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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03 15:02:37
Name Laurent
Subject '~빠'가 된다는 것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누군가에 반한다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입니다.
프랑스에 있었을 때 벨기에인 친구와 ‘에바 캐시디’라는 가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에바 캐시디’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광빠’에 해당하는 그녀와 나누던 이야기는 유명한 가수 ‘노라 존스’로, 포루투갈의 파두 가수 ‘미시아’로, ‘오노 리사’의 음악으로 번졌던 기억이 납니다. 꽤 많은 가수들이 등장하던 차에 싫어하는 가수는 없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특별히 좋아하고 나를 에워싸는 음악에 취할 뿐 누군가를 싫다고 기억해야 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때 종종 듣던 말 중에 ‘얼레리 꼴레리’란 소리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그 놀림이 무척이나 충격이었습니다. 이성 간에 반하고 좋아하고 가깝게 지낸다는 것이 놀림감이 된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동성 간에 그렇게 지내서 놀렸다면 그 때는 이해했을런지도 모르지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감정’에 조심스럽게 길들여져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기회와 대상을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자라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거의 무엇이, 누구가 너무 싫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좋아하는 영화 같은 것이 있어도 ‘정말 좋았어’라든가 ‘강추야’하는데 듣는 사람의 맞장구가 없으면 시큰둥해져 버리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가 늘어집니다. 자라면서 들었던 화두의 많은 것들이 ‘누구’를 좋아하는 소수와 ‘그 누구’의 주로 좋지 않은 이면적인 모습들을 툭툭 던지는 광경을 많이 보았습니다.
‘누구 너무 좋지 않느냐’며 교집합이 일치하는 팬클럽 소녀들조차 ‘다른 누구’에 대해서 ‘열라 재수 없어’라는 발언을 더 많이 하곤 합니다.

조선일보, 문희준, 스티븐 유, 차떼기당/노사모, 임요환, 최근의 이승연까지… 저는 종종 이런 대상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심했을 것인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를 씹고 패러디하고 비웃으면서 얼마나 많은 실소를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 밖에도 오빠부대를 몰고다니던 어떤 기획사의 가수며 연세대 농구부, 특히 이상민 선수를 싫어해본 적조차 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반공/반일의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까운 두 나라(‘나라’로 인정하기 싫으시다면 ‘지역’으로 이해하시길)를 ‘안티’하면서 자랐던지라 바다 건너 조금 멀지만 그래도 가까운 ‘중국’과 ‘미국’을 안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북한이 좋다. 일본이 좋다. 중국이 좋다. 미국이 좋다’중의 한 가지를 표현하는 것보다 그냥 시큰둥한 채로 ‘무관심’의 터울 속에 남아있다가 여러 사람이 그 중 한가지를 비판해대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끼기에도 유리할 테니까요.
정치만 해도 그렇습니다. 전통적으로 ‘무슨당’지지자를 공표할 필요 없이 국회의원에 실망하고 정부를 비꼬고 언론사를 웃어넘기면 사람들과 말문이 쉽게 트이니까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보면 삼성라이온즈의 유격수 오대석 선수의 사이클링 히트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은 사이클링 히트보다 롯데전에서 그물망에 뚫린 구멍사이로 들어갔던 홈런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그리고 84년에 등장한 신인좌완투수 ‘성준’에 빠졌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미셸 플라티니라는 축구선수에 반했었구요. 그 이후에도 저에게 ‘반해서 좋아하게 되는 감정’은 어떤 감정보다 소중한 것이었고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의 ‘주유’를 ‘김현준’이라는 농구선수를, ‘서태지’라는 가수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시작되면서도 ‘Skelton’의 저글링에 뮤탈에 흠뻑 빠졌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광란하는 팬의 모습에 섞였던 적은 없습니다.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좋아하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소위 ‘~빠’라고 부르는 무리에 인입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빠’가 되어서 다른 대다수의 ‘안티’대상이 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단히 싫어하는 행사 중에 ‘연고전’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제가 그 행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고연전인데요라는 딴지 때문인 것도 있지만- 상대방 학교를 깎아내리는 ‘안티 의식’에 있습니다. 그 학교는 창립자가 친일파며 기생오라비며 문화가 어쩌구하는 저열하기 그지없는 술자리 농담을 듣자면 의식과잉인 저로써는 우리나라 사회가 떠안고 있는 ‘안티’의 한단면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 인터넷에 많은 글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술되면서 많은 안티카페며 안티문화라고 부르는 것도 생긴 것을 보면서 작은 부분으로부터 시작되어 우리 머리 속에 뿌리내린 ‘안티 의식’이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하고 무겁다고 여겨집니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대화가 잘 되더라도 어떤 개선이 되지는 않습니다.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좋아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지닌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것, 누군가를 열렬히 사모하고, 누군가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감정이 단순히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만큼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보이는 것은 ‘안티 의식’에 의해서 그들이 폄하되고 공격되는 까닭도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또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온통 시큰둥한 사람들 뿐이라면 좋아하는 감정에 빠진 사람은 시큰둥한 사람조차 안티로 느낍니다. 그것은 ‘좋아하는 감정’이 그만큼 화제가 되기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같은 ‘좋아함’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정작 ‘좋아함’에 대해 나눌 수 있는 것은 리플로 표현되는 몇마디 동감뿐입니다. 그래서 돟호회에 가입하고 팬카페를 만들고 열렬히 좋아하는 모습이 ‘브레히트식 거리두기’에 익숙한 대다수로써는 조직적이고 맹목적이고 미친 척하는 모습이라고 보여질 수 있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달될 수 있고 그렇게 느껴지는 글들이 많아서 저는 이 사이트의 도메인을 입력하곤 합니다. 그렇게 '순수한 좋아함'이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게임이라는 분야를 키워나가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하구요.
정말 중요한 것은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요즘 애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반감이 아니라 왜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지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지 애정을 담뿍 담아서 남긴 글을 읽고 그 애정에 공감하는 순간들이 모여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좋아하는 대상의 대극을 만들어 그를 ‘안티 의식’으로 싫어하는 마음만 갖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사람은 스스럼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그래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미셀러니가 되고 아티클이 되고 감탄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흘러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좋아하는 감정을 밝혀 ‘커밍 아웃’한 사람의 글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슴 속에 소중한 감정이 생기신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누구보다 저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빠’가 되십시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양분이 되어 그 대상을 키우고, 그 분야를 키우고, 그 사회를 키워나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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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토이
04/03/03 15:14
수정 아이콘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내게강민같은
04/03/03 15:26
수정 아이콘
그런데 하필 '빠'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는지... '빠'는 연예인을 추종하는 오빠부대를 비하해서 부르는 데서 부터 시작된게 아닌가요?...(바에서 일하는 여 종업원들과 비슷하다(속칭 빠순이) 라고 해서 붙여진....)
SeungLee
04/03/03 15:42
수정 아이콘
갑자기 감회가 새로워집니다..
예전에 온겜 게시판에 '임요환 선수에 대한 단상'이란 글을
끙끙거리며 애써 올렸는데,
첫번째로 달렸던 댓글이
"당신을 임빠로 명합니다."였거덩요..

