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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01 11:01:31
Name 청동까마귀
Subject 진주눈물을 흘리는 남자
어제 읽은 소설인데, 아주 특이하고 웃기네요.
작가가 제 친군데 피지알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게임하는 애들이 그런 거 읽겠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피지알 사람들은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써."
결국 허락받고 올려봅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친구한테 전해주겠습니다. 편하게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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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눈물을 흘리는 남자






  나는 구미호다. 초고속 인터넷이 전세계를 연결하고, 휴대폰 전파가 온 세상을 뒤덮는 이 때에 무슨 구미호냐고? 숨어살 깊은 산도 없고, 야밤에 습격할 외딴 집도 없는 첨단문명사회에서 구미호 따위가 어떻게 연명하냐고? 모르시는 말씀. 나도 당당한 네티즌이요 휴대폰 사용자라는 걸 알아주시길. 우리 선조들은 산 속에 숨어살았지만 요즘 구미호는 도심을 활보한다. 옆 사람이 피를 토하면서 고꾸라져도, 쳐다보지도 않고 바쁘게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구미호에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어? 난 도심 한 복판에서 기름기 좔좔 흐르는 인간 하나 잡아다가 내장을 다 빼먹은 적도 있는데, 아무도 방해하지 않더라구. 당신도 생각해 봐.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어? 내가 당신 옆집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니까. 요즘 같은 세상이 나 같은 구미호한테는 예전보다 훨씬 살기 편해.
  
  내 나이가 올해로 500살인데, 소싯적에 임진왜란을 겪었고 철 들고 나서는 세상 뒤집어 지는 것도 여러 번 봤지. 다사다난했던 20세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뭐, 그러니까, 세상사를 두루 꿰뚫어 보는 경륜을 지녔다고 할 수 있지. 시시콜콜한 인생사에서부터 거창한 나랏일까지 내 조언 한 마디면 온갖 골칫거리들 싹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뭐든지 물어보라구. 지금은 경황이 없고, 다음에.
  
  
  사실 지금은 내 코가 석자야. 100살씩 먹을 때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이걸 안 하면 내 수명이 끝나 버려. 그 일은 진주를 한 움큼 삼키는 일이야. 평범한 진주는 아니고 사람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진주라야 돼. 소털만큼 많은 인간들 중에 아주 드물게 진주눈물을 흘리는 인종이 있어. 10년에 한 명씩 태어난다는 말도 있고, 100년마다 한 무더기씩 태어난다는 말도 있어. 우리 구미호는 진주눈물을 흘리는 인종을 금방 알아볼 수 있어. 그 인간을 잡아다가 진주눈물을 흘리게 해서 내가 그걸 삼키면 돼. 그러면 난 100년을 더 살 수 있지.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진주눈물을 얻어서 100년씩 더 살곤 했어. 그런데 이게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 나 보다 서너 살에서 사오십 살 많은 언니들의 하소연을 종합해보면 눈물진주 얻기가 점점 부처님 간 빼먹기만큼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더라구. 어찌된 일인지 요즘 인간들은 눈물을 잘 안 흘려. 아, 분명하게 말하자면, 가식적인 눈물은 진주가 안돼. 진심으로 우러난 눈물만 진주가 돼. 눈물도 간이나 쓸개처럼 쏙 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서 좀 성가시다고 할 수 있지. 게다가 인구는 늘어나는데 진주눈물을 흘리는 인종은 줄어들고 있어.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이라서 진주눈물을 흘리는 놈 하나를 찾아서 홀리는 건 쉽게 성공했어. 내가 누구야? 구미호잖아. 남자 하나 홀리는 건 일도 아니지. 꼬리 몇 번 쳐주니까 침을 질질 흘리면서 넘어오더라구. 지금 내 남편으로 있는 작자가 진주눈물을 흘리는 인종이야.  
  
