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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20 14:35:21
Name 나야돌돌이
Subject 조선족과 간도문제
피지알에서 처음 쓰는 글이네요, 게임관련이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과도 관계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최근 간도를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침략으로 인한 협약은 원천 무효라서 국제법상에 의하면 중국내 존재하는 간도는 우리땅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땅에 우리 민족인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고 조선족 자치주이니 유리하다는 판단이죠

그러면 정말 그러할까...중국의 국력을 논하지 않고도 저 입장은 쉽게 무너집니다

어째서?

조선족 스스로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죠....간도문제를 취재하는 한국인 기자에게 한 조선족 지성인은 한국정부가 간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점이나 중국 조선족 상당수가 난 중국인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선족의 대응에 한국인은 심한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낍니다

같은 민족인데 중국인이라니, 더 나아가 많은 조선족들은 내 조국은 중국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면 저 말이 어떤 의미일까요,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은 민족이 곧 국가입니다만 중국 56개 민족이 뭉쳐사는 다민족국가입니다

중국 공식발표에 의하면 한족이 91∼94퍼센트가량 되며 나머지는 소수민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중국 전체 면적의 2/3가 바로 소수민족의 영토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그 민족주의에 극히 예민합니다, 중국은 이런 논리를 폅니다,

중국내 모든 소수민족은 한족과 평등하며 자기 고유의 문자, 언어,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킬 자격이 있다, 중국내 56개 민족은 서로 형제 관계이며 이들 모두가 중화민족의 일원이라 할 수 있다, 중화민족은 한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동등한 56개 민족의 형제관계를 말한다, 중국은 바로 56개 중화민족의 나라이며 고로 56개 민족의 조국은 중국이다

조선족의 역사는 이제 100년가까이 됩니다, 조선족은 바로 저런 교육을 받고 자라났습니다

조선족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민족은 조선민족이며 이는 까레이스끼(고려인), 북조선 사람, 남한사람, 기타 해외동포와 그 뿌리가 같은 민족으로 그 민족적 정체성은 항구히 보전할 것이며 그 일원이라는 것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지만 중국 조선족의 조국은 중국이다

이런 말을 접하게 되면 대다수 한국인들은 개념이 정리가 안되고 당혹스럽게 됩니다

스스로 한국인들과 같은 민족을 자처하면서 어째서 자기들의 조국이 통일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것일까...스스로 중국인을 자처하는 조선족은 우리민족이 아니며 이런 조선족을 동포의 예로써 대접할 필요가 없다...이런 결론에까지 이르게 되죠

조선족 애환의 역사를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조선족 중에는 청나라가 발흥하고 실시한 만주공지정책으로 인해 거의 빈땅이 되어버린 간도로 유입된 분들도 계시지만 상당수 일제 강점기 만주의 일본화를 위해 강제 대거 유입된 조선인들입니다

그러다 일본이 패망하고 남북한이 갈리면서 오고 싶어도 부득히 중국내 거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이방인의 땅에 남게된 조선족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항일투쟁에 가담하였고 소위 애국전쟁에 참여하여 혹독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고 한국전쟁시에도 참전하는 등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피의 대가를 보여주며 중국공민의 일원임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로 중국 조선족은 다른 소수민족 중 으뜸이며 명석한 종족으로 인정받으면서 겨우 그 터전을 마련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내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선족은 바람앞에 등불같은 운명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러다 80년대 이후 그들의 모국 한국의 존재가 알려집니다, 아시아의 4소룡 한국, 중국보다도 잘 사는 나라 한국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조선족 사회는 달라지게 됩니다

한국은 한국대로 또 다른 혈족을 알게 되어서 서로는 감격하고 형제의 정을 나누게 되지만 이는 그때뿐이고 서로의 그 이질적인 차이에 놀라고 실망하고 상처주고 받으면서 오해의 골은 깊어갔으며 일부 악덕 한국인들의 행태로 인해 한국내 조선족은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되고 이는 조선족 사회로 하여금 모국인 한국에게 기댈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적 괴리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무슨 2등 국민인양 조선족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한국인들에게 기대하기 보다 차라리 강대국 중국에게 희망을 걸자, 조선족의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중국정부가 차라리 한국보다 낫겠다...이런 분위기와 함께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선족의 조국은 중국, 중국사회의 일원으로 남는 것이 조선족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이제 논리를 넘어서서 대세가 되었습니다

