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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22 14:02:34
Name 김상태
Subject "잘가" 라는 말
입대를 얼마 안둔 예비군입니다.
나이로 치자면 예비역이 되고도 남을 24살이지만 나름대로 삶에 충실했고,
그 과정이 있어서 입대를 조금 늦춘사람 입니다.
그과정에서 여러사람과 만나면서, 나는 세상의 틀을 약간이나마 비하하는
비겁하게 사회와 타협해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몇명의 여자와 사귀게 되고 가슴아픈이별도 하고 ,
그사이 군대에 먼저간 친구들은 이제 거의 예비역이된친구도,
예비군 2년차인친구도 생겼습니다. 군대에갔다와서 다들 어른스러워서
일까요?


점점 20대이후에 만난사람들과는 연대할수 없는 벽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대학다니던 친구들과는 아는형님 빼고는 완전히 모든사람들과는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자도 금전적으로만 생각하게 되었구요.
20대 중반으로가는 나이에 겪는 저만의 정신병의 일종이라고까지 생각되었습니다.
돈없으면 무엇이든 못한다는 그런생각을 했습니다.
약간은 다르지만 지금도 그생각의 뿌리엔 변화가 없는것 같아요.


그러다 몇일전 전역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친구와 전 15년 지기 친구입니다.
한동네 살면서 좋든싫든 성격과 가족사항과 심지어 친구집 숟가락은 뭐다,
젓가락은 인삼무늬의 젓가락 이다 할정도로 아는
제게는 정말 소중한 친구입니다. 저도 이친구전역을 기다렸으니까요.
사실 군대간 친구는 정말많지만 친구의 휴가를 기다리고,
전역을 기다린 친구는 이친구 뿐이다 싶을정도로 기다렸습니다.

우린 둘이서 2년이란 시간을 넘어 깊은 대화를 했습니다.
부모님안부도 묻고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집에갈시간이 되었고 우린 약속이나 한듯이 그길을 향해
걸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길을 이친구와 걷는다는것이
그러다 이내 친구의 집이 저희집보다는 약간 가까운관계로
친구가 먼저 집앞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는 혼자가는저를 이제 제법 멀어질만한 거리에서
제이름을 크게 불러주었습니다.
"잘가" 라고 몇번이고 말해주었습니다.


순간 술을먹어서인지 울컥하더군요.
흔한고 흔한말중에 하나인 "잘가" 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그친구야 별뜻없이 내게 몇번이고 잘가라고 말했겠지만,
저는 그 "잘가" 라는 말에 담긴 소중한 정이란걸 느꼈습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조금 변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감히
pgr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이젠 저도 그누군가가 제가느낀 그런기분이 들수있게끔
다는 아니더라도 제곁에 소중한 그누군가를 위해 그사람이 어딜가든
헤어지는 상황에선 "잘가" 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그사람도 그다른사람도 적어도 제주변사람들만큼은,
사소한 인사에 감상에 잠기는 멋진사람으로 보여질 테니까요.

물론 감상에 쉽게 잠기는 사람이 멋지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글재주가 서툴러서 제 신세한탄만 길어질듯하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p.s 여러분도 혹시 사소한 인사를 잊어버리진 않으셨는지요?
님들의 그사소한 짧은 인사가 상대는 정말 고맙게 느낄수도
있다는것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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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style
05/08/22 14:55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호수청년
05/08/22 15:53
수정 아이콘
군대 잘 갔다 오시길 바랍니다.

제게있어 최고의 질문은 어딘데? 밥먹었어? 입니다.
어디있는지 알면 뭘하는지 기분은 대충 어떠한지 알수있거든요.
또 배고프지만 않으면 아직 어린나이기에 뭘해도 서글프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자들은 이렇지 않더라구요 ;;
아케미
05/08/22 15: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군대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
양희준
05/08/22 15:57
수정 아이콘
저는 25살에 입대했었는데, 현재는 동원예비군까지 끝마친 상태입니다.
군대. 일찍 가면 갈수록 좋다고들 하는데, 늦게가면 늦게간만큼 더더욱 노련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실겁니다. 군대에가서도, 지금 지키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보세요~ 다른뜻은 없었으니 혹시나 오해는 하지마시고..
군용건빵
05/08/22 18:36
수정 아이콘
23살에 예비군 1년찹니다.. -0-.. 염장질....
죄송합니다.
군대 잘다녀오세요. 김일병 같은 놈들 만나지 마시구요. 잘다녀오세요.
스피넬
05/08/22 19:53
수정 아이콘
한분의 친구라도 계시다니...
전 아직 짧게 살아서 그런지 진심으로 깊게 말할수있는 친구는 없답니다...
어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시죠
`내가 지금 아프다고하면 당장에 달려오는 친구가 3명이나 있단다.
그래서 인생 성공했다고 믿는단다` 라고...
물론 저를 힐끗보시면서 `아무리 친구가 먼저래도 너희들 낳고 키운게 인생 성공 1순위`라고 하시죠 ^^;;
어머니도 그리고 글쓴분도 저는 부럽습니다...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만들수 있는 친구가 아니니까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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