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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3 03:45:05
Name 짜그마한 시인
Subject 못난 제 성격 들어보시겠습니까.
저는 재수생 입니다.
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던 재수생입니다.
공부'만' 하는 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해 온 재수생입니다.
정작 살아가는 데 바른 길이란 건 없는데도 말이죠.

가끔씩 제 자신을 생각하느라 밤 늦게까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말이죠.
지금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
이렇게 주저리 글을 쓰게 됐습니다.
특정한 분들께가 아니라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마음을 터 놓아서
자살하고 싶은 이 기분을 풀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른 분들께 해서 이 기분을 풀려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 부모님은 저를 이렇게까지 바르게 자라도록 키워주신 분입니다.
하지만, 바르게만 자라도록 한 부모님들이 원망스럽습니다.
이런 원망을 하는 저 자신도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저는 선천적 성격이 여린 것 같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귀찮아할까봐 남에게 부탁을 잘 하질 못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정말 엄하게 키우셨습니다.
그 흔적이 계속 남아 있는 증거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이걸 하면 혼나는 것 아닌가 이 생각을 먼저 합니다.
그 행동이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했던 거였단 걸 모른채 말이죠.
선천적 성격에 부모님의 영향까지 더해져
저는 '완전' 내성적인 아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 욕을 할 줄도 모릅니다.
입에서 욕이 나오면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한 죄책감이 듭니다.
혼자서 욕 하는 걸 연습해서
친구들끼리 있을 때(친구들은 제가 욕을 하지 않는 다는 걸 압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대화 중 욕을 섞어서 얘기해 보려고 했지만
되질 않더군요. 입에서 욕이 떨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전 누군가가 욕을 하는 걸 들으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장난으로 하는 욕이라도 제가 하질 못해서 나쁜 쪽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규칙, 원리 같은 것도 철저히 지킵니다.
어길 경우엔 제 자신을 대단히 책망하게 됩니다.
특히 약속을 했을 경우엔 꼭 지켜야 안심이 됩니다.
어겼을 경우엔 큰 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전 해야만 된다는 걸 다 했습니다. 부모님 말씀 다 듣고 실천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엔 뭔가 비어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모님의 틀 속에만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렸을 때 크게 혼난 것들 때문인지 제 스스로가 통제 합니다.
'이건 하면 안 되는 거야. 안 돼'
중학교 들어간 뒤부터 부모님은 전혀 통제를 안 하셨습니다만
전 이미 스스로를 통제하는 상태였기에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을지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습니다.
통제에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지가 않더군요.

그리고 이 답답한 성격을 더 심하게 만든건 초등학교 4, 5, 6학년 생활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뭐든지 잘하길 바라셨습니다.
제가 어떤 걸 못하면 크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래서 뭐든지. 진짜 뭐든지 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근데 제 어떤 점이 못나게 보였는지 4학년 때 애들이 절 따돌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 초등학교 생활은 완전 엉망이 되 버렸습니다.
친구 관계는 열심히 해도 안 되더군요;
5학년 땐 이제 완전 미친 짓을 해서 은따 당하고
6학년 땐 친구들이 제 마음을 알아주질 못하고는... 절 따돌렸습니다.
그리고 5학년 때부터 제가 잘난척이 심했습니다.
제 생각엔 뭐든지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그걸 다른 아이들로부터 인정 받으려는 생각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자랑을 하게 되면 남들은 그냥 자랑 그 자체를 하는데
전 잘났다는 걸 곁들입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이 듣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느끼기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자랑 같은 건 되도록 안합니다.
무조건 절 낮춥니다.  자랑을 시작하면 잘난척을 할까 싶어서
그리고 잘난척으로 보여져 사람들이 절 싫어할까봐...
초등학교 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게
다이어리에 적혀있었던 반에서 제일 짜증나는 사람 1위.
그리고 여자아이에게서 얼굴 앞에서 '잘난척 좀 하지 마라' 이 말을 들었습니다.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전 초등학교 동창 만나기 싫습니다.
그 때 제가 상처 받았던 일들 떠오르는 것 자체가 괴롭습니다.

그러면서 전 점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어갔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다른 사람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도
이렇게 말하면 날 무시하는 행위다, 만약 이렇게 말하면
난 화낼 거다. 이런 식으로 미리 생각을 합니다...

제 자신이 싫습니다. 제 자신이 정말 못나 보입니다.
제 자신을 죽이고 싶도록 못나 보입니다.
이런 내성적인 성격.
친구와 정작 친근한 분위기에서 했던 이야기였어도
친구와 어제 했던 얘기까지 곰곰이 씹어보며 잘못한 말은 없었는지 확인 하는
제 내성적인 성격.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은 해 봤지만...
너무 오래되서 그런지 고쳐지지가 않더군요.