물론 중국공안 정부의 위력도 있습니다, 조선족이 민족색을 강화하고 우리 조국은 한국이라고 말한다면 중국은 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무력도 불사할 나라입니다, 조선족은 누구보다 그런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나 심정적으로도 중국 조선족의 민족적 정체성은 반도와 같은 조선민족이나 정치적 조국은 중국이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도 조국이라는 말 대신 국적이라고 애써 부르는 조선족들도 있습니다, 결국 민족은 조선족, 국적(혹은 조국)은 중국...

이런 복잡한 사연을 알 길이 없은 한국인들이 한번도 한국민족이라는 정체성때문에 박해를 받은 적도 없으면서 중국 조선족 사회를 무시하고 백안시해서야 되겠습니까

한 조사에 의하면 중국 조선족의 70%가 민족은 조선족, 조국(국적)은 중국이라는 논리에 손을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한국을 조국이라고 말하는 조선족을 우대해서 그렇지 않은 조선족을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조국은 중국이라 너무나 강력하게 주장하는 조선족이라 할지라도 그 민족적 정체성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며 지켜낼 것이라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인들에게는 민족의 정체성이니 뭐니 하는 고상한 주제가 될지 모르지만 중국 조선족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복잡한 사연이 꼬이고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렇지 그 마음만은 같은 겁니다

조선족 사회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곳입니다

비록 느리고 더딜지언정 일을 아예 그르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생경하지만 저는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는 합니다, 조선족은 중국인이지만 같은 민족이다, 우리 민족의 처절한 역사를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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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20 14:57
수정 아이콘
인류학 or 문화인류학에 대해 공부를 해보신다면 조금 반대편에서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한번 권해 드립니다.

본래 민족이라는 말은 19세기 말에 외국어 번역하다 생긴 언어로 동학운동 등 민중의 기운을 그래도 우리는 하나야. 라고 누르는 조선왕조 지키려는 사람들의 논리였지 그다지 발전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언어도 아니었습니다. 조선왕조나 일제시대나 지배계층이 누구였냐의 문제였지 민중의 생활이 사회의 구조가 급격하에 일본때문에 악화된 건 아니었거든요. 우리가 아는 바와 달리 독립운동 세력이 외국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건 타 국가에 비해서 독립에 대한 지지도가 약했기 때문이고요.(모택동 평전과 유고의 티토등 소위 게릴라 전을 통하여 목적을 달성한 정치 및 운동가 들과의 비교할 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관심이 있어서 교육사 에 대해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일본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고 진학하려고 노력하였더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3.1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건 3월 1일이 아니고 3월 말에서 4월 초였고 그 이유는 (어느 나라가 혁명이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할 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지만) 일제의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들에게 전국을 돌아다니던 선동가 운동가 들이(? 마땅한 말이 없군요) 일본이 물러가면 세금 안 내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족이라는 한자 때문에 한국에서는 인종 race와 많이 혼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족주의 nationalism 라는 말은 사실 혈연보다 정치 문화 적인 경계에 더 가까운 말로 그 의미를 살리는 정확한 번역은 국가주의 가 되겠지요. 실제 이 번역에 대해서 국가주의로 번역해야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는 관계로 수정이 힘들어서 그냥 쓰고 있는 측면도 있고요.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라는 가문화(pseudo culture) 에서 출발하는 논의를 언젠가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라는 말이 조금은 거슬리긴 하지만, 같은 인종이므로 같은 국가 조직체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같은 국가조직체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같은 인종이 아니다. 는 인류적인 관점에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04/02/20 14:58
수정 아이콘
조선 말기 조금씩 나아가던 사회의 구조는 발전에서 신분제 타파 정도를 빼고는 일본의 침략으로 퇴보로 갔군요. 정정합니다
04/02/20 14:59
수정 아이콘
사실 진보 진영 조차 신나치 주의자가 할만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때 보면 가끔 혼란을 느낍니다.. 아.. 전 '당신들의 대한민국' 같은 책을 감동깊게 읽은 부류의 사람은 아닙니다 ^^
나야돌돌이
04/02/20 15:05
수정 아이콘
이엔님 제글을 좀 오해하신듯

