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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10 14:43:17
Name 최유형
Subject 우연히 보게된 고교야구.
얼마 전 일 관계로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날씨도 덥고 햇살도 따가운 날이어서 땀을 뻘벌 흘리며 덥다~ 덥다~ 며 학교에 들어섰는데 때마침 야구부 연습이 한창이더군요. 잠깐 연습을 지켜보다가 동행 분이 "청룡기가 언제부터죠? 내일부터인가요?" 라 물어보자, 학생은 주위에 한참 물어보더니 "네. 내일부터입니다." 라 대답하더군요. 음. 이 친구들 이번엔 못 나가나보다. 라 생각하곤 바로 일에 착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교야구란 무엇일까요? 프로야구 이전, 지금 프로야구 이상의 인기를 누렸더라. 란 말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저 미국에서 NCAA에 열광하는 거나. 여전한 갑자원의 인기를 보고 저랬을까 생각해보는 것뿐이죠. 관중석은 비어있고, 에이스는 3일 연투로 혹사당하고, 정기적으로 폭행 문제와 선수 선발 비리 문제는 불거져 나오고. 대한민국 고교야구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기는 한 걸까요?

그제는 강민-박태민의 포르테 대첩이 있었습니다. 네이버에서 강민 선수가 순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하고, 각종 사이트는 두부에러에 시달렸습니다. PGR은 칭찬으로 400리플을 달성했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쿠웨이트에서 월드컵 대표팀이 독일행을 확정지었습니다. 그것도 늘 따지던 경우의 수가 아닌, 상대팀에 안드로행 편도티켓을 선사하는 경기로 이겼습니다. 박주영-박지성 라인에 대한민국이 잔뜩 흥분한 순간이었습니다.

어제 저녁엔 60회 청룡기 전국 고교 야구 대회 결승전이 있었습니다. 인천 동산고와 대구고의 경기. 동산고는 청룡기 통산 5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대구고는 03년 대통령배 우승의 신흥. 준결승에서 3회까지 신일고 에이스 남윤희에게 삼진 7개를 먹으면서도 4득점. 결국 10대2의 스코어로 결승 진출한 대구고. 준결승까지 19와 1/3이닝 무자책점. 이번 대회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류현진이 버티는 동산고. 동대문운동장은 각 학교의 응원단과 선수 가족, 동창회들로 오랜만에 들끓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메이져리그 경기를 보다 보면 수준이 떨어지는 한국 프로야구는 재미가 없어. 란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해는 됩니다. 심심하면 160을 찍어대는 투수와 그 투수의 공을 구장 밖으로 넘기는 타자.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비는 분명 한국 프로야구보다 한 수위입니다. 방대한 자료량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분석야구 역시 매력적입니다. 그렇다면야 위의 어떤 사람들은 고교 야구에 재미를 느낄 리가 없습니다. 재미없다는 프로야구보다 수준 아래니까요.

그러나 재미에 있어서 만큼은 반드시 메이져리그가 고교야구보다 우위에 있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재미가 존재하거든요. 대표적으로 꼽는 재미가 고교야구의 의외성입니다. 의외성이란 예전 MBC게임 팀리그에서 0대3으로 뒤지다가도 한 사람의 역올킬이 나오는 것을 말함입니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분위기를 많이 타고 그로 인해 말도 안 되는 프로야구에선 역전 경기가 자주 보인다는 것이죠.

시작은 대구고의 분위기였습니다. 대회 최고 투수? 우린 그딴 거 몰라! 라는 듯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3회까지 5점을 뽑아냅니다. 4회에는 도루 5개와 함께 3점 추가. 에이스의 함락과 함께 8대0. 동산고 응원 스탠드는 조용했습니다. 승리는 멀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4회란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 4회 말 추격의 투런 홈런, 6회 말 주자 일소 2루타로 동산고는 8대5까지 추격합니다. 남은 이닝은 점차 줄어가고 역전의 기회는 점차 줄어만 갑니다.

8회말 동산고에 기회는 찾아옵니다. 1사후 연속 3안타. 1사 만루. 내야땅볼로 3루주자 포스아웃.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 버리려는 듯할 때. 투수가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탓인지 몸에 맞는 공과 투수 폭투로 점수는 8대7. 그리고 MVP 현천웅의 2타점 2루타. 9대8. 류현진의 상황 종료성 2루타로 10대8. 4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해 5와 1/3이닝을 1안타. 무사사구. 7삼진으로 막아낸 네 번째 투수 현천웅은 9회 대구고 공격을 뜬 공 하나와 삼진 2개로 막아냅니다.

고교야구 4대 메이저 대회의 결승전이 극적인 역전극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뉴스의 스포츠란 에는 프로야구 뉴스 한참 아래에 올라와 있군요. 리플도 동창들의 것으로 20개정도.

동산고 출신이시거나, 대구고 출신이시거나, 골수 고교야구 팬이시거나, 아니면 저처럼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계속 보게 된 경우가 아니고선 60회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 결승이란 관심 밖일 겁니다. 뭐 저는 여기 "관심 1인분 추가요!"를 외치고 싶진 않습니다. 세상에 좋아하고 관심 가질게 얼마나 많은데요. 단지 새롭게 느낀 고교 야구의 매력을 나 혼자만 알기는 아까워서 그렇습니다.

아마 가끔은, 제가 응원하는 팀이 동대문운동장에 들린다면 찾아가 응원도 해야겠습니다. 안타 하나에 즐거워하고, 실책에 안타까워하며,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경기는 감동이었습니다.

