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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5 21:53:51
Name Timeless
Subject [소설]본격 로맨스 '미 소 천 사' #6
- 제 6 화 -


“이번 역은 영등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자석에 끌린 듯 나는 영등포역에서 내렸다. 어제도 그제도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요 일주일 동안 항상 그랬다.

자꾸 내 눈에 그녀의 모습이 밟힌다. 경찰서 앞에서 나를 본 후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그녀.. 차창 속 고개 숙인 그녀..

급한 일이 생겨서 휴가를 쓰고 싶다는 내 전화에 과장님은 못내 탐탁치 않아 하셨다. 왜 안 하던 짓 하냐고..


내 발길은 영등포 경찰서를 향하고 있었다. 영등포 경찰서. 지난 번에 이미 한 번 와봤지만 역시나 여전히 나와는 상관 없는 곳 같이 보였다. 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들어갔다. 지난 번에 내 진술을 받아 적던 또 그녀를 다그치던 그 무서운 형사가 저만치 보인다. 그가 먼저 날 알아보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 무슨 일로 여길 다 오셨나?”


나는 무슨 일로 여길 온 것일까.. 내 눈에 밟히는 그녀.. 그녀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싶었다.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을까..


*********************************************************************************************************************


“요즘 무서운 세상이에요.”


네..


“아휴 요즘 너무 더워. 안그래요?”


네..


감호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와 의미 없는 대화를 하며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너무 하다 싶을 정도의 과장된 진술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한다. 입술을 지끈 깨물었다. 지난 번 그녀가 나에게 보여주었을 때처럼. 피 맛이 난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날 보고 이렇게나 세게 입술을 지끈 깨물었을까. 꼭 물어 보고 싶다.

왜… 왜 내 눈 앞에 당신 모습이 떠나질 않는지..


감호소는 답답하고, 우울하게.. 너무도 못생겼다. 군데 군데 칠이 벗겨져 있는 높은 담. 그 위의 철조망. 유난히 이곳의 하늘만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워 보인다. 내 평생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이 못난 곳에 그녀가 있다. 나는 형사가 써 준 종이를 다시 보았다. “천소영” 그녀의 이름이었다. 면회를 신청하고 대기실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무슨 말부터 할까..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철컹”


구멍 뚫린 창문 너머로 그녀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그녀.. 손에는 수갑을 차고.. 몸이 조금 야윈듯해 보였다. 그녀의 눈을 도저히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나를 향한 시선은 느낄 수가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옷으로 그녀의 야윈 몸이야 가릴 수 있다지만 얼굴은 어떻게 가린단 말인가. 난 그녀 앞에서 울었다. 교도관이 이상하게 쳐다 볼 정도로 많이 울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그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윽고 면회 시간이 끝나 간다고 교도관이 말해 주었다. 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훔쳤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난 많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울고 난 뒤의 여파로 머리도 멍하고, 목소리도 잠기고.. 그저 짧은 몇 마디를 그녀에게 건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많이 먹어요. 다음에 올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 꺼낼 수 있게.. 얼굴 보니까 아무 말도 못하겠잖아요.


그녀는 면회 처음부터 끝까지 눈도 돌리지 않고 나를 쳐다 보았다. 교도관에 이끌려 나갈 때까지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문 근처에서 잠시 멈춰선 그녀가 옷소매로 코를 문질렀다. 무슨 의미일까.. 내 코를 만져보자 알 수 있었다. 정신 없이 우느라 코까지 나와 있었던 것이다. 황급히 코를 닦아내고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교도관에 이끌려 문을 나서고 있었다.


잘못 본 것일까. 문을 나서는 그녀에게서 엷은 미소를 느낀 것은…


정말 바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번씩이나 나 자신에게 바보라고 자책했다. 그녀도 나를 바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때문에 잡혔을 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불현듯 찾아가 아무 말도 않고 울기만 했으니..


그리고 아직 묻지도 못했다. 지금도 내 눈 앞에 선명한 그녀.. 왜 사라지지 않는것인지를..
오늘 나는 정말로 바보같이 울기만 하다 왔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 제 6 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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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ngbono
05/03/15 23:19
수정 아이콘
잘 봤어요^^
빈집털이전문
05/03/16 01:53
수정 아이콘
잔인할 정도로 글이 짧아요..
아..또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나요?..
연재가 끊이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할뿐.....
아케미
05/03/16 07:38
수정 아이콘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일까… 가지가지 추측이 머릿속을 맴돕니다만 뭐, 방법은 계속 읽는 것밖에 없겠지요^^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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