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 희극인실장 조문식씨가 이번 사건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는 이에 대해서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개그계에서 이런 사건이 암암리 존재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방송업무 종사자들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 조문식씨는 아마도 이렇게 심하게 때린 것이
이례적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이런 발언은 오히려 대다수의 네티즌들에게 불난곳에 기름 붓는 격이 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자질적으로 의심이 됩니다.

오늘 개그맨 김용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조문식씨의 이런 발언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동안 개그맨들이 실상, 속으로는 위계질서를 빙자한 폭력에 얼룩진 무대에서 겉으로만 웃고 있는 표정을
짓는 것만 같아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단순히 위계질서를 위해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제가 봤을땐 그건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개그계의 특성상 인기의 척도가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있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포장한 상대를 밟고 딛는 수단
으로 폭력이 쓰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면은 당사자 개그맨분이 자신은 관행이기 때문에 관행대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지극히 남이 봤을땐 도덕적이지 않은 것도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관행으로 그동안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섭습니다.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한 얘기가 요즘 군대에서도 이런 짓은 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윤리적인 대우를
받고서라도 무대에 설 수 밖에 없는 개그맨들은 아마도 자신의 생계가 걸린 문제 였기 때문에 참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 이에 적응하지 못한 개그맨들은 거의다 퇴출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까지 하니까, 이제껏 내가 즐겨봤던
개그 프로그램들의 개그맨들이 모두 무대뒤에서 선배들에게 소위 빳따질을 당하고 있는 장면이 떠오를 것
같아서 정말이지 당분간은 개그 프로그램은 못볼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번 사건을 통해서 개그계도 스스로 반성하고, 위계질서라는 명목을 가장한 폭력은 근절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오랜만에 글 쓸려고 하니까 자꾸 백스페이스 키로 손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