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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14 22:48:54
Name 디미네이트
Subject 저그의 길(The Way of Zerg)

[글쓰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PGR에 글쓰기 권한을 얻고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된 디미네이트입니다. 막삭 Write 버튼을 누르자니 떨리네요. 미리 준비해둔 것을 올리는 데도 이렇게 망설여지는데, 그냥 써서 올리는 건 꿈도 못 꿀 것 같네요. 벼르고 벼렀다기엔 좀 그렇지만 나름대로 글쓰기 권한을 얻을 때까지 열심히 생각하며 준비한 글입니다. 어쩌면 너무 주제 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한 명의 저그 유저로써 현재 암울해져가는 저그에게 어떠한 길이 있는지 생각해본 글입니다. 제가 잘 나서 이런 글 쓰는 건 절대 아닙니다. 배넷에서 승률 30%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중하수 ZP 랜덤 유저일 뿐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저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애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저곳 널려있는 잘못 된 점에 귀중한 지적을 소비해주신다면 무척 영광일 것 같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편의상 낮춤말을 쓰는 것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The Way of Zerg]

  저그. 왜 내가 저그를 좋아하는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시작을 프로토스로 했다가 이내 단순성이라는 장점에 저그를 시작한 나. 게임하기에는 무척 단순하기는 했지만, 유닛의 모습은 정말 내 맘에 안 들었다. 그 징그러운 모습이란……. 게다가 다들 꼭 무슨 돼지 멱따는 소리 내지는 유리창 긁어대는 소리만 내서 아예 소리를 끄고 게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에 갑자기 히드라가 귀엽다고 느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뽈뽈 기어가는 그 모습. 이제 나도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그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고2 중반까지 나는 다른 종족은 쳐다보지도 않고 저그만 했다. 그래봐야 게임을 그다지 많이 한 게 아니라서 내 실력은 느는 법이 없었다.