온전히는 아니지만 이엔님의 말씀인 '글로벌 스탠다드 라는 말이 조금은 거슬리긴 하지만, 같은 인종이므로 같은 국가 조직체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같은 국가조직체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같은 인종이 아니다. 는 인류적인 관점에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와 제 뜻은 전반적인 맥락에 있어서 유사점이 많습니다
04/02/20 15:09
수정 아이콘
그리고 조금 예전의 연구였고, 어디까지나 연구 결과였지만 과학적으로만 따지면 의외로 중국에 한족의 특이성을 지닌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40%가 나오더군요. 56개 민족 ethnic group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다른 인종에 비해서 그 중 한족이 차지하는 비율 수가 꽤 높다는 이야기죠.
한국의 경우 4개 정도의 인종이 하나의 ethinic group 를 이루고 있고 그 중 가장 높은 구성비 특이성을 지닌 배열을 나타내는 풀이 30%를 차지합니다. 4개의 인종이 비슷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다고 말 할 수 있죠
참고로 일본은 자기들이 배척하던 아이누가 20%, 자기들이 문화의 원류라고 주장하던 조몬이 8%가 나옵니다 --;

단일 인종의 극단적인 예로는 19세기 초에 발견되어 19세기 중반에 3천명? 2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죽게된 투르마니아 타즈키안(조금 이름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쓰다 보니) 종족입니다. 4만년 넘게 하나의 섬에서 고립생활을 하던 이들은 발견 된후 외부에서 온 질병과 잘못된 정복과 지배로 사라지고 맙니다. 마지막 생존하였던 사람의 유골은 호주 박물관에 전시되다가 사람들이 조금 더 인류적 관점에 눈을 뜬 후 바다에 뿌려주죠.

개인적으로는 단일민족이라는 가문화도 아름답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숫자로 섞여서 조화로운 국가를 만들었다는 담론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04/02/20 15:17
수정 아이콘
나야돌돌이님/ 처음에는 나야돌돌이 님께 드리던 말씀을 썼는데 쓰다 보니까 옆길로 글이 나간 부분이 있습니다. 뒤에 부분은 제가 쓴 또 다른 글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고요

