내 뱉는 수다와 마지막 한방을 준비하기엔 제격인 배우.
-마틴 쉰 : 찰리 쉰과 에밀리오 에스터베즈의 아버지이기도 이 배우. 벌써 지옥의 묵시록에서 젋었던 그의 모습은 너무나 먼 과거의 형상. 그러나 자비롭고 부하를 사랑하는 그의 캐릭은 하얀 머리색깔 만큼이나 중후하고 편안했다.

2. 무간도
아시다시피 무간도란 영화를 미국판으로 리메이크 한 영화. 무간도를 안 보고 이 영화를 봐서 원작과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원작 만큼의 무게감을 보여줬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두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진짜 자아를 찾는 데서의 괴로움, 공포에 대한 표현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두뇌 싸움과 긴장감의 연속으로 본 영화는 포장을 한 것 같다.

3. 남자 이야기
비중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남자들의 이야기. 갱과 연관된 뒷골목 이야기. 범죄,섹스,마약 등에 관한 아이템이 난무하다. 이러한 갱 혹은 마초들의 대표적 특징인 여성 비하에 관한 대사와 암시는 극중에 많이 나타난다. 게다가 욕설은 더욱더 난무한다. 요즘 여성들이 보면 이맛살을 찌부릴 수도 있다.

4. 미국의 다민족 문화
미국은 다들 아시다시피 다민족, 혼혈 등의 인종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다. 극 중에 나오는 이러한 다양한 혈통들과 관련된 배경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태리계, 아일랜드계...특히 아일랜드계는 미국에서 어떤한 의미이면 그들의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인지는 꼭 알고 보도록...멧데이먼은 프랑스, 이란계 3세라는데...어렵다.

5. 마무리
미국에선 흥행과 작품성에 대해 요즘 드물게 두루 좋은 평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굉장히 힘들고, 어쩌면 갈 수 없는 곳, 모순 그 자체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보기 드물게 그나마 이 두마리 토끼를 거의 잡을 만한 몇 안되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화려한 배우진의 명연기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으니 말이다. (기본적 헐리웃 공식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마지막은 어쩌면 싱겁거나 화가 날 수도 있으리라. 이건 비장미하고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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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턴 스포일러 심하니 안 보신 분은 패스!!!


p.s.
1. 제목의 의미 : 원스어폰어타임~~~글쎄..내용과 안 어울리는 듯.

2. 디카포리오가 자기가 죽으면 보라고 했던 여의사에게 준 봉투..뭐 였을까? 설마 그거랑 같은 거 였을까?

3. FBI가 봐 주는데 왜 첩자를 심었을까?

4. 조직에 심어진 또 다른 인물은 누가 심은걸까?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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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25 12:12
수정 아이콘
무간도를 안 보셨군요. 저는 아직 디파티드는 못 봤지만 둘 다 보신 분들은 역시 원작인 무간도가 더 괜찮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호화 배역에도 불구하고 볼까 말까 갈등중입니다.
김군이라네
06/11/25 12:37
수정 아이콘
디파티드.. 요즘 나온영화중 해바라기와 더불어 유일한 관심을 갖고 있는 영화
보고 싶지만... 같이갈 사람이.. 같이갈 사람이.........
쭈너니
06/11/25 12:48
수정 아이콘
무간도에서의 유덕화와 양조위의 심리전과 눈빛싸움(?)은 정말 대단했죠..디파티드에서도 이런 심리전이 나오나요..???유덕화 너무 멋있어요..(두리번...)
06/11/25 12:55
수정 아이콘
사람마다 서로다른 견해 차이겠지만 .. 왜 원작과 다르게 볼수는 없는건지 ..
무간도를 기대한다면 그냥 무간도를 다시 보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른분들을 이해를 못하겠어요.
글루미선데이
06/11/25 13:05
수정 아이콘
아..무간도 양조위가 뒤돌아 보던 장면의 눈빛은 정말 -_-b
개인적으로 디카프리오가 영 미스캐스팅 같았는데 괜찮나 모르겠네요
(아직안봤음)
순모100%
06/11/25 13:14
수정 아이콘
주인공 둘간의 긴박감있는 심리전은 '무간도'가 낫지만 그외의 전체적인 분위기같은 건 디파티드가 낫더군요.
갱들의 이미지도 훨씬 냉정하게 살아있고 경찰내부도 다소 복잡하게 그려져 있고...
아마도 무간도는 카리스마있는 두주인공이 이끌어간다면
디파티드는 화려한 조연들의 카리스마가 주인공들을 이끌어가는 양상이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저로선 원작과 똑같지 않아 오히려 볼만했습니다. 같은 이야기지만 분명 다른 분위기.
디파디트를 재밌게 보신분은 무간도도 한번 보시길...
forgotteness
06/11/25 13:33
수정 아이콘
디파티드의 분위기는 무간도와 사뭇 다르죠...
물론 양조위의 뒤돌아보던 장면의 눈빛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유덕화와의 엄청난 심리전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디파티드는 어색한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디파티드 또한 디파티드만의 매력이 있더군요...
헐리웃 영화답게 시나리오를 좀 더 복잡하고 스케일있게 만든것도 그렇고...
디카프리오나 멧 데이먼의 연기 또한 색다른 맛이 나네요...