  고2 중반에 와서 나는 현실과 타협을 해야 했다. 예전에 스타트를 끊었던 프로토스를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 저그 실력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다른 종족을 이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대 테란 전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 그런데 프토 프토 전에서는 대등한 실력인데 프토 저그에서는 항상 지는 상황마저 마주치게 되었으니. 그래서 나는 프로토스를 병행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니 요즘은 저그가 박살나는 시대였다. 이미 테란은 멀찌감치 앞서나가서 웬만큼 실력을 갖춘 테란 유저는 자기보다 조금 위의 저그 유저와도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그나마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프로토스조차도 갈고 갈았던 전략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토스가 아무리 힘들다고 하지만 현재 개발된 수많은 대 저그전 전략들은(아마 전략 개수로 따지면 프로토스의 vs Z 전략이 가장 많을 것이다.) 중수 진영에서 Z=P 밸런스를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또 대 저그전 극강의 프로토스 유저들도 배틀넷에서 자주 보이는 편이다. T >> Z인 상황에서 Z = P마저 된다면 저그는 정말 갈 곳이 없다(물론 그렇다고 Z >= P < T로 샌드위치가 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이 글은 오직 저그의 관점에서만 본 것임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이제 저그는 웬만한 실력 가지고는 명함도 못 내민다. 오죽하면 ‘로템 1:1 저그만’ 이라는 방제가 ‘로템 1:1 프토만’ 보다 더 많이 보일까?(항상 궁금했던 것은 ‘로템 1:1 테란만’은 왜 없는 가였다.) 이제 아예 ‘저그는 밥이다.’라는 명제를 내걸고 게임하는 것 같았다. 유머 게시판에 오른 적이 있는 <저그유저들 연말연시 남 몰래 선행 베풀어 감동> 이라는 제목의 유머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웃지도 못하고 씁쓸해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저그는 다른 종족에 비해 전략의 발전이 없었다. 강도경 선수 이래로 짧은 시간에 거의 대부분 유닛에 대한 최적화 빌드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앞서나감으로써 저그는 배넷의 마왕으로 군림했고, 그것에 의한 자만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전략의 발전을 이루어야한다는 결론인가? 사실 그것도 신통치 않은 것 같다. 워낙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어서 다른 것을 생각하기란 무척 어렵다. 9드론 이하로 가자니 너무 가난해져서 초반 아니면 방법이 없고, 12드론 위로 가자니 다른 종족의 초반 압박에 리스크가 크고. 그렇다고 해서 유닛 선택의 길이 다양한 것도 아니다. 히드라 덴이냐 스파이어냐. 초반과 중반의 공격 테크는 딱 두 가지로 명료하게 떨어지는 저그. 비슷한 때에 테란이나 프로토스에게는 얼마나 많은 선택권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테란이 저그를 두들겨 팰 때는 선택권이 다양하다. 1배럭부터 3배럭, 마메탱은 기본이요, 투 스타 레이스도 가능하며, 탱크 골리앗도 의외로 좋다. 가끔 메카닉에게마저도 진다는 것이 더욱 절망적이다. 이런 다양한 공격에 대해서 저그는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한다. 그렇게 대처하기도 바쁘다. 믿을만한 것은 후반의 울트라 저글링인데, 하이브는 너무나도 먼 길이다. 하이브 테크를 위해서는 적어도 제 2 가스 멀티는 가져가야하는 데, 제 2 가스 멀티를 확보하기에 저글링, 히드라, 럴커, 무탈, 스커지만으로는 너무 버겁다. 우선 럴커를 제외한 다른 유닛들은 부딪혀보지도 못하고 다수의 마메탱에 녹아버리고 그나마 믿었던 럴커도 컴셋에 압박에 기를 못 펴다가, 상대 테란이 투 컴셋도 모자라 사베를 띄우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그나마 믿었던 울링마저도 디파일러 없으면 공3업 마메에게 녹는 건 시간문제다(공3업 마린은 마린이 아니다. 무적의 케첩 제조기다.). 아무리 디파일러 없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프로토스 역시 비슷하다. 리버로 이리저리 때려도 되고, 다템 커세어도 있고, 하이 템플러는 철천지원수다. 저그는 리버 상대하려면 뮤탈, 다템 커세어 상대하려면 히드라내지 럴커 이런 식으로 왔다갔다 해야 하니, 프로토스가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다. 이러면서 멀티로 못 먹게 만들더니 어느 새 10게이트 이상의 물량으로 치고 나온다. 요즘에는 다크 아칸의 마엘스톰까지 가세해서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전략적인 불리함을 수많은 경험으로 똘똘 뭉친 운영 능력과 국지전에서 승리를 할 수 있는 컨트롤로 극복하는 것이 저그가 살 길이라 생각된다. 그야말로 저그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부딪혀야하는 노가다형 종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패러독스에 대해서 괜히 불만을 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보아도 혁신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 저그 유저들에게 프로토스 유저들이 ‘저그도 전략 개발해라’하는 말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해왔으니 너네도 당해봐라.’식의 심술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례로 전략 게시판을 보자. 한 열 페이지 넘겨봐도 저그 전략이라고 올려놓는 것은 거의 없다. 최근에 올라온 두 가지 글은 전략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드론 수에 관한 것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종족을 운영하는 방법론적인 측면이 강하고, 공방 50% 승률의 저그 유저께서 쓰신 글 역시 어떤 특별한 전략을 가진 빌드라기보다는 대강 이런 아이디어로 저그를 움직여라라는 운영 방법을 설명하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몇 가지 대처법을 알려주신 것이다. 이제 저그는 경험이 승부하는 것이다.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지만 저그에게는 더더욱 절실하다.

  경험. 사실 한 판 이기는 게 급선무인 게이머에게 경험을 쌓으며 인고할 여유는 없다. 그래서 초보 시절 저그 쓰다가 어느 정도 실력에 올라서서 벽에 막히게 되면 다른 종족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정말 끝까지 저그를 붙잡고 있을 중수 유저가 요즘 몇이나 될까? 지금 저그를 잡고 있는 유저 대부분이 초보이거나 고수일 것이다. 중수 층이 빈약한 저그. 원래 사회에서도 중산층이 많아야 안정적이라 했다. 저그는 지금 매우 불안하다.