  이제 이 작자한테서 눈물만 뽑아내면 되는데 아직까지 별 소득을 못 봤어. 당최 이 작자가 눈물을 흘리지 않아. 100년 전만 해도 눈물 뽑아먹기나 간 빼 먹기나 매 한가지로 쉬웠는데, 언니들 말대로 이번에는 영 힘들어. 내 친구들도 나하고 똑같이 고생하고 있어. 요즘 인종들은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해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다니까.
  

  작년에 남편놈하고 결혼하고 나서 몇 달 동안은 우선 현모양처로 살면서 정을 붙였어. 착 달라붙어서 아양도 떨고, 밥도 잘 해주고, 밤에는 침대에서 아주 죽여줬지. 그리고 올해 들어와서는 눈물 뽑기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어.

   첫 번째 작전으로 개 한 마리를 죽였어. 남편놈이 결혼 전부터 기르던 그 개가 아마 미니핀인가 뭔가 하는 품종이었을 거야. 처음에 봤을 때는 무지하게 놀랬어. 구미호한테 겁도 없이 덤벼드는 사냥개, 도베르만하고 똑같이 생겼더라구. 그런데 덩치는 아주 작았어. 품종 개량을 해서 그렇다더군. 도베르만 보고 놀란 가슴 미니핀 보고 놀란다고, 여하튼 그 때 많이 놀랬어. 다행히 덩치가 작아서 덤비지는 않던데 성질은 있어서 나만 보면 깽깽거리면서 짖어대더군.
  
  남편놈이 무척 아끼는 개였어. 아, 글쎄, 개를 방에서 키우더라니까. 10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지. 덩치가 작아지도록 품종을 개량한 이유도 방에서 키우기 위해서래. 나 원 기가 막혀서. 집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자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안방에서 잠을 자는 개가 있다니. 개 팔자가 상팔자지 뭐.
  
  우리 남편놈이 원체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작자야. 하루 종일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일만 하는 인종이거든. 그래서 친구가 없어. 내가 꼬리칠 때 웃은 게 아마 평생 처음 웃은 걸 꺼야. 정말 지독하게 어색한 웃음이었어. 안면 근육이 웃음 짓는 데에는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구.
  
  그런 남편놈이 유일하게 친구로 삼고 지낸 게 그 개였어. 내가 없었으면 남편놈은 그 개세이랑 결혼했을지도 몰라. 잘 때도 침대에서 안고 자더라구.
  
  그래서 그 개를 죽였어. 밤중에 몰래 내장을 빼먹었지. 물론 아무런 흔적 없이 감쪽같이 해치웠어. 남편놈이 죽은 개를 들쳐 안고 동물병원에 갔는데, 수의사가 그랬대. 원인불명의 장파열이라고. 크크, 돌팔이 같으니. 장증발이나 장실종이지, 무슨 장파열이람.
  
  어쨌거나 난 남편놈이 눈물을 흘리기만 기다렸어. 그런데 이 작자가 한참 동안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씩 웃으면서 말하는 거야.
  "어차피 당신이 불편해 했잖아. 차라리 잘된 일이야."
  
  남편놈이 그렇게 '쿨'한 인간인 줄은 몰랐어. 몇 년 동안 마누라처럼 데리고 산 개가 죽었는데 그런 간단한 말 한 마디로 끝내다니. 이거 만만치 않은 인간이구나 싶었어.
  
  하여간에 요새는 '쿨'한 인간들이 많아져서 문제야. '쿨'한 수컷들은 좀 반반하다 싶은 암컷만 보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어. 그리고 꼬드겨서 가지고 놀다가 좀 질린다 싶으면 '쿨'하게 걷어차곤 해. 간 빼 주는 척 하다가 간 빼 먹는 놈들이지. 구미호 간도 빼 먹을 놈들이야. 나도 당할 뻔한 적이 있으니 말 다 한 거 아니겠어. '쿨'한 수컷 인간들을 죄다 잡아다가 눈알을 뽑아 버리든지 해야지, 이거 원.
  
