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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2/01 05:03:16 |
Name |
pailan |
Subject |
소년과 청년. |
방금전에 오늘 피망 프로리그의 재방송을 봤습니다.
부산까지 갔다와서 피곤할텐데도 경기를 소화해내는 선수들을 보고 감탄+걱정을 보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프로리그가 보여줬던 기회의 분배가 4강으로 가면서 많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에 약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기회라는 것이 모두에게 완벽하게 똑같이 주어질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상해 하는 걸 보니, 전 아무래도 덜 컸나봅니다^^;;
오늘 전 프로리그를 보면서 한명의 청년과 한명의 소년을 봤습니다.
청년 나도현 선수.
뭐, 이미 여러번 나왔던 벙커링이나, 그의 초반 승부를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요즘 제가 느꼈던 감정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금요일 부산 투어에서 시간을 정확하게 몰라 5시 15분쯤에 컴퓨터를 켜고 온게임넷에 접속했습니다.
"으악, 뭐야? 왜 5시야?"잽싸게 vod를 켜고 눈 초롱초롱, 귀 쫑긋쫑긋 모드로 컴퓨터 앞에 바싹 다가앉았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설게만 보이는 나도현 선수의 짧은 머리.
오늘 보니 '권상우 버젼인가봐요.'라는 귀여운 글들도 있었지만, 왜 그때 저에게는 '약해지지 않을거야.'라고 보였을까요?
원래 단순한 저인지라, 금방 시작한 게임에 몰입하면서 더이상의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4경기가 모두 끝나고 난 후, 강민선수의 전략적인 승리에 박수를 보내고 나서야 다시 한 번 나도현 선수의 생각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시도한 초반 전략.
이미 어느정도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문제니까 별 말 없을꺼라고 생각했습니다.
설사 생각은 하더라도 강민 선수의 멋진 전략에 다들 정신이 뺏겨서 또 한 번 논란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군요.
또 논란의 양상도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에(인정은 하지만, 재미는 없다.) 어떻게 끼어들 수도 없고, 끼어들기도 싫어서 그냥 조용히 컴퓨터를 껐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vod로 어제의 한게임배 스타리그의 재경기를 다시 한 번 봤습니다.
이번에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처음 선수들의 인터뷰부터(거기서 이길께예~가 나왔었구나.하면서 웃었습니다.) 끝날 때 인터뷰까지 쉬지 않고 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제가 알던 나도현 선수가 없었습니다.
나도현 선수를 마지막으로 오프에서 본 것이 저번 WCG때였으니까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새 나도현 선수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확 바뀌어 있었던겁니다.
제 남동생과 동갑인데다가, 웃는게 너무 예쁘고, 갈색 파마머리가 귀엽고, 팬들에게 애교만점이라 볼 때마다 "동생삼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나도현 선수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미소없이 딱딱히 굳은 표정과 짧은 까만머리, 볼에 약간 남아있던 젖살마저 쏙 빠져서 더이상은 '동생'으로 보기 힘들어져 버린, 누가봐도 '남자'의 향기를 풍기는 선수가 되 버렸습니다.
아아, 그걸 깨달은 순간 왜 그렇게 기운이 쭉- 빠지고 마음 한 구석이 지끈 아파왔을까요...
이번 토요일 프로리그에서 간간히 보여줬던 미소와 V포즈, 강도경 선수와의 장난에서 보여준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을까봐 걱정되서였을까요?
아니면 요즘 많이 힘들고 지쳐서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다잡게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안쓰러워서일까요...
프로의 세계에서는 청년인 나도현 선수가, 마음을 굳게 다잡고 딱딱한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그런 남자인 나도현 선수가 필요하겠지만 저는 그래도, 아직은 나도현 선수가 조금만 더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싶습니다.
저만의 아쉬움으로...
소년 유인봉 선수.
나도현 선수를 보고 계속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면, 유인봉 선수를 보고는 그저 흐뭇한 미소만 계속 지었습니다.
이재균 감독님 옆에서 팀복도 입지 않고 앉아 있는 앳된 모습.
마치 옆에 앉아 있는 이재균 감독님과 강도경 선수의 조카처럼 보일정도로 어린 모습이라 "저렇게 어린 선수가 벌써 프로의 세계에..."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벌써 팀에서는 커다란 역할을 맡고 있는 터라, 중압감에 힘들어하면 어쩌나, 경기에 지고 저번 엠겜 마이너리그 예선에서처럼 눈물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이병민 선수와 경기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 유인봉 선수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미 팀이 승리를 따낸 상태라 긴장감이 덜했기 때문이겠지만, 재밌는 일을 앞에둔 꼬마아이같은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이라니......
그저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소망했습니다.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갈수 있기를.
승패에 웃고 울 수 밖에 없는 '프로'지만, 때로는 한 가족같은 팀원끼리도 서로 칼을 겨눠야 할 '선수'이지만 오랫동안 그런 '소년'같은 모습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어린나이로 프로가 되면서 받을 많은 중압감과, 또래들이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아픔이 많겠지만 좋은 감독님과 가족같은 팀원 형들사이에서 많은 예쁨받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승리에 조급해 하지 않고 깊게 뿌리를 내려서 기복이 없는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말 그대로 나이가 자신이 지닌 가장 큰 무기인 유인봉 선수가 훌륭한 큰 선수가 되기를.
p.s.1.예전에 제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아시죠? 여전히 말에 두서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p.s.2.그래도 나도현 선수가 중간중간에 보여줬던 미소가 너무나 기뻤습니다. 힘들더라도 미소까지 잃지는 마시길...
p.s.3.원래 한빛을 제일 사랑하기 때문에 한빛 선수들이 관련되면 감정과잉이 되어버립니다. 이번 피망배 프로리그 무조건 한빛이 우승할겁니다. 한빛 만세!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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