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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19 15:35:26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운영의 마술사‘에 도전하는 ’퍼펙트 테란‘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박종화(sylent)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김현준(왕일)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운영의 마술사‘에 도전하는 ’퍼펙트 테란‘



EVER 2005 스타리그 3,4위전 미리보기

지난 17일, 그 기세의 끝을 알 수 없는 이병민 선수가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선수를 3:1의 스코어로 완벽히 제압하고 생애 첫 결승 진출의 쾌거를 거두었다. 덕분에 ‘퍼펙트 테란’ 서지훈 선수는 남은 한 장의 시드 진출권을 두고 박태민 선수와 격돌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상대 종족에 대한 승률로 승부를 점친다면 박태민 선수(대 테란전 75승 61패, 55%)보다 서지훈 선수(대 저그전 113승 66패, 63%)쪽으로 무게 중심이 치우쳐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지훈 선수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박태민 선수에게 무려 1승 6패라는 잔인한 수치로 짓밟혀 왔기 때문이다. 이는 대 이윤열(3승 12패)전에 근접한 전적이라는 점에서 특정 선수에게 치명적인 승률을 보이는 서지훈 선수의 약점을 반증하는 또 하나의 객관적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박태민, 박성준-홍진호 라인업과 무엇이 다른가

박태민 선수와 함께 양대 저그로 군림하고 있는 ‘투신’ 박성준 선수와의 전적을 대등한 수준(4승 5패)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무관의 제왕 ‘폭풍’ 홍진호 선수에게는 오히려 앞선 승률(12승 9패)을 보이고 있는 서지훈 선수가 박태민 선수에게 유독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각종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대게 ‘active한 운영’을 선호하는 선수와 ‘passive한 운영’을 구사하는 선수로 분류 가능하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전투를 유도하거나, 전략에 의존한 타이밍에 기대어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active한 운영’이라고 한다면, 무난하고 안정적인 빌드오더로 시작해 상대방의 체제에 맞춰 게임을 이끌어가는 유형을 ‘passive한 운영’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active한 운영‘으로 인상적인 경기들을 펼친 대표적인 선수는 테란의 임요환 선수와 최연성 선수, 프로토스의 강민 선수와 박정석 선수, 저그의 홍진호 선수와 박성준 선수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반해 ’passive한 운영‘으로 상대를 제압해온 플레이어로는 테란의 이윤열 선수와 서지훈 선수, 프로토스의 박용욱 선수와 전태규 선수, 저그의 조용호 선수와 박태민 선수를 거론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박종화의 B급칼럼]투신, 하드보일드 저그 그리고 천재의 트라이앵글(클릭) 에서 이윤열 선수와 박태민 선수의 공통 분모가 ‘유연함’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유연하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 따라 재치 있게 대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보다 큰 안목으로 맵을 바라보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병력을 생산, 보유하며 필요 이상의 도박을 자제함으로서 수동적이지만 허점이 없는 운영으로 경기를 장악하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을 함축한 단어가 ‘유연함’이다. 이윤열 선수 혹은 박태민 선수를 상대하는 서지훈 선수의 무기(이자 문제)는 서지훈 선수 본인 역시 맞춰 잡기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인 패턴으로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깜짝 전략이나 미친 듯이 달려드는 적의 병력을 환상적인 컨트롤로 소화해내는 침착함은 이미 여러 번 증명해보였지만, 막상 자신보다 더 느린 호흡으로 경기를 장악해가는 passive한 테란 혹은 저그 플레이어에게는 상대적으로 조급한 운영을 구사해 곧잘 패하고 말았다. 서지훈 선수를 상대하는 대대분의 플레이어들이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듯, 이윤열 선수와 박태민 선수를 상대하는 서지훈 선수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경기의 마침표를 찍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완벽한 인내심

치열한 난타전에서는 기동력의 우위가 승부를 가르듯, 유연한 운영의 대결에서는 인내심이 승자를 결정한다. 냉정한 지성과 ‘신의 왼손‘으로 무장한 서지훈 선수, 무엇보다 진정으로 어떤 상황이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즉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서 노력해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 인내심의 지배력은 너무나 치명적이라, 박태민 선수를 상대로 경기 도중 한 번 잃은 주도권을 되찾기란 쉽지 않다. 박태민 선수를 상대하는 동안만큼은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실수에 대한 주도적인 해결 방법은 그것을 즉시 인정하고 수정해서,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다. 비록 이윤열 선수 그리고 박태민 선수와의 승률을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영원한 일출은 없고, 모든 장마가 멈추듯 이 지긋한 패배의 먹구름 역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지막 시드를 거머쥐고 다음 시즌을 기약할 것인가, 아니면 듀얼 토너먼트 2Round의 높은 벽과 맞설 것인가, 이 모든 것은 적의 지루한 유혹으로부터 서지훈 선수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이제 아래 입술을  깨물고 더 깊은 강의 흐름으로 돌아갈 때이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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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omething
05/06/19 15:51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의 온게임넷 데뷔전 상대가 박태민선수였죠.
사일런트 볼텍스(?)로 기억하는데 서지훈선수는 데뷔전을 패배로 장식합니다.
그 경기 이후 박태민선수는 연패를 거듭하다 사라지고, 서지훈선수는 연승을 하며 듀얼로 진출하긴 했습니다.

