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2/29 16:16:38
Name 초보유저
Subject 너무나 억울한 TheMarine, 그리고 KTF 멤버들.
어제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이 쓰셨기에 이제는 그만하고 싶었습니다만..
저 아래 댓글 중,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댓글 하나를 보고 힘들게 write 버튼을 눌렀습니다.

[2승을 하며 분발]했음에도 팀리그 패배후 눈물을 보였던 김정민 선수를 보며 다른 [1승도 하지못한]팀원들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1979번 게시물의 Vocalist 님의 댓글 中.)

-
수능 시험을 보았습니다.
저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나름대로 제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에 있었던 큰 시험에서는 전국 수석을 차지하며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기도 했었지요. 저희 학급에는 저를 비롯하여 수석을 차지했던 A, 언제나 수석이 가능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2위권에 머물러왔던 B, 그리고 수석, 차석 경험은 없지만 한동안 슬럼프를 극복하고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던 C가 있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모범생들과 함께, 서로 스터디를 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며 이번 수능 시험을 대비했습니다. 결과에 대해 학교에서는 너무나 기대가 크고, 저희들은 각각 이번 시험에서 학교를 빛내는 것은 바로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를 비롯한 A, B는 긴장감과 실수로 인해 평소 실력에 너무나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왔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날아가고, 믿고 기대해 주신 담임 선생님과, 주위에서 열심히 응원해 준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원통합니다. 긴장했던 나 자신과, 자잘한 실수들을 연발한 내 자신에 대해 억울함과 원통함이 밀려옵니다. 이런 기분에 지금 당장이라도 펑펑 울어버리고 싶지만, 이제까지 지켜봐준 주위 분들과, 이제까지의 성적이 뛰어났다고 주는 시상식도 남아 있기에, 애써 감추며 시험장을 떠나려 합니다.

나오는 길에 C를 마주쳤습니다. 그는 너무나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여쭈어 보니, 그는 저나 A, B 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최고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가 있었기에 그나마 우리 학교는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럽게 우는 C를 보니, 그에 비해 훨씬 화려했던 경력에 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의 성적은 분명 아쉽지만, 무언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

위의 글은 물론 100% 픽션입니다. 상황이 다른 면이 분명히 있지만,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팀 내 엔트리로 선발되면서,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엄청난 연습량, 작전, 그리고 자신감까지.
KTF 를 대표하여 나왔던 선수들은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요.

그들의 원통함이 마지막 2승으로 분투했지만 팀의 승리를 내어준 김정민 선수보다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팀을 위해 단 1승이라도 거둘 수 있었다면, 혹은 그 이상을 했더라면 컨디션 좋은 TheMarine 이 멋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죄책감이 그들을 짓누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믿고 출전시켜준 감독님에 대해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는,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 준 팬카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분명히 클 것 입니다.

마지막에 2승으로 역올킬을 하지 못했다고,
혹은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의 수를 읽지 못했다고 너무나 억울해 하는 그 선수 앞에서,
다른 팀원 선수들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

고분분투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gg를 칠 수 밖에 없었던 김정민 선수에 대해 위로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변길섭, 박정석, 조용호 선수에게 더 큰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길게 써내려 갔던 글을 등록하려고 write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게 날아갔군요.
다시 써봤습니다만, 이전 글에 비해 너무나 허접하다는 생각이..

글의 수준은 이렇지만, 읽는 분들은 제 의도를 곡해하지 마시고 한번쯤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정태영
04/02/29 16:21
수정 아이콘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경기모두 끝나서 양팀 선수들이 무대로 올때 변길섭 선수도

...... 한듯 보였습니다.
La_Storia
04/02/29 16:23
수정 아이콘
김정민선수의 울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니, 그것은 역올킬을 못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마지막경기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생각되네요. 그 전 두경기에 비해서 뭔가 부족해서 이길수있는경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초보유저
04/02/29 16:28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동감입니다.
평소 스타를 즐기는 분들도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공격을, 그것도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알 수 있었던 부분 때문에 패배하게 된다면 아쉬움이 크니까요. 그게 결승전 마지막 게임이었다면 훨씬 배가 되겠지요..
있는혼
04/02/29 16:34
수정 아이콘
저도 정민선수 우는거보고 그생각 살짝 했습니다.
옆에 정석선수와 길섭선수의 마음을 ,,,
수많은 쟁쟁한 팀중에 2위를 했는데 왜 울어야만 하는가
정말 안타갑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몇주간 필승을 다짐하며 정말 피나는 연습을
했을껄 생각해보면 눈물이 나오는것은 이해가 갑니다.
글쓰신분 말씀대로
정민선수 힘내십쇼, 기회는 또 잡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다른 KTF선수들은 더 힘내시기 바랍니다. 울수조차 없으니까요
BaekGomToss
04/02/29 16:35
수정 아이콘
이길수도 있었을 게임에.....그것도 한경기 한경기 중요한 상황에서 지게 됬으니...슬품은 얼마나 클까요......그래도....다시 마린의 부활을 감히 선언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04/02/29 16:39
수정 아이콘
무남독녀 외동딸이 죽은 부모와
2남 2녀 중 둘째아들이 죽은 부모.

어느 한 쪽이 더 슬픈 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이 덜 슬픈 것도 아닙니다.
04/02/29 16:41
수정 아이콘
TheMarine 더 억울해 하세요.
TheMarine 더 분해 하싶시요...