  가끔 블리자드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느낌이 든다.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와 매뉴얼을 읽어보자. 에볼루션 챔버에 대한 설명을 보면 ‘오버마인드는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아이들을 끝없이 진화시켜 더욱 효과적인 살인 기계로 변모시키려 한다. 에볼루션 챔버는 오버마인드가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시험하여 육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근원이다.’라고 쓰여 있다. 진화란 전략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끊임없는 전략 개발만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살 길이다.

  그런데 오버 마인드는 죽었다. 전략 개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오버 마인드는 이미 죽었다. 케리건이 오버 마인드를 대신하지 않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진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엉뚱한 듀란이 프로토스와 저그의 생체 조합 실험을 하고 있다. 그것도 반란 목적을 가지고 말이다. 이 상황에서 저그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각 부족을 담당하고 있는 세레브레이트의 능력이다.(가끔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것 같은데, 게임에서 유닛에게 명령을 내리는 우리들은 오버 마인드가 아닌 그 하위 지휘관인 세레브레이트들이다.) 오버 마인드의 명령만을 따르도록 되어있는 세레브레이트들에게는 전략 개발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오버 마인드가 죽고 케리건은 진화에 관심이 없는 이상 오직 전투를 담당해온 세레브레이트들에게 축적되어온 경험만이 저그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나온 김에 조금 더 이야기 해보면 프로토스도 묘하게 매뉴얼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내가 알기로 프로토스 전략의 발전은 예전에 비교적 경시되었던 로보틱스 테크를 재발견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 알고 있다. 질럿, 드라군, 템플러 위주의 플레이. 그러나 워낙 단위수가 비싸고 인구수도 많이 먹어 유닛이 비교적 적은 탓에 무식한 물량을 들고 나오는 저그를 막기 힘겨웠던 것이다. ‘그들은 비록 인구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로봇형 전투 장비로 부족한 하급 전사들을 보충하고, 기술과 초능력을 결합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전사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로보틱스의 적극적인 활용으로써 프로토스는 타 종족을 이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생체 유닛만으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발전을 배경으로 이제 프로토스는 테란과 손을 잡고 저그를 구석으로 몰아넣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부르드워 저그의 마지막 미션처럼 말이다.

  하. 지. 만. 다행히 아직 미션은 마지막으로 치닫지 않은 것 같다. 이제 겨우 테란 미션 엔딩에 온 정도? 그래봤자 전략보다 경험과 노가다가 필요한 것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그것이 저그의 끝은 아니다. 테란 미션 다음은 저그 미션. 아직 저그에게 기회는 있는 것이다. 테란 미션 끝은 저그에게 어떤 상황일까? 아직 케리건은 저그 종족에 대한 완벽한 지배를 해내지 못한 상황이다.

  저그는 이제 하이브 테크에서 미친 듯이 때리는 아드레날린 저글링과 더 좋아진 울트라리스크, 그리고 늦게 나와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디파일러를 이용하여 이른바 목동 체제를 갖춤으로써 상황만 받쳐준다면 후반에서는 그래도 해볼만한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이 때 이윤열 선수 같은 괴물 플레이어는 옆으로 비켜두도록 하자.) 하이브 테크의 유닛까지 지배를 마쳤는데, 무엇을 다 정복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렇게 묻는 분들에게 설마 한 구석에서 울고 있는 레어 테크의 퀸을 잊고 있는 지 묻고 싶다.

  퀸. 저그 유저 입장에서 퀸은 고물상에서 엿으로도 바꿔먹기 힘든 그런 존재처럼 보인다. 옛날에 가지고 있던 디텍터 기능만 보존했더라도 아마 두어 기는 썼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보이는 게 없다.