생각의 베이스? 출발점이 저랑은 다르신 거 같습니다. 전 다른 출발점에서 이야기를 하였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정치나 외교 분야는 전혀 공부해 본 적이 없고 잘 모르거든요 ^^
제가 관심있고 공부하여 조금이나마 안다고 말하는 분야는 전공을 제외하고 심리학,문화인류학,교육학,고대사 --; 입니다.. 그런 베이스에서 출발한 이야기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조선족의 상황이 과연 문제가 있는 상황인가 문제로 만들어 가는 것인가 얼마만큼 문제가 있는 가에 대해서 의견이 조금 다를 수 있겠군요
나야돌돌이
04/02/20 15:18
수정 아이콘
앗, 이엔님 기분 안상했어요...저한테 하신 말씀이신가 확인차 올린 글입니다...^^...한국사람들은 때때로 해외동포가 겪는 위기에 대해 너무 모른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04/02/20 15:20
수정 아이콘
어쨌든, 우리가 사는 나라는 호주의 극우정당과 같은 이름의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문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 신문을 중학교때부터 대학교 2학년 여름때?까지인가 보았던 - 지금은 보지 않고 있습니다 - 중도파라고 생각하는 저를 포함해서요
indiabeggar
04/02/20 16:1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중국어학원에 다녔습니다. 저는 아침반이었는데 하루는 저녁반 선생님이 대신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듣는 아침반은 아무래도 직장인층이었고 저녁반은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은 매우 정돈된 북경어를 구사하는 분이셨고 한국어도 잘하셨습니다. 방과후 다과를 나누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선족이라고 하시더군요.
저희 반 학생들은 매우 반가워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그 선생님이 보이질 않더군요. 알고 보니 저녁반 학생들이 선생님이 조선족이라는 걸 알고 학원측에 해임을 요구했다는 거에요.
현지인을 강사로 쓴다기에 비싼 학원비를 감수하고 굳이 이곳에 왔는데 조선족을 썼으니 사기라는 거죠.
그래서 학원측에서 그만두라고 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고 생각없는 부모들이라지만
조금은 속상하고 어이가 없더군요.
조선족을 한 민족이라 해서 우리 국민들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는 커녕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는 것이 흔한데,
또 막상 중국인으로는 인정을 해주지 않아요.
조선족은 조선계 중국인일 뿐입니다.
조선족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태도 (동등한 대접 어림 없고 중국인으로 산다니 괘씸하다는 -_-;;)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은빛
04/02/20 18:50
수정 아이콘
아직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지고 있지는 않는듯 하지만 중국동포와 관련한 문제는 향후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국가이익적인 관점에서 보는 분도 많겠지만 인도적인 문제로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엔님의 원칙론적인 의견과 나야돌돌이님의 중국동포사회의 현실에 대한 상세한 정보제공 모두 잘 보았습니다. 내 생각에는 두 의견이 큰 범주에서는 충돌되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엔님이 말한 것처럼 한국이 결코 배타적 민족주의나 인종주의 표방하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도 여러 다양한 인종이나 문화도 포용할 수 있어야만 더욱 큰 국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동포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 외국에서 태생한 민족, 인종주의 문제와 동일선상으로 단순적용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 외국의 민족, 인종문제의 혐오감과 그 출발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현재 외국, 특히 서양의 경우에는 민족이나 인종이라는 용어를 매우 금기시하고 그러한 문제가 돌출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생긴 것은 민족문제가 얽혀져 있는 1차,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매우 크겠지요. 특히 독일의 나치즘은 인종문제에 대한 극단을 보여주어서 이 문제의 위험성을 세계에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의 질서를 주도해간 국가는 미국과 소련입니다. 이 두 국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체제는 달랐지만 다민족국가라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민족차별,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격어왔고,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를 대체할 논리를 국민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가 항상 보여주는 국가주의, patriotism도 국민의 통합을 위해서 강조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여러 곳에서 끊이없이 독립요구가 있는 것을 무력으로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중화주의'라는 이론을 주입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유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칙론적으로 여러 국가가 민족이라는 문제가 사회표면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민족문제라 하는것은 정확히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 문제의 당사자이면서 제일 조심스러워하는 독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독일같은 경우에는 2백여년 전 볼가강 유역(소련영토)으로 이민간 2백여만명의 독일민족이 있었습니다. 소련 해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국적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일본도 2차 세계대전 후 다른 나라에 남겨진 자국국민들의 본국 송환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민족, 인종 문제에 예민한 국가들이지만 이러한 노력들을 결코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시선으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인도적인 측면에서 혹은 하나의 국가의 의무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비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중국동포문제 혹은 다른 동포문제를 생각하면서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번 말하자면 한국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를 가지는 국가가 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포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을 배타적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독립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너무나 벅찬 시기를 겪었다는 변명아래에, 국가가 무너져서 타의반자의반으로 해외에 흩어져버린 동포에 대해서 지금까지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너무 늦어버린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인도적인 측면에서라도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의 손길을 내주어야 할 시기입니다. 계속 한국의 현실만을 앞세워서 그들을 무관심으로 방치해 둔다면 우리는 또다시 역사 앞에서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빛
04/02/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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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글을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그만 두려다가, 이왕 쓴 김에 중국동포(조선족)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중국을 간 적도 없고 조선족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여러 얘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조선족 사회가 지금 서서히 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고구려사 문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은 적극적으로 조선족에 대해서 회유책을 진행해왔고 조선족 자치구 내에 많은 한족들을 이주시켜서 조선족 사회가 차츰 붕괴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족 사회를 그냥 위대한 중화인의 일원으로 살겠다는 부류와 그래도 조선족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나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현실입니다.

