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5/17 00:07:56
Name 사탕발림꾼
Subject 거꾸로 먹는 나이..
안녕하세요 사탕발림꾼입니다(음허허허... 닉넴 홍보...차원에서... 쿨럭..)

요 몇일 글을 몇개 쓰게 되네요..



저희집은..

4년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후..

그 뒤로 할머니와 함께살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용인에 있는 남사라는 시골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곳에서 사시다가..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병환이 깊어지셔서..

유림동이라는곳에.. 집을 마련해 드리고.. 사셨다죠...


아직도 그때가 생각납니다..... 티비나 영화에서 그토록 지겹게 봐오던...

'임종'이라는것을.. 방사이에.. 벽하나를 두고... 할아버지 곁에 있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생각만 하면..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나서.. 할머니와 함께.. 다섯식구가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작년 여름...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풍이 오셨었다죠... 올해로.. 84세가 되셨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정정하던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풍이 오더니....

입안이 홀라당 벗겨지고.... 화상입은듯이.. 그렇게 되셔서... 식구들이 참 놀랐었습니다...



그리고는.... 함께 온.. 치매..


치매가.... 병이라는걸 알면서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억이 사라진다는걸... 그런것들을 뻔히 알면서도..

전 할머니의 행동에.. 화를 내고.. 할머니는... 그것에 욕을 하시고...

언제나.. 후회를 하게 된답니다.....



오늘은... 몇일전 신발장에 두었던.. 신발을 제가 훔쳐갔다면서... 온갖 욕설에... 얻어맞기도 했었습니다...

이런일을... 거의 매일같이 겪고 있습니다....

병이라는걸.. 알기에..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화가나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밉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얼마전에는.. 정말.. 너무 화가나서... 할머니가 욕을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후회 했죠....

이러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요...



가끔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식들이.. 자신들의 할머니에게... 그러니까... 제 어머니에게.. 그런소릴 한다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하였건.... '병'인데요... 자꾸 화만내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워지네요...



어렸을적이..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제 동생을 출산후에..(동생과는 4살차이입니다 ^^)

외가집에 가셔서.. 몸조리를 하시던 그런때였습니다...


당시.. 제가 할머니댁에 맡겨져 있었는데요...

고모님께서 애를 낳으신다고 해서 할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갔었습니다...

근데.. 참 우연찮게.. 외가집과 20여분정도 떨어진 산부인과 였죠....

당시... 어머니를 보고싶다는 심정에... 할머니에게...

"여기서 티비 보고 있을테니 고모 보고 오세요" 라고.. 말해버리고...

산부인과를 뛰쳐나왔다죠..... 당시.. 5살이였는데... 애가 없어졌으니..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전... 외가집을 갔다가... 무지하게 혼났던게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혼나는 저를 안아주시던.. 할머니의 모습...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전 이렇게 불효를 하고 있답니다....

언제나.. 잘 해드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어렸을때.. 그렇게 잘해주신 할머니인데도...

이렇게 불효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되돌아 보면...

참... 저도 못된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 이 벌은...

제가 나이를 먹고... 제가 치매에 걸려서.. 받게 되겠지요...



할머니 죄송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거시기허네요
05/05/17 00:09
수정 아이콘
있을때 잘해드려야...........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그래두 힘내세요.......
05/05/17 00:1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화이팅!!
잭윤빠~
05/05/17 00:21
수정 아이콘
가장 괴로운건.. 할머니가 아닐까 생각이드네요...
잘해드리세요..^^ 잘 챙겨드리시구요..^^
05/05/17 00:23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할머니가 치매신건 아닌데, 치매신 척을 하시죠.
정말 힘들고, 어머니가 특히 너무 힘들어하셔서 전 어떤 입장도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고부갈등이라고 하기엔, 어머니가 항상 당하시죠.
그렇다고 할머니를 미워할 수도 없고, 정말 전 미칠 것 같습니다. 요즘.
그래도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느낀 바가 있어서 항상 할머니께 잘해드리려 노력하지만, 쉽진 않습니다.
할머니한테 화가 나는 것도. 모시고 사는 거에 대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힘내세요.
Timeless
05/05/17 00:23
수정 아이콘
치매를 비롯한 정신질환은 가족도 같이 치료받아야 합니다. 그 스트레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죠. 저도 겪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릅니다.

치매 걸린 분의 가족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드시겠지만 할머니 가시는 날 까지 가족들도 할머니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정신과 선생님은 아실지도 모르겠군요).
05/05/17 00:4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사람의 인생을 야구로 비유한 것이 나오더군요.
"축구같은 거의 모든 스포츠는 상대의 수비를 제치고 골을 넣는게 목적이다. 하지만 야구는 단순히 때리는 것이 아니라 베이스를 돌아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가 나는 게임이다. 사람의 인생도 이와같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다시 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간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치매도 없으셨고 정정하시다 쓰러지신지 일주일만에 돌아가셨기에 그렇게 자식들이 고생한 것은 없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수발이 보통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탕발림꾼님의 마음이 언젠가는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미 전해졌을지도 모르고요. 할머니와 남은 시간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bloOdmOon
05/05/17 01:11
수정 아이콘
살아계신 할머니와 마주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실감 못하시겠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랍니다..

저는 죽어서라도 꼭 다시 할머니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네요

살아계실때 그 주름진 손을 못잡아드렸었거든요...