무간도를 보신 분들이라면...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라는 의미에서 디파티드 추천을...

디파티드를 재미있게 보신분들은...
당연히 원작 정도는 봐주는 센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간도를 추천합니다...
One Eyed Jack
06/11/25 13:38
수정 아이콘
마틴 스콜세지라는 거장과 주연급 명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기대 만빵이였으나 보고 나서 참;; 무간도가 100이라면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영화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함. 원작의 긴장감은 다 사라지고 너도나도
총질에 주연급 깔끔하게(?) 다 죽여버리는 스토리란;;;
무간도를 이미 보신분이라면 절대 비추..안보신 분이라면 그냥 킬링타임용.
아침해
06/11/25 13:52
수정 아이콘
디파티드가 주연급 명배우가 대거 출연했다라..홍콩영화를 좋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간도는 홍콩역사상 동사서독에 이어서 가장 연기잘하고 가장 인기있는 배우들이 가장 많이 나온 작품입니다.(물론 조화도 잘 되었죠) 유덕화는 말할것도 없고,세계에서 가장 연기잘하기로 소문난 양조위..홍콩의 잭니콜슨 증즈위,조연으로 출발해 양조위와 함께 홍콩에서 연기잘하기로 소문난 황추생..매염방의 은퇴와 엽천문이 결혼으로 인해 95년 부터 홍콩가요계를 장기 집권하고 2000년 이후에는 영화로 성공해서 국민배우가 된 정수문,정수문에 비해 늦게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에는 더 알려진 진혜림..신세대 스타 진관희와 여문락등.. 정말 이런 배우들이 다 나오는 영화는 10년내에는 안나올지도 모르죠..디파티드도 훌룡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감독을 제외하고는 배우의 명성은 좀 떨어집니다.
06/11/25 13:54
수정 아이콘
전 완전 실망했는데..
글쓰신분 무간도 보세요~
정말 무간도에서 느꼈던 육중한 느낌은..다 어디로 ㅜ_ㅡ?
전 중간에 졸기까지 했답니다..-0-;;
결말이 시니컬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시니컬하거나 혹은 염세적이거나
한쪽으로 쭉 밀고나갔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너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강하더군요..
맷 과 디카프리오간의 갈등, 디카프리오의 절박함 같은건 전혀 느껴지질 않더군요..보면서 느낀건 시나리오와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동양 영화가 헐리우드에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 싶은것 외에는...
One Eyed Jack
06/11/25 14:01
수정 아이콘
아침해님// 명성이 떨어지다뇨; 유덕화와 양조위야 원톱주연 인정하지만
황추생, 증지위 둘다 원톱 주연급은 아니죠. 나머지 배우들 또한 현재 주연급이 아니구요. 그에비해 디피티드의 본문에 열거된 배우들은 모두 원톱 주연급입니다. 홍콩영화가 우리에게 워낙에 익숙하지마는 세계적으로 따지다면 이름값에서부터 밀리는건 사실이죠. 시나리오만 받쳐주었으면 원작을 능가하고도 남을 캐스팅이긴 했죠.;;
오렌지
06/11/25 14:46
수정 아이콘
무간도를 헐리우드판으로 만든 리메이크판이죠../ 저도 어제 극장서 봤는데 처음에는 좀 지루하기도 하고 무간도가 너무 생각났습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ReMake 아닙니까..무간도를 미국식으로 재탄생시킨거라 생각하니 볼만했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간도랑 비슷하게 만들려면 뭐하러 몇년 지나지도 않은 영화를 리메이크하겠습니까..아무래도 무간도의 비장미,안타까움이 같은 아시아권인 한국사람에겐 잘 통했던것 같고 디파티드는 좀 미국식 분위기가 났던건 같네요..글쓰신분 무간도 꼭 한번 보세요..엄청 재밌어요..
그리고
p.s 2) 자기 신분을 증명하는 뭐 그런 문서나 파일 아녔나요?
p.s 3) FBI가 봐준다 하지만 어차피 FBI와 갱들의 관계는 언젠가 깨질관계죠..쥐ㅅ ㅐ ㄲ ㅣ 같이 살아남기위해선 무슨짓인들..못할까..
p.s 4) 그거 잭니콜슨이 심은 또하나의 갱단원일텐데요..
한대섭
06/11/25 16:26
수정 아이콘
one eyed jack// 증지위가 원톱 플러스 알파에서 원톱 주연으로 나온 영화는 "많이" 있구요 한국에서 알려진게 트라이어드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황추생 역시 주연에 여러편, - 증지위보단 적지요. - "택동"소속 영화 없어서 한국엔 적게 소개 되었다고 합니다만... 나왔습니다.
