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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24 00:29:31
Name 그린피스
Subject delete키를 선물로.

저는 평소대로 메모장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글을 씁니다.
단 두자의 글자는 화면속에서 고작해야 몇퍼센트의 공간을 채우며 커서를 껌뻑거립니다.
저는 한참동안 그 글자를 바라보다가 delete키를 톡톡- 하고 누릅니다.
두글자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체 깜빡이는 커서의 움직임과 함께 지워집니다.
절망이라는 글자는 제 눈앞에서 지워집니다. 그제서야 저는 나지막히 한숨을 내쉽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승리자 입니다.
그 뒤에서 패배자는 그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요.
고개들 떨구고 수많은 카메라 셔터를 피해서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내가 왜 졌을까. 내가 왜 그때 그런 실수를 했을까.

사람들은 2인자보다 화려한 조명아래의 1인자에게 시선을 꽃습니다.
허나.. 뒤에서 혼자 괴로움에 부들부들 떨고있을 그에게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지독하게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을 그의 괴로움을 나누어 받습니다.
단 하나. 그의 팬이라는 이유 하나로.

지나치게 독선적인, 지독하게 이기적인 마음중 하나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이라고 하지요.
그것은 한 게이머를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는가 봅니다.
그것이 저라고 할지라도 어김없이 말입니다.

가장 우승과 가까이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게이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를 이리도 지독하게 독선적으로 만드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저 게임이라는 것에 즐기고 심취하던 시절에도...
기묘하게도 우승에 대한 절박감을 불러일으키던,
정열을 닮은 붉은빛 도는 갈색 눈동자의 그.... 아이디 [NC]Yellow.

한번만. 한번만 우승을. 하고 혹여나 소리가 커서 방해가 될까
두 손으로 꼬옥 숨을 틀어막은체로 저는 My Lord를 지켜봅니다.
한번의 승리에는 한없는 기쁨을.. 한번의 패배에는 안타까운 슬픔을 선사하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저라는 사람은 Yellow에게 있어서는 한없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독하게 독이 될지도 모르는 애정을 쏟아붓습니다다.
그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그의 fan, 그의 포로라는 이유겠지요.
그가 아직도 승리를 향해 힘겨운 행진을 하고 있고 그 아픔이 마치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는것처럼 제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여도.

우승이라는 단어에 목말라하는 Yellow, my lord 처럼. 그의 팬인 저도 우승을 갈망합니다.
허나 계속해서 마지막 문턱에 좌절하는 그의 모습을 봤고
그것때문에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늘상 손톱을 깨뭅니다.
우승을 못해서 아쉬운것이 아니라 그것때문에 실망한 것이 아닙니다.

설마. 설마 그것때문에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나.
그것때문에 "난 안돼"하고 울어버리면 어쩌나.
그것에 발목이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체 제자리 걸음을 하지는 않을까.

수많은 걱정과 안타까움은 그의 모습과 상관없이 수시로 저를 해일처럼 덮칩니다.
그가. 절망하지는 않을까. 하고. 포기하지는 않을까 하고...

요즘들어... 제가 그에게 팬으로서 선물하고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의 가느다랗고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툭- 하고 눌렀을때
단 두글자가 지워질수있는 Delete키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단 두글자를 지울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름아닌 절망이라는 글자를.
한경기 한경기끝날때마다 그가 느낄 감정중에.. 패배에 기초한 절망은
그저 깨끗하게 지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금방 잊습니다.
절망, 슬픔, 안락, 쾌락. 모든 감정은 일시적인 스팀팩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지독하게 이기적인 팬인지라 그에게 있어서는 조금더 빨리 그것을 지울수 있는 delete키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필요할때.. 가슴아플때... 그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절망이 재빨리 지워질수 있도록.
그리고다시 기운을 얻어 고달픈 행군을 계속 할 수 있도록.

Yellow, My Lord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가 절망하지만 않으면
우리도 다시 노곤한 몸을 이끌고 그의 뒤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절망을 지우는.. Delete키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저뿐만 아닌... 모든 팬들의 마음이. 또 그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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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의모든것
04/02/24 00:38
수정 아이콘
그냥 글만 보고 갈려다 로그인해버렸습니다^^

저를 항상 열광시키는 옐로우입니다.저도 그린피스님처럼 폭풍의 절망따윈 정말 보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 OSL에서 변은종 선수의 선전을.결승진출을 기원하면서도 OSL에서의 1.08이후의 첫저그우승은 폭풍이 시작해주었음 하는 마음...예 저도 지독히 이기적이군요.

홍진호선수는 다소 지쳐있겠지만.많이 자신을 채찍질하겠지만 절망은 하지 않을겁니다.그에게 절망을 지우는 딜리트키는 필요없습니다.
그는 힘들어하지 않아도 됩니다.대신 아파해줄, 더많이 괴로워해줄 그의 많은 팬들이 있습니다.