  인페스트 테란 커맨드 센터? 세상에 어느 테란 유저가 자기 커맨드 센터 먹히는 꼴을 보고 있을 것인가? 전략 게시판 몇 페이지 뒤쪽에 나와 있는 이른바 ‘특공 뮤탈 전략’은 정말 웬만큼 실력차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 뮤탈 다 죽이고 커맨드 먹어본다한들 무슨 이득이 있을까? 혹 모른다. 어떻게 간신히 미사일 터렛 밭과 골리앗의 물결을 넘어 커맨드 센터를 가져오면 인페스티드 테란을 생산해서 오버로드에 태워 말 그대로 ‘폭탄 드랍’을 할 수 있을지도…….

  패러사이트? 패러사이트 중요한 유닛에 쓰면 상대방이 이걸 버리지도 못하고 고민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말 가스를 쥐어짜서 뽑은 첫 사베가 나오자마자 걸지 않는 이상 적절한 타이밍이 없다. 걸린 SCV 본진에서 자원만 캐게 하면 그만이다. 만약 배틀 같은 비싼 유닛에서 걸었다손 쳐도, 상대가 배틀 생산할 정도로 자원이 남아돌면 이미 끝난 게임. 보통은 패러사이트 걸어도 보란 듯이 러쉬 들어온다. 커세어에게 걸어서 상대 커세어의 이동 루트를 피해 드랍 작전을 펼치려 해도, 커세어 한 기 어디 외딴 곳에 따로 떼어놓으면 그만. 커세어를 더 이상 생산하기 힘든 때 같이 상대가 불리한 타이밍에 쓰면 골치 아프겠지만 그렇게 불리한 타이밍까지 몰아넣었으면 굳이 왜 퀸을 쓰는가? 드랍쉽에다 걸어 상대의 드랍쉽 플레이를 방어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상대가 그 드랍쉽을 역이용하여 다른 곳으로 드랍 가는 척 하고 그걸 막으러 병력에 빈틈이 생긴 사이 다른 드랍쉽이 본진을 치고 들어오거나 중앙 병력이 밀고 내려온다면? 패러사이트에 의한 적의 시야는 방해만 될 뿐이다. 패러사이트는 전략적 의미를 찾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부르들링? 그나마 쓸만하다. 레인지가 꽤 되서 마메탱에서 메딕, 탱크, 또는 디펜시브 걸린 유닛, 아니면 질드템에서 템플러만 골라 쏘는 이른바 스나이퍼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마린만 있다면 함부로 스팀팩 못 쓸 것이고, 그 정도면 예전 오리지널 시절에는 땡히드라로 밀수도 있는 것이었다. 또 템플러 없으면 저그는 운신하기 한결 더 편해진다. 만약 컨트롤에 정말 자신 있다면 스나이퍼 퀸 한 부대를 운용해도 좋을 것이다(하기사 SK 테란 쓰는 유저들은 사베 한 부대도 운용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일회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필요 마나가 지금의 2/3만 되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또한 마나를 채우는 데 드는 시간도 문제. 정확히 필요한 타이밍에 사용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도박성이 큰 난제다.

  인스네어? 어떤 유닛이든 걸리면 오버로드 속도로 기어가게 만드는 이 기술. 클로킹 걸린 유닛이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가끔 터렛 디펜스에서 써먹기도 한다. 내 친구는 인스네어 때문에 케리건 가격을 1로 만들어서 터렛 디펜스가 아닌 케리건 디펜스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었다. 한때 어느 곳에서 인스네어를 일꾼에게 주기적으로 뿌려서 미네랄 채취속도를 줄인 유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두세 번 하다보면 이미 터렛이나 포톤은 밭을 이룰 것이고 인스네어 자체도 왔다 갔다 하는 일꾼에게 제대로 뿌리기 힘들다.

