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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12 03:02:03
Name 59분59초
Subject 스타리그가 재미있는 7가지 이유
움직이는 생물이라곤 나란 놈 하나 밖에 없는 내 작은 방에
유일하게 사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티비뿐이다
그런데 이놈의 티비가 맨날 헛소리만 지껄여서 전원 코드를 빼버리고 생활한지 오래다
위선 가득한 티브이의 원맨쇼에 지겨움을 느끼던 중 나는 아주 재밌는 걸 발견했다
그건 다름아닌 스타크래프트 중계! 요즘은 온게임넷에 아예 채널을 고정해 놓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왜 내가 스타리그를 재밌어 하는 걸까
곰곰히 생각한 끝에 몇가지 이유를 밝혀(?)냈다

첫째 공정하다
-게임의 룰이 투명하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 편법이나 반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인간적이다
- 지금까지 수만번의 경기가 치뤄졌지만 한번도 똑같은 경기는 없었다
- 컴퓨터가 아닌 인간이 조종하기 때문에

셋째 선수-관중-중계석이 수평적이다
-관중과 선수사이에 거리가 가장 가까운 종목이 (스타크래프트도 하나의 스포츠라는 가정하에) 스타리그다(실제 거리상으로나, 심적으로나).
예를 들어 축구중계와 비교하면 운동장과 중계석 관중석이 엄연히 구분이 되어있다.
이들 사이에는 서로간 절대로 넘지 말아야할 (질서라고 불리우는) 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스타리그의 경우는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질서하다는 말이 아니라 관중과 선수 그리고 카메라 사이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친밀하다는 뜻이다.
-카메라의 시선도 '찍는다'라는 느낌보다 "같이 본다"의 느낌인 것.

넷째 상호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친밀감)
-넷째는 셋째의 이유에 연장선상에 있는데 그들의 관계가 수평적이다 보니 상호간의 대화가 꽤 활발한 편이다.
또 스타라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배틀넷이라는 인터넷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는 점도 그렇고,  
전략시뮬레이션이다보니 언제나 풍부한 얘기꺼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게임 자체의 특성도 서로간의 소통을 활성화 시키는 요인인듯.
-이런 상호간의 활발한 커뮤니티는 서로의 친밀감을 더욱 부추길것이며 보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는 것일 터.

다섯째 소박하다
-이 바닥에도 몇몇 스타가 된 유명게이머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선 연예인들에게 흔히 느껴지는 그들만의 특권의식이라는 든지 우월감등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  이는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도 마찬가지.  
예를들어 축구팬에 경우 각 동호회에서 조직적으로 준비한 도구들을 사전에 제작해서 가지고 온다.
응원 또한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온다. 또 팀 차원에서 응원을 적극 후원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스타리그의 경우는 다르다. 대부분 응원도구나 응원구호 등이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것.
PDA에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크로키를 그려 카메라에 보여준다던지 스케치북이나 연습장등 소지하고 있는 물품을 최대한 이용해 그 자리에서 응원문구를 만들어 카메라에 비춰준다.
참 소박하고 재밌지 않은가 그래서 난 스타리그 결승전이 대형 체육관에서 치뤄지는 것이 별로다. 시청상의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어서.