  '쿨'한 암컷들도 마찬가지야. 이 년들은 돈 좀 있다 싶은 놈을 보면, 없는 꼬리를 만들어서라도 살랑거리면서 엉겨 붙어. 그리고 간을 쏙 빼 먹지. '쿨'하게 헤어지자고 할 때, 혹여 수컷이 눈물이라도 흘릴라치면 '촌스럽다'고 면박을 주더군. 구미호 뺨치는 년들이지. 이런 년들 때문에 요즘엔 구미호 짓거리 해 먹기도 힘들어. 기껏 수컷 하나 홀려 놓으면 순식간에 채 가는 년들이 지천에 널려 있어. 인간 암컷하고 피곤한 경쟁을 벌일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
  
  남편놈은 '쿨'한 수컷하고는 거리가 먼 줄 알았어. 암컷들 간을 빼 먹기는커녕 암컷 앞에서 입 하나 벙긋 못하는 인간이거든. 아주 촌스러운 인간이야. 그래서 눈물도 쉽게 흘릴 줄 알았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인간도 '쿨'했던 거야.


  다른 작전이 필요했어.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고민했어. 백발 여우가 될 뻔했다니까. 다행히 백발 여우가 되기 전에 방법을 생각해냈어. 100년 전에는 써먹을 수 없었던 방법이지. 울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슬프고도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여주는 거야. 사실 옛날에는 구슬픈 이야기만 갖고도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게 안 통해. 영상 시대에는 영상물을 써야지 별 수 있겠어.
  
  온갖 영화 비디오와 드라마 녹화 테이프를 잔뜩 구했어. 수백만을 극장에서 울렸다는 영화에서부터 바다 건너 일본의 아줌마들을 펑펑 울게 했다는 드라마까지 없는 게 없었어. 남편놈한테 비디오 보자고 하니까 아주 기뻐하더군. 예감이 좋았어.
  
  평일에는 남편놈이 12시가 다 되어서야 기어 들어오니까 시간이 적당하지 않았어. 작전  개시일은 역시 토요일이라야 했지. 저녁으로 안심 스테이크에 와인까지 준비해서 남편놈을 기다렸지. 음악도 미리 깔아 놓았지. '글루미 선데이'인가 뭔가 하는 청승맞은 영화 음악이었어. 완벽한 준비였어.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영화를 보게 됐어. 시골 촌놈이랑 다방 레지랑 붙어먹는 영화였어. 다방 레지 여자가 에이즈가 걸려서 골치가 아파지는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였어. 이걸 보고 눈물 안 흘린 인간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구. 비디오가 돌아가는 동안 나는 남편놈의 눈치를 살폈어. 어차피 내 관심사는 영화가 아니라 진주눈물이니까.
  
  남편놈은 제법 진지하게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 남편놈은 극장 같은 데 가서 영화를 보는 여유 따위는 없는 일벌레이기 때문에 사실 무슨 영화를 틀어줘도 진지하게 봤을 거야. 그런데 한 편으로는 부족했나 봐. 영화 속의 촌놈은 눈물을 잘도 흘리는데 남편놈은 꿈쩍도 안 하더라구.
  
  다음 영화를 틀었어.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려서 죽는 영화였어. 비쩍 말라서 뜯어먹을 것도 없게 생긴 불쌍한 몰골의 남자가 병상에 누워서 궁상을 잘 떨더군. 구미호 눈에서 눈물이 다 날 뻔했어. 영화가 끝날 즈음엔 구미호 최고의 슬픈 눈동자로 남편놈을 지그시 쳐다봤지. 이런 눈알을 뽑아 먹을 놈, 글쎄, 하품을 하더라구.
  
  좀 더 강력한 영화가 필요했어. 영화 평론가라는 작자들이 입 찢어지게 칭찬한 영화였어. 사진사 남자놈하고 주차 단속 요원 여자가 나오는 영화였어. 여배우년이 정말 구미호 찜 쪄 먹게 생겼더군. 수소문을 해 봐야 알겠지만 그 년은 구미호가 분명하다고 봐. 눈웃음 하나로 남자들 염통을 뒤집어 놓을만한 년이었어.
  