  그러나 인스네어가 기동성을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린의 경우 스팀팩 써야 간신히 보통 때 속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동성을 줄이고 타이밍을 얻을 수는 없을까? 퀸, 럴커 조합을 생각해보자. 보통 럴커가 떼거리로 몰려가서 박으려하면 마메는 뒤로 도망친다. 다른 럴커 다 죽더라도 럴커 두 마리만 제대로 박아서 죽이자라는 목표도 잘 안 먹힌다. 간신히 자리 잡나 싶으면 저 멀리 도망가서 쏘고 있다. 어쩌다 재수 없이 걸린 마린 한 두기가 촉수 끄트머리에 닿아 죽는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공격이다. 럴커 한 부대를 허무하게 잃는 순간. 물론 고수의 컨트롤 실력이라면 이럴 리는 없겠지만 중하수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로서는 정말 속 터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때 퀸이 인스네어를 살짝 뿌려주면 어떨까? 느려진 마메는 럴커의 사정거리를 얼마 못 벗어날 것이다. 한 부대 중 두 마리만 제대로 자리 잡으면 마메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써봐야 알 일이다.

  퀸의 활용. 간간히 들리던 소리지만 아직 저그 유저들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은 것 같다. 필요성을 그다지 크게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퀸의 활용은 필요하다. 스파이어 테크 없이 레어 다음 바로 퀸즈네스트를 지어도 될 정도로 퀸 사용이 유용해져야한다. 왜냐하면 레어 이후 퀸즈네스트를 일찍 지으면 그것은 빠른 하이브 테크를 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울트라까지는 자원이 모자라더라도 디파일러 정도는 어떻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좀더 빠른 타이밍에 디파일러가 나온다면 유용할 것이다. 다른 유닛과는 달리 디파일러는 판을 바꿀 수 있는 유닛이기 때문이다. 하이 템플러가 무당 스톰이니 천지 스톰이니 아무리 써도 기본적으로 저그 물량이 압도하면 프로토스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다크 스웜은 가히 치트키다. 드론 한 마리로도 미션을 정복하게 만드는 Power overwhelming에 준하는 치트키다. 게다가 저글링만 충분하면 마력은 무한에 가까우니 다른 어떠한 마법 유닛도 가진 적이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유닛이다.

  퀸이 유용해지면 디파일러 타이밍까지 앞당길 수 있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보통 빠른 하이브 테크는 그 사이에 들어올 공격 위험성 때문에 꺼려했다. 뮤탈마저도 없다면 저그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특히나 언덕 탱크 당할 때 뮤탈이 없으면 정말 난감하다). 그러나 잠시만이라도 뮤탈의 자리를 퀸이 대신할 수 있다면, 쉽게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퀸즈네스트가 하이브 길목에 놓인 점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그가 끝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안 보이던 유닛을 사용해서가 아니다. 퀸의 활용은 하이브 테크 타이밍까지 조절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저그 유저들이 퀸의 이용 방법까지 정복한다면 이제 저그 유닛 중에서 정복 안 된 것이 없다. 싸이 디스럽터의 압박을 이겨내고 저그를 통합하는 영광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저그의 힘이 합쳐지는 순간이다. 마땅히 전략이라 개발할만한 요소가 없는 저그는 이제 유닛들의 힘이라도 하나로 뭉쳐야한다.

  퀸이 부활하는 순간, 여왕(케리건)이 돌아올 것이다. 다시 한 번 저그가 군림할 기회! 배넷의 밥이 아닌 배넷의 마왕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는 기회! 스타크래프트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마왕이 필요하다.

  아직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저그는 완벽한 케리건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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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수정
04/02/14 23:47
수정 아이콘
아직도 제 마음속에있는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종족은 저그다"라는말..
저그여 부활하라 그리고 비상하라
더 이상 메이저대회의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길 바라며
저그 Fighting~!!
이카루스테란
04/02/15 00:03
수정 아이콘
아무리 저그가 암울해도 Z=P는 프로토스를 두번 죽이는....쿨럭
NewTypeAce
04/02/15 00:16
수정 아이콘
동감.. ㅜㅜ
04/02/15 01:38
수정 아이콘
4년차 온리저그유저입니다.
단순히 디텍터 따로뽑으라는 친구들의 설명이 귀찮아서,
하나 만들면 두개 나온다는 말에 혹해서^^
그래서 택한 저그로 어영부영 몇년이 흘렀네요.

