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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29 11:39:55
Name 토스리버
Subject [About TheMarine] 우승보다 더 값진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있습니다)


어제 당신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3:0 이라는 악독하고도 처절한 스코어 아래, 조용호선수의 등을 두드려주며
컴퓨터 앞에 앉은 당신의 표정은 그야말로 비장하고도 멋졌습니다.

이미 죽어라 KTF를 외쳐대던 많은 사람들과 응원단 또한 힘이 빠진채로 "김정민 하나, 둘, 셋! 김정민화이팅!" 을 소리쳤을 뿐이었습니다.

마의 4경기 "괴물급" 테란 최연성선수를 상대로 의자에 널부러져 관전화면을 주시하는 사람이 대반수였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아, 김정민선수! 이거 막겠는데요!"

사람들은 점차 자세를 고쳐 바로앉아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민선수, 벌쳐숫자가 최연성선수보다 두세기정도 많은것같거든요!"

사람들은 KTF 막대봉을 손에 쥐고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본진에 난입했어요 김정민!"

체육관 전체에 막대봉의 마찰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드디어 김정민선수의 벌처가 최연성선수의 본진을 뚫고 들어가고 최연성선수가 짓고있던
스타포트도 무용지물이 돼었습니다.
곧 최연성선수의 SCV가 일을하다말고 황급히 달려나와 그의 벌처 주위를 애워쌌지만 모니터에는 곧 최연성선수의 gg 가 표시된 뒤였습니다.

사람들은 누구하나랄것도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막대봉을 미친듯 흔들어댔습니다.
김정민선수의 옛 모습을 보는듯한 멋진 장관이었고, 여느 소녀팬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목청껏 소리질렀습니다.

평소 작은목소리의 "김정민화이팅!" 만 들려도 수줍은듯 고개숙여 미소짓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의 표정은 오히려 경기 시작전보다 더욱 더 독기가 서려있었습니다.

그리고 대 박용욱전에서 박용욱선수의 기습 전진게이트를 SCV와 마린 컨트롤로 잡아내던 그장면,화려한 벌처의 마인으로 드라군 4기를 폭사시키던 그리고 박용욱선수의 gg 까지.

그순간 [ 나는 김정민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긴다. ] 라는 현수막이 왜그렇게 빛나보였는지 모릅니다.
KTF의 응원을 주도하던 북소리의 울림이 더욱 더 커지고 하얀색 막대풍선들이 열광적으로 부딪혀댔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동점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VS 김성제선수의 경기.

사람들은 혼신을 다해 목청껏 "김정민 화이팅! KTF 화이팅!" 을 외쳐댈수밖에 없었습니다.
KTF선수석은 무엇인지 모를 희망의 기미가 보였고, 많은분들이 손에 땀을쥐며 게임을 관전했습니다.

하늘에 뜬 캐리어, 그리고 그 단단해보이던 김정민선수의 탱크를 한치의 망설임없이 폭사시켜버리는 인터셉터들.
주위사람들의 "왜 저렇게 많아?" 라는 반응을 보여주게 했던 여러기의 드라군까지.


TheMarine : gg


4U를 응원하는 관전석에서는 함성이 터져나오고 그것을 기다렸다는듯이 무대에서는 폭죽이 터짐과 동시에 축하 풍선이 체육관을 휘감았습니다.

김정민선수를 응원하던 관전석? 모두들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막대풍선에 턱을 괸채 멍하니 무대를 주시했습니다.


김정민, 당신은 게임이 끝난 그 후에도 한동안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정수영 감독님과 박정석선수를 포함한 KTF선수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음에도 그는 의자에서 발을 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뒤를 돌았습니다. 그 눈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싶지 않아서, 죄책감이라는 큰 짐때문인지 당신은 앞을 볼 수 없었습니다.