지금 재수 공부를 하고 있어서
수능 끝나면 정신과에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갈 때 혼자 가야겠습니다.
이대로 대학교에 들어가면 대학 생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을 이렇게 죽일만큼 싫어하면서도 살아가고 있는 건
제게 한 가지 꿈이 있어서 입니다.
권위있는 한글 학자가 되는 꿈 말이죠.  
영어가 아닌 한글이 계속 우리글로 사용되도록 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서울대 인문학과로 진학해서 교수가 되어 국문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가는 의미를 가지려면 수능을 잘 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일단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진학하지 못한다면... 이후엔 모르겠군요...
수능까지 전력을 다해서... 흐트러짐 없이 공부할 겁니다.

뱀다리1)  기분이 좀 풀리네요. 휴......
자고 일어나서 다시 또 힘내서 공부해야겠습니다.

뱀다리2) 저보다 삶 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말씀 듣고 싶습니다.
비난이든 조언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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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이
05/03/13 04:10
수정 아이콘
꿈이 있으시다니 좋네요.
저 처럼 꿈없이 그냥 되는대로 사는 사람도 있답니다.
남의 시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 저 사람 성격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될수는 없습니다. 짜그마한 시인님과 마음이 맞는 친구 한두명만 있으면 되요. 자신감을 가지고 남들이 어떻게 보던 상관하지말고 잘난척하는 사람보다는 진짜 잘난 사람이 되어보세요.
한심이
05/03/13 04:12
수정 아이콘
역시 새벽이라그런지 주저리 주저리 댓글이 쫌 이상하네요;;
올해 수능 준비 잘하셔서 꼭 대박나시길 빌어요..
-기숙사에서 배틀넷 포트 막아서 겜못하게돼 쪼끔 열받은 어떤사람이-
05/03/13 04:36
수정 아이콘
지금 재수생이시면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단은 공부에 매진하시고, 대학입학하면 다른거 다 제쳐두고
사람관계부터 회복하세요. 친구들 많이 사귀구요..
글 읽다보니 어느정도 공감도 가고, 안타까워서 댓글 답니다.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싶네요..힘내시고 꼭 원하는 목표 이루되,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것 잊지마시길.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테페리안
05/03/13 04:37
수정 아이콘
으흠.... 강박관념 이런 쪽 같은데 전문가가 아니라 -_-;;;
보통 애들이 따돌리는 이유들이... 잘난체를 많이 하던가... 유난을 떨던가... 완벽하던가... 돈을 안 쓴다든가... 선생님한테 아양을 많이 부리던가... 등등일텐데 잘난 체를 어느 정도 하셨길래;;
아뭏튼... 수능 이후 보다는 지금 병원에 가셔서 진단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심한 건지 아닌 지가 중요한거 같네요.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 두번 가면 되니까 재수생활에 큰 부담은 없을 겁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3~5월은 수학만 잡으면 되는 기간입니다. (뜬금없는..)
힘내세요~ ^^
05/03/13 04:39
수정 아이콘
저랑 유년시절이 조금 비슷하신듯 싶습니다.
결론은 사람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서 고쳐지리라 믿어집니다.
어렸을때는 실수하는게 있더라도 곁에서 쓴소리 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저는 다행히 그런 친구가 곁에 있었지만 님께서는 어떠신지 잘 모르겠군요.

좀 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고 여러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에서 무언가 해답이 나올꺼라고 생각합니다. ^^
오재홍
05/03/13 05:08
수정 아이콘
꿈이 있으시다니 좋네요.
저 처럼 꿈없이 그냥 되는대로 사는 사람도 있답니다.

본문의 글도 그렇거니와 한심이님의 리플은 그야말로 절대공감...
duinggul
05/03/13 06:19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이 많이 가네요..
성격은 내성적이기도 하고 외향적이기도 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마음속은 강박증세로 시달리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 ㅋ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어느순간 병이 되버린 거 같아요..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먹구름이 떠나지 않는 기분...