진혜림 역시 말할 필요도 없구요. 진혜림은 킬링 타임 영화를 홍콩에서 찍어낼때 거의 2편에 1편 주연하신; 분이십니다. 금성무;가 아이돌; 이었을때 부터 주연 뛰신분입니다. 진관희와 여문락은 그땐 영건이 었지만 지금은 원톱 너끈히 할만큼 굳혔지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장동건 정우성 안성기 박중훈 송강호 캐스팅하고 영건으로 이준기와 박해일을 넣어서 영화를 찍었다면 "세계적으로 따지다면 이름값에서부터 밀리는건 사실이죠." 라고 판단하기보단 "한국 최고의 캐스팅이다"라고 말하는게 옳은거 처럼 무간도도 당시 홍콩 최고의 캐스팅으로 경악시킨 작품입니다.
모두//
양쪽 다 캐스팅은 화려했고. 시나리오 역시 양쪽다 좋은 "이야기" 였지만... 마틴스콜세지 인터뷰에서 처럼 동양과 서양의 감성 할리우드와 홍콩의 감성의 차이라고 설명하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그리고 피지알에 오시는 분들의 대다수가 동북아시아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홍콩의 감성과 이야기에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를믿습니다
06/11/25 16:45
수정 아이콘
쩝... 디카프리오는 표정이 똑같다고 해야 될까요? 타이타닉때나 애비에이터때나 그리고 지금이나... 하여튼 제가보기엔 좀 그랬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무간도보다는 포스가 좀 떨어지는듯 합니다.
06/11/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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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무간도쪽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만 디파티드도 재밌더군요.
무간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영화였고 디파티드는 화려함이 있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맛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마틴 쉰/ 마크 윌버그/ 알렉 볼드윈이 나왔는데 이 배우들의 명성이 무간도에 나온 배우들에 밀린다는 건 뭔가 좀 이상한 이야기 같네요. 물론 무간도의 캐스팅이 역대 홍콩영화중에서도 캐스팅면에서 손꼽힐 만한 영화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마크 윌버그는 뉴키즈 멤버가 아니라 뉴키즈 멤버였던 도니 윌버그의 동생입니다...
몽땅패하는랜
06/11/25 22:55
수정 아이콘
남쪽의 귤이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답니다.(중국고사에서 얼핏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홍콩의 [무간도]가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고 무조건 무간도의 정서나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이유는 없겠지요. 농담조로 마틴 스콜세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감독인데 그냥 리메이크 하겠습니까? 디파티드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무간도는 정말 좋게(재미를 넘어선) 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간도1편보다는 2편을 정말 좋게 보았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양조위, 유덕화보다는 증지위, 황추생의 연기가 더 좋았다는 개인적인 느낌 탓입니다. 디파티드에서 황추생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궁금해 했는데 마틴 쉰이 했군요. 막상 그가 맡았다니까 딱 적역을 맡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필견은 아니지만 정말 보고 싶군요.
몽땅패하는랜
06/11/25 23:00
수정 아이콘
글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글쓰신 분에게 실례가 아닐지 염려되는군요) 길기만 한 개인적인 무간도 감상문입니다. 억지와 말도 안되는 비약으로 일관되지만 그저 한 영화를 좋게 본 사람의 감상문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삶 자체가 지옥이다

