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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23 00:03:45
Name Movingshot
Subject [잡담]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토론.
퇴계 이황은 누구나 잘 아시겠지만,
천원짜리 지폐에 턱하니 계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유입니다.
(거유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원츄-_-!)

퇴계 이황은 다들 국사 시간에 배워서 잘 아시겠지만,
사단칠정에서 이기이원론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기이원론은 근본적인 모순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해부터 상당한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과감히 삭제합니다 -_-;)

그것을 안 기대승은 퇴계 선생에게 하나의 서찰을 보냅니다.
그 서찰을 간략하게, 약간 과격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퇴계 선생님, 선생님의 그 주장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그 이유는...(중략) "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엄격한 유교가 지배하는 신분계급제 사회.
2) 퇴계 이황은 당대 최고의 석학이자 모든 유학자의 정신적 지주.
3) 퇴계 이황선생의 한 마디는 마음만 있다면 왕까지도 바꿀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됨.
4) 기대승은 시골의 이름없는 한 유학자.

그리고 퇴계 이황선생은 그 서찰을 받고서 말합니다.

"진짜 내가 다 틀렸군."

이황 선생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기대승의 비판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이기이원론 수정본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기대승은 다시 서찰을 보냅니다.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신 선생님의 너그러운 아량에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가 아니라,

"선생님의 주장은 틀렸다니까요. 이기이원론은 잘못됐으니 포기하세요..."

라는 요지의 서찰이었죠.

이황 선생은 분노합니다...

가 아니라,

"음, 그래...그렇군. 그럼 다시 한 번 수정을 해봐야겠군..."

그래서 이황 선생은 이기이원론을 다시 한 번 수정을 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마시죠.

정말 제가 아는 최고의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대승의 생각을 받아들여 율곡 이이가 이기일원론을 발표하게 되고,
이것이 이황의 영남학파와 이이의 기호학파가 생겨나게 된 배경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붕당정치가 탄생하게 되죠.

우리는 이 역사적 사실에서 그토록 아름답던 토론이
붕당정치(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되는...)로 향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개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위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올바른 토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자는 얘기입니다.


사족.
참고로, 조선 후기 당쟁으로 인한 폐해는 일제 식민사관이라는 사실 다 알고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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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knt
04/01/23 01:13
수정 아이콘
저도 토론을 하면 한 쪽편을 완전히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편에서 옳은 점을 수용하고 자신의 주장을 수용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에서 이황의 이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서창희
04/01/23 01:51
수정 아이콘
저는 88년생입니다. 2003년. 즉 중학교 3학년 도덕 시간에 이 사단칠정논변에 관한 이야기를 배웠습니다. 정말 도덕 책에 있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서도 이름도 없는 그 기대승의 서찰에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였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토론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모의재판이나 학교에서 토론을 할 기회가 있으면 앞장서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대한 근거를 펼치고, 상대방의 논리에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반박하던 기억이 납니다.
상대방이 제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하면, deathknt님의 말씀처럼 무조건 '네 의견은 내 의견과 "다르니" 넌 "틀린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옳은 것이고 내 의견 중에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꼭 그 반박에 대한 재반박을 할 때에도,
"OOO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옳은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재반박을 전개해 나갑니다.

올바른 토론에 대한 반성을 하도록 해주는 좋은 글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물탄푹설
04/01/23 03:49
수정 아이콘
흠! 놀랍군요 이황선생과 기대승선생의 토론은 한국유학사에 정점을 그리는 대목이라 깊이 있게 봤었는데 거의 17년전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글을 pgr에서 다시 접하다니 감개가 입니다. 이젠 기억조차 가물해 그 요체를 다 잊어버린 내용들인데...
04/01/23 05:23
수정 아이콘
글의 내용도 처음 알았거니와 글도 재미있게 쓰시는군요. ~가 아니라...[^^;] 흠, 논쟁의 능력치가 아직 0인관계로 이 말도 옳은것 같고, 저말도 옳은것 같군..그러고 있지만, 저도 레벨업 한다면[--;], 그래서 전장에 나가게 된다면 이 글의 내용을 다시금 생각해보겠습니다.
04/01/23 11:21
수정 아이콘
아아.윤리시간에 배웠던 내용이네요. 여기서 보니..무척 반갑군요.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해주셨던 얘기라.. 잘 새겨들었었는데.. .. 이황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날때..기대승을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04/01/23 13:56
수정 아이콘
에 글 내용과는 별로 상관이 없겠습니다;;
붕당정치로 인한 폐해는 일제 식민 사관이 맞습니다만^^

세도정치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 형태였습니다...
Movingshot
04/01/23 14:51
수정 아이콘
확실히 이황 선생과 기대승 선생의 저 토론만큼 멋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죠.
요새 교과서에는 저 내용이 실려있나 보네요. 요새가 7차 교육과정이니,
있을 법도 하군요 ^^
제가...5차였는지, 6차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6차 초창기였던 것으로 짐작되네요.
shovel// 세도정치는 정말 썩어버린 고인 물이죠.
어느 정치형태든 장기집권은 썩어버리기 마련이지만 안 썩고 잘 유지될 가능성은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세도정치는 썩을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정치형태였습니다.
그 당시의 붕당정치는 지금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정치와 거의 흡사하죠 -_-;
저그우승!!
04/01/23 15:10
수정 아이콘
그런면에서 우리나라의 모 작가님을 굉장히 저는 싫어합니다 -_-
베스트셀러 제조기라고 불리우시는 작가님이신대도 불구하고, 신인작가가 내용에 대해 잘못된 점을 꼬집기라도 하면, 기다리셨다는 듯이, '너 나 까고 뜰려고 하는 거지? 내 이름 이용해서?' 라는 듯한 뉘양스로 그런 지적 자체를 말살해버리시더군요. 그런면에서 이황님은 참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v행복나라v
04/01/23 16:12
수정 아이콘
두분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진정한 토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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