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3/01 15:26:42
Name sylent
Subject OPL 관전일기 - 투나SG의 아킬레스건
<OPL 관전일기 - 네오위즈 피망배 프로리그 결승전>

역시 슈마GO의 저력은 건재했습니다. 슈마GO는 어제 저녁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펼쳐진 '네오위즈 피망배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투나SG를 상대로 단 한 경기만을 내주고 4 : 1로 승리하였습니다. 이로써 MTL 우승에 빛나는 4U에 이어 '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두 번째 구단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투나SG의 아킬레스건

호메로스가 지은 대서사시 '일리아드'에 나오는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가 있습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자신의 아들 아킬레스를 완전무결한 전사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물에 아킬레스를 담궈 불사신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체의 다른 부분은 완벽했지만 테티스가 거꾸로 잡은 아킬레스의 발목이 바로 약점이었습니다. 결국 아킬레스는 발목 뒷 부분에 독화살을 맞고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뛰어난 구단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를 살펴보면 분명 약점 즉, 아킬레스건은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감춰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야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송호창 감독은 투나SG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홍진호 선수와 이윤열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투나SG의 아킬레스건인 '팀플'은 감추기에 너무 큰 약점이었습니다. 슈마GO는 '팀플' 세 경기와 개인전 한 경기를 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투나SG는 홍진호 선수, 이윤열 선수, 이병민 선수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전승과 <버티고 플러스>에서의 '준비된 전략'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습니다. 박태민 선수, 서지훈 선수, 전상욱 선수, 게다가 <기요틴>에서 강민 선수를 상대로 한 경기도 내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장 크게 느낀건 투나SG의 주장 홍진호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대 저그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홍진호 선수가 무리한 승부수를 던져 1경기를 패하고, 종족의 유리함을 안고 시작한 홍진호 선수가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 2경기를 패했습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버티고 플러스>에서 만약 강민 선수와 서지훈 선수가 평소처럼 플레이 했다면 심소명 선수의 '버로우 저글링'은 BBS 테란에게 굉장히 좋은 약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강민 선수가 서지훈 선수의 진영으로 프로브 한 기를 보낼 때만 해도 경기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관중들은 안기효 선수의 프로브 견제를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질럿을 생산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소수 질럿의 도움'을 받은 서지훈 선수의 마린들은 거칠 것이 없었고, 안기효 선수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슈마GO가 승리하게 됩니다.

'선수 등장' 무대에서 (서지훈 선수를 제치고) 슈마GO의 실질적 에이스로 자리매김 하였음을 보여준 강민 선수. 병력의 진영과 맵의 지형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재치는 개인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두 번의 '팀플'에서 보여주면서 MVP를 거머쥐었습니다. 큰 무대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강민 선수의 의연한 모습은, 그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퍼펙트 나다

오늘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신개마고원>에서의 4경기는 상대방의 전략과 상관 없이 시시각각의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대의 병력을 구성하는 이윤열 선수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이윤열 선수를 상대하는 서지훈 선수의 출발은 여느때보다 좋았습니다. <남자이야기>에서 이병민 선수를 상대로 보여준 '드랍쉽 페이크'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벌처 난입 후 앞마당 조이기는 성공한 듯 보였으나, <신개마고원>의 '앞마당 언덕'이라는 지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것은 이윤열 선수를 상대할 때의 초조함을 반영하는 대목입니다. '챌린지리그 순위결정전'에서 변길섭 선수의 드랍쉽 1기로 많은 견제를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이윤열 선수의 스타포트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터렛 1기, 혹은 골리앗 2기를 세워 둘 수 없었던 이유는 이윤열 선수의 '힘'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하며, "상대를 조이고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면 이기는 테테전"의 기본에 대한 의심을 뜻합니다. 서지훈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전략이 아니라 '완벽한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10전 10패의 치욕을 씻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위기 = 전환점

투나SG의 결승행은 홍진호 선수, 이윤열 선수, 이병민 선수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의 힘에 의존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규 리그의 경우 '개인전'이 두 경기, '팀플'이 한 경기 이기 때문에 강력한 개인전 카드를 세명이나 보유한 투나 SG가 결승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만,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결승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수층을 두텁게 해야 하고, 특히 팀플을 전담할 강력한 프로토스 플레이어의 영입이 절실합니다.

영어로 '위기'를 뜻하는 단어인 'crisis'는 그리스 어의 '전환점(Krinein)'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번 '네오위즈 피망배 프로리그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딛고 일어서 다음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투나SG를 기대합니다.



