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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06 20:28:51
Name 레지엔
Subject 집단이라는 이름의 폭력
(일단 시작에 앞서서 전 현재 의대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특별히 의-약 갈등의 어느 편도 아니고, 기본 성향은 개인주의자이며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일반적인 보수적 경향, 집단주의적 경향을 싫어하는 쪽입니다)

약대 6년제가 통과되었습니다. 한의대 다니는 아는 형님은 ‘저런 **같은!’이라는 소리를 터뜨리면서 분노를 하고(그 기분 풀려고 배틀넷 들어갔다가 5연패 당하고 좌절했답니다-_- 공부나 하지 거-_-;;) 오늘 학생회에서는 설문지를 돌리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호텔 로비의 결과다’

뭐, 개인적으로 약대 6년제에 대해선 찬성하는 쪽입니다만(진료권과 임의조제를 막는다는 전제하에), 분위기 상 의사와 의대생들이 연합해서 ‘투쟁’에 들어갈테니 아마 저도 피켓들고 정부 청사 앞이 됐든 어디가 됐든 땡볕 아래서 소리지르게 생겼습니다. 심히 걱정됩니다.(수업 안 듣는다는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보면 제 손해겠죠)

단지, 투쟁의 성격상 숫자 동원이 상당히 중요하고(설문지에는 4개 문항이 있었고 아마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격문이나 항의서에 인용하겠죠) 당연히 원치 않음에도 그러한 집단 투쟁에 끌려갈 겁니다. 친구 중 하나는 ‘강제 동원’이라고 표현했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안나가면 한국인들의 특성상 ‘다 하는데 넌 왜 안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또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를 보통의 한국인 이상으로 강조하는(위계서열에 대한 의식은 가히 군대수준이라고 표현한 예비역 후배-_-;가 있었죠) 의대에서 ‘필요성을 역설하여 설득하고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문이나 동아리 차원에서 전원 참석을 유도’하게 될 겁니다. 좀 더 편하게 말하죠. ‘애들 시켜’

의대는 6년제가 아니라 25년제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의대 졸업하면 인턴, 인턴 끝나면 레지던트, 전문의따고 나서도 연차따지고...... 회사 취직한 것과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사회인과 대학생 간에 서로 영향을 강하게 주고받는다는 점 정도일까요. 그것 자체는, 뭐라고 할 생각없습니다.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체념하고 받아들입니다. 단지 화가 나는 것은 이러한 연공서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나는, 어느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기에 앞서서 개인인 ‘***’입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죠. 만일 제가 인턴이나 레지던트거나 아니면 전문의이거나 했을 때, 환자에 대한 부분을 지적받고 시정요구를 받는다거나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 따를 것입니다. 요컨대 제 직업이나 소속 집단의 주 업무가 되는 분야에 한해서라면 많은 경험을 가진 선배님들의 충고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 집단 구성원으로의 부분이 아니라 제 개인의 신념이나 생활 태도 등에 대해서 같은 집단에 소속되었을 뿐인, 인간적인 존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나이 많은 사람의 충고를 전적으로 수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정당화하는 사고를 혐오합니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 사회이고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라면, 저런 것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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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baeng-E
05/09/06 20:33
수정 아이콘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회에서 관행, 관습이라는 말처럼 무서운 게 없지요.
본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약대 6년제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뭘 또 가져가려고 하는지....
레지엔
05/09/06 20:37
수정 아이콘
관습 무섭지요. 하지만 전통이 아닌 인습을 '전통'이라고 부르는 태도, 틀렸다라고 말로는 하지만 그러면서 변명해대고 자신은 바뀌지 않는 태도, 저것을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심히 맘에 안듭니다-_-;

뭐, 약대 6년제 자체는 반대하기 참 뭐하지요-_-; 약학계 내부 사항이다라고 하면 할 말도 없고. 단지 진료권 넘보지는 말아야죠-_- 진료가능하면 그게 약삽니까 의사지..
김승수
05/09/06 20:44
수정 아이콘
↑ 같은 생각 입니다
서광희
05/09/06 20:53
수정 아이콘
수업거부며 단체시위등등의 집단행동을 벌이기 전에 각 학교별, 학년별 이렇게 찬반토론및 투표를 하지 않나요? 지금 레지엔님의 글에 따르면 그런 절차없이 무조건적으로 까라면 까야한다는 식으로 들리는데...
실례지만 어느학교 의대를 다니시는지...?
아마도.. 그런절차가 있긴하지만, 거의 형식적이고, 별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는것 같기도 한데..
만약 형식적이라고 생각하시더라도 그때 레지엔님의 생각과 의견을 얘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을 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지금 레지엔님의 생각은 "약대 6년제"자체에 대해 반대를 하지 않는
입장이기에, 더 얘기가 나올 여지가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Withinae
05/09/06 20:53
수정 아이콘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의사나 약사나 다 똑같이 보입니다.. 자기 밥그릇 뺏길까 싸우는...어머니가 자궁암으로 실려가셨었는데 바로 그때가 의사들 진료거부할때라 한달간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했었습니다. 뭐..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의사선생님들은 아셔야 합니다. 투쟁으로 무엇을 얻으셨는지 모르지만 저 같은 사람 신뢰는 잃으셨습니다.
Golbaeng-E
05/09/06 21:01
수정 아이콘
레지엔님의 학교 뿐만 아니라, 제가 다니던 대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투쟁 참가는 확정이고 수업 거부를 할까 말까만 투표했지요.
지금은 총학도 망해서(수뇌부가 없어서) 그때그때 과에서 일꾼들이 나와서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이 개인화 정치무관심화이기도 한데 그걸 파악 못했었지요.
레지엔
05/09/06 21:04
수정 아이콘
서광희님// 투표합니다. 수업거부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투쟁은 확정이고요.(적어도 설문지 상에는 그렇게 되어있었습니다) 수업거부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쓰진 않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참가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하려고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견을 이야기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 제가 겁이 많아서 굳이 공공연하게 반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고요.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건-_-;; 공개된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쪽지나 그 외에 다른 방법으로라면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만...

withinae 님// 일단 저 자신은 진료 거부를 나쁘게 보는 편입니다만, '진료시간 이외에는 의사 아님'이라는 점에서 볼때, 의사의 진료거부를 뭐라고 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파업이 되었건, 돈이 없어서건....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분명히 진료를 하고 봐야겠지만 그걸 모든 의사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죠.. 저도 의대생입니다만, 의사에 대한 불신감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큽니다. 제가 본 선배들의 모습이 '목숨맡기긴 좀 불안한데?'라는 의구심을 자아내더군요..

Golbaeng-E 님// 저희는 학생회와 총대단이 연계해서 설문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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