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13 18:30:23
Name 어둠의오랑캐
Subject 부활하라! 로보트 태권V!!
나는 태권 V다. 세계 최강의 로봇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나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로부터 지구를 지켜왔다.

훈이와 영희...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영원한 삶의 동반자이다.

만약에 훈이와 영희가 없었다면 난 고철덩이로 사라졌을지도 모르고 악의 화신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를 자랑스러워했고 나는 그들에게 나의 모든 것을 맡겼다.

그런 우리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었는지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를 서서히 잊어갔다.

그렇게 권태의 시간이 지속되었고 시간은 흘러 훈이와 영희는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고 난 여전히 태권V다.

어느 날 훈이가 나에게 말했다.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너를 이용해 돈을 벌어야겠다.”

“자 여러분들! 어린아이들의 두뇌와 체력발달에 좋은 태권V 조종을 해보세요!”
“아가씨들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랍니다!”

이른바 태권V 조종게임이었다.

난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로부터 살찐 아가씨들까지 막말로 개나 소나 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되고 말았다.

말썽쟁이 아이들이 계기판에 아이스크림을 흘려도 조종에 자신 있다는 중고생들이 63빌딩을 무너뜨리는 사고를 쳐도 난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

난 오히려 힘들다고 조종을 그만 두는 아가씨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DDR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해 자동항법장치를 가동하기도 했다.

훈이와 영희를 위해 난 기꺼이 게임기가 되었다.

그들도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인간이었기에...

그것이 훈이의 뜻이었기에...

나의 노력과 훈이의 마케팅으로 인해 나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갔다.

태권V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세계게임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대한민국은 또다시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했다.

역시 훈이의 판단은 옳았다. 난 비록 게임기가 되었지만 태권V란 나의 이름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크나큰 업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게임기라며 무시당했던 상처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렇다 난 대한민국의 자랑 “태권V”인 것이다!!

어느덧 훈이는 중년의 노신사가 되었고 난 여전히 태권V다.

그동안 게임리그 역시 많은 변화를 일으켜 기존에 유행하였던 아이템을 획득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RPG게임 보다는 1:1대전 격투게임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그동안 RPG게임에 익숙해졌던 나의 프로그램은 새로운 게임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이는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부터 훈이는 날 창피해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난 느낄 수 있다.

마징가 Z를 보고 난 후면 훈이는 언제나 나에게 성질을 내곤 한다.

애초에 날 만드신 김박사께서는 마징가Z를 보고 영감을 얻으셨다고 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닮았을 수밖에 없는데... 훈이는 결단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한다고 내가 마징가 Z일 수는 없는 건데...

일본의 영웅 아톰이 미키마우스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하였지만 각각이 별개의 캐릭터인 것 처럼 난 그냥 태권V일 뿐이다.

급기야 훈이는 내가 수박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김박사가 수박의 파란 바탕의 검은줄을 보고 나의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된 몸체를 디자인했고 수박을 먹다가 씨가 틀니의 테두리에 껴서 테에껸씨(테두리에 낀 씨)란 이름이 생각났는데 약간의 수정을 거쳐(테에껸씨-태껸씨-태권C-태권V)나의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태권V역사학이란 학문까지 만들고 나선 것이다.

점점 변해가는 훈이를 보며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부끄럽진 않다. 난 결코 마징가Z에 뒤지지 않은 성능을 지니고 있으며 그와 언제든지 맞짱을 떠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기로 전락해 버린 나이지만, 그것이 어느덧 훈이가 생각하는 나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지만, 나를 진심으로 조종하는 사람의 마음을 난 느낄 수 있다.

오늘도 김박사님은 코피를 흘리시며 연구를 하고 계신다.

그 연구의 결과가 요즘 유행하는 1:1격투대전 게임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젠가 다가올 위기에 나를 조종하는 사람과 나를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난 세계최강의 로봇 태권V다.

끝.