뒤돌아 손으로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는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는 김정민선수의 우는모습, 잠시나마 나오더군요.
현장에서 최상용캐스터와 김동준, 이승원해설이 4U팀에게 축하의 메세지와 인터뷰를 하는동안
김정민선수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그런 그의 모습을 안타까워했고, 또 같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또 한차례, 팀 리그는 막을 내렸습니다.




과연 "우승"보다 더 값진것이란 무엇일까요?

정상에 우뚝 서는것보다 더 값있고 진귀한 그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단지 역올킬을 해내지못해서,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 못해서 많은사람들이 눈물을 흘린걸까요?
어제의 김정민선수, 정말 작정하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경기시작 전 외로운 전장의 벌판, 컴퓨터 앞에 앉아 그는 계속 자신의 손을 어루만졌습니다.
손가락 외마디를 흔들어 근육을 풀어보기도하며, 손목을 움직여도 가며 자신의 손을 믿는다는듯
키보드 위에 올려진 왼손을 그는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시상식에서 김정민선수가 뒤돌아 눈물을 흘릴때, 저렇듯 혼신을 다했던 김정민 선수의 모습이 겹쳐져 저 또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그 눈물을 흘릴만한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제게는 너무나도 반갑고 오랜만이었습니다.
몇년전까지 황제와 대등하게 맞서며 테란의 버팀목으로 서있던 전성기때의 김정민을 보는듯했고 그의 플레이 또한 저를 그때의 추억과 감동을 물 밀리듯 가져다주었습니다.

Greatest One 팀을 이적해나오며 한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달 후 KTF 팀복을 차려입고 나온 그의 모습.

KTF팀복을 입은지도 어느새 꽤 돼었지만, 어제의 그의 모습은 KTF이적후의 모습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더 마린의 부활"

그말 하나에 왜그렇게 설레고 가슴이 뛰는지 모를일입니다.

폭죽이 온 체육관을 뒤덮을때도, 우승의 기쁨아래 환하게 웃음지으며 사진을 촬영하는 4U팀이었음에도 전 김정민선수의 뒷모습만을 주시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구겨진 막대풍선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응원하던 팀이 우승했을때의 느낌과는 또다른 묘한 뿌듯함과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의 눈물 안에서 작게 미소짓고있는 승리의 여신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축 쳐진 어깨에서 금방이라도 활짝 돋아나 비상을 할것만같은 그의 날개를 보았기때문입니다.

김정민, 당신은 아직 목이마릅니다.

어제를 계기로 다시한번 전성기 김정민의 계단을 밟았으면 합니다.
아프겠지만, 힘들겠지만, 슬프겠지만 한계단 한계단 밟으며 성장해가다보면 그 끝에는 날개를, 부활의 날개를 달아 저높이 비상할 수 있겠지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멋졌습니다.
어제의 그눈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다릴게요.

그날을, 부활을, 하늘을 나는 그날을....



수많은 팬들중 하나인 더마린팬 (TheMarine"Fan") 으로써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TheMarine, Fighting!








ps.1 물론 정상에 서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지만, 우승팀이 조금도 부럽지 않은 어제였습니다.

ps.2 4U팀의 우승 그리고 그랜드슬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팀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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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29 11:43
수정 아이콘
재방송까지도 끝났는데 "결과 있습니다" 같은건 굳이 쓰지 않으셔도 ^^;
그리고 제목에서 이미 결과를 모두 알 수 있겠어요 ㅡ.ㅡ;;
글제목에 그런 문구가 너무 많아지면 게시판이 깔끔해 보이지 않아요
ㅠ_ㅠ
04/02/29 12:06
수정 아이콘
음음..'우승보다'라는 말은 왠지 우승한 선수들에겐(그 팬들에게도) 마음 상할 말이 될 수도 있어요. '우승만큼'이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나요..
자일리틀
04/02/29 14:15
수정 아이콘
김정민 선수에게는 우승만큼 값진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elusivedream
04/02/29 14:18
수정 아이콘
김정민선수......어제를 계기로 다시 뜰거(?)같다는 생각이 매우 듭니다..;; 최연성 선수와의 리턴매치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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