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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2/02 23:45:41
Name Je Taime theskytours
Subject 손이 맞 닿는 그곳 - 종이, 혹은 키보드.

지금은 어디내놔도 빠지지 않는 악필이지만, 한때는 꾸준히 일기를 쓴다든가
글씨 잘쓴다고 칭찬을 들을때가 있었다.
물론 중요한것은 지금, 글씨인지 암호인지 성형문자인지 파악하기 힘든것이
내 글씨이고, 나도 써놓고 나서보면 어쩌다 내 글씨가 이렇게 됐나 한숨을
내쉴때도 있다.

그러나 내 손이 늘 움츠러들고 꺼려지는것은 아니다.키보드를 만나면 춤을 춘다.

스타를 할때도, 글을 쓸때도, 인터넷을 이용할때도 익숙하게 달라붙고 떼어지는
'키보드의 그립감'

문득, 종이에 다시 손을 대고 글을 써보았다. 어차피 이제는 연필을 구하는일이 어렵다.
샤프라 하더라도 일단 쓰기만 하면 된다.

사각사각. 슥슥슥슥.

상쾌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경쾌하다고 해야할까. 둔탁하지 않은 기분좋은
그러나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절대 신경조차 못쓸 소리가 들린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느낌이다. 물론 그려지는건 여전히 난수표에 가까운
검은 선들 뿐이지만 오른 손목에 박힌 굳은살은 아무 상관없는 약지 바깥쪽의 굳은살이
오랜만에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다.

키보드냐, 종이냐. 물론 답은 없다.

하지만 하나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하나는 잊고 싶지 않는 느낌이다.
언젠가 저 감각을 잊는다면, 그때가 나란 인간의 정서가 완전히 메마른 날이 아닐까.

그래서 난 오늘도 괜시리 샤프를 꺼내 종이에 대고 비빈다.
오른손아, 고생한다. 이상한 주인 만나서. 양치질도 아니고 맨날 하는 이 버릇이...
과연 언제까지 갈까. 매일 한다고 과연 잊지 않는것일까.

종이가 멀어지면

나는 무엇이 되어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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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곳
04/02/02 23:56
수정 아이콘
종이는 잊혀지려 하는 향기입니다
04/02/03 00:05
수정 아이콘
글을 직접 손으로 쓴다는 점에선 제 손은 이미 퇴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글을 조금이라도 쓸라치면 손이 저려오고, 글자는 그야말로 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외계어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렇다고 저는 연습을 하는것도 아니고..몇일전에 큰맘먹고 편지를 썼는데 진땀을 뺐었지요. 쓰다가 쉬고, 쓰다가 쉬고, 나중에 저리다 못해 볼펜을 잡을 힘조차 없어지더군요..
다시 일기라도 써야 할까..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Lunnette
04/02/03 12:14
수정 아이콘
어떤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책은 섹시하다고 합니다.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손가락 끝으로 느끼면서 육체적 쾌락을 느낄 수 있다, 는 의견이었죠. 전 매우 동감합니다. 두 팔로 껴안을 수 있고,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볼 수 있고. 책장을 연달아 넘기며 이는 작은 바람이 다른 쪽 손가락에 느껴질 때의 행복감이란..^^
저도 컴퓨터로 글을 쓰는 걸 즐기는 사람입니다만, E-mail은 극히 꺼린답니다. 아직도 편지를 꼬박꼬박 쓰지요..^^ 받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섹시하게(!) 느껴 달라는 애교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종이가 멀어질수록, Je Taime theskytours님의 섹시함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 앞으로도 계속 종이에 끄적끄적, 해 주세요^^
키 드레이번
04/02/03 12: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연필이 종이 위를 신나게 달려가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제가 생각할 때는 정말 유쾌한 소리입니다.^^
키보드의 타닥타닥 하는 소리도 좋지만, 아직은 연필이 종이위를 달리는 그 느낌이 더욱 좋더군요.
문득 종이위에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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