사람들 속에 있는게 두렵다 -> 사람을 대하는게 두렵다 -> 살아있는게 두렵다
이런식으로 발전 할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인 이론임;)
해답이 뭔진 모르겠지만... 뭐 매순간 열심히 살아야죠 ^^; (별로 열심히 살고있지 않음;)

이 글 쓰시는 데도 되게 오래 걸리셨지 싶어요 ^-^

전 어떤 사람이 언젠가부터 분명히 절 싫어하는 걸 느낄수가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질 잘 모르겠을 때, 제일 깝깝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case는 계속 점점 늘어가는 거 같고..
(한둘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어떤사람은 피해망상 이라고도 하고...
아케미
05/03/13 07:43
수정 아이콘
몇몇 부분이 저랑 똑같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 역시 싫은 소리 못하고, 부탁도 못하고, 심지어는 음식점에서 주문도 못합니다-_-;; 잘난 척한다는 말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내성이 생겼을 정도이구요.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인님을 노려보고 있다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분명히 따뜻한 시선이 있고(지금 PgR의 댓글도 참 멋지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확고한 꿈을 가지고 계시니 그 꿈을 따라간다면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당당히 살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너무 어려서 별다른 조언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힘내세요!
05/03/13 10:53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로그인하네요. 일단 전 지금 대학교 4학년입니다. 제 생각에는 님이 내성적이거나 하는건 물론 외향적인 사람보다 사회생활에서 안 좋을 수는 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저부터도 내성적인 진 모르겠지만 일단 절대 외향적 성격은 아니거든요. 글을 보면 글쓰신 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책망하셔서 그런지 자신감이 하나도 없어 보이네요. 바르게 사는 건 좋은 겁니다; 욕 못하는게 소심한게 아닙니다 저도 욕 해본적 거의 없습니다-_-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하시는거 아닌가 하네요. 부모님을 포함해서요. 스스로에 당당하게 하고 싶은대로 사세요. 주위에서 뭐라고 그러면 주눅들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 생각하고 고치려고하면 됩니다 그런건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잘난 척..이 부분은 아무래도 글쓰신 분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서 잘못 행동하신 것 같고 분명히 좋아보이진 않지만 여러 부분 자책하시는 부분을 보면 저랑 비슷한데 저는 그런거 전혀 부끄럽게 생각안합니다. "친구와 정작 친근한 분위기에서 했던 이야기였어도 친구와 어제 했던 얘기까지 곰곰이 씹어보며 잘못한 말은 없었는지 확인 하는" 것이나 저도 그렇고요 제 인생좌우명이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내에서 내 맘대로 산다'입니다-_- 행동 하나하나에 남에게 피해가는게 있나 생각해 보지만 당당하게 사는겁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온라인상으로나마 몇마디 해보고 싶네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이런 성격 좋아하는데 말이죠-_-;
ps. 물론 저같이 살면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Liebestraum No.3
05/03/13 11:54
수정 아이콘
저는 어렸을 때는 외향적이었는데 전학을 하도 다니다 보니 내성적으로 변해버렸죠^^;;
안티테란
05/03/13 14:00
수정 아이콘
내성적인 자신을 경멸하신다면 곧 변하실 겁니다. 내성적인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남들보다 삶 자체가 힘들겁니다.
인생이NG
05/03/13 14:06
수정 아이콘
정말 잘난척하는 얘들은 따돌리고 싶어지더군요.
결국 그런 얘들이 잘난 것 하나 없더만.. 웃음이 나올뿐이죠.
[글쓴이는 자신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열외]
짜그마한 시인
05/03/13 14:41
수정 아이콘
답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좀 더 힘내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인터넷상에선 더더욱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치기 때문에 얘기를 나눈다면 답답해 하시진 않으실런지 모르겠습니다. ^^;
MetalTossNagun
05/03/13 15:19
수정 아이콘
내성적인 사람들은 남을 너무 의식하죠. 자기 멋에 사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남이 뭐라든 자신감을 가지세요, 서울대 노릴 정도라면 어떤 사람이 님에게 덤빌까요...^^; 저도 솔직히 내성적인 편인데, 면역이 되었다고나 할까 너무 깊게 생각 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속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외칩니다. "인생 뭐 있나?-_-;:". 좀 단순하게 사시는게 필요한거 같아요. 우울한 음악 듣지 말고요, 화이링.
05/03/13 22:58
수정 아이콘
다필요 업슷ㅂ니다 님이 서울대 들어가면 그 깔보고 무시하던놈들
다 님을 우러르고 부러워 할게 분명합니다
야한마음색구
05/03/14 10:07
수정 아이콘
음악듣는취미를 가지시는건 어떠실지 ^^
힙합이나~ ㅋ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건 자기자신이예요 ^^
빈집털이전문
05/03/16 01:38
수정 아이콘
흠..스타 무한맵 공방 같은 곳에 자주 가보세요..
"19-1" 이런말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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