PS) 양팀 선수, 감독, 코치, 임원, 학부모, 동창회, 학생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야구에도 개혁의 바람이 부는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작은 군소 대회들은 정리하고 리그의 형태도 도입하려는 모양입니다. 바람직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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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10 15:09
수정 아이콘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고교야구는 최고의 인기스포츠였죠 정말 ^^
대통령배, 청룡기배, 봉황기배, 황금사자기배 등...이런 전국대회를 우승하면 가두행진까지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 혹사 당하는 이야기를 하시니까 야구천재 박노준선수도 생각나네요 ^^
꿈꾸는콥터
05/06/10 15:25
수정 아이콘
고교야구.. 정말 재미있는데 말이죠..^^
제가 대구고 출신이라서 고교야구 많이 챙겨 보는 편입니다만..
옛날 만큼의 관심이 적은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아~저렇게 결승진출해서 재학생이 버스 대절하고 가면 정말 재미있는데 말이죠. 저도 학교 다닐때 전국체전 응원한다고 부산에 한번갔었는데.
그때의 흥분은 아직도 잊디 못합니다. 특히 우승한다면 더더욱..^^

아.. 어제의 경기는 참... 아깝다는 말 빤에 안 나오더군요.
하늘아래서
05/06/10 15:31
수정 아이콘
군산상, 광주일, 광주상(지금은 이름이 바꼈다죠. 한기주 있다고 하던데)
다 명문이었는데, 그리고 기억나는게 경북고, 선린상, 휘문고.. 추억의 학교가 많네요..
다미아니
05/06/10 16:07
수정 아이콘
어제 경기는 정말 대단한 역전 드라마였죠. 초반에 대구고가 8-0으로 이기길래, 우승할 줄 알고, 대구고 출신의 삼성 구단 관계자에게 축하문자 보냈다가 경기 역전되고 나서 욕 먹었습니다 -_-;;;
테라토스토커
05/06/10 16:30
수정 아이콘
앗..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 저 현제 재학중인데...
더운 날씨에 야구부들 열심이더군요...
최유형
05/06/10 16:59
수정 아이콘
테라토스토커님/
혹시 한국 MS 사장 강연 들으셨었나요?
거시기허네요
05/06/10 17:28
수정 아이콘
저는 제가 나온 고등학교가 야구부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통령배부터 봉황기까지.. 꼬박 꼬박 다 챙겨 봅니다..
아직도 고등학교 2학년때.. 서울 동대문구장 가서(지방이라 서울가는게 몹시 설레고 기쁨 )북일고 이기고 우승하던 그 때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전 학생이 응원을 하고 오니 애교심이 팍팍 생기더군요^^
광주 일고 파이팅~~~~~~~~~ 요번에 신일고한테 졌지만...
봉황기 먹자~~
마음의손잡이
05/06/10 17:30
수정 아이콘
고교야구도 대회수 줄여야 합니다. 스타경기도 마찬가지에요.
좀 더 희귀해지고 권위를 가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벌처사랑
05/06/10 17:39
수정 아이콘
전 프로야구보다 고교야구가 더 잼있습니다...^_^
요즘 방송경기에서 보기 힘들어서 힘들어요...
이제 방학시즌엔 황금사자기할텐데 꼭 볼거랍니다^^
잃어버린기억
05/06/10 18:15
수정 아이콘
대세는 서울고!!!!
도니..
05/06/10 18:19
수정 아이콘
우와.. 광주일고 있네요..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이 모두 고등학생일때 광주일고 힘이 정말 강했죠.. 응원을 항상 다른 학년만 갔던 아픈 기억이..ㅡㅡ;;
시나로비
05/06/10 20:18
수정 아이콘
마음의손잡이님//지금 현재 1년에 열리고잇는 고교야구대회수가 몇개정도되나요?야구100년기념 관련 대회도 잇엇던거 같고..;

그리고 이 경기 백미는 정말 8회죠!!해설진도 지금 이 순간 이 야구몬보면 정말 후회할거라고 말씀하셧듯니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Twinkle★
05/06/10 20:34
수정 아이콘
지인 중 한분이 대구상고(현재는 상원고죠) 출신 야구선수인데,
그 탓에 저도 고교야구 챙겨본답니다.
중학생 때 알게 된 분인지라 중학교 때부터 고교야구 하면 다 봤던;;
05/06/10 21:02
수정 아이콘
대구고 졸업생인지라 결승전 동대문 가서 봤습니다. 정말 이기는 줄 알고 같이 간 선배들끼리 파티나 하려고 술집 알아보는 사이 역전을 당해버린...ㅠㅠ
맨날 지역에서 경북고, 대구상고에게 치이다가 오랜만에 서울 왔는데, 나름대로 잘 하긴 했지만 우승 못 해서 정말 아쉽네요 ㅠㅠ
05/06/10 21:0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꿈꾸는 콥터 님은 동문이시군요 -_-;;; ^_^
꿈꾸는콥터
05/06/10 23:28
수정 아이콘
82년생이시면 저보다 1년 선배이신것 같네요..^^
흠..1년선배중에 함씨라..왠지 갑자시 생각나는 사람이 한명 있긴한데요..
거시기허네요
05/06/11 06:40
수정 아이콘
마음의손잡이// 대회 갯수를 줄이고 싶어 줄일수가 없습니다.
현재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전국체전 이렇게 대회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교야구에서 가장 중요한건 자기가 재학중에 그 학교가 전국대회 4강안에 들어야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대회가 줄어 버린다면 야구 하나에 목메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까지 열심히 해 온 노력이 4강 진출 못 한거 때문에..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대회를 줄이기 보다는 다른 대안이 있어야 되겠죠
제 중학교 고등 학교 동창중에.. 두 녀석이 그렇게 다른 길을 찾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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