지금은 임빠든, 강빠든 상관없습니다..
저 좋으니 그만이지요^^
엘케인
04/03/03 16:04
수정 아이콘
저는 좋은 글을 보면, 조용히 긁어서, 싸이월드 게시판에 "비공개"로 퍼다놓곤 한답니다. 음. 좋은 글입니다. 오늘 한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 있어 견해를 밝힙니다.

고연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연고전에 관한 말인데요.
안티문화라는게 이해가 가면서도,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대보면,
그리 공감할 수 없네요.
안티문화라기보다는,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번질 위험을 안고있는
공동체 의식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저 역시도 상대방 학교를 비난하며, 또는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서 웃곤 했지만,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어깨에 어깨를 건 내 동기, 선배, 후배 또는 낯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됨을 느낄때 였습니다.

매년 학기초, 그리고 가을 축제기간 느끼던 그런 감정들을
2002년 붉은 유월에 다시 느꼈었죠.
그때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종로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모르는 사람들과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느낀 감정이
그 '연고전'에서 느끼던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좋은 글에 괜한 딴지 같아 보일지 몰라 죄송스럽지만,
날이 갈수록 자기 앞가림할 생각만 하고
몇몇 소수집단끼리만 뭉치는 학교 분위기가 떠올라
한마디 쓰게 되었네요..

조금의 반성과, 잠깐의 다짐을 해 봅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3/03 16: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거의 동감합니다. 교수님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무당스톰~*
04/03/03 16:06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도 '빠' 라는 말보다는 '~추종자'라든지 '매니아' 라는말이
나을듯 싶군요..
게임관련 말중에 '~빠','강간모드' 이런말이 싫습니다..
좋은말도 많은데 왜 하필 '빠' 라는 말을쓰죠..?
박동우
04/03/03 16:16
수정 아이콘
~빠가 되는 것을 그렇게 단순히 좋은 점만 가지고 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의 메니아가 된 다는 것은 다른 집단이나 그 선수와 대비 혹은 배치 되는 사람의 팬과는 필연적으로 충돌을 불러일으키거나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게 되기 때문이죠.