간도문제를 조선족과 연관해서 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보면 조선족들은 그동안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재외동포법에서 중국동포를 제외시킨 것에 대해서 굉장한 분노를 보이더군요. ( 혹시 아실지 모르지만 그 법은 위헌판정을 받아서 이번 국회에서 다시 개정이 되어 다소 미흡하게나마 통과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와서 일하는 조선족들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과 홀대를 느끼면서 반감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분노와 반감들이 반한감정으로 흘러서 한국을 헐뜯고 중화주의에 대한 예찬을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충격을 받고 씁쓸함을 가지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회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화주의에 적극적으로 쇄뇌가 되어서 위대한 중화인으로 살겠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의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사회가 지금처럼 그냥 무관심하게 바라만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같은 경우에는 '중화주의'라는 이상한 이론으로 여러 소수민족도 결국 중화라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펴면서도, 전 세계 다른 국적으로 있는 한족들을 화교네트워크로 한데 묶어서 중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조선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지요.

지금처럼 그냥 무관심하게 바라만 본다면 조선족들 대부분은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잃어버린채 중화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냥 중국인이 아니라 그들이 어려울 때 외면해버린 모국에 대해서 원망을 하면서 적극적인 반한세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 문제가 언제가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어서 한국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에 잘 아시는 분들이 조선족의 의식수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많이 접합니다. 한국인이 보기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면 과연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 회의감을 가지게 되지만 일단 그들도 철저히 고립된채 중국 공산당의 생각만을 주입받은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가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더욱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통일도 대비하고 혹은 다른 인종이나 문화에 대해서 편견없이 받아들이려면 그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지금 통일을 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북한 출신들의 사람들과 엄청난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냥 너희들이 잘못되었으니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의 연구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것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고 그려려면 사회의 포용력도 넓어지고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지 동포들을 위해서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내부적 발전을 위해서, 그를 통한 새로운 한국사회로 출발하기 위해서 이러한 문제를 연습해 봐야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발앞에 떨어진 조선족 문제에 대해서 한국국민들이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고 따뜻한 관심을 보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04/02/20 20:17
수정 아이콘
제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nationalism 과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민족주의, 민족의 개념이 틀리니 더 이상의 논의가 힘들것 같습니다. 이런 토론은 조금 다른 곳에서 벌어져야 겠죠

다만 지금 시점보다 한 세대 앞에서 이루어졌으면 모를까 세계의 현재 흐름은 한국이 조선족에게 관심을 보낼 때가 지난 느낌입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실제 있었던 사례로 한국 출신의 피가 1/8이 섞인 중국인을 조선족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문화나 관습이 아닌 법과 제도라면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죠. 미국의 경우 조상 4대 안에 유색인종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유색인종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도 자국민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그와 비슷한 룰을 적용할 것이냐. 다른 한국계 들과의 형평성이 맞아 떨어지느냐.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 사는 화교에 대해서 중국 정부가 발언을 하고 나섰을 때 동등한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냐

예전에 아마.. 교양 시간이었는데 중국과 한국의 관계에 관해서 다룬 적이 있었는데(사실 이 문제는 -- 제 동생이 아주 잘 압니다만.. 물어보면서 까지 타인의 생각을 빌려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돈이 아닌 문화를 원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문화가 정말 우리의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거쳐가고 다만 한 부분일 뿐인 문화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당시의 결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더군요 -- 물론 그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각이고 배우는 분야에 영향을 받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의식이 자본주의화 된 국가입니다.(자본주의화 = 민주주의화 가 아닙니다)

전 이만 논의에서 빠지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P.S 전 민족주의앞에 배타적이라고 붙인 적이 없습니다. ^^ 긍정적인 국가주의 역시 배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04/02/20 20:25
수정 아이콘
꼬랑지 : 실생활에서 토론하다가 종교와 민족에 관한 말이 나왔는데 평소에는 합리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뜨거운 머리로 굳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그럴 친구가 아니었거든요.
(.. 기독교를 믿는 진보적인 친구였습니다 ..)

외부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화 되었다가 독립한 나라들의 민족주의가 강한 것은 흔히 보이는 경향인데 한국의 경우는 그 정도도 심하고 단일민족 국가라는 단어와 함께 인종주의도 들어왔고(우리가 민족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의 상당부분은 인종주의적인 개념입니다. 말하면 짜증나는 글로벌 스탠다드 에서는.. 사실 민족을 서구쪽의 언어로 번역하기가 힘들고 이해시키기는 불가능하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과거 민족주의를 강조하던 교육과 현재까지도 과거 실제 벌어졌던 다른 우리들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들에 걸맞게 생성이된 가문화들이 주입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주류로 굳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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