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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2/28 09:48:17 |
Name |
white |
Subject |
[잡담]사랑타령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 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 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 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 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 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 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노희경의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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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나를 지키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고 믿었던 저에게
위의 글은 상당히 충격적 이었습니다.
나를 버리니...그가 오더라....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편안한 사랑 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거기에 모든것을 걸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 모습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봤었고...
그래서 저는
나의 일상에 한사람이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했더랬습니다.
사랑은 말이죠...
그런데 그것이 아닌듯 하더군요.
위의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사랑을 하면 나도 나의 모든것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좀더 많이 보여주는 사랑을 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어디 그리 쉽던가요...
그런 모습에 행동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니
나의 예전생각이 더 맞는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보여주고 많이 바라보려하니
그많큼 받고 싶고 그많큼 나도 바라봐 주기를 바라게 되더군요.
그리고는 결과적으로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만,
궁합이라는게 있는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맞추는것도 한계가 있고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는것을,
노력한다고 모두 해결되는것은 아닌듯 합니다.
믿음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지
믿자고 한들 그리 되는게 아닌듯 싶습니다.
화가나고 이건 아니다 싶다는 얘기들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것들을 거르며 받아들이는 것 도 이제 지친듯 합니다.
편안한 사이라는건
하고싶은 얘기를 모두 한다고 편안한것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것 이겠지요....
결국 저는 또 사랑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P.S 강민선수 전태규 선수 축하드립니다. 결승전 꼭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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