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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2/11 10:47:28 |
Name |
The Drizzle |
Subject |
타이밍 러쉬... |
얼마전 온게임넷 스타리그 최고의 해설진이라 평가받는 김도형 해설위원의 입에서 '테란크래프트'라는 말이 나오는걸 들었습니다. 가장 공정하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있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미를 한층 돋우는 해설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이제 테란이 스타크래프트 최강의 종족으로 불리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3강테란이니.. 4강테란이니.. 하며 한창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테란크래프트, 테란천하라는 말을 유행시키는데 선구자들이지요. 엄밀히 말해서 임요환 선수만이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요환천하'에서 '테란천하'라는 말이 생기기에는 나머지 3명의 테란의 힘이 정말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이병민선수를 필두로 전상욱, 나도현등등 최강급 테란유저들의 급부상으로 4강테란이라는 말이 약간은 무색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테란최강이라고 하면 임요환,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의 4명으로 손꼽을수 있다고 봅니다. 여타리그 경기에서 신예테란들의 돌풍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는 단지 리그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메이저대회의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정말 신기한건 방송경기와 리그에서 항상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4명의 게이머들이 동일한 종족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전혀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타크래프트에 아직까지 '무적'의 전략은 없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것 같습니다. 동시에 테란이 이만큼 실력이 발전하고 테란크래프트라는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최강중의 최강이 4명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최강의 플레이스타일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흔히들 플레이 스타일을 구분하는 면에서 '물량형, 전략형, 완성형' 으로 구분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전 조금 다르게 구분해볼까 합니다. 바로 '공격타이밍'에 의한 구분입니다. 임요환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타이밍러쉬의 대가이고, 이윤열, 최연성 선수의 물량이 너무나도 돋보이는 것은 그만큼 공격타이밍을 잘 잡는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지훈 선수의 완벽해보이는 경기운영역시 감각적인 공격타이밍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임요환 선수의 공격타이밍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2001한해를 임요환선수의 해로 만들고 계속되는 메이저 대회의 우승을 일궈낸 임요환선수의 배후에는 경기를 한번에 끝내버리는 '절대타이밍'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저그, 테란, 프로토스 어느종족 할것없이 초중반에 끝내버리거나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그의 절대타이밍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 하나의 '타이밍'을 만들어 내는 그의 플레이는 그의 '전략가'라는 별칭에 한층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공격타이밍의 강점은 '상대가 생각지 못한 타이밍' 이라는 것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항상 일꾼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그의 고질병인 생산력의 부재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 러쉬'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는 빌드오더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정도까지 일꾼을 생산하며 어느정도 타이밍에는 어떤 건물을 건설하고... 빌드라는 것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펼치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빌드오더를 본능적으로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그것을 변형함으로써 시간을 앞당기는 능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꾼을 생산하며 테크트리를 올리는 타이밍에 임요환 선수는 일꾼한기 쉬는한이 있어도 병력을 생산해버립니다. 테크트리에 투자하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서 병력을 한기 더 생산합니다. 그렇게 되면 장기전으로 갈수록 일꾼의 부재로 생산되는 병력이 점점 줄어들겠지만 초중반 가장 강력한 공격부대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강력한 부대는 임요환 선수의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 능력과 함께 200%가 넘는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입니다. 이런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 러쉬는 대 저그전에 가장 강력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메딕의 굉장한 회복속도는 테란의 병력을 매우 빠른 시간에 새것으로 만들어주며 임요환 선수는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당황한 상대에게 병력보충 거의 없이 많은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에 대 프로토스전에서 좋은 타이밍에 공격을 가더라도 재활용하는데 꽤나 오랜시간이 걸려버리는 메카닉 유닛들은 임요환 선수의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터지게 되며 임요환 선수는 병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됩니다. 일꾼의 부족으로 그는 후속타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좋은 타이밍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임요환 선수가 저그전에 비해서 프로토스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윤열 선수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물량파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윤열 선수의 핵심은 물량이 폭발하기 전의 강력한 '흔들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윤열 선수 역시 '흔들기' 이후의 공격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흔들기’가 매우 강력하고 자칫 잘못하다간 거기에 그냥 끝나버릴 수도 있지만 ‘흔들기’는 ‘흔들기’일뿐 절대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가 담긴 공격은 아닙니다. 전 이윤열 선수의 ‘흔들기’는 마무리 공격타이밍을 잡기 위한 기반플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윤열 선수의 신비에 가까운 물량의 전제조건으로 ‘흔들기’라고 알려졌습니다만 전 물량보다 타이밍에 좀더 중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앞서 말한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러쉬의 비결이 일꾼뽑는 자원 아끼기... 였다면 이윤열 선수의 타이밍 러쉬의 비결은 ‘흔들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윤열 선수의 플레이를 잘 살피다보면 분명 상대가 충분히 예상한 타이밍에 ‘흔들기’플레이를 펼치고 또 펼치고, 또 펼칩니다. 