  최고로 슬픈 영화라고 했는데 정작 눈물 짜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어. 자고로 그런 거야. 정말 슬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절대로 슬픈 표정을 짓지 않고, 꼬리 빠지게 웃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자신은 절대 안 웃는 법이거든. 아주 고단수의 영화였어. 이번에야말로 성공이겠지 하는 심정으로 남편놈을 쳐다봤어. 눈을 감고 있더군. 너무 슬퍼서 눈을 못 뜨는가 싶었어. 곧 눈물을 쏟기를 기대했지.
  
  자고 있더군. 정말이지 확 그냥 간이나 빼먹고 집어치우고 싶었어. 뭐, 어쩌겠어. 피곤했던 거지. 그리고 영화들이 어째 다 비슷했어. 주인공 중에 한 명이 불치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야기를 병명이랑 배우만 바꿔서 우려먹는 영화들이었어. 코를 고는 남편놈을 내버려두고 다른 영화들도 뒤적여봤어. 다 똑같더군. 남편놈이 지루했겠다 싶었어.
  
  다음 날에는 드라마로 작전을 개시했어. 남편놈을 푹 재워서 피로를 풀게 한 뒤에 드라마를 틀었어. 좀 길더군. 슬픈 장면이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더라구. 그래서 그 날 녹화 테이프를 몇 개 본 다음에 하루에 테이프 하나씩 보게 했지. 남편놈이 12시 넘어서 들어오는 날은 되도록 피했어. 그러다 보니 결국 주말이 되어서야 남편놈이 드라마를 보게끔 할 수 있더군.
  
  그렇게 몇 달을 보냈어.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까지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는 드라마들을 모두 다 보여 주었어.
  
  결과는 대실패였어. 남편놈은 걸핏하면 하품을 하거나 졸기나 했어. 목석도 이런 목석이 어디 있나 싶었어. 그나마 남편놈이 처음엔 조금 진지하게 영화 감상을 하는 줄 알았지만, 그것도 착각이었던 것 같아. 뭐, 사실, 영상물이란 건 눈만 갖다대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겉으로 봐서는 진지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이야기를 듣거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상상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어쩌면 요즘 인종들은  멍한 눈으로 영상물만 보기 때문에 목석이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한 편으로는 드라마 만든 인간들을 다 잡아서 경동맥을 잘근잘근 씹어줄까 하는 생각도 했어. 영화들은 죄다 불치병을 우려먹더니 드라마들은 온통 출생의 비밀로 갖다 발랐더군. 처음에는 좀 슬퍼 보이기도 했는데, 보면 볼수록 똑같더라구. 발정난 수컷, 암컷들이 시도 때도 없이 사고 쳐서 만들어놓은 애시키들을 두고 뭐가 슬프다고 궁상을 떠는지. 영화랑 드라마만 보면 대한민국 성인들은 너도나도 불치병으로 뒤지고, 애시키들은 모조리 사생아들인 것 같더라구.
  

  결과적으로 그 놈의 영화랑 드라마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몇 달이나 공치게 된 거야. 점잖은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될 수 있으면 남편놈한테 고통은 안겨주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어. 비참한 고통의 눈물을 흘리게끔 하기로 했어. 직장밖에 모르는 남편놈한테 직장을 빼앗기로 한 거지.
  
  남편놈은 정말이지 일밖에 모르는 종자야. 내가 남편놈 홀리려고 근접 관찰 활동을 할 때 을매나 지루했는지 몰라. 우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더군. 개밥을 주고 와이셔츠를 다려서 넥타이 메고 양복을 차려 입어. 7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 10분 정도 걸어서 지하철을 타.
  