일례로 요즘 여자농구 얼짱으로 뜨고 있는 신혜인 선수의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이 선수가 고등학교를 다닐때 알게 되어 깔끔한 외모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에 호감을 느껴 다음에 있는 카페에도 가입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점차 이 선수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인기가 많아지자 게시판이 시끌시끌 해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그 선수의 실력에 비해 외모가 출중해서 인기를 끈다는 비판과 거기에 대한 신혜인 선수 팬들의 반박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신선수의 팬이기는 하나 스포츠 신문들의 지나친 띄워주기 기사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죠.(신혜인 2득점 2리바운드 기록!! 이라던지 드디어 적응시작. 아빠 걱정마세요..등등의) 하지만 어느새 게시판을 점거한 ~빠들이 이성적이지 않은 감성적인 댓글과 옹호글을 달더군요. 거의 우리 누나/언니가 얼마나 잘하는데 너희가 무얼 아느냐 식의..

비판은 그것이 단지 비판을 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것을 수용하는 자는 성장할 테고 그것을 외면하는 자는 퇴보할 테지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은 자기만족에 빠져서 뒤돌아보는 정신을 잊기 십상이거든요...

이상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박동우
04/03/03 16:26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안티들이 꼭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긍정적인 안티들이 있었기에 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죠. 안티 조선일보들을 통해 대다수 사람들이 사회에서 신문이라는 방송매체가 갖는 역할이나 중대서을 알게 되었고, 안티 문희준은 단순히 그의 음악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돌출행동들이 큰 부분을 차지했었죠. 안티 운동의 대표주자인 낙선-낙천 운동을 통해서 투표라는 행위가 새로운 방향으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 저항한 운동권들은 모두 시대의 안티들이었습니다. 단순히 비판을 위한 안티들이 아닌 진정한 안티들이 존재하기에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나 약자들이 재조명 받고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류연
04/03/03 16:59
수정 아이콘
글을 쓰신 Laurent님의 생각에 많이 공감합니다.
박동우님// 전 안티의 그런 면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결국 박동우님이 예로 드신 어떤 것도 한 사람을(또는 집단) 욕할 권리를 갖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은 안티들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려고 사용하는 것일뿐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알고 비판하는 '진정한 안티문화'는 좋은 것이지만요.
있는혼
04/03/03 18:33
수정 아이콘
진정한 안티는 팬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즉, 진정한 팬 = 진정한 안티 라고 생각됩니다.
헌데 이젠 나 누구의 팬이다 라고 말하면 응 너 누구 빠 구나 이런식으로
인식하는 멍청이들이 생겼기때문에 진정한 안티라는것은 찾기 힘들꺼같네요
59분59초
04/03/03 18:39
수정 아이콘
박동우님 말씀 옳습니다. 그리고 있는혼님 말씀 속이 다 후련하네요^^
가끔 사람들은 그냥 싫다라는 것과 안티를 혼동하는데요.
안티란 싫다라기 보단 반대한다의 의미이며 또 그냥 단순한 반대라기 보단 적극적인 반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단순히 누구가 싫어서 "난 누구 안티야" 라고 생각없이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진정한 안티 입장에서 참 열받는 일이랍니다+_+
04/03/03 20:29
수정 아이콘
있는혼님/// 진정한 팬만이 선수의 잘못에 대해서 매섭게 꾸짖을 수 있고, 그러한 비판의 바탕에는 애정이 깔려있겠지만 그렇다고 진정한 팬=진정한 안티라는 등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조선일보안티단체의 목적이 조선일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거라고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

