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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29 23:48:27
Name Fly Me To the Moon
Subject 위로의 말은 더 이상 건네고 싶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끝내면 늘 강가로 갔습니다.
강가에 서서 돌들을 힘껏 물속으로 던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던 그의 친구가 하루는 물었습니다.

"여보게,자네는 왜 아침마다 쓸데없이 돌들을 주워
깊은 강 속으로 던지는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돌을 던지는게 아니라네.
아침마다 교만이나 이기심 등 하루동안 쌓인 나의 죄악들을
저 깊은 강물 속으로 던져버리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네."


오늘 경기를 지켜보면서, 내내  이 글 속 친구의 말이 맴돌았습니다.
선봉을 맡은 당신의 굳은 얼굴을 보며, 혹자는 비장한 결의가 깃든 표정이라고
또 다른 이들은 결승에 대한 부담과 선봉에 대한 압박감의 표현이라고 ...


오늘 당신이 저 글 속 , 친구의 대답처럼..
항상 준우승에만 머물렀던 당신의 전적, 그 전적을 극복하고 선봉으로서
첫 1승을 따내어야만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투나의 고질적 약점으로 불리는
팀플의 불협화음에 대한 고민..


이 모든것들을 깊은 강에 돌을 던지듯, 홀가분하게 훌훌 벗어던질수만 있다면
오늘이 첫 결승이다, 어제의 무관의 제왕, 준우승에만 머물렀던 나는 이제 없다..
쇠뇌를 시켜서라도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를 임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더이상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보며 아쉬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이상 결승무대에서 쓸쓸한 미소와 어른거리는 눈물을 훔치는..슬픈얼굴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이제 더이상은 이렇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껴가며..
위로의 글을 적고 싶지도 않습니다.
정말.. 정말 .. 더이상은..



아픔의 응어리는 누구나 다 안고 살아갑니다.
실의에 빠지지도 말고, 오늘의 아픔에 좌절하지도 마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준우승은 결코 당신의 결승 징크스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의 스타 인생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듯이요.


깊은 강에 돌을 던지듯,
강한 폭풍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듯,
아프고 힘들고 어렵고 슬픈것들을 모두 던지고 삼켜버리세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도록, 다시는 기억되지 않도록 말예요.



그리고..
이 글 제목과 같이 더이상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될..
축하와 감사와 기쁨의 찬사를 보내게 될..
저의 모습을 기대 하겠습니다.


힘든밤 보내시고 계실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부디 오늘만 힘들어하시길..



p.s 피지알에서 쓰는 첫글이며 동시에 그다지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라,
부디 두서가 없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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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a
04/02/29 23:57
수정 아이콘
아아.. 반가운 글이네요. 너무 지오팀 얘기만 나와서
씁쓸했던..;; 저도 똑같은 위로해드리는거 지쳐갑니다..
그래도 한가지.. 늘 헤쳐나갈 돌파구는 눈앞에 있는 겁니다.
그걸 잡는 것은 옐로우의 몫..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그저 돌아보지 않아도 묵묵히 지켜보는 팬들이
많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길..

ps: 우승한 슈마지오 정말 축하드립니다.
준우승한 투나팀도 수고 많으셨어요~
Ms.초밥왕
04/03/01 00:12
수정 아이콘
이번 결승도..
아쉽게 준우승이군요..
준우승..준우승..준우승..
저조차도 이제 홍진호..하면 준우승으로 각인 되버릴것 같아 두렵습니다.
아니, 그의 결승에, 그리고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준우승이라는 세단어에..무뎌진것 같아 슬픕니다.

우승의 언저리까지 숨을 헉헉대며 힘겹게 올라왔어도
그 커다란 산은 당신을 등져 버리는군요.
언제나, 당신이 그렇게 그 산에게 외면을 받을 때마다,
힘내라고, 잘할수 있다고, 힘들고 슬퍼도 넌 이겨낼수 있다고
내 말이 당신에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목청껏 외쳤었습니다.

그리고...오늘,
당신이 속한 팀의 준우승에..
이제는 그런 말 한마디조차 입에 담을만한 힘마져 사라져버렸습니다.

영원히 당신이 준우승에만 머무르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당신이, 준우승에 만족해버리지나 않을까,
혹시나, 난 역시 준우승이라고, 준우승에 어울린다고 자학해 버리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오늘도 나는, 그리도 당신의 팬들은
힘내라고, 슬픔 괴로움 모두다 던지고 삼키라고 들리지 않을 목소리를 쥐어짜 말합니다.
이제는..정말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힘도 없고, 이런말 하기도 싫습니다.
언제까지고 우리들에게 준우승의 그늘만 보여줄겁니까..

..당신은 패배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결승에서 당당히 우승해서 함박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힘을 내서 그 산을 오르세요..
산이 당신을 등진다고 해도, 산을 오르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언젠가는 그 산도 당신에게
웃음을 보일겁니다..



차라리 당신의 아픔을 우리가 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순수나라
04/03/01 01:55
수정 아이콘
앞으론 더 좋은 모습으로 홍진호 선수를 보았으면 합니다
아픔만큼 성숙하셔서 좋은 결실을 맵기를 두손모아..........
리드비나
04/03/01 04:02
수정 아이콘
투나와 YellOw를 위한 좋은글도 쏟아지는군요~
장성일
04/03/02 10:53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 앞으로는다시는 결승전경기에서 볼날은없을겁니다.

누구는 한번올라가기도힘든 결승전..수도없이 아니 현역선수중
최다 그러면 그걸로 만족해야합니다.
정상에있을때 하산 할때를 아는선수가진정훌륭한선수인겁니다.
앞으로 결승전우승은 이제 후배저그들에게 양보해야죠.
홍진호선수할만큼했고..그걸됐음.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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