  지하철에는 남편놈처럼 차려입고 출근하는 인간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그 인종들이 지하철 차량 안에 꾸역꾸역 들어가는 게 어찌나 놀랍던지. 난 그 안에서 숨 막혀 죽을 뻔했어. 인간들이 무섭게 느껴진 것도 500년 구미호 생애에 그 때가 처음이야. 난 발 디딜 틈도 못 찾고 있는데, 지하철을 탄 인간들은 잘도 공간을 차지하더라구. 엉덩이 뒤로 빼서 슬쩍슬쩍 밀치면서 자리를 잡는 놈, 가방을 교묘하게 들쳐 안고 사람들을 밀어내는 놈, 연신 '어머, 어머'하면서 젖퉁이를 무기 삼아 들이밀고 남자들을 몰아내는 년. 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인간들한테 밟혀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내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비비는 놈이 있질 않나, 내 살품에 재빠르게 손을 넣었다 빼는 놈이 있질 않나, 구미호가 간 빼먹을 때보다 날래게 노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더라구. 그 많은 인간들이 매일 그 난리를 치면서 출근을 한다는 사실에 아홉 꼬리 다 내릴 지경이었어.
  
  남편놈은 그렇게 구미호 혼을 빼놓는 지하철 난리판에서도 표정 하나 안 바꾸더라. 세상을 초탈한 도인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기둥처럼 버티고 서서 목적지까지 가더라니까. 살짝 존경할 뻔했어.
  
  지하철에서 내려서 남편놈이 직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20분이야. 오차 범위 5분 내외로 매일 그 시간에 사무실에 들어서더라구. 난 거기까지 미행을 해서 그 회사의 직원인 것처럼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면서 남편을 관찰했어. 남편놈은 하루 종일 거의 말도 안 해. 화장실 가는 시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밥 먹으러 가는 시간은 오차 범위 1분 내외로 매일 정확하게 지켜. 회사에서 능력은 상당히 인정받는 것 같았어. 다른 직원들은 대머리 과장한테 불려가서 박살나기 일쑤인데 남편놈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어. 아마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았어. 남편놈은 절대로 6시에 퇴근하는 법이 없어. 다른 인간들은 과장한테 살랑거리면서 일찍 퇴근하기도 하던데, 남편놈은 어김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더라구. 가끔 회식이 있을 때 사람들하고 몰려가서 술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면 남편놈의 노동 시간은 대략 12시간에서 14시간이더군.
  
  일주일을 지켜보다가 난 결론을 냈어. 남편놈은 개세이나 계집보다 직장과 일을 사랑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벌레처럼 일만 하고 살겠어. 퇴근한 후에 집에서는 곧 바로 잠을 자. 출근을 안 하는 휴일에도 집에서 주로 잠을 자. 먹고, 일하고, 잠자고. 그 중에 제일은 일이더라, 뭐, 그런 생활의 연속이더라구.
  
  그래서 남편놈을 홀리는 일이 처음엔 참 막막했어. 아니, 하다못해 나이트클럽이라도 가든지, 휴일에 여행이라도 가든지 해야 홀릴 기회가 생길 텐데, 직장에 있을 때가 아니면 주로 잠이나 처자고 있으니 접근할 도리가 있어야지. 겨우겨우 쥐어짜 낸 아이디어가 퇴근하는 남편놈한테 갑자기 달려들어서 기절한 척 하는 거였어. 아니 그런데, 기절한 나를 두고 그냥 가려고 하더라. 남편놈 발목에 매달려서 구두를 벗겨낸 후 그걸 꼭 끌어안지 않았다면 그 작전도 실패했을 거야. 다행히 남편놈 집에 업혀가서 물 한 모금 얻어먹는 데 성공했지. 뭐,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어. 내가 누구야? 구미호잖아.
  

  어쨌거나 남편놈은 일밖에 모르는 목석인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난 남편놈이 직장에서 해고당하게끔 했어. 대머리 과장놈에, 배불뚝이 부장놈까지 홀렸지. 그 작자들은 남편놈을 밤늦게까지 근무하게 해놓고 술 퍼마시러 돌아다니더라구. 그 놈들 뒤따라가서 꼬리 좀 쳤더니 거품 물고 덤비더라. 그래서 남편놈 해고하라고 주문을 걸었지.
  