폭풍은 언제나처럼 강하게 불겁니다.
나와 그린피스님과 다른 수많은 팬들을 위해...그리고 자신을 위해

엔시 옐로우 화이팅!!
秀SOO수
04/02/24 00:45
수정 아이콘
이제 ^ ^ 그에게 Delete나 BackSpace 처럼 뒤돌아보지 않는 Enter 키만이 남길 기원합니다.
LongIsland Ice Tea!
04/02/24 00:46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더이상 준우승의 자리에서 안타까운 인터뷰를 해야하는 그의 모습은 보고싶지 않아요! 옐로우, 그대는 이미 최고입니다. 원츄~(;;)
Ms.초밥왕
04/02/24 00:47
수정 아이콘
아...이 글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우승에 목말라 있는 Yellow..
우승의 신은 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만을 계속 안겨주고만 있네요..
열망하고 갈망하던 산꼭대기는 다 밟아보지도 못한채 절벽 끝자락까지 떨어져 내린 그...
모집니다..신이라는것이 있다면...정말 이렇게도 모질수 없습니다.
그가 얼마나 우승을 갈망하고 있는지, 그것을 좇으려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웃음한번 내비치지 않는 신은 정말 모집니다.

하지만, 어쩌면 신은 외면한 그만큼 많은 것을 그에게 베풀어 주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우승후보라고 양손 치켜올려도 모자라는 변함없는 그의 실력, 그의 폭풍을 바라고, 절실히 응원하는 그린피스님과 같은 멋진 팬들은 분명 신이 그에게 준 가장 멋진 선물일 것입니다.
어쩌면, '저그최초우승'의 타이틀을 그에게 주기위해, 정말 극적으로 주기위해 이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군요..^^
(제발 이제 그만 뜸을 들였으면 좋겠어요..-_-)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 사람.
..Yellow는 그래도, 이렇게 멋진 응원글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홈런왕한승엽
04/02/24 00:49
수정 아이콘
저그 첫째 우승은 대마왕님이 하시고 옐로우님이 2번째로 하시면 안될까요? (협상중).
1stLeGioN
04/02/24 01:46
수정 아이콘
그에게는 DELETE키 보다는 '절망'을 '희망'으로 수정할 수 있는 INSERT키를 선물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RaiNwith
04/02/24 02:04
수정 아이콘
애시당초 스타리그에 빠질때부터 제꿈이자 목표는 홍진호선수의 우승을
지켜보는 것이었답니다. 홍진호선수가 우승한다면.. 같이 펑펑울겁니다.
04/02/24 02:25
수정 아이콘
자신있게 좋아한다, 라고 말할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관심있게 지켜보고, 열심히 응원했던 선수죠. 저도 제가 스타와 인연을 끊는 날이 오기 전까지 그의 우승을 한번이라도 보고싶군요. 그 시간만큼은 저도 그와 동화되어 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인것 같습니다. 험난한 길을 함께 가길 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04/02/24 02:4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 나니 Yellow보다 그의 팬들에게 더더욱 주고 싶어집니다. 다 잊고 Yellow를 믿으며 멋진 앞날만 그리며 응원할수 있도록.
용잡이
04/02/24 04:56
수정 아이콘
멋진응원글 이군요^^글쓰신분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런 팬들의 사랑이 있으니 절대 엘로우 쓰러지지않을겁니다.
요새 스타계에서 안타까운처지에 놓인 저그를..
저의 주종이 되게해준 홍진호선수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고싶군요^^
엘로우!!!!!!화이팅!!!!
04/02/24 08:00
수정 아이콘
언젠가 웃으며, '그땐 저랬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결승 시상식에서 가장 마지막에 호명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자, 딜리트 키도 눌러졌고, 이제 새로 쓰는일만 남았죠...)
04/02/24 10:53
수정 아이콘
[NC]...YellOw. 제가 스타를 알고 빠져들게 한 사람이었죠. 그리고 그건 지금도....마찬가지구요.
한발 한발,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면 꼭 될겁니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그건 과정일 뿐이니까요.
그린피스님의 말마따나 '절망', '좌절' 이런 말은 다 Delete로 지워 버리고, '희망' '용기'란 말만 쓰게 해야겠네요...^^;
그럼 언젠가 정상에 올라서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할 수 있겠죠.
그땐 참 힘들었다고. 하지만...팬들과 지노님이 하나돼서 이겨냈던 거라고.
.....아마 지노님이 우승해버린다면, 전 울다 실신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
하지만 실신해도 좋으니....그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히 웃는(아니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스톰 샤~워
04/02/24 12:58
수정 아이콘
그린피스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Yellow 에게도 꼭 전달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
수시아
04/02/24 14:17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랑 그린피스님 두 분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돌아갔으면 하네요. 꼭이요. ㅠㅠ;;
아로이나
04/02/24 17:18
수정 아이콘
역시. 그린피스 님의 옐로우 사랑. 대단합니다-. 선수를 위해 이기적인 팬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웃음). 옐로우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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