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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15 22:33:39
Name 난폭토끼
Subject [亂兎]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나는 몰랐다.

전쟁이 그렇게까지 '처절한' 것인지…
그저 필요에 의해, 이익을 위해,
위정자 들의 욕심을 위해 치뤄지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징키스 칸을 존경해왔다.
조조는 카리스마라고 느꼈다.
김일성은 그저 대단한 작자라는 생각만을 했다.
가장 쳐 죽여야할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란 사실을

나는 몰랐다…

입으로만 외쳤던것 같다.
민초들을 이해한다고,
가장 고통받는 자들을 이해한다고,
나또한 누구보다 많은 고생을 했다고…

내가 자라온 이 땅은,
그분들의 피로 반죽되고,
그분들의 살로 채워진,
시리도록 아름다운 곳이라는걸…

나는 몰랐다…




오늘,

'태극기 휘날리며' 보았습니다.

'전쟁이 참혹하다.', '반전을 원한다.', '농부는 땅위에 역사를 만들고, 어부는 그물로 전설을 낚는다.'……

제 자신이,

한없이 우스워 보이더군요.

저런 말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처절함' 이 무엇인지 모른체,

나는 그렇게도 쉽게,

그분들의 정체성을 도용하며,

제 자신을 포장해 왔던것 같습니다.


'형제들끼리 서로 총을 겨눌만큼, 그렇게 이념이라는것이 중요한건진 몰것다….'

영화 전반부에 들었지만,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잊을 수 없었던 정!말! '되알진' 한 마디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너무 부담스럽지 말라고 있었던 밝은빛깔 공형진氏 연기가,

오히려 더욱 가슴을 시리게 하는건 왜 일까요…

광기어린 눈동자의 애국청년단(맞나요?)들 앞에서,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아니, 관심조차 없는 순수한 아낙의 애절한 눈빛은,

차마……


자판을 두드리는 이 순간까지도,

무거운 가슴을 억누를 수 가 없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억울해서 잠을 잘 수 가 없을것 같습니다.

어머님께, 아버님께 진 마음의 빚만해도 얼마인데,

오로지 나 한사람 잘되길 바라는 착한 그녀에게 갚아줄 믿음의 채무만도 얼마인데,

왜 이렇게 저에게는,

정말 잘 살아야할,

정말 잘 해내야할 마음의 채권을 지니신 그분들이,

이렇게나 많은건지요……


누가 적인지, 뭐가 중요한지도 모른체,

총부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그렇게 밖에 지킬 수 없었던 가족·친구·이웃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에선 그 누구도 받지않을 대접을 받으며,

국회의원 이란 작자에게는 '놀고먹고 오는데' 라는 말을 들으며,

몇몇 '자칭' 페미니스트 들에겐 '그게 무에 그리 대단하냐?' 라는 말을 들으며,

부모님, 친구, 연인, 그리고 모든 이웃들을 지키기 위해서,

차가운 겨울바람속에 서 있을,

현역 군인장병분들,

그리고 그 일을 이미 수행하고 오신,

예비역분들…


'인동초' 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온 저 이지만,

사람들 앞에선 눈물 보이는것을 죽을만큼 싫어하는 저 이지만,

극장에선 말 한마디 하는것 조차 용납하지 않는 저 이지만,

두볼을 타고 흐르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고,

조용히, 그러나 한이 실린 그것들이 입가에서 멤도는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전쟁이라는 이름이 내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는 타인을 위해 가장 소중한 그분들의 피가 흐르지 않길 바랍니다.

그분들(북쪽이든 남쪽이든) 께서 지켜낸 이 땅위에,

한점, 부끄럼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이천사년 정월 스무닷세,

가슴시린 亂兎 씀…


ps. 나에게 전쟁을 강요하는 자가 있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그놈 목부터 따겠다고 맹세했습니다.

ps2. 파병동의안에 찬성한, 아니 상정할 생각을 한 의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파병에는 반대했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면 절!대!로! 전쟁을 입에 담아서는 안될 의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독일에서 나치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그것처럼 말이지요…

ps3. 원래도 어느정도 강경하게 주장했지만, 제 앞에서, 아니 '감히' 우리나라에서 국군장병및 예비역 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평가절하 하려는 주장은, 발도 못붙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는 노력은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숭고함 자체를 짖밟는 주장이나 망언은 두번 생각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것이라고 보여지는군요. 원래 낙천낙선 운동등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이연숙 의원 만큼은 절-_-)m대 배지를 달게 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합니다. H당이 그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더러운 존재를 전국구로 내세운다면, 전국구가 될 수 없게 다른 의원들을 낙선시키는 수 밖에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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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토끼
04/02/15 23:00
수정 아이콘
지금껏 수많은 전쟁영화를 보았었습니다.