여섯째 막강 입담 3인
- 스타리그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김도형-전용준-엄재경 이 삼각 콤비의 입담을. 이처럼 궁합이 잘 맞는 이들도 없을 것 같다
냉(冷)과 열(熱)의 적절한 조화라고 할까. 김도형이 냉정이라면 엄재경은 열정이며 이둘 사이의 온도계는 전용준이다 그래서 적절한 온도를 만들어낸다
친근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고, 오버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해설하는 막강입담 트리오 엄전김.
스타리그의 재미와 인기를 배가시키는데 이들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일곱째 스타크래프트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이다
-스타가 원래 재미있는 게임이다. 누가 그러더라 스타는 게임업계의 특성에 감안할때 이미 할아버지가 되고 관속에 들어가 묘지에 비석까지 세워질 정도로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많은 게임이 나왔지만 이처럼 역동적이고 밸런스가 유지되며 게이머의 심리가 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게임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요즘 경기가 전체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게임업계도 장난이 아니라고 들었다. 하물며 방송국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제작자들은 지금도 한편한편 방송 내보낼때마다 깊은 숨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마찬가지. 화려해 보일지는 모르나 상위 몇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아마 다들 형편이 그럭저럭할 것이다.
한국에 게임업계 자체가 현재 등록된 선수들을 다 잘 먹여살릴 만큼 풍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 그래도 그들은 게임을 한다. 게임이 좋아서, 단지 최고가 되고싶다는 순수한 욕망으로.
스타크래프트가 재밌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예술도 상품으로 포장되는 시대에  그냥 좋아서, 단지 최고가 되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는 순수한 젊은이들이 오늘도 감동적인 경기를 연출하기 위해 땀흘리고 있다는 것.
이것 진정 스타리그가 재밌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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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하나]이거 쓴지 꼭 1년 됐습니다. 스타리그 본지는 1년이 조금 넘었군요.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내가 왜  뒤늦게 스타리그에 재미에 빠지게 됐는지 의아해 하면서 끄적여 본것입니다. 생각난대로 적은 것이니 다소 말이 안맞더라도 양해를-_-a  글쓰기 버튼이 생긴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덧글 둘] * 표 부분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짧다하면 짧다 말할수 있는 1년 이라는 시간동안에도 참 많은 것이 변한것 같네요. 다 장단점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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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12 03:46
수정 아이콘
고개가 끄덕여지며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온리시청
04/02/12 03:47
수정 아이콘
제가 스타리그를 좋아하는 이유....???
답) ---> '그냥'
아무 이유 없습니다...그냥...좋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없이 저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TV앞에 앉아있고 언젠가부터 pgr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벌써 3년이 되었군요...^^;;
좋아하는 대상에 생각없이 빠지게 되는게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i_beleve
04/02/12 05:31
수정 아이콘
이건 중독입니다.
지겨운듯하면서도 어느새 저의 손가락은 게임방송
체널번호를 누르고있죠..-,.-

지겨웠다가 그담날 되면 또보고싶고

지겨워졌다가 쫌 지나면 또보고싶고

지겨워졌다가 쫌 지나면 또 한판하고 싶고..-,.-;;

무의식중에 병력생산 매크로를 상상하고...-,.-;;

잠안오면 또 한판하고...;;

거기다 시청자를 잡으려는 방송국의 리그 방법까지....

중독의 무서움은 지겨워졌다가도 잠시후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피고
싶어지는것...;;
모모시로 타케
04/02/12 08:05
수정 아이콘
반칙 있죠^^;; 얼라이마인이 대표적이죠..
장정호
04/02/12 09:38
수정 아이콘
냉과 열의 조화와 온도계 전용준 정말에 강추
04/02/12 10:27
수정 아이콘
모모시로타케시 님 놀라운 지적을^^ 사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글을 쓸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원글을 수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놔둔것도 있고요,
반칙(얼라이마인)을 하면 다른 스포츠에선 패널티를 받는 정도이지만 스타리그에선 반칙패라고 알고있습니다. 여타의 스포츠에선 반칙도 일종의 전략으로 쓰이지만 스타크래프트는 그럴수가 없는 것이죠.
그런의미에서 반칙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그냥 고치지 않았습니다^^
꿈꾸는scv
04/02/12 13:11
수정 아이콘
온도계 전용준...^^;; 정말 맞는 말입니다.
손민혁
04/02/12 14:33
수정 아이콘
해설진들 소개가 진짜 딱 들어맞네욥
제3의타이밍
04/02/12 14:52
수정 아이콘
냉정과 열정사이 ~ -_- 죄송합니다
04/02/12 18:38
수정 아이콘
제가 그리도 사랑하는 축구만큼까지는 뛰어오르진 못했지만 이미 삶에 뿌리박혀버렸습니다. 잘생긴 게이머가 있어서가 아닌 아무래도 주위영향때문인듯..(컴과의 특성상;) 스타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이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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