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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30 17:09:59
Name Bar Sur
Subject [잡담] 상상력에 관해서.(to MW)
  일단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여기에서 제가 말씀드리는 상상력이란 공상이나 판타지아를 그리는 식의, 무제한적이고 한없이 자유로운 상상력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마치 영화를 보듯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이나 장면을 연상하는 힘, 혹은 아주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에 의해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추리하곤 하는 힘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타인과의 대화에 있어서...

  우리는 먼저 화제를 거론하고 거기에 대한 타인의 의견을 듣고, 자기내부에서 어떤 형상으로서 구체화되는 감정이나 고유한 의견을 형성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 겁니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내가 이 말을 하게 되면 어떨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고 말이죠.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타산적인 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으로서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리가 취하게 되는 언행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내부에서 외층으로 표출되어 나오는 여정 사이에서 조금씩 가다듬어지고 원형과는 다르게 정제되는 거라고 봅니다. 사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 내부를 제대로된 방식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계 설정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네요.

  이자리를 빌어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자면 "자유 게시판"은 결코 무제한적으로 우리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자유를 일정부분 속박당하는 것을 담보로 나머지 표현을 보장받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이것을 "속박당한 자유의 값만큼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 장소"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굳이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인터넷의 커뮤니티에서의 의견 교환에서 이 부분,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소외되어버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자주 받았습니다.

  이런 말은 정론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터넷 자체는 사실 일정부분 경박할 수 밖에 없는 매체입니다. 사용자로서는 정말 편리한 것이고 사용하기에 따라서 고유한 의미의 확장도 두드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실생활에서보다 말과 행동에 있어서의 신중함과 끈기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이 경박함과 맞물려 우리의 상상력이 저해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말을 하기 이전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존대말이나 잔뜩 예의를 차리는 말투를 쓰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도, 내가 이 말을 함으로서 상대가 어떤 기분을 갖게 될까,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정론이란 없다고 봅니다. 사람마다 사귐의 방식은 다른 것이니까요. 하지만 자신과 닮음꼴만을 수용하고 금새 친해지는 것의 의미로서 공개된 장소에서 서로 간에 평어를 사용하는 것만을 좋은 사귐이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존대말이 그 사람과의 사귐에 있어서 조심스럽다는 것, 어찌보면 그만큼 그런 사귐의 가능성를 아끼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본다면, 우리 게시판에서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한 상대에 대한 배려는 대단히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참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입지는 않은지도 한 번 생각해 보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다면 작은 양보가 아까울 까요? 그건 "위선"이라 하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제가 명목상 과분하게 기자단으로 있는 MW 자게에 올린 글입니다. PgR에는 어느 정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pgr에 글을 올릴 기회가 줄어든 아쉬움에 올려봅니다.(MW의 흥보를 겸한다고 하면......... 삭제 될까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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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30 17:17
수정 아이콘
MW 가 뭐예요?(왠지 한대 맞고 버려질듯한 느낌이-_-;)
전 상상력이 부족해서-_-; 생각없이 행동하는 바람에-_-;
04/01/30 17:19
수정 아이콘
MBC Warcraft,com 의 약자입니다. ^^
피터팬
04/01/30 18:48
수정 아이콘
제가 잘 가는 사이트는 피지알과 딴지일보닙다. 딴지일보의 게시판에는 욕설이 난무하고 상대방의 배려같은 건 없어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난 피지알만큼 딴지를 봅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글을 쓸경우 자기자신의 함정에 빠질수도 있기 때문이죠. 문득 대장금의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아마 장금이가 열이보다 진맥을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자신의 함정에 안 빠졌기 때문이겠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신에 대한 솔직함(님이 말하신) 전 이 둘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04/01/30 19:07
수정 아이콘
네, 피터팬님의 말씀도 맞습니다. 제가 약간 글을 잘못 쓴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자신에 대한 솔직함과, 남에게 보여주고자하는 솔직함을 구분하려고 위의 문장을 적은 것입니다. 굳이 후자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자기자신에 대한 솔직함은 분명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경향화되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사이트에 따라서 약간은 지향점이 다른 것도 있겠죠. ^^ 저는 요즘의 MW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적인 것이고, PgR에서도 약간의 효용성은 있지 않을까 해서요. =]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안전제일
04/01/30 22:44
수정 아이콘
표현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나 솔직합니다.
그러나 아무데서나 많이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지요.
불편해서요? 아니요..그런게 아니라 이해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알려줄 이야기가 아닌 경우가 있는 것이지요.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a-->b-->c가 되는것을 'c다'해도 되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a는 **한데 &&한 특징이 있어서 b가 되는거고 b의 %^한 특성때문에 c인거지요'인겁니다.
조금더 친절한 글쓰기..가 나쁘지는 않은것 같은데요.^_^
물론. 절 개인적으로 알고있는 사람들은 게시판에서의 제 모습에 경악을 하고는 합니다만.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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