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9/06 21:26:17
Name 초록나무그늘
Subject 2:1도 방심하지 말아라. 그는 천재이다.
11시 안기효가 준비한 회심의 더블전진게이트. 오버로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수만 관중의 목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박태민의 눈가에
짧은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 뒤이어 달리는 저글링. 그의 의지를 담은
짧은 머리 만큼이나 깔끔한 판단과 플레이로 안기효의 프로토스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플레이어가 아닌 관전자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코엑스몰에서, 모니터 뒤에서, 브라운관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만의 관중들은 누군가의 승리를 짐작했을 것이다. 몇몇 성질급한 이들은
SK T1과 팬택의 에이스 결정전 엔트리를 짐작해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임요환이 나오겠지? 그럼 팬택은 안기효가 나오려나?]

그러나 순간, 그 짧은 판단과 선택이 지나가고 있던 그 순간 모두가 잊고 있었다.
5시 파란색의 테란이 어째서 천재라고 불리는 플레이어인지를
수준급 대테란전을 보여주던 전상욱을 몇분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못하게
셧아웃 시킨 그의 존재를

판단은 순간이었고, 타이밍은 절대적이었다.
분명 누가 봐도 2:1이 될것이 극명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박태민이 천천히 부활해감에
따라 2:1 구도로 펼쳐질것이었다. 최상급의 테란과 최상급의 저그 플레이어를 맞이해
아무리 천재라고 불리는 이윤열이라도 승리할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얼마나 버틸수 있는가를 모두 가늠하고 있을 즈음

마치 대 산왕전에서 강백호가 던진 마지막 슛처럼
이윤열의 레이스와 골리앗이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임요환의 본진을 강타했다.

여유.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 휴식.
누구도 임요환이 방만한 플레이를 했다고 나무랄수 없는 일이다. 유리한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이 아니던가. 다만, 그 성향과
그 작은 마음의 빈틈을 찾아 그 타이밍을 읽을수 있었던 이윤열의 천재성과
그것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준비했던 인내심을 칭송해야 할 것이다.

짧은 판단과 신들린듯한 컨트롤 뒤에 남은 것은 불타오른채 맵을 떠다니는
붉은색 커맨드센터의 잔해. 고조된 해설자들의 목소리. 넋나간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관중들. 굳어진 SKT1의 벤치.

목소리로 스스로를 입증하는 천재는 진정한 천재가 아니다.
준비된 플레이와 빛나는 한순간. 그리고 그를 칭송하는 목소리.
이윤열이라는 이름이 가질수 있는 카리스마가 하향세를 타고 있을때
그는 플레이로 그 카리스마가 지금 가장 빛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아무도 그의 앞에서 방심할수 없다. 그는 이윤열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이스트
05/09/06 21:27
수정 아이콘
멋진 축하글이네요.^^
05/09/06 21:28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그는 이윤열이다.
하루나
05/09/06 21:28
수정 아이콘
경기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거같은데.. 글솜씨가 좋으신 분들은 금방금방 아런 좋은 글을 쓸수있나봐요.. 윤열선수. 멋집니다. (그리고 진선수들 너무 나무라지 맙시다;;;)
먹고살기힘들
05/09/06 21:29
수정 아이콘
드디어 슬럼프에서 벗어나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주는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미나무
05/09/06 21:29
수정 아이콘
천재란 상식을 깨는자... 그 말에 딱맞는 이윤열 선수 였습니다. ^^
돌아온탕아
05/09/06 21:30
수정 아이콘
글이 완전 폭주수준이네;;
오감도
05/09/06 21:31
수정 아이콘
많은분들이 승리를 폄하하기에 바쁘신데 정말 이윤열 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였나 생각됩니다.정말 멋졌습니다.
카이레스
05/09/06 21:31
수정 아이콘
와....마지막 5줄 멋지네요....잘 읽고 갑니다. 축하글인만큼 이긴 선수에게는 축하의 댓글을, 진선수에게는 격려의 댓글만 달렸으면 하네요.
05/09/06 21:31
수정 아이콘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천재입니다. 이윤열 선수 오늘 좋았어요.
letter_Couple™
05/09/06 21:32
수정 아이콘
헐헐헐 글잘쓰시네요.

제 레포트좀 써주세요;;;
이쥴레이
05/09/06 21:32
수정 아이콘
하아.. 이윤열 선수 팬은 아닌데... 강민선수 아바타 리콜 이후 그의 광팬이 된거처럼.. 그렇게 될까봐 걱정 됩니다.

어느정도 호감도 상승..
Valki_Lee
05/09/06 21:34
수정 아이콘
이윤열의 쇼타임...이었다고 밖에는. 이 맛에 팬하죠.
05/09/06 21:35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박성준선수 팬인데... 평소 이윤열선수가 너무 잘해서 시기하던중..
오늘 경기보고 호감도 상승이네요..
보는내내 입이 벌어져서..;;
v퍽풍v
05/09/06 21:37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저는 홍진호 선수의 팬이고 박태민 선수의 팬이지만.. 나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수줍은 미소속에 숨겨진 천재성이란!
포츈쿠키
05/09/06 21:39
수정 아이콘
정말 이맛에 팬합니다. 오늘 너무 잘했어요. 멋진글 잘읽었습니다.
오감도
05/09/06 21:40
수정 아이콘
'앞마당 먹은 이윤열은 못이긴다'는 깨진지 오래지만..