2004/03/01, sylent.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3/01 15:45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신개마고원에서의 경기에서 서지훈선수가 앞마당에서 배깔지말고,
그냥 언덕위에 올라가서 시즈모드만 성공했더라도 경기결과는 달라졌을텐데요..
말 그대로 지고싶어도 질 수 없는경기가...
저번 프리미어리그때도 느낀거지만. 윤열선수와의 일전에서는 항상
성급한 모습이나 서프로답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군요. 왠만해선 역전도
잘 안당하는 단단한테란으로 알려진 선순데... 마인드컨트롤만 잘했다면 서지훈선수의
원사이드한 낙승을... 으으음 --;
수시아
04/03/01 15:49
수정 아이콘
각 팀 키워드를 투나는 홍진호 선수, 슈마는 강민 선수로 봤는데 둘 사이의 개인전은 없었지만 홍진호 선수의 1-2차전, 강민 선수의 2-4차전 화살이 다른 방향으로 꽂힌게 승패를 갈랐던 것 같습니다. 전 시즌때는 이창훈 선수가 일낸 것처럼 이번엔 전상욱 선수의 활약도 중요했지 싶고. 투나의 이윤열-안기효 선수의 선전은 볼만했는데 묻혀서 아쉽네요.
KILL THE FEAR
04/03/01 15:53
수정 아이콘
'퍼펙트 나다'라...씁쓸하네요. 1차전의 중요성이 어느정도인지 실감이 가더군요.
자일리틀
04/03/01 15:57
수정 아이콘
역시 팀플레이 또한 중요합니다.^^
지오팀의 확실한 팀플 조합이 건재하는 이상, 3차리그에서도 지오팀의 승승장구는 계속 되리라 생각이드네요.
04/03/01 15:59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가 이윤열 선수에게 연패하는 이유가, 물론 스타일차이와 심리적인 요인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이윤열 선수가 서지훈 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어제의 경기, 초반의 벌쳐 난입과 빠른 멀티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윤열 선수의 병력이 서지훈 선수의 병력보다 많아 '보였습니다'. 물론 서지훈 선수는 결코 물량면에서 부족한 선수가 아니지요. 결국의 병력의 집중과 활용이 이윤열 선수가 서지훈 선수를 제압하는 비결이 아닐까합니다.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을 소수의 병력으로 끊임없이 견제하면서 서지훈 선수의 병력을 분산시키고 분산되어 있는 서지훈 선수의 병력을 본진에서 나오는 근소하게 앞서는 병력으로 잡아냅니다. 이런 사소한 이득이 반복되면서 절대적인 병력 상황이 역전되고 경기가 역전되는 경기가 최근에 많았던 것 같네요.
네버마인
04/03/01 17:15
수정 아이콘
팀플전...널리고 널린 개인전들과는 그 느낌이 참 다릅니다.
같은 팀원들끼리 호흡이 맞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도 멋지구요.
저그와 테란의 짝을 바꿔가며 승리를 일궈낸 강민 선수가 새삼 참 대단해 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로스...다음에 기회가 왔을 땐 어제 말한 것과 같이 선수로서의 명예를 꼭 회복하시길...
팬의 한 사람으로 역전당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무척 쓰렸답니다.
Zihard_4Leaf
04/03/01 17:16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가 이윤열선수에게 압도적인 전적상의 차이가 안타깝기보다는 초반의 유리한 분위기를 제대로 운영하는듯 하면서도 한발씩 대응이 늦어 역전승을 당하는것이 많다는것입니다 . 보통 유리하면 역전승을 하기 쉬운것이 테테전이기도 하지만 제일 어렵다고 꼽는것 역시 테테전인데 말입니다 . 어쨌던 제로스 화이팅 !
04/03/01 17:26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홍진호선수 안타깝군요.
인사이드스터프에서 이번 결승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던데 ...
자신이 준우승 징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승 못하면 왠지 자기탓일 것 같다면서...

도대체 이놈의 징크스는 언제 깨지는걸까요?
물병자리
04/03/01 18:28
수정 아이콘
arkride님//징크스는 무섭습니다. 도대체 서지훈 선수의 '이윤열 징크스'는 언제깨지는 걸까요? T_T
냉장고
04/03/01 18:32
수정 아이콘
깔끔하고 멋진 글입니다 ^^ 그리고 비류님의 의견에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그래도 다음엔 이길겁니다 ^^
vividvoyage
04/03/02 14:53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이번에도 안타깝네요. 언제쯤 이윤열 선수의 벽을 넘을 날이 올까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85 임요환 선수의 탈락원인... [14] forgotteness4860 04/04/02 4860 0
3364 저그의 모든 해법을 제시한 신예.. 박성준 [10] Art.P[M2M]3562 04/04/01 3562 0
3349 스타의 가치 [1] 서늘한바다2797 04/04/01 2797 0
3344 Starcraft Broodwar v1.11 Patch Released.. [33] Forgotten_4545 04/04/01 4545 0
3319 프로게이머와 게임해보신적 있으십니까? [44] kotori_haruka3875 04/03/31 3875 0
3229 스타크래프트... 신화의 시대 [23] 단수가아니다.3233 04/03/29 3233 0
3220 완성형 저그를 향한 108계단중 한걸음.. [27] untouchableZERG3109 04/03/28 3109 0
3203 마재윤 선수의 경기에 대한 감상 [32] TheReds5802 04/03/28 5802 0
3140 저그의 암울기(부제:1.00시절 부터 저그유저의 하소연) [26] 박동우2982 04/03/26 2982 0
3109 재밌는 MBCgame8. [27] cli5813 04/03/24 5813 0
3093 Where Are Real YOU? Never Give Up Junwi_[saM] [3] 샤프상디3029 04/03/24 3029 0
2871 TheWind,박상익.. 바람아 불어라<下> [4] 저그맨3020 04/03/14 3020 0
2853 2004 기대돼는 신인들... [27] HIKARU7016 04/03/13 7016 0
2845 TheWind,박상익.. 바람아 불어라 [14] 저그맨2816 04/03/12 2816 0
2809 저그를 빛낸 저그의 프로들.. [7] Art.P[M2M]4104 04/03/11 4104 0
2583 OPL 관전일기 - 투나SG의 아킬레스건 [11] sylent3907 04/03/01 3907 1
2150 저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8] 저그맨2940 04/02/17 2940 0
2077 [글적거림]롯데와 홍진호,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그들이여... [22] 막군3029 04/02/15 3029 0
2048 [잡담]여러분은 어떤 타일셋을 좋아합니까? [25] 사유리3035 04/02/15 3035 0
1725 재밌는 MBCgame6. [32] cli5661 04/02/05 5661 0
1720 [잡담]테란의 Now & Then [43] ik093870 04/02/05 3870 0
1672 강민을 통해 분석해본 최근게임의 흐름. [32] homy5016 04/02/04 5016 0
1499 [잡담]2004년 스타크계의 기대주 [15] 예진사랑4467 04/01/28 446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