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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10 00:40:22
Name ijett
Subject [잡담] 오랜만에.
1.
댓글이 아니라 글을 써 보는 건 참 오랜만입니다. ^^
그간 꽤 긴 일정으로 외국에도 다녀오고, 이것저것 앞날 대비해서 준비할 것들 챙기기도 하다 보니까,
어느 방송 무슨 리그 무슨 맵 몇 시 몇 시에서 누구랑 누구가 붙었는데 어떻게 되었더라...
중에 하나도 안 빼놓고 외우던 게 이제는 가물가물하더라구요.
심심풀이로 다이어리 펴놓고 OSL 4강 예상을 해보려던 중에, 8명 중에 딱 한 명이,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딱 한 명이 생각이 안 나서,
'으으...OSL 8강을 기억 못하다니... 이제 팬 접을 때가 된 것인가...' 왠지 마음이 싸하더군요.
못하는 스타지만 좋아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아무래도 임테란 때문인가 봅니다. 바쁜 중에도 그나마 찾아보던 임테란 경기마저 이젠 보기가 무서워서 말이죠. ㅠ.ㅠ
(외국에서 어렵게 어렵게 인터넷 접속해서 pgr 들어왔는데, 처음 본 소식이 임테란 재경기 탈락 소식이었습니다.
차라리 보지 말걸~ 하면서 꽤나 후회했답니다.)


2.
오랜만에 심즈를 다시 깔았습니다. 컴 용량도 안 되고 번잡한 것도 싫어서 그냥 오리지날만 살렸습니다. ^^  
(해 보신 분들은 아시죠. 멍멍이와 야옹이 확장팩, 그 극악의 로딩 시간을...)
서울 처음 와서 혼자 자취 시작할 때, 처음 보는 심즈 게임이 신기해서, 저랑 비슷하게 원룸 비슷한 집 지어 놓고 혼자 살도록 캐릭터 하나 만들었었죠. 이름도 제 이름을 붙여서. 근데 이게 처음 하는 거라, 친구들 어떻게 부르는지도 모르고 혼자 덩그러니 놓아두니까 사교 점수가 금세 빨갛게 되더라구요. 어두운 집에 혼자 남은 캐릭터는 주저앉아서 흐느껴 울고 있구요. 이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우습죠^^;;;)

생각해 보니까 그때 제가 그 게임 속 캐릭터랑 똑같은 상황이었거든요. 숫기도 없고 친구들도 연락 안하고 하니까 그냥 혼자 밥해 먹고, 책 읽고, 인터넷 하고, 자고, 밥해 먹고...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문득 생각해 보니까 자취한 지 이틀이 됐는데, 그 동안 말을 한 마디도 안 하고 산 거예요. 섬뜩했죠. 혼자 있다는 게 갑자기 너무 무서워져서 집에 전화까지 하고, 하여간 생 쑈를 했답니다.

지금이야 뭐 심즈로 네 집 교차 스와핑-_-;;; 등등 각종 사악한 짓거리를 즐깁니다만,
오랜만에 제 이름 붙인 캐릭터를 만들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

어둡고 무서워
...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왜 하필이면 그런 때 그 시가 생각난단 말입니까. ^^;;
(기형도 시인 작품인 것 같은데 제 기억에 의지해 쓴 거라 정확하지 않습니다.)
심즈 게임에서야 뭐 매뉴얼 보고 배우기만 하면, 전화로 사람들 부를 수도 있고, 이웃집 사람으로 내 캐릭터 불러서 관계 올릴 수도 있고, 쉽게 치트키로 해도 되고, 최악의 경우엔 지우고 다시 만들면 되죠. 근데 실생활에서는 배워도 안 되더라구요. ^^ 사람 사귀고, 관심 가지고, 서로 잘 지낸다는 게.

아아~~치트키도 없고, 리셋도 못하는 인생.
열심히, 소중하게 살아야겠죠. (이상한 결론^^)


3.
오랜만에 명언 공책 쓰려고 폈는데, 갑자기 아주 오래 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인지, 아리스토텔레스인지, 아리스티데스인지-_-;; 아마 아르키메데스가,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 지금 자네가 말한 것 말인데,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인가?
- 어... 글쎄요. 저도 누군가에게 들은 것 뿐이라서...
- 그럼 지금 자네 말을 듣는 게,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도움이 되나?
- 네? 아 뭐... 유용할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그냥 잠깐 웃고 말자는 건데요.