  난 그 일이 좀 힘들 줄 알았어. 그렇게 일만 하는 남편놈을 자를 명분이 뭐가 있겠어? 그리고 남편놈이 개기면 어떻게 해? 좀 티격태격할 줄 알았지. 아, 그런데, 뭔 일이 그렇게 싱거울 수가 있겠어? 부장놈이 구조조정이 어쩌구 하더니 하루 아침에 해고시키더라구. 다른 인간들은 불시에 해고를 당하면 붉은 띠도 두르고 항의하곤 하던데, 어찌된 일인지 남편놈은 한 마디 항변도 안 하더라.
  
  좀 싱겁긴 했지만 과장놈, 부장놈까지 홀리느라 몸 고생, 비위 고생한 걸 생각하면서, 난 해고된 남편놈이 집에 들어와서 눈물을 흘리기를 기다렸지. 내 나름대로 고된 노동을 했으니 나도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해고된 다음 날에도 남편놈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출근을 하는 거야. 무슨 심산인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나도 시치미 뚝 떼고 모른 척 했지. 거 왜,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안 나거든. 며칠 지나서 정신이 좀 수습되면 비참한 생각도 들고, 눈물도 나고 그런 거거든.
  
  해고된 주제에 위장 출근을 했던 남편놈이 7시에 기어 들어오더라. 한 손에는 떡볶이를 사들고 그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러더니 나더러 공원에 산책을 가자고도 하고, 극장에 가자고도 하는 거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쓰러져서 잠만 처자던 인간이 여유만만한 얼굴을 하고선 텔레비전도 보고, 내 젖가슴에 코를 파묻으며 달려들기도 하더라구. 해고의 충격이 너무 커서 미친 건 줄 알았어. 이 인간이 구미호나 된 것처럼 확 변신을 한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며칠 계속 기다렸어. 기다리다 못해 '너, 해고당했지?'라면서 비참한 처지를 상기시켜주려고 마음먹을 즈음에 남편놈이 나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하더라구.
  "여보, 그 동안 직장일 때문에 남편 노릇도 제대로 못했지? 그래서 내가 직장을 바꿨어. 보수는 절반밖에 안 되지만 퇴근은 일찍 하는 직장이야. 괜찮지?"
  
  환장하겠더라. 며칠 바깥에 쏘다니면서 새 직장을 구한 거야. 그것도 아주 널널한 직장으로. 입사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대리를 달고 승승장구하던 건 어쩌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 사원의 간판은 어쩌고? 난 그런 남편놈의 처지를 일깨워주려고 눈물을 흘려가며 아픈 곳을 긁었어.
  
  수컷들이란 다른 수컷들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것을 못 참는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거든. 장관이니 국회의원이니 하던 작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비리 인물로 찍혀서 매장되면 꼴까닥 자살을 하곤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거든. 수컷들은 지위나 권력이 내려가는 걸 죽어도 못 참거든. 난 남편놈의 입사 동기들까지 들먹이면서 남편놈의 자존심을 마구 자극했어. 그래야 현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지 않겠나 싶었지. 그런데 이 작자 하는 소리 좀 들어 봐.
  "그 동안 인생을 잘 못 산 것 같아. 이제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 당신하고 결혼하고 나서 내가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아."
  
  그 날 밤, 난 잠도 안 자고 곰곰이 생각했어. 도대체 내가 남편놈을 어떻게 홀렸길래 인간이 엉뚱하게 변하는 것일까? 내가 실수로 주문을 걸었나? 사실 진주눈물을 흘리는 남자한테는 주문을 걸면 안되거든. 주문에 걸린 남자는 절대로 진주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는 거야. 혹시 다른 구미호년이 나를 골탕 먹이려고 남편놈한테 주문을 걸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 특히 나랑 동갑내기인 년들은 누가 먼저 진주눈물을 삼키는 데 성공하는지를 두고 내기를 걸기도 했거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난 밤거리를 내달려서 다른 구미호년들을 찾아갔어. 잠을 자고 있던 그 년들의 꼬리를 확 잡아당기면서 추궁을 했지. 요런, 껍데기를 벗겨서 목도리로 만들 년, 네 년이 장난쳤지?
  "야, 내 코가 석자야. 장난 칠 시간이 어디 있어? 나도 힘들어 죽겠다. 100년 전하고 달라. 인간들의 눈물샘이 퇴화한 것은 아닐까?"
  다들 이런 식으로 죽는 소리만 하는 게 아니겠어.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시간은 초고속으로 흘러가고……아홉 꼬리가 다 타들어 가더라구.
  