그 억울함과 분함이 당신을 더 웃게 할 것입니다.
초보유저
04/02/29 16:45
수정 아이콘
글곰 님의 말씀이 정말 맞는 듯 합니다.
다만 남은 자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이번 예로 들면 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받는 김정민 선수와 그나마 그런 주목조차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될까요..)
있는혼
04/02/29 16:52
수정 아이콘
글곰님 말씀은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아쉬움의 표현일 뿐이라서 -_-;
아무튼 2위도 웃을수 있는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결승전은 최고의 자리를 다툼과 동시에 한 대회를 마무리 하는거니까요
축배~ 이런 분위기가 좋지않나요
항상 결승전은 무언가 아쉽군요.
초보유저
04/02/29 17:06
수정 아이콘
i_random 님//
오해 없기 위해 글 내용 약간 수정했습니다.
i_random
04/02/29 17:07
수정 아이콘
저도 리플 자삭했습니다.
04/02/29 17:28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영입된 세선수의 3패. 화를 내기보다는 안타까움이 일더군요. 준우승의 고배 저그 조용호선수. 한빛을 통해 준우승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박정석. 변길섭선수. 그리고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카드 한웅렬선수.
무엇보다도 슬픔을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록 최선을 다한 김정민선수.
아쉽지만 시작이었다고 생각하고.. Have a good time. 나은 미래를 위해...
04/02/29 17:47
수정 아이콘
솔직히 김정민 선수 말고도 조용호 박정석 변길섭 한웅렬 선수 들도 진짜 연습 열심히 했을텐데 게시판은 온통 김정민 김정민 하니 이 선수들 기분도 그리 썩 좋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그나마 김정민 선수는 2승이라도 했지 나머지 선수들은 그동안 연습한것에 대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데다가 주목도 받지 못하고.........다음부터는 경기전에 안약을 준비해오는 사태가 발생할수도 있을듯 ㅡㅡ;
elusivedream
04/02/29 19:01
수정 아이콘
어제 결승전 이후 모든 선수들은 화기애애하게 뒷풀이에 참가하고...
또 오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연습실에 연습에 몰두할 거 같다는 생각은......저만 하는건가요. 왜 팬들이 스스로 나서서 싸워야 하는지..;;
빛나는 청춘
04/02/29 20:36
수정 아이콘
elusivedream// 하하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겠군요.
아니 쟤들 왜 저래?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았을거 같네요.^^;;
데이비드개껌
04/02/29 20:46
수정 아이콘
와 드뎌 나도 글을 쓸수 잇다니~~(분위기 파악 좀 해 퍼억~)

갠적으론 박정석 경기가 가장 아쉬웟다는~
ChocolateCake
04/03/01 01:24
수정 아이콘
솔직히 엠비씨게임팀리그의 팀배틀방식 맘에 안듭니다.. 이게 뭡니까 무슨 1:4 괴물을 이겨라도 아니고.. 특명!최연성을 이겨라(슈마지오) 조용호를 이겨라(KOREA) 서지훈을 이겨라(SOUL) 올킬 당하는 팀에겐 정말 치욕이죠.. 정말 이번 팀리그는 '팀'리그 라기보다는 최연성 선수 혼자 한것 같다는 생각이..-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539 오늘 있을 프로리그 결승전 [14] 그대는눈물겹2976 04/02/29 2976 0
2538 너무나 억울한 TheMarine, 그리고 KTF 멤버들. [17] 초보유저5361 04/02/29 5361 0
2537 왜 공방에서는 욕을 하는 것일까요. [11] Korea_United2909 04/02/29 2909 0
2535 대프로토스전 원팩 원스타 성공률 90%로 올리기(저도 뒷북이면 태클해줘요) [8] TaITaN_LaMU2787 04/02/29 2787 0
2533 내가 듣고 싶은 소리 [22] 그리고2857 04/02/29 2857 0
2532 The Marine [8] zenith2844 04/02/29 2844 0
2530 하나로 뭉친 그들, 투나 SG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27] 막군3038 04/02/29 3038 0
2529 [잡담]테란게이머 4명의 전적으로 알 수 있는 몇가지.. [21] 킁킁4081 04/02/29 4081 0
2528 [About TheMarine] 우승보다 더 값진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있습니다) [4] 토스리버2879 04/02/29 2879 0
2527 새로운 유행의 알림? 패스트 캐리어 - 엔터더 드래곤 [19] 낭만다크4210 04/02/29 4210 0
2526 어제 최연성 선수 플레이... [33] Lv35245 04/02/29 5245 0
2525 프로다워야 한다? [47] 59분59초4035 04/02/29 4035 0
2524 슈마지오팀의 우승을 바라면서... [15] 세랑이+_+3215 04/02/29 3215 0
2523 임요환 선수의 양대 방송사 팀/개인 그랜드슬램도 축하해요~ [32] 흐음5210 04/02/29 5210 0
2522 여러분들은 프로게이머들을 진정 사랑합니까? [59] 기억의 습작...3273 04/02/29 3273 0
2521 왜 슬플까요? [1] 윤수현3055 04/02/29 3055 0
2520 [잡담]선수들의 악수문화에 대해서. [12] 허접태란2985 04/02/29 2985 0
2517 이번 결승전에 보여준 김성제선수의 모습 [24] Playi5834 04/02/29 5834 0
2515 [to. 김정민] You Must Be Strong [11] 그린피스3756 04/02/29 3756 0
2514 누가 가식이라는거냐!? [45] 미츠하시5663 04/02/28 5663 0
2511 [잡글] 경악은 해봤지 운적은 처음입니다..(팀리그결승 스포일러有) [20] 이직신6401 04/02/28 6401 0
2510 아쉬움이 남는 KTF의 엔트리. [31] RayAsaR6576 04/02/28 6576 0
2509 @@ 4u 의 전사들이여...이제...힘껏 날아라~~ [9] 메딕아빠3077 04/02/28 307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