제 지인들중엔 파병을 갔던 분들도 계시고, 지금도 자원봉사를 하며 전쟁지구에 있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정도 까지의 마음이 든적은 없군요.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제 인생의 목표를 주었습니다.

'앵무새죽이기' 의 스카웃의 아버지는, 죽을때 까지 잊지못할 무엇을 남겼습니다.

때론, 창작물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한 조각을 영원히 다시 잃게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준신
04/02/15 23:02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한 케이스 같군요.....전 솔직히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보기 전까지는 파병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전쟁의 참혹함을 영화에서 정말 제대로 깨달았죠....저도 태극기를 휘날리며에 대한 소고형태를 하나 쓰고자 했지만 필력이 않되서요......정말 전쟁은......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토스리버
04/02/15 23:35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영화죠 6000원이 절대 아깝지 않을 영화였습니다.
한번 더보는대신 만원 내라고하면 저는 주저없이 내고 한번 더볼거구요, 내일 또 보러가기로했답니다..
정말 제가 지금 이렇게 따뜻한 방과 푹신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노래를 들으며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는사실 하나에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 정말 다행이지요..
전쟁, 정말 무서운게 아닐까요... 직접 경험해 본 바는 없지만 스크린에서 비춰지는것만으로도 끔찍해서 눈을 가리는데 실제로는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동건씨의 동생을 아끼는 애절하고도 간절한 연기가 돋보였다고생각합니다 ^^ 전 참고로 극중 김영신씨가 죽을때, 옛날 살던 동네에서 장동건씨와 함께 구두닦이 일을 하던 소년(이름이 생각안나네요... 원빈씨가 이아이한테 건빵도 줬는데-_-;)이 죽을때 그리고 마지막에 원빈씨가 북한의 군인이 됀 형을 찾아가 "집에 가야지..." 라고 울먹이며 말할때와 그것을 듣고 동생을 알아본 형 장동건씨가 오열을 하며 기관총을 마구 쏴댈때, 그리고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원빈씨가 형의 유골과 만년필을 쓰다듬으며 "왜 이러고있어요.. 말좀해봐요..." 라고 할때 가장 많이 울었습니다
정말 질질흘리면서 통곡을 했는데 다행히 주위사람들뿐 아니라 영화관 사람들 전체가 다 울었기때문에 그리 창피하진 않았구요..-_-;;
남자이야기
04/02/15 23:40
수정 아이콘
토스리버님//스포일러 과다..-_-;;예요~!!
Marine의 아들
04/02/15 23:44
수정 아이콘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병역거부자들을 욕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Zihard_4Leaf
04/02/15 23:50
수정 아이콘
병역거부자를 욕할순 없겠지만 ^^ 그걸 봄으로써 다시한번 참전군인들의 정신을 기릴수있겠죠 .
04/02/15 23:57
수정 아이콘
전쟁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일'입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전쟁을 반대해야 할 이유와 의무는 흘러넘칩니다. 인간은 그래선 안 되는 겁니다.
토스리버
04/02/16 00:01
수정 아이콘
아.... 그런가요
아직 안보신분들 제 꼬릿말은 잊어주세요-_-;
윤수현
04/02/16 00:30
수정 아이콘
그녀석 '용석'이죠..
파병...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연숙...은 누구죠?(이게 젤 좋은 방안..^^:;;)
Connection Out
04/02/16 04:40
수정 아이콘
이연숙 의원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을 떠나서 파병에 찬성한 의원중에 상당수는 신이시더군요. 하나같이 허약한 아드님을 두셔서 어째 평소에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홍사덕 전 총무님은 약속한대로 이라크 따라가시는 것인가요?
단 4주라도 꼭 가시겠다고 하셨는데.... 근데 덕분에 사병들 고생할 거 생각하면 모른채 눈감아 드릴테니 안가시면 좋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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