비록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고, 효도마니하세요~~
정테란
05/05/17 01:37
수정 아이콘
주위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병이 치매인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든 상황이겠군요.
본인도 괴롭지만 부모님은 더 하실 겁니다.
부모님도 많이 위로해 주세요.
05/05/17 04:35
수정 아이콘
치매-알츠하이머병이 무서운 이유가 그거라고 합니다. 병 자체보다도 가족간의 유대마저 시험하기 때문이죠.
힘든 시기. 잘 견뎌내시길..
05/05/17 07:46
수정 아이콘
저희집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지 7년 되었습니다..
그 7년동안 가족들이 겪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정말 말로
다 할수 없죠..
처음엔 시설이나 요양원에 맡길까두 생각했지만..
그래두 집보다 못할거란 생각에 모시구 그렇게 살았지만..
어머니두 할머니 수발들다 보니 허리에 이상이 있으시구..
내장에 스트레스성 염증들이 많이 생겼다더군요..
그래서 지금당장 급한허리수술이 있는데 내장이 많이 손상되구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져서 수술도 못하구 있답니다.
저희 형제들두 그런 어머니를 도우려구 퇴근하고 나면
번갈아 가면서 돌보지만..그래두 한계가 있구요..대소변을 못가리시니
하루에도 여러번 청소를 해야하구 빨래두 삶아야하구..
아무리 어머니가 지키고 있어도 잠깐 할머니가 나가면 집을 못찾으시니 할머니가 없어졌다하면..
근무하다가두 조퇴해서 찾아야하구요..
어머니가 잠깐 은행이나 시장에가두 바람났다구 하시구..
저희 형제들두 회사에 가서 조금 이라두 늦으면 몰래 살림차렸다구 하시구요..
친척들두 치매에 걸리셔서 그런다고 말은하지만..
사람마음이란게 참..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식으루 오해두 참 많이 받았죠..
사탕발림꾼님..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저처럼 할머니를 사랑하셨던 그 마음까지도 퇴색되어갈지 모르겠네요..
어떤게 답인지 저두 잘은 모르겠지만..
부디 힘내시구 저처럼 XXX없는 손주는 되지 마시길바랍니다..
난폭토끼
05/05/18 00:04
수정 아이콘
꼭 부탁드려요.

만화책 '헬프맨' 을 읽어보세요!

그러면, 어느정도 할머님과의 관계에 도움이 될거에요.

꼭!!!!!!! 읽어보세요!!!!

ps.치매는 병이 아닙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 말은 못하지만...

치매는 모 유머프로그램 대사처럼, 정말이지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때입니다.' 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일종의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는거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913 PGR21배 프로리그의 정식 계획안입니다. [98] 러브포보아5247 05/06/22 5247 0
13891 잡설 [8] 총알이 모자라.3323 05/06/21 3323 0
13884 문희준 어록에 대한 오해? [13] 히로요6499 05/06/21 6499 1
13860 이제 6개월후 입대할 많은 86년생들에게 고합니다. [31] 땡저그4545 05/06/20 4545 0
13858 [군 발표 의문점] 심한 말 했다고 8명이나 죽였나 [25] 샤오트랙3934 05/06/20 3934 0
13856 점점 좋아지는 군대. 점점 늘어가는 군 사고 [35] 공혁진4536 05/06/20 4536 0
13854 강민과 박정석... 그 오묘한 관계... .. [30] 파라토스★5758 05/06/20 5758 0
13683 판타지 생각 나서 몇개 추천해 봅니다. [44] 토스희망봉사4104 05/06/13 4104 0
13675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2-25회] [2] Port4827 05/06/13 4827 0
13674 "내 이름은 김삼순" (스포일러 살짝 포함) [21] Connection Out5069 05/06/13 5069 0
13524 PGR의 고질적인 병폐 - 소수의 의견은 침묵하라~ [27] 한방이닷4519 05/06/08 4519 0
13462 가장 큰 벌은 용서 [14] 총알이 모자라.4552 05/06/06 4552 0
13442 사이버 명예 훼손에 관하여.. [51] steady_go!5448 05/06/06 5448 0
13412 한가지만 알려드리죠 [44] 최연성같은플5421 05/06/05 5421 0
13169 오늘 겪은 어이없는 일.. [40] 내게로4598 05/05/26 4598 0
12977 거꾸로 먹는 나이.. [11] 사탕발림꾼4444 05/05/17 4444 0
12962 교실에서… 채팅하며… 욕이 입에 밴 아이들 [41] 총알이 모자라.5788 05/05/16 5788 0
12919 어이를 잃다. [11] 귀차니스트4471 05/05/14 4471 0
12744 불칸스 포지 [22] 이흥태4331 05/05/05 4331 0
12719 한글화가 되고 나서 가끔 정말 돌아버리겠습니다.(스타 잡담) [19] KissTheRain5023 05/05/04 5023 0
12656 점점 악플러가 되어가고있습니다. [11] 결함4061 05/05/01 4061 0
12555 가장 PGR 스러운 것. [14] 뉴[SuhmT]3767 05/04/25 3767 0
12488 구타파문을 일으킨 LG화재 감독 신영철씨의 사과문이라네요. [14] GrandSlammer3895 05/04/22 389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