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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15 00:26:52
Name ijett
Subject [잡담] 나다에게


설명이 필요없는 두 선수의 멋진 경기가 있었던 오늘입니다.
잔뜩 달아오른 게시판 분위기 엄하게 식히지나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후아...이번엔 감기약도 안 먹었는데
이 인간 취했나 봅니다. ^^

취기에 이번엔 감히 나다에게 반말을...(나이는 많지만...)

----------------------------------------

그날 나는 좀 우울해서
꿈은 꿈으로만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서
사이몬&가펑클 노래를 들으며
늘 차 타고 다니던 길 공연히 걸었지

기타 소리 텅 빈 마음에 차게 울리고
일부러라도 길을 잃고 싶었지
즐겨 듣는 3번 트랙
회색의 풍경 위에 나도 모르게
내가 아는 그 누군가
애써 좋아하는 척했던
뭔지도 모르고 감탄하는 시늉으로 감추었던
은근히 미워하던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네

음악은 박서인데 왜 뜬금없이 당신을 떠올렸을까

당신이 죽을 힘 다해 싸우는 그 화면 앞에서
나는 생라면 씹으며 채널을 돌렸지
백 가지 이유를 갖다 붙여도 끝내는
박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지

내겐 게임이지만 당신에겐 삶이었을 텐데
불확실한 미래 잔인한 길에 젊음을 걸고 뛰어든
몸부림이었을 텐데
왜 나 따위가 그렇게 쉽게 말했나
없는 결점도 잘 찾아내던 눈에 왜
그 땀과 눈물은 보이지 않았나
건조한 찬사 무덤덤함으로 날 세운 질시 속에서 몇 번이고 넘어져도
울지 않고 묵묵히 일어나 달리던
당신의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왜 나는 이제야 보게 되었나

다가오는 봄 마지막 찬바람 맞으며
꿈은 꿈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하염없이 걷는데
음악은 박선데 왜
음악은 박선데 왜 당신이
음악은 박선데 왜 나는


당신의 십분의 일 백분의 일
천분지 일도 치열하게 살지 못하면서 나는

--------------------------------------------
The Boxer - Simon & Garfunkel

I am just a poor boy
난 정말 불쌍한 소년이에요
though my story's seldom told
내 얘기가 잘 알려진 건 아니지만
I have squandered my resistance
헛된 말로 가득찬
for a pocketful of mumbles such are promises
그런 약속에 속아 주먹을 허비했어요
All lies and jests
모두 거짓과 놀림이었어요
Still a man hears what he wants to hear
사람들은 아직도 원하는 것만 듣고
And disregards the rest
나머지는 무시해 버리죠


When I left my home and my family
내가 집과 가족을 떠났을 때
I was no more than a boy
난 그저 아이에 불과했어요
in the company of strangers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in the quiet of the railway station
기차역의 적막함 속에서
running scared
겁에 질려 있었어요
Laying low
몸을 웅크린 채
seeking out the poorer quarters
누더기 옷을 걸친 사람들이 드나드는
where the ragged people go
빈민가를 찾아 나섰어요
Looking for the places
그들만이 알고 있을 법한
only they would know
그런 장소를 찾아서 말이에요



Asking only workman's wages
막노동꾼의 임금만을 요구하며
I come looking for a job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But I get no offers just a "Come on"
7번가 창녀들의 유혹의 말 외에는
from the whores on Seventh Avenue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했어요
I do declare there were times
분명히 말하건대 내게는
when I was so lonesome
너무도 외로운 시절이 있었어요
I took some comfort there
난 거기서 위안을 구했어요




And I'm laying out my winter clothes
겨울 옷가지를 정리하며
and wishing I was gone, going home
난 떠나고 싶어하죠
where the New York City winters aren't bleeding me
뉴욕의 겨울 때문에 힘겨워 하지 않을 고향으로 말이에요
Leading me, going home
날 이끌며 고향으로 향하게 해요