계속되는 공격에 상대방은 자신의 타이밍을 빼앗겨 버리게 되고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윤열 선수에게서 빼앗긴 분위기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리기 위해 테크트리를 올리거나 멀티를 함으로써 좀더 유리한 고지에 서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때, 바로 치명적인 타이밍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윤열 선수는 바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 공격에 들어갑니다. 멀티를 하거나 테크트리를 올리는데 자원을 투자하게 되면 아주 잠깐이나마 생산이 비는 타이밍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그때를 이윤열선수는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타이밍 러쉬를 ‘생각지도 않는 타이밍’이라고 표현했다면 이윤열 선수는 ‘이타이밍만 넘긴다면...하는 타이밍’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표현이 조금 조야하긴 하지만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네요.^^;) 만약 이윤열선수가 그런 타이밍을 노리지 않는다면 천하의 이윤열이라고 해도 생산력에서 밀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윤열 선수가 이재훈 선수를 상대할 때 지는 모습에서 바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흔들기’ 공격이후에 치명적인 타이밍을 노린 마무리 공격을 이재훈 선수는 셔틀을 이용한 놀라운 컨트롤로 이윤열 선수의 병력을 막아냅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이재훈 선수의 페이스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서지훈 선수는 ‘퍼펙트 테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서지훈 선수에게서는 신비로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느낍니다. 이선수는 잘 알려진 전략을 사용하여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에 첫 러쉬를 가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에 한방러쉬를 떠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서지훈 선수의 승률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매우 신비한 것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선수의 공격은 무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서지훈 선수의 공격타이밍에 대한 비결은 그 ‘시간’에서 찾는것 보다 그 타이밍에 공격을 감행하는 병력의 ‘양’에서 찾고자 합니다. 물론 물량면에서 본다면 이윤열, 최연성선수를 언급해야 하겠지만 전 타이밍에 대한 비교를 하고자 하는것이지 물량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서지훈 선수의 공격타이밍에 대해서 느낀점이 있다면 ‘음... 지금쯤이면 러쉬를 가겠군. 어? 뭐가 저렇게 많아?’입니다. 일전의 서지훈 선수가 우승했던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을 기억하실거라 믿습니다. 홍진호선수와의 기요틴에서의 경기에서 서지훈 선수의 그런면이 잘 드러났습니다. 초반 드랍쉽 실패로 홍진호 선수가 충분히 서지훈 선수의 한방타이밍을 읽었고 또 분위기 자체도 홍진호 선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분위기였지만 의외로 홍진호 선수는 서지훈 선수의 말도 안되게 많은 병력에 고전합니다. 초반 드랍쉽을 실패하고 저그에게 확장마저 헌납한 상황이었지만 APM300을 넘나드는 빠른 손놀림을 가진 서지훈 선수는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하에 최고로 많은 병력을 생산해 냈습니다. 그리고 공격을 감행한 것입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컨트롤 미스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서지훈 선수가 승리하고도 남은 경기였습니다. 대 저그전, 대프로토스전 할것 없이 서지훈 선수의 경기는 누구나 다 예상한 타이밍에 공격을 가지만 상대가 예상치 못한 많은 병력으로 승리를 일궈냅니다. APM 300을 넘나드는 그의 빠른 손놀림은 정해진 시간안에 최적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어 상대가 예상치 못한 양의 병력을 보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정말 ‘퍼펙트 테란’ 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무적에 가까운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한 그이지만 ‘전략적인 면의 부재’ 라는 면은 그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는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연성 선수는 공격타이밍에 대한 말을 언급하기가 매우 힘든것 같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항상 자신의 괴물같은 생산력을 지원해줄만한 자원을 확보한뒤 그 생산력을 이용하여 엄청난 물량을 보유하고 이겨버립니다. 그는 특별히 공격타이밍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것 같습니다. 정찰후 자신의 병력이 상대보다 많다고 여겨질때 공격가버리면 그만입니다. 제가 아직 최연성 선수의 경기를 많이 보지 못한점이 크긴 하지만, 최연성 선수의 공격타이밍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난해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타이밍 러쉬’ 라는 말이 가지는 뉘앙스가 아슬아슬함이라면 최연성 선수의 경기에서는 그런 ‘아슬아슬한 장면’ 이 보이지 않는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직 그가 발전하고 있는 단계임을 잘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임요환선수나 이윤열선수가 공격타이밍의 면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최연성 선수는 자신만의 타이밍을 가지기 위해서 애쓰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놀라운 생산력과 감각적인 운영으로 말도 안되는 승률을 보유하고 있는 최연성 선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킨 뒤 마땅한 공격타이밍을 잡지 못해 패배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 있습니다. 이런 그가 자신만의 확실한 ‘타이밍’을 가지게 된다면 더욱 무적에 가까운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의 곁에 ‘타이밍의 귀재’ 임요환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그에게 힘을 실어 줄것 같군요.
최근의 수많은 신예테란들의 등장으로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진것 같습니다. 그만큼 테란유저들의 실력들이 상승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4명의 확실한 테란유저가 있습니다. 방송경기가 보편화되고, 리플레이 기능이 지원되면서 임요환, 이윤열이라는 막강테란유저와 서지훈, 최연성이라는 무적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는 테란유저들의 플레이는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전 저그와 프로토스가 테란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 확실한 색깔의 게이머 다수 등장을 제안합니다. 테란에 4가지의 확실한 색깔이 있기에 발전했듯이 저그나 프로토스에도 그런 영웅들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그의 경우는 조금 낫습니다. 조, 진, 락이라는 확실한 색깔의 S급 게이머들이 있기에 변은종, 박태민 등등의 강력한 저그유저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스의 경우는 박정석과 강민의 콤비로는 부족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략과 물량의 정점에 선 임요환과 이윤열 이후에 테란의 막강유저들이 많이 등장한 것처럼 물량과 전략의 정점에 선 박정석과 강민 이후 역시 막강 프로토스유저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프로토스 농장에서도 좋은 씨앗이 자라나길 기대해 보며 한사람의 팬으로써 임요환 농장에서도 풍년을 맞이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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