안티란 "그냥 싫다"가 아니라 적합한 근거와 이유가 있기에 생겨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04/03/03 21: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우선 엘케인님/ 저도 연고전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것입니다. 과친구, 동아리 선후배가 함께하는 순간이 기쁘고 즐겁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꼭 누군가로 하여금 상대방 학교를 폄하하는 우스개를 하게 하여 분위기를 돋우는 그 순간 들었던 생각입니다. 이건 우리 의식의 저변에 있지 않으면 반복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강민같은평화님/ 일부러 '~빠'라는 단어를 싸봤습니다. 단어가 쓰여진 원천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은 함의를 읽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어서요. 제 생각에 '~빠'라는 말에는 '맹목적'인 태도로 응시하는 비난과 반감이 섞여 있는 것을 느낍니다.
박동우님/ 신혜인 선수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카페 역시 마찬가지라고 사료됩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맹목과 독선, 아집으로 뭉치고 여집합에 본의 아니게 속해버린 대다수는 그들을 '~빠'라고 부르지요.
한국사회가 왜 이렇게 종교적인가라는 저의 물음으로 번지면 바로 해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맹신하는 무리들'의 좋아함이 '여집합'에 남아버린 대다수에게 광신적인 애호를 표현하면 대다수는 그들에게 반감을 갖게 되는 등식은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종교양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인간성이란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누군가를 사모하는 데서 충만한 기쁨에 다가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이 사회의 뿌리깊은 안티즘은 가까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기에는 그 대상이 불완전해 보이고 시기하고 싶고 얄밉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점점 먼 대상으로 번지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신실함이어야 할 종교가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뭉쳐서 좋아하는 형태를 드러낼 수 있는 교회나 절에 다니는 행동이 중시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있는 혼님/ 그만큼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진정한 안티라고 불러서 안되는 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팬이라면 여러 종류로 좋아해 줄 수 있고 호의 내에서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안티세력이 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안티즘이란 싫어하는/반대하는 대상에 기생하고 있는 양태이기 떄문에 정작 본대상이 변화하여 사라진다면 허무해져 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호의에 의한 비판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거의 전무합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호의는 뻔한 글쓰기를 하게 만듭니다. 저도 애초에는 조선일보에 대한 호의가 강요된 것인 줄 이해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애초에 강요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길들여지면 애정을 갖게 됩니다.
쇼생크를 탈출한 자들이 애정을 갖는 자신의 삶은 '쇼생크'에서 보낸 날들이었습니다. '군대에서 보낸 시절'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군대에 갔다 왔다'는 경험만으로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집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던 시절에는 비판도 모르고 행여 비판 하더라도 효과가 있을까 생각하던 사람들도 분명 억압 받았고 더 나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 그들이 '박정희 세대'가 되어버리고 말지 않습니까. 그 때 심각한 반체제에 있었던 이들이 아니라면 적어도 건전비판 하고 싶고 더 자유를 원했고 하더라도 박정희세대로 지칭되는 순간 하나의 경계 금이 그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실제로 큰 것이 아니라 너무 자신이 살아온 세대를 폄하하는 말들을 들으면 '아냐 쇼생크라고 인간의 삶이 없지는 않다'라고 하고 싶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유대감이 생기고 그 시절을 그리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답니다.
군사독재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1987년 6월에 모여 항쟁을 했을 때처럼 한국의 현대사회는 거의 대부분이 항쟁과 혁명의 단어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6.29선언이 있고 나니 어땠습니까.
우화처럼 말하는 것이 저의 버릇입니다만 '대통령 직선제 해라 해라!'라고 온 국민이 대동단결 하던 그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결국 받아낸 '6.29선언'은 '그래 할께.'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무엇인가 발전한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선거에 동원된 차종만큼의 변화가 있었을 뿐입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아끼던 사람들이 예를 들어 그 시절의 대통령을 아끼던 사람들이 '맹목'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대통령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하는 건 뭐든지 다 좋아>가 아니라 팬으로써 좋아하는 이유를 납득하고 감동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이 곳에 계신 많은 분들처럼 어떤 선수를 좋아할 때의 Moment를 잃지 않고 그 때의 감정을 유지한다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corssroad
04/03/03 21:43
수정 아이콘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항상 좋아해왔습니다. 그게 한 때는 가수이기도 했고 만화속 인물이기도 했고, 소설 속 인물이었던 한 숨도 쉬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지요. 그런데 가수를 좋아하면서 알아버린 안티라는 것이 빠순이니 뭐니 하는 것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버리더군요. 하지만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남에게 쉽게 알리기 어려운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얇은 유리와도 같아서 깨질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그 유리를 항상 보여주고 사람들이 던지는 돌을 자신이 맞더라도 그 유리를 보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저는 빠순이라 불리는 그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빠순이는 분명 나쁜것이 아닙니다. 이런사람이 있으면 저런사람이 있기 떄문이죠. 하지만 일부 빠순이의 서로를 헐뜯는 행위나 자신의 할일을 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열중하는 것은 분명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솔직히 빠순이라고 불려지는 것도 싫습니다. 그것은 분명 술집에서 몸을 파는 사람들을 지칭하여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호칭을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솔직히 빠순이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빠순이라는 단어와 제가 생각하는 빠순이라는 단어가 약간 다른점이 있는 것 같아 말을 못하겠네요. 누군가의 진정한 팬이 된다면 빠순이는 될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만... 아직까진 프로게이머의 빠순이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04/03/03 22:19
수정 아이콘
빠순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을 참 기분나쁘게 하죠...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이 무난하게 이어지려면 감정을 자극하는 그런 단어는 버려져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빠란 말을 듣는 사람들에 대한 글 쓰신분의 애정어린... 그리고 상식적이고 건전한 생각에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어감 정말 더러운... 빠란 단어 말고 다른 말들이 넷상에서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햇빛두개더
04/03/04 11:36
수정 아이콘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엿보이는 글이군요.

이것이 한국 사회가 재밌는 이유입니다.

지루한 천국보단 재미난 천국이 낫다.

오늘 mbc 게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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