In the clearing stands a boxer
링 한복판에 한 권투 선수가 서 있어요
and a fighter by his trade
싸움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죠
And he carries the reminders of
그에게는 그를 쓰러뜨렸던
every glove that laid him down or
글러브가 남긴 상처가 남아 있어요
cut him till he cried out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여 "그만 두겠다"고 외칠 때까지
in his anger and his shame
그에게 상처를 입혔죠
"I am leaving, I am leaving"

But the fighter still remains
하지만 그 선수는 아직도 떠나지 못해요

----------------------------------
가사 및 번역문 출처
http://blog.naver.com/sojusawa

글 중 ' 무릎에서 흐르는 피....' 운운하는 부분 출처
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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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15 00: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자기전에 좋은글 좋은노래를 들을수 있었네요.
Elecviva
04/02/15 01:02
수정 아이콘
갑자기 드라이브가 하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04/02/15 01: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새벽녘이라는 요소가 플러스 되어 슬쩍 울 뻔 했답니다.
눈부신날에_너
04/02/15 01:23
수정 아이콘
머릿속이 짠해 지네요 _ 고맙습니다 _
04/02/15 01:3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괜히 찡해지네요. 좋은 노래도 감사합니다.
수빈이
04/02/15 01:33
수정 아이콘
아.... 글을 읽으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으로 오늘을 정리하게 되네요. ^^;
프리징
04/02/15 01:36
수정 아이콘
이동환
04/02/15 01:42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런 느낌을 이미 2년전에 느꼈지요. 50게이....
04/02/15 01:46
수정 아이콘
모래야 풀아 나는 얼마만치 작으냐...
그 낯익은 시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좋은글 , 잘 읽었습니다...The Boxer....
그녀는~★
04/02/15 01:53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 글을 읽을수 있는 PGR이 참 좋습니다.
윤성호
04/02/15 02:14
수정 아이콘
oops~
꽃단장메딕
04/02/15 02:31
수정 아이콘
댓글을 달려고 하면...화면이 다 닫히네요...
ijett님을 취하게 한..그 vod 화면과 함께 ㅠㅠ
Ms.초밥왕
04/02/15 03:42
수정 아이콘
잠도 안오는 이 밤, 좋은 음악과 좋은 글로 지새울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냥 머릿속이 새 하얗게 정리되는 느낌이네요...^^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59분59초
04/02/15 03:53
수정 아이콘
저희 엄마가 무척 좋아하는 사이먼앤가펑클에 음악을 이렇게 듣게 될 줄이야...


당신의 십분의 일 백분의 일
천분지 일도 치열하게 살지 못하면서 나는

이부분 정말 가슴에 와닿네요
그리고 노래의 가사도 마치 나다의 주제가 같군요.
좋은 음악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글쓴이에게도 참 좋은 사람냄새가 납니다^^
해피맨
04/02/15 08:46
수정 아이콘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사이먼&가펑클의 노래에 실려온 ijett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좋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케미
04/02/15 09:58
수정 아이콘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코끝이 살짝 시큰해집니다.
이유도 없이 '이윤열 선수는 너무 잘하기만 해서 정이 안 가'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따스-한 ijett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
해피엔딩
04/02/15 13:06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좋은글입니다^^
마음이 짠해지네요^^;
강민forever
04/02/17 14:33
수정 아이콘
멋져요. 처음에 읽을 때는 '음악은 박선데'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헤메다가 음악 제목을 알고 보니 감동이 두배.. 전에 몇번 들어본 노래였는데 가사가 그런 뜻이 었군요.

당연히 한승엽선수가 이기겠거니 하고 티비 틀어만 놓고 인터넷 하다가 쟤네 아직 안 끝났네.. 하는데 5시 본진으로 도망가 역전을 해내는 나다의 모습.

예전 패러독스에서 셔틀과 아비터를 열심히 잡던 박서의 믿음이 문득 나다를 통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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