요즘 이종격투기에 흥미가 생겨서 격투기 관련 사이트들을 자주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태권도 까는 글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냥 언젠가 프라이드 무대에서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선수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간달프
05/09/13 19:48
수정 아이콘
태권V는 세계최강의 로봇이었고 지구를 지켰을지 모르지만 태권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전 지금까지 왜 태권도가 국기가 되어서 국기태권도를 왜치며 정권을 질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프라이드에서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선수를 만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영 힘들다고는 생각합니다.
유신영
05/09/13 20:01
수정 아이콘
예전에 태권도 경기 잘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태권도 경기를 보면 태권도가 강하다는 사실 너무 잘 알겠지만,
우리나라 태권도는 그냥 스포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냥 지루한 스포츠 정도입니다.
- 물론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 그러나 핸드볼 공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제가 아테네 올림픽 여자부 결승전은 너무나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승패에 관계없이 말이죠.
- 차라리 그나마 검은 띠라도 딴 태권도 즐겁게 봐야할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태권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태권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작 중이라는 태권 V에는 기대가 큽니다.
김청기 사단의 수많은 표절작 중.. 그나마 정체성을 갖고 살아남아준 고마운 녀석이거든요 ^^
저그는 어려워
05/09/13 20:03
수정 아이콘
프라이드는 전혀 불가능이죠 K1이라면 몰라도....그것도 물론 힘들겠지만
하이킥은 잘하겠네요.
어둠의오랑캐
05/09/13 21:24
수정 아이콘
무플기록을 세우는 가 하는 불안감에 제목을 바꿨더니 3분이나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태권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어렸을 때 남들처럼 도장 다니고 학교에서 태권도부로 있으면서 태권도 역사도 공부했지만 수련이라고 할 정도로 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냥 한때 태권도로 전국민이 엄청 자랑스러워 하던 때가 생각나서 이런 저런 푸념식으로 적어 봤습니다.
"외국에 가서 태권도 자세만 취하면 갱단 놈들도 도망친다."는 외국 생활 길라잡이를 들으면서, 재밌게 봤던 영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에서 악역으로 나온 한국인(콘크리트 벽을 정강이로 차서 흔들리게 만들 정도는 물론, 그외 한국인 태권도 수련생들까지도 갖가지 차력쇼를 보여주며 전부 다 괴물로 표현이 되어있습니다.)등을 보면서, 태권도복 입고 집에 갈때면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외국꼬마가 날 보면서 두려움의 표정을 짓는 것을 체험하면서(어렸을 적 동네에 외국인 학교가 있어서 외국인들하고 자주 마주쳤거든요.) '역시 태권도가 세계 최강의 무술이야' 라는 자부심으로 태권도 학원을 다닐 때가 있었거든요.
저도 현재 한국 태권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입니다. 어렸을 적 도장을 다녀 본 경험으로는 무도를 수련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띠를 파는 가게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으니까요.
태권V는 표절작이긴 하지만 왠지 애착이 갑니다. 그냥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적 태권도에 대한 환상때문일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512 처음 인사드리면서 수다도 한보따리~ [5] 초코라즈베리4752 05/09/14 4752 0
16511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167] 망이4852 05/09/14 4852 0
16510 그는 끝없이 추락했기에 다시 올라갈 수 있다. [27] ggum3374500 05/09/14 4500 0
16509 내가 좋아하는사람 vs 나를 좋아하는사람 [39] Ares5314 05/09/14 5314 0
16508 재테크..관심 있으십니까? [15] zenith4463 05/09/14 4463 0
16507 [정보]나이스게임티비 운영진 모집 [3] BluSkai5811 05/09/14 5811 0
16506 스갤에서... [29] dangertnt6002 05/09/14 6002 0
16504 이별해 버렸습니다... [12] kiss the tears3938 05/09/14 3938 0
16502 플러스팀의 프로리그 후기리그 중-상위권 도약을 바라며! [18] 요쉬4628 05/09/13 4628 0
16501 소울 vs 팬택 //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경기 보여줘서 양 팀 다 고마워요~ (스포일러 있어요~) [4] 저그ZerG4092 05/09/13 4092 0
16500 SouL VS P&C 큐리어스 - 명불허전 [12] 호수청년5757 05/09/13 5757 0
16499 @@ 배럭을 이용해 미네랄 건너편으로 유닛 밀어넣기 ... ㅠ.ㅠ [25] 메딕아빠6528 05/09/13 6528 0
16498 스타크래프트는 바둑이 될 수 있을까? [29] 산적4454 05/09/13 4454 0
16497 소울대팬텍(스포일러있음) [8] 경규원4732 05/09/13 4732 0
16496 후기리그 최대 복병 SOUL~~~~ [16] 초보랜덤5603 05/09/13 5603 0
16495 아 진짜 행복합니다.(프로리그 스포일러임) [21] 둥이4377 05/09/13 4377 0
16493 핸드폰을 이용한 맵핵? [48] 그린티6004 05/09/13 6004 0
16492 프로들간의 팀플레이는 사라져야한다. [75] EastSideOfDream6100 05/09/13 6100 0
16491 홍진호 선수는 폭풍저그가 아니라고 ? [20] Oxoxo4534 05/09/13 4534 0
16490 질보다 양인겁니까? [28] EastSideOfDream4514 05/09/13 4514 0
16489 너무도 당당하시네요:) [33] EastSideOfDream5605 05/09/13 5605 0
16488 9월 13일 SKY PROLEAGUE 2005 후기리그 엔트리&승자예상 [9] ΣOnegai4523 05/09/13 4523 0
16487 부활하라! 로보트 태권V!! [4] 어둠의오랑캐4333 05/09/13 433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