염상섭의 「삼대(三代)」의 예를 보더라도 3부작은 흔히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작품에서 드러나는)의 완결을 의미한다.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에 다양한 곁가지들이 더하면서 말 그대로 현실세계가 아닌 그 작품 세계를 하나의 완성된 세계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3부작을 기억하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두 가지 3부작. 대부, 그리고 반지의 제왕 등은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3부작이다.
그리고 이제 헐리우드 못지 않은 기반과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태생의 지리적·역사적 한계로‘영화공장’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홍콩 영화에서도 주목할 만한 3부작이 탄생했다. 바로『무간도(Infernal Affair)』시리즈가 그것이다.
『무간도』는 중국본토에 귀속되면서 하향세를 걷던 홍콩영화계의 자존심을 세워준 영화였다. 특히 흥행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의 복사와 또 그 복사본에 대한 무분별한 자기복제로 값어치를 깎아먹던 홍콩영화계에 작품으로도 내놓아도 손색없을 오리지널리티(창작의 주체)와 로컬리티(홍콩만의 색채)를 확보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 글은『무간도』시리즈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자 어설픈 분석이다. 또한 무지막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혹 안 보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 주시기를 바란다.

1. 『무간도』의 일등공신은 유위강이 아니라 맥조휘다?

유위강은 이미『풍운』,『중화영웅』등을 통해 현기증나는 CG 테크롤로지로 무림고수와 어깨들이 힘을 잃은 홍콩영화계에 새로운 흥행 메이커로 떠올랐던 사람이다. 많은 스타 감독들과 배우들이 자본주의를 찾아 홍콩을 떠날 때 홍콩을 지키면서 홍콩영화의 파수꾼을 자처했던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이 설립한 기본영화사의『무간도』 시리즈로 홍콩영화 부활의 선봉장이라 칭송받고 있다. 그런데 『무간도』이전의 유위강이 보여준 영화와 『무간도』는 너무도 많은 차이가 있다.
유위강-정이건 커넥션이라고 불리워지는 유위강의 이전 작품들『풍운』이나『중화영웅』을 기억해보면 그 차이는 명백해진다. 스토리나 작품을 끌고 가는 힘보다는 비쥬얼과 현기증 나는 스타시스템으로 흥행 밀어붙이기의 전형을 보여주던 스타일에서 갑작스레 출현한『무간도』는 얼핏 보면 왕가위와 오우삼, 혹은 관금붕(『완령옥』)과 양덕창(『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분위기가 짙어진다.
이러한 변신(혹은 단절)의 일등공신은 각본과 편집, 그리고 연출에 공동참여한 맥조휘의 힘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촬영을 겸하는 유위강(그래서인지 비쥬얼적인 측면에서의 현란함과 깔끔함은 여전하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유위강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작품의 스토리와 전체구성을 치밀하게 계획한 맥조휘의 솜씨는『무간도』의 일등공신이라 말함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2. 『무간도』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

국내 영화잡지나 매니아들의 평을 보면『무간도』에서 돋보이는 것은 양조위다.(『무간도3-종극무간』이 개봉할 때까지는) 특히나 『무간도』에서는 공동주연으로 나오는 유덕화가 조연으로 보일만큼 양조위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무간도』의 진정한 주인공이 양조위 개인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무간도』 한편만으로 보자면 분명 주인공은 양조위일 것이다. 그러나『무간도』가 3부작으로 확대되면서 양조위는 『무간도』월드의 한 인물로 내려온다. 생각해보자 『무간도2- 혼돈의 시대』의 주인공은 사실상 증지위(한침)와 황추생(황국장)이다. 그리고『무간도3-종극무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유덕화이다. 세상은 한 사람의 영웅으로 변화는 가능할망정 진정한 구원, 혹은 이상사회를 구현하지는 못한다. 『무간도3-종극무간』의 인상적인 대사처럼 양조위는“사람이 사건을 변화”시켰지만 무간도 스스로를 빠져나오지 못한다(오히려 갇혀버린다!).
그것은 한침과 황국장, 그리고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결코 영웅이 될 수 없었던 유덕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디 둘 뿐이랴, 『무간도』시리즈의 모든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한치도 운명을 이겨내지 못한다.“저들이 사건을 변화시켰다”라는『종극무간』에서 심등(진조명)의 대사는 진정으로 그들이 운명을 이겼다, 라는 증명이 아닌 벗어나지 못한 자들에 대한 만사(輓詞)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무간도』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등장인물들을 감싸는, 억압하는 운명인 것이다. 흔히 숙명이라고 말하는 그런 것의.