  그래서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어. 그래도 내 남편인데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내일 모레면 500살 생일이 된다 말이야. 그 때까지 진주눈물을 먹지 못하면 내 인생은 500년으로 끝나는 거거든.
  
  최후의 수단이란 바로 남편놈의 애비를 죽여 버리는 거야.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가슴팍을 찢어서 심장을 짓이겨 놓는 거야. 남편놈한테는 가족이라고는 늙은 애비밖에 없거든.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어도, 인간들이 제 아무리 목석 동물로 퇴화했다고 해도, 제 애비 시체 앞에서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
  

  남편놈은 지금 세상 모르고 자고 있어. 내가 초저녁부터 아주 물엿이 되도록 녹여줬거든. 구미호가 마음먹고 덤비면 남자들 시체가 될 때까지 완전히 죽여줄 수도 있거든. 남편놈은 아예 눈까지 허옇게 뒤집어져서는 황홀해서 까무러치려고 하더라. 아침에 내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거야.
  
  남편놈의 애비는 지방에 살고 있어. 고속 열차를 타고 두 시간이나 달렸어. 아들놈이 부쳐주는 생활비로 사는 주제에 제법 고급스런 아파트에 살고 있어. 도베르만 같은 경비원 눈을 피해서 13층까지 기어올랐더니 허리가 다 욱신거려.
  
  애비놈은 안방에서 코를 골면서 자고 있어. 술을 을매나 처먹었는지 냄새가 고약해. 애비놈 얼굴을 보면서 잠시 남편놈 생각을 했어. 내가 아무리 인정머리 없는 구미호라지만 좀 마음에 걸려. 그래도 어쩌겠어? 두 눈 딱 감고 애비놈 가슴팍에 비수 같은 내 앞발을 찔러 넣는 수밖에. 한 방에 심장을 찔렀어. 찍 소리도 못하고 숨이 끊어졌어. 염통이 누더기가 되도록 몇 번이고 계속 찔러. 늙은이의 시큼한 피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목덜미에 있는 경동맥도 한 번 찔렀어. 피가 철철 넘쳐야 더 처참해 보이거든. 옷장을 뒤집어놓고 서랍도 다 꺼내서 헤집었어. 강도가 든 것처럼 해야 하니까.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왠지 처량해. 진주눈물을 얻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한 적은 없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아침이 다 되었어. 남편놈은 여전히 자고 있고. 나도 아주 피곤해. 그만 자야겠어.
  

  눈을 뜨니까 벌써 12시가 넘었어. 남편놈이 기특하게도 밥상까지 차려놓고 출근했어. 날이 갈수록 인간이 변해 가는 것 같아. 밥을 먹고 거실에 가만히 앉아서 남편놈 전화만 기다려. 이제 슬슬 애비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가 되었거든.
  
  드디어 전화기가 울렸어. 난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어.
  "여보,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지금 같이 내려가 봐야겠는데, 괜찮겠어? 옷 입고 있어. 내가 집으로 데리러 갈 테니까."
  
  남편놈은 금새 집에 왔어. 난 말없이 남편놈 뒤를 따라가. 애비놈 시체 앞에서 난 고대하던 진주눈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는군. 남편놈한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애비놈의 시체를 본 남편놈의 얼굴이 굉장히 어두워졌어. 이번에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 같아. 성공 못 하면 끝장이야. 오늘이 지나고 내일 오전 9시가 되면 난 정확히 500살이 되거든. 그 전에 모든 게 결판이 날 거야.
  