그 말을 들은 아르키메데스는 웃으면서 그랬답니다.

- 그럼 진실도 아니고 도움도 안 되는 이야기를 왜 하고 다니나?

요즘 엇나간 말 때문에 엄한 일을 몇 가지 겪어서인지, 이 말이 마음에 쏙 들어오더군요.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고, 부드러운 털로 만든 붓으로도 창칼처럼 찌르고 벤다잖습니까. 그저 말 조심하고, 글도 조심해야겠습니다. ^^
으음. 그럼 정작 이 잡담은 진실이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냐... 아아 찔리는군요. ^^;;;

어느새 자정도 지나고 새벽 한 시가 가까워 오네요.
아침형 인간이 돼야 할 텐데, 게임이 늘 태클입니다.
pgr 오시는 분들 너무 늦게 주무시지 말구요. 늘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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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칩그녀
04/02/10 01:16
수정 아이콘
오랜만입니다. ijett님. ijett님 글 오랜만에 보니 아주 반갑네요. ^^; (아 ijett님은 절 모르시겠군요) 심즈이야기가 퍽 인상적입니다. 저도 밖에 나와살고 있는 고학생신분이라 왠지 와닿네요. 혼자 놔둬도 잘 굴러다니는 저이지만서도 벌써 혼자 산지 몇 년이 지나니 안정된 가정이 그립더군요. 가끔 ijett님이 올려주시던 명언시리즈를 찾아보곤 했는데 (^^;) .. 아르키메데스가 그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너무 괘념치마시고 계속 이야기해주시길.. ^^ 좋은 밤 되세요 (__)
높이날자~!!
04/02/10 01:26
수정 아이콘
ijett님 생각하면 언제나 만화가 생각난다는 ^^;

만화 그려주세요 ^^a
김평수
04/02/10 01:45
수정 아이콘
역시 그만화를 잊을수가 없네요..^^ 오랜만입니다!
멜랑쿠시
04/02/10 02:23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심즈를 즐겨 하고 있다는^^,, 저희집은 수리수리마수리까지 모두 깔았답니다.
로딩시간동안은 창 내려놓고 인터넷 두세군데 다니면서 맘놓고 글을 읽는답니다... 후훗
04/02/10 05:23
수정 아이콘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가 화악 하고 마음에 꽃히는 느낌이네요.
저도 조금은 생각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되거든요. 그래도 글은 몇번씩 읽어보고 수정이 가능하니, 인터넷상에서는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ㅁ;

아, 저도 ijett님 하니까 괜히 만화가 생각나네요. 기다리겠습니다 ^^ (무언의 압박?)
cyanstar
04/02/10 05:38
수정 아이콘
아... 심즈... 추억의 게임입니다. ^^ 빵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2박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한 적이 있거든요. 정말 중독성이 강한 게임입니다.

저도 ijett님처럼 키우는 캐릭 사교점수가 빨갛게 되면서 계속 우는 바람에 어쩔 줄 몰라한 기억이 있어요. 또 한번은 샤워실 문짝을 실수로 안 만든 바람에 청결도(인가 뭔가)가 빨갛게 되면서 캐릭이 막 화를 낸 적도 있고요.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 정말 실망이야. 어떻게 그런 게임을 할 수 있어?" 하며 울먹이던 동생을(제가 저그로 하고 있었거든요. 많이 징그러웠나 봅니다. -_-;) 게임계로 유혹한 작품이기도 하죠.

간만에 심즈 생각이 나서 감히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무렵, 네 살 고사리손으로 환상의 마우스컨트롤을 자랑하며 집을 짓던, 대견한 조카생각도 나고 해서요. ^^
언뜻 유재석
04/02/10 10:21
수정 아이콘
^^/
하늘호수
04/02/10 12:25
수정 아이콘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04/02/10 13:04
수정 아이콘
하늘호수님 감사합니다 ^^b 약간의 손질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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