3. 왜『무간도2- 혼돈의 시대』가 『무간도』시리즈 중 가장 좋은 작품일까?

『무간도』시리즈는 솔직히 걸작은 아니다. 『스타워즈』시리즈의 대중적 호소력에도,『반지의 제왕』의 거대한 판타지 상상력에 대결하기엔 『무간도』시리즈는 너무도 떨어진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정도로 기억한다면 그것이 가장『무간도』시리즈를 잘 평가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견을 덧붙이자면『무간도2- 혼돈의 시대』는『무간도』시리즈 자체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주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3부작을 의도하고 만들어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알려져 있기로는 시나리오 작업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무간도2-혼돈의 시대』가 프리퀄(본편의 앞 이야기)로 제시됨으로써 우리들은『무간도』에서 양조위와 유덕화, 그리고 조연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억울한 증지위, 황추생의 인연과 운명의 시원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홍콩반환을 전후로 한 암흑가의 변천사라는 역사적 깊이가 추가됨으로 비로소『무간도』시리즈는 홍콩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실화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단편에서 홍콩 암흑가의 홍콩 반환을 전후한 권력교체라는 한 시대를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할로 확장된다. 비록 대부분의 구성과 사건, 그리고 전개방식이 코폴라의 "미국 비웃어주기"프로젝트인 『대부』시리즈와 놀랍게 흡사하지만 말이다.
여기에 2부에서만 등장할 수 있는 캐릭터들(예영효 역의 오진우나 메리역의 유가령, 육 국장역의 호군)은 주요인물 4인방의 운명을 앞서 보여줌으로 이미 우리들이 체험한 진영인, 유건명, 한침, 황지성의 결말에 대한 비극적인 의미를 인간적인 감상에서 신화적인 카타르시스로까지 발전시켜준다.
양조위와 유덕화가 빠져나간 빈틈을 훌륭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메꾸어준 증지위와 황추생의 연기도 대단하지만 예영효 역은 오진우나 메리 역의 유가령(그녀는 양조위의 애인이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라는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4. 왜『종극무간』에서 이미 죽은 진영인의 이야기가 나오는가?

정답은 양조위를 출연시키기 위해서이다!!!(퍼억!!!!!!!)
『무간도3-종극무간』은 참으로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진영인이 죽기 전 이야기(시간대로는 2편의 후일담이자 1편의 앞 이야기)와 진영인이 죽은 뒤 유건명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과정을 교차로 편집하고 있다. 1편의 간결함과 2편의 디테일함과 차별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스토리 파악에도 급급한 필자 같은 사람의 머리를 적당히 덥혀주는 복잡함은『종극무간』이 지닌 특색이자, 장점이다.
그렇다면 왜 진영인의 죽기 전 이야기가 과연 필요했는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
『종극무간』의 기본 줄거리는 진영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유건명이 자신을 압박해오는 양금영(여명)의 존재에 대한 부담과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혼돈 속에서 진영인을 자신과 동일시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 것이다.
『종극무간』에 나타나는 진영인의 이야기들은 바로 유건명(유덕화)의 시선으로 재현되는 에피소드들이다. 경찰들은 사건을 마무리짓고 보고서를 작성한다.(진영인 순직사건의 보고서는 유건명이 작성했다) 즉, 유건명은 직접 증언 혹은 증거자료들을 통해 진영인의 행적을 알게된다. 1편에서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한 유건명은 자신의 반대편 거울인 진영인의 행적을 접하면서 객관적 사실만을 기록해야 할 경찰 유건명이 아닌 인간 유건명의 시선으로 진영인의 기록을 받아들이고 재현시킨다.
(『종극무간』에서 진영인은 죽기 전의 모습인데도 『무간도』에서의 수염을 밀어버리고 등장한다. 분명 설정상, 혹은 양조위의 촬영 스케쥴상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것은 유건명이 자신을 진영인으로 동일시하면서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한, 유건명의 자의식을 바탕으로 한 재현이라는 점이다-물론 내 맘대로 생각이다ㅡㅡ;;;; )
2편의 메리(유가령)에 이어 또 다른 메리(정수문)까지 잃어버린 유건명에게 진영인과 이 박사(진혜림)의 알콩달콩 툭탁툭탁 로맨스는 일종의 진통제역할로 작용한다.(때문인지 잠을 못 자며 수면제 신세를 지던 유건명은 이 박사의 의자에서 편하게 잠에 빠져든다-진영인이 그러했듯!!!!)
즉, 이미 죽은 진영인은 유건명에게 극복하고 덮어야 할 존재가 아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죄책감과 부러움, 그리고 현실에서 점점 구체화되는 양금영의 압박. 노골화된 가족관계의 파멸. 이러한 압박요인들이 마침내 유건명의 자아를 분열시켜 자신을 진영인으로, 양금영을 유건명으로 대체시키는 것이다.(양금영과의 대체상황에서 유건명은 양금영을 유건명이라 부르며 체포하라고 한다)
결국『종극무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건명의 이야기인 셈이다.