저는 아직도 프로토스전을 잘 못합니다.
상대가 프로토스를 고를 경우
그냥 테란으로 스위치하지요.
도대체 프로토스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운영 자체가 낯설 뿐입니다.
친구들은 토스를 두려워하는 저그인 저를 이해 못하지만
저 역시 테란을 두려워하는 친구 저그를 이해 못합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읽고 계신 분들...-_-++
자랑같지만 전 아시아 나모모 수준의 테란 상대로는
80퍼센트 이상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1:1테란만이라는 방제를 혹시 보셨다면...
그 서버가 아시아라면..거의 백 퍼센트 제가 만든 방일 겁니다^^

잡설이 길어져 버렸군요.
아무튼 힘내세요.
저그는 관록의 종족입니다.
온몸이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전 유닛이
근육과 피부와 뼈와 혈관을 가진 유일한 종족이지요.
많이 상처받고, 혼자로서는 무기력하지만
결국엔 모든 상처를 혼자 치유해 낼 수 있는,
다함께 힘을 합쳐 싸워서 승리를 얻어내는 종족입니다.

프로토스나 테란처럼 숫자까지 들어맞는 빌드 오더는
우리에겐 없습니다.
초반부터 우리는 시달리고, 상황에 맞춰 변하고 변해야 합니다.
모두 똑같이 출발한 세 기의 라바를
하나 하나씩 목적과 염원을 담아 각자 다른 생명으로 바꿔 주어야 합니다.
"단순한 다수"가 저그는 아닙니다.
"똑같이 출발한 변화의 집합"이 저그인 것이지요.
언젠가. 님도 자랑스럽게 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저그다. 라고 말이지요....


추신: 공방테란 백퍼센트 잡아내기 스킬을 습득하시고 싶다면 제게 쪽지를..^^
04/02/15 01:57
수정 아이콘
정말 앞으로 퀸의 사용법이 많이 개발 되어서 저그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피
04/02/15 02:09
수정 아이콘
저는 온리 저그 5년 째...
처음 스타 배울 땐 테란->플토->저그 순서로 배웠는데요
(그 당시엔 처음 스타 배우면 대부분 테란으로 시작하는 추세 98년 말~99년 초)
가장 마지막으로 접한 저그가 가장 재밌더군요
다른 종족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생산 시스템도 맘에 들었고...
꾸엑 꾸엑 거리는 것도 좋았구요-_-
그냥 아무 생각없이 멀티 뜨고 물량 왕창 뽑아 밀어버리면 장때이니까
(아 뭐 그 땐 그랬다구요...-_- 지금은 얼토당토 않지만 그 땐 죽어라고 히드라 웨이브만...)

그렇게 시작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 5년 째 한우물만 파게 되었군요
(실력은 그대로지만...;;;)

워3 할 때도 처음부터 온리 언데드 유저였으니
제 취향이 원래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_-

여하튼 저그 쵝오~
04/02/15 02:28
수정 아이콘
한마디로.. 패치가능성이 없는 블리자드에게..
퀸만 조금 좋게 해달라는 말씀?
퀸 무서버요~~;
디파일러의 다크스웜까지 버텨 주기만한다면..
구뜨아이디어^^;
타워팰리스
04/02/15 05:36
수정 아이콘
저도 저그유저이지만 대토스전 상대로는 패치 이후로도 여전히
저그가 유리하죠.허나 테란전은 정말 어려워진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알던 테란고수가 이런말을 했었는데 아직도 생각나네요.
"테란은 중간이 없어,고수 아니면 하수 둘중 하나야"라고 했었죠.
그때가 아마 1.05~6버전 정도였던것 같습니다.그시절은 테란이 암울했죠
지금은 패치업과 더불어 테란의 마린 컨트롤과 전략등이 발전하여
(물론 저그도 발전했습니다)테란고수들만 있는거 같네요 -_-
토스유저들의 대저그전이 이런 기분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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