이재훈과의 50게이트, 한승엽과의 도망자 테란역전경기, 그리고 이번 2:1사건까지...

'수달 앞에서 한량모드는 없다' 인거 같아.//스갤펌
흐르는 물처럼.
05/09/06 21:41
수정 아이콘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번 아이옵스4강 박태민과의 발해의꿈 에서
이겼을때랑 똑같은 흥분이 일어 나는군요...와..
05/09/06 21:42
수정 아이콘
우와~ 정말 멋진 글입니다. !!! ^^
팀분위기가 안좋을 때 이런 멋진 승리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에이스의 사명이죠. 이윤열선수, 오늘 그 사명을 멋지게 해냈네요!! ^^ 최고~
김영진
05/09/06 21:52
수정 아이콘
멋진 각개격파 전술을 본 듯 하네요.
한쪽으로 치고 가는게 조금만 늦었으면 포위 당해서
지는 경기를 이겼네요^^;
05/09/06 22:34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멋진 글입니다. 특히 마지막 5줄요.
붉은눈
05/09/06 22:51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글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를 보고 감동하고 초록나무그늘님의 글을 보고
그 감동이 배가 되네요 ^^
new[lovestory]
05/09/06 23:20
수정 아이콘
멋진글이군요...이윤열선수를 잘 표현한...
이별없는사랑
05/09/07 00:07
수정 아이콘
멋진글 감사드립니다. 윤열동에 초스피드로 올려주신 vod도 잘봤어요. ^^
05/09/07 00:19
수정 아이콘
글도 vod도 잘봤어요. 정말 오늘 Nada 팬인게 뿌듯한 날이네요.
05/09/07 00:49
수정 아이콘
위기앞에서 더욱 빛나는 선수...
개인적인 위기, 팀의 위기 그 모든 것을 딛고 더 화려하게 부활해 스스로 빛나는 선수가 바로 이윤열입니다. 천재앞에선 조그마한 틈이라도 얄짤없죠. ^^
05/09/07 02: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솜씨...........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289 WCG에서 최연성 선수를 압도한 그 빌드가 바로 서프림3입니다!!! [33] ArcanumToss5919 05/09/06 5919 0
16288 公知事項 [6] 낭만토스4423 05/09/06 4423 0
16284 이윤열!!! 대단합니다, [33] 하이메4932 05/09/06 4932 0
16283 프로리그 역사에 있었던 2:1상황 역전극 모음 [32] 초보랜덤6098 05/09/06 6098 0
16281 과연 임요환선수의 잘못은 무엇일까요? [25] 랩퍼친구똥퍼4343 05/09/06 4343 0
16280 이러는 동안 WEF 스타, 워3 결승이 끝이 났습니다. [28] kama5231 05/09/06 5231 0
16279 2:1이 2:1이 아니었다? [52] teka4216 05/09/06 4216 0
16278 임요환 선수의 패인 [386] 폐인6445 05/09/06 6445 0
16274 SKT1 vs 팬텍&큐리텔 4세트 (스포일러) [15] 연성,신화가되4165 05/09/06 4165 0
16273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34] 삿짱z4362 05/09/06 4362 0
16272 2:1도 방심하지 말아라. 그는 천재이다. [26] 초록나무그늘4250 05/09/06 4250 0
16270 천재. [NaDa]의 부활 [14] 하이루4779 05/09/06 4779 0
16269 위기의 SK 우승팀 징크스? [7] 초보랜덤4468 05/09/06 4468 0
16268 오늘 프로리그 4번째 경기가 그렇게 대박인가요? [72] 마르키아르4507 05/09/06 4507 0
16267 이윤열 선수 할말을 잃게 만드네요.. [4] 플토는 나의 힘4409 05/09/06 4409 0
16266 이윤열... (경기결과있음) [14] 김태엽4646 05/09/06 4646 0
16265 정말이지 어이가 없네요... [144] Kala5576 05/09/06 5576 0
16264 리버 or 다크템플러 - 그리고 ,, [팬텍vsSK텔레콤 1경기 스포일러有] [37] 무지개고고4250 05/09/06 4250 0
16263 [잡담] 이런 글 써도 되는지 모르지만.. [15] 한빛짱4200 05/09/06 4200 0
16262 사람을 구하러 갑니다. [4] GG4100 05/09/06 4100 0
16261 집단이라는 이름의 폭력 [7] 레지엔4511 05/09/06 4511 0
16259 스타크래프트는 공평한 게임입니다 [18] Timeless4507 05/09/06 4507 0
16255 대한민국 대기업 컴퓨터 AS기사는 사기꾼인가? [32] 정테란4885 05/09/06 488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