5. 어째서 그들은 이마에 총을 맞고 죽는 것인가?

『무간도』에서의 양조위,『혼돈의 시대』에서의 오진우,『종극무간』에서의 여명의 공통점은 죽는다는 것과 이마를 관통당한다는 점이다. 아, 굳이 우기자면 그들은 착한 사람이라는 점이다.(오진우는 분명 악역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것은 자의적인 선택이 아닌 시대와 상황이 부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죽어가면서 동생인 진영인이 첩자인 것을 알지만 애써 감추는 모습이 이를 잘 증명한다-물론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ㅡㅡ;;;;)
마치 낙인처럼 찍히는 이마의 총상. 얼른 떠오르는 것은 카인의 낙인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성서에 기록된 카인의 이마에 찍힌 낙인. 그것은 죄인의 표식이자 또 다른 주홍글씨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양조위, 오진우, 여명이 죄인인가? 오히려 그들은 희생자가 아닌가?
자, 홍콩이라는 곳을 생각해보자. 그곳은 동양과 서양문명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무간도의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절과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떠오르는 대도시의 야경이 어울리는 곳이 홍콩이다. 더 억지스럽게 표현하면 불교 동양문화와 서구 기독교 문화가 어우러진 잡종교배문화가 바로 홍콩인 것이다. 기독교적으로 보았을 때는 카인의 낙인인 이마의 총상은 불교적으로 보았을 때는 부처의 이마에 있는 백호(교리상으로는 부처의 길상 중에서 가장 공덕이 크며, 어떠한 상의 공덕도 이 상이 지닌 공덕의 아주 작은 부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과거·현재·미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초월적 능력이 있으며 크게는 32상(相) 80종호(種好)의 특징이 있어 보통 인간과 구별된다- 네이버 펌;;;;)로도 이해할 수 있는 다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지로 여명이 총을 맞는 순간, 진영인의 죽음 장면이 삽입된다.)
시대의, 혹은 운명의 저주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인물들. 그 이마에 새겨지는 총상은 패배이되 패배이지 않은, 또한『무간도』시리즈 자체를 관통하는 허무적인 분위기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무간지옥에 떨어져 있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죽음만이 이 무간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한
『무간도』시리즈의 세상은 지옥이다.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아무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오로지 죽음만이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삶 자체가 지옥인 세상.『무간도』는 홍콩의 감독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고민했을 문제인 홍콩이라는 곳과, 홍콩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의 변주곡이자, 하나의 대답이다.
유위강, 맥조휘는 양조위,유덕화를 통해 홍콩이라는 한 지옥도를 펼쳐보인 것이다. 미치도록 암담하고 허무해지도록 답답한 세상. 이미 그것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그저 무간지옥에서 헤메도는 영혼들의 아픈 사연들이 아수라장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무간도』시리즈는 참으로 암담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염세주의자들에겐 절대 관람을 비추한다. 그러나 이 또한 역설이다. 때로는 암담함이 현실을 딛고 일어나는 힘이 될 수 있는 법. 암담함에 맞서 희망을 가질 때 우리는 영웅이 되고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 우리들이 저 무간지옥에 헤메는 영혼들을 건져내야 하지 않을까?
필모그래피
06/11/25 23:00
수정 아이콘
뉴키즈 맴버는 마크 월버그 형인 도니 월버그죠
디파티드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정말 강추입니다
06/11/25 23:44
수정 아이콘
담주 화욜날 수능끝났다고
고3 학교서 보러갑니다~~~ㅎ
06/11/27 12:57
수정 아이콘
늦게나마 디파티드vs무간도에 관한 영화평중에 공감가는 게 있어서 퍼옵니다.
http://leegy.egloos.com/279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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