  애비놈을 병원 영안실에 옮기고 장례식 준비를 했어. 남편놈은 상복을 입었고 나도 흰 옷을 입었어. 손님들이 오면 남편놈은 곡을 해야 해. 그러면 진주눈물을 흘리겠지. 난 그걸 얼른 주워 삼키고 잽싸게 이 바닥을 뜰 거야.
  "아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첫 손님은 남편놈의 고향 이웃이야. 조금도 슬프지 않은 표정으로 슬픈 척을 하는군. 이런 작자는 남편놈이 눈물을 흘리게끔 속을 후벼팔 수 없어.
  "너 크고 나서 처음 보는구나. 그런데 이런 데서 보다니……."
  남편놈의 친척들이야. 결혼식에서는 친척이란 인간들을 하나도 볼 수 없었는데……사실은 친척이 제법 많았나 보군.
  "직원들하고 다 같이 왔네. 몇몇은 오늘밤 여기에 있을 걸세."
  남편놈의 직장 동료들이야. 무슨 회식이라도 하러 온 얼굴들이군. 술 먹고 고스톱 칠 생각에 부풀어 있는 게 내 눈에는 훤히 보여.
  
  손님은 계속 오는데 남편놈은 눈물을 흘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아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어. 난 손님들한테 술과 음식을 날라주면서 계속 남편놈 눈치만 봐.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져. 아마 손님들이 좀 뜸해지면 남편놈은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 눈물을 흘릴 건가 봐.
  

  자정이 지났어. 남편놈은 계속 침울해. 눈물은 안 흘리고 계속 감질나게 죽을상만 짓고 있어. 먹구름은 낄 만큼 꼈으니까 빨리 비가 내려야 하는데, 이건 뭐, 찬바람만 계속 불고 있는 꼴이야. 방귀만 잦으면 뭐 해? 시원하게 똥을 싸야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번에도 실패할까 봐 조바심이 나서 죽겠어.
  "그래도 아들이 상주 노릇을 제대로 하기는 하네, 그려."
  "개망나니라도 애비는 애비니까……."
  이게 뭔 소리? 구석에서 남편놈 친척들하고 고향 이웃들이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십리 바깥에서 우는 아기 소리도 듣는 구미호의 청력으로 자세히 들어봐야겠어.
  "그래도 애비가 보통 개망나니였어야지."
  "맞아, 맞아. 마누라는 맞아 죽을까 봐 야반도주했잖아."
  "아들은 어떻고? 난 아들이 저렇게 장성해서 살아 있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그 때 그 일 기억나? 아들이 소주병에 머리가 깨져서 우리 집에 도망쳐 왔잖아."
  "그 뿐이게? 어찌나 두들겨 맞았는지 아들이 다리를 절었잖아."
  "그 때 허구헌 날 얻어 맞다가 한 동안 실어증도 앓지 않았었나?"
  "중학교 마치자마자 가출을 해서 어떻게 대학까지 나오고 대기업까지 들어갔는지…… 생각할수록 대단해."
  "나 같으면 애비가 길거리에서 얼어 뒈져도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야."
  
  눈앞이 노랗다. 저 사람들 말 대로라면 남편놈은 애비놈의 죽음을 슬퍼할 리가 없잖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아홉 꼬리가 다 내려앉는 것 같아. 정녕 내 생애는 여기서 끝나는 거야?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어. 오전 9시가 다가올수록 점점 힘이 빠져. 동공이 풀려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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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01 11:40
수정 아이콘
작가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네요
구미호의 눈을통해 현 시대의 인간에 대한 풍자가 상당히 인상깊었어요
아무튼 좋은 단편소설 잘 읽고 갑니다
Juliett November
06/04/01 14:2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Adrenalin
06/04/01 14:28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 올려주신 분께 감사해요.
김대선
06/04/01 14:39
수정 아이콘
제목부터 심상치 않고, 내용도 재밋네요~
이쥴레이
06/04/01 19:35
수정 아이콘
좋습니다 ^^
터져라스캐럽
06/04/01 21:32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네요. 다음에 친구분께 말씀하셔서 또 올려주세요~^^
해피베리
06/04/04 16:10
수정 아이콘
아.. 남편 너무 불쌍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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