제로스는 그에게 갚을 것이 아주 많습니다. 경기로나 그 외적으로나^^;
이제 같은 팀도 아니고, 좀더 날카롭게 상대를 대했으면 합니다.
당골왕때 두 선수 경기날 박태민선수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자 서지훈선수가 박태민선수의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봐주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듀얼엔 현재 같은팀인 김환중선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합니다.

제로스가 이 글을 꼭 봤으면 합니다.
05/06/19 15:54
수정 아이콘
최연성선수가...active인가요..passive인거 같은데..
필요없어™
05/06/19 15:56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는 요즘에는 active죠..
Judas Pain
05/06/19 16:00
수정 아이콘
깊이있는 통찰력,세밀화된 지식,세련된 문장... 굿

상당한 필력이십니다

강민 선수에 대한 총체적인 통찰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지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오랜만이었습니다, 제대로 다시 글을 배워볼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은
05/06/19 16:06
수정 아이콘
최근의 강민 선수에 대한 제 의견은 바로 다음 페이지 10894번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디어트
05/06/19 16:1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자게에서 정말 좋은 글 하나 읽고 갑니다^^
05/06/19 16:23
수정 아이콘
최연성선수 의외로 active한 경기가 더 많습니다. 초반전략도 상당히 많이 썼구요. 탱크는 퉁퉁퉁 경기도 최연성선수의 아이디어죠~
과거에 자주 썼던 선멀티 물량전을 할때도 상대방에 맞추지 않고 자신에게 맞춰지도록 상대방을 강요합니다..
passive라면 맞춰가는 플레인데.. 최연성선수는 남이 뭘 하던 신경안쓰거든요..
그렇다고 가만놔두자니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어쩔 수 없이 초반에 밀어붙이는데 최고의 방어로 막아내고..
그 이후엔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정말 대단한 선수죠.
05/06/19 16:28
수정 아이콘
sylent님 군 제대하셨나요... 글을 갑자기 많이 올리시네요
슬픈비
05/06/19 16:34
수정 아이콘
휴가나오셔서 스타를 보시다니..ㅠㅠ 왠지 가슴이 아픕..;;
어서어서 제대하십시오!
05/06/19 16:36
수정 아이콘
제대라뇨, 끄윽. 이 달에 상병 달았습니다. 포상 외박 받아서, 1박 2일 동안 '박지호 스피릿'으로 미친듯이 VOD 보는 중. -_-
새벽오빠
05/06/19 16:37
수정 아이콘
멋진 글 감사합니다 ㅡㅡb
夢[Yume]
05/06/19 16:50
수정 아이콘
sylent님의 필력은 여전하시군요~
EpikHigh
05/06/19 16:5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최연성식active러쉬라는게 있는건가요?
05/06/19 17:07
수정 아이콘
딱히 최연성식 러쉬라는 것은 없습니다만.. 초반 전략적인 플레이를 참 잘하는 선수죠.
기요틴에서 투탱드랍도 이윤열선수보다 먼저 했고..(네오버젼 아니었음) 벌쳐+마린 러쉬라던가.. 대플토전 올인러쉬를 상당히 잘하고 했다하면 거의 다 이겼죠(박용욱선수에게만 3번정도 졌나;;)
최근 vs 이재훈 3경기 모두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3경기에서 빠른 멀티도 active하다고 볼 수 있죠. 수동적으로 맞춰나가는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뚫던가 맞멀티하던가 강요하는 도발이니까)
대 저그전에선 레이쓰사용도 임요환선수와 비슷할정도로 자주 사용하더군요.
그리고 몰래배럭도 심심치 않게 사용합니다. 첫 스타리그 진출때도 몰래배럭 불꽃으로 변은종선수를 이겼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_-
가장 놀랬던 전략은 삼보 결승 3경기.. 레이쓰로 계속 피해를 주면서 모은 돈으로 한꺼번에 4배럭을 올려서 본진 둠드랍..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홍진호선수의 멋진 운영으로 치고 받는 명경기가 되었죠.
몽셀통통
05/06/19 17:20
수정 아이콘
푸하하 드디여 돌아왔군여 사일런트님 혹시 우주에서 스카웃 제의 들어오는거 아닌가요?
몽셀통통
05/06/19 17:26
수정 아이콘
근데 윤열선수는 별루 패시브한것 같지 않은데 이젠 잘 안쓰지만 원팩원스타 투탱도 그렇고... 저그전 벙커링은 아니라도 초반 공략 잘하는 선순데...
타조알
05/06/19 17:38
수정 아이콘
우하하...추게요!! =_=b
진리탐구자
05/06/19 18:35
수정 아이콘
상대 종족전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선수들이 경기하게 되어 기대가 됩니다. 이 대진을 결승에서 보고 싶었습니다만...
05/06/19 18:52
수정 아이콘
저두 이 대진을 결승에서 보고 싶었는데..
요즘대세이재
05/06/19 20:06
수정 아이콘
대단한글
05/06/19 20:33
수정 아이콘
이번 외박은 너무 무리한것 처럼 보이네.~~!! 글 3개 쓰고 VOD 그렇게 많이 보고.. ^^ 그래도 예전 글쓰는 감 찾은 것 같아 보여 나도 덩달아 기쁘다. 이틀 동안 쓴 글 다 좋은 것 같네. 군대 뒤숭숭 할텐데 복귀 후 걱정 된다. 힘내라!!
05/06/20 15:43
수정 아이콘
sylent님 글은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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