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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2/13 06:25:33 |
Name |
스윙칩그녀 |
Subject |
병사의 일기 중에서 |
이곳에서 일한지도 꽤 되었지.
벌써 2년 전이군.
가을바람이 이끄는데로 전설이 이끄는데로 걷다보니 이곳이 나오더군.
그 때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이곳을 찾았지.
영웅이라 불리는 자, 지금 나의 주군 리치의 성지를 말이야.
난 이곳에서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의 칼이나 창을 다듬어주고 있지.
오늘도 영웅의 그것을 예리한 검기가 뿜어져나오도록 시퍼렇게 잘 갈아놨지.
왠지 그의 검을 다듬을 때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명을 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 때마다 하늘을 뒤덮는 구름이 용이 승천하는 모양이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하늘이 리치를 부르고 있는 것일테지.
하지만 난 하늘의 뜻보다는 그를 믿어.
승패가 잔인하게 갈리는 이곳에서 끝끝내 살아남아 호령하는 영웅의 모습을 믿는다고.
자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군.
주군은 아직도 기상 전인지 막사는 조용하기만 하군.
오늘 밤도 여전히 쌀쌀하군.
그래도 작년 시월 중순 경에 전해진 비보을 접하고 쐬었던 바람보단 덜하군.
그 때 괜찮다고 계속 위로하긴 했지만 꽉진 두주먹이 힘없이 풀리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그렇게 차가울 수 없었고
따뜻한 술 한잔이 마치 불태우듯 내 속을 휘감아내러가는데 도통 견딜 수가 있어야지말이야.
패배야 병가지상사라하고 뭐 신이 아닌 이상 늘상 이기는 건 과욕이겠으나
오늘... 그래... 오늘만큼은 물러설 수 없어.
벌써 이렇게 복수의 기회가 주어지다니.
이건 바로 하늘이 아직 영웅을 부르고있음이야.
주군의 막사 앞에서 이렇게 서성대는 것도 참 우습군.
내일 출정이 확정된 전우들은 나처럼 불안의 밤에 떨기보다는
전의를 활활 불태우며 화롯가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적에게 무섭게 엄포도 놓더라고.
그들을 믿을 수 밖에.
그리고 영웅, 그를 믿을 수 밖에.
내가 이렇게 밤을 새며
얼어버린 땅바닥을 긁어가며
풀리지않는 긴장감에 휩싸여있어도
사실 조금 후 벌어질 그 전투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거라고.
그래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던데
나의 이 떨리는 기도가 조금이라도 효력을 발휘해주진 않을까?
내 비록 대마법사의 마력을 지니진 못했으나
그 누구 못지 않은 염원이 있다고.
아 어렴풋이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는군.
조금 있으면 영웅이 일어날 시각이야.
그가 일어나면
위풍당당 휘날리는 그의 기를 볼 수 있도록
잠시 깃발을 손질해야겠어.
깃발의 먼지를 털어내고 잘 세워둬야겠어.
리치.
그대에게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 리치의 승전보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
한 병사의 일기 중 발췌.
+ 그냥 한번 적어본 글입니다.
두 선수, 멋진 게임을 기대합니다. 라고 적기엔 너무 마음이 떨려서 결국 이런 글을 적고 마네요.
좋은 경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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