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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04 13:44:45
Name 서늘한바다
Subject 스타크래프트2-프롤로그, 1
마침 때맞춰 왔네."
감독은 반색을 하며 윤열을 맞았다. 윤열은 미소를 짓고 들어오다 약간 주춤했다. 사무실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인사 드려라."
감독이 털털하게 말을 건내자 윤열은 어색하게 목례를 했다.
"이거 영광입니다. 한국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만나게 되다니요."
소개를 받은 사람중 매우 훤칠하고 이지적으로 생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윤열은 웬지 그들의 미소가 차갑다고 느꼈다.
게다가 이런 인사가 아직은 윤열에게 어색하기만 했다. 내성적이다 못해 차갑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잘 못하는 윤열에게 이런 만남은 과히 유쾌하지는 못한 일이었다.
"전 TA사에서 나온 김승욱이라고 합니다. 여기 이분들은 저희 회사 홍보부 이사님들이신 Mr.Hamit, Miz.Lopez, 손영성씨입니다."
자신들을 소개한 남자는 매우 정중한 미소를 띄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영광입니다. 정말 경기 경기마다 감탄하고 있습니다."
윤열은 입이 바싹 마르는것을 느꼈다. TA? 이름이 생소한 외국 기업이름에 더럭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광고를 의뢰하려는 것일까? 경기 외에 다른 것은 한적이 없었다. 자신도 없었거니와 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른 것을 손에 잡으면 열중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 광고는 하지 않습니다."
윤열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입을 열고는 얼굴을 붉혔다.
김승욱은 나즉막하게 웃음을 지었다. 윤열은 이런 자신에게 화가 났다. 경솔하게... 항상 경기를 할 때도 경솔해서 지곤 했는데... 괜히 눈물이 날 것처럼 속상했다.
"이윤열 선수, 저희가 이 선수에게 바라는것은 광고가 아닙니다. 좀더 적극적인 것을 원하는 것이죠. 아마도... 영원히 이윤열 선수는 기억될 것입니다. 이윤열 선수가 하기만 한다면 말이죠."
김승욱의 얼굴이 크게 확대 되었다 싶은 순간에 윤열은 당혹감을 느꼈으나 웃음을 지으려고 애썼다.

코엑스 메가웹은 많은 사람들로 북쩍었다. 듀얼 토너먼트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진남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사람좋게 웃음을 지으며 상대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진남은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다른 날과는 다른 것만 같았다. 자주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선수대기실로 들어선 박상익선수를 보자 진남은 매우 반색하며 그를 끌었다.
"왜 그래?"
상익은 약간 어색하게 진남을 보았다. 원래 무뚝뚝한 인상을 가진 상익은 진지한 성격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진남은 상익의 그런 반응에 개의치 않고 귀엣말을 했다.
상익은 움찔하는듯했다. 진남이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하자 상익은 진남에게 잡혀 있던 팔을 뿌리쳤다.
"시합 끝나고 이야기 하자. 나 지금은 게임에 집중하고 싶어."
"그래. 그럼 좀있다 이야기 하는거야!!"
진남은 웃으며 상익에게 장난 치듯이 툭치며 자리로 돌아갔다.
게임에 임하는 진남은 오늘따라 더 진진했다. 동생인 진수의 패배까지  짊어 지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어제 묘한 그들의 말은 자꾸만 머리를 맴돌았다.
...장선수는 위대해 질것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한동안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동생분에게도 말입니다.
진남은 자꾸 머리를 맴도는 그들의 말을 애써 지우며 게임에 집중하려고 했다.
초반 교전이 펼쳐지고 난후 다음에 진남은 스파이어를 올렸다. 상익보다 좀더 빠르게 스파이어를 탔다는 감이 왔다. 조금만 유닛을 모와서 이미 뽑아놓은 저글링과 함께 양쪽에서 치고 들어가면 이길수 있을것이란 감이 왔다. 갑자기 목이 탔다. 목이 말랐다. 이런 긴장감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문득 생각했을때 눈이 아득해 졌다. 그리고 무슨일인지 눈물이 날 만큼 아득해 졌다.
"아.. 이게 웬일입니까? 장진남 선수... "
"아!!!!"
사람들의 함성, 비명, 모니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붉은빛들...

장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진남이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진남의 팬들과 감독은 진남을 둘러싸고 오열을 했지만 진남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이미 숨이 멈추어져 있었다.

<이년전에 쓰고 일년전에 유게에 잠시 올렸다가 게으름으로 완결을 못했던 글이네요. 이번엔 다 써서 올릴려고 합니다.^^;;; 읽어주시고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이해해 주세요~~>


................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다가 진남은 병원으로 옮겨 졌다.
병원에서 진남은 사망판정을 받았고 사인은 원인불명의 심장마비였다. 진남의 죽음으로 인해 게임계는 발칵 뒤집혔다.
모든 매스컴에서는 어린 선수의 죽음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하이에나 처럼 달려 들었다.
... 장진남 선수의 죽음은 어린 선수에게 승리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을 던져 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볼수 있다. 실제 장진남 선수는 하루 15시간 이상씩 게임에 몰두하는 생활을 했으며 그 외에도 프로게이머라는 이름하에 여러 방송 출연으로 인해 심한 피로감을 호소해 왔다고 한다. 프로게이머 P군은 장진남 선수가 게임전에 몸의 이상을 말했지만 게임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경기에 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게임 현실은 지금 갈데 까지 간것 같다는 것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토로이다. 그들은 경기에 대한 압박감이 다른 여타 스포츠나 연예인들에 비해 심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른 산업 종사자들에 비해 한결 짧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그들은 하루에도 몇차례나 다른 게임 리그에 참가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게임경기를 위해서 많은 시간 연습을 해야 하며 그 연습과 중압감은 게이머들의 건강을 심히 헤치고 있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지금의 경기 실태로서는 제 2의 장진남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게이머들의 장래가 불안하다면...
정민은 읽던 신문을 던져 버렸다.
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은 정말 마음이 착찹한 일이었다. 불안감과 함께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지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고의 테란 유저 김정민이라는 칭호가 무색해 지게 무너지는 자신의 경기를 곱씹어 보며 다시 한번 최고의 칭호를 받기를 노력하는 시간들이 갑자기 무색해 졌다. 언젠가는 스타크래프트의 게이머를 접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언젠가라는 것이 너무나도 가깝다는 것이 슬펐다.
차라리 운동선수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십년은 할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프로게이머의 직업는 너무 짧다는 것이 무언가를 준비해가야 하는 시간이 소멸해 간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게 했다.
정민이 깊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같은 팀 소속의 윤열이 들어 왔다.
"무슨 생각해?"
정민은 윤열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해."
윤열은 멈칫하며 정민의 곁에 앉았다. 윤열의 소년같은 눈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일 있어?"
정민은 윤열에게 다정하게 물어 봤다. 정민이 보기에 윤열은 매우 여린 마음을 지녔다. 시합에 열심히 임하고 무슨 일이든지 최고라고 생각될 때까지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민의 생각에도 윤열이 최고의 테란의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또한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이 지나쳐서 감정적이 될때가 있고 경기중에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윤열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정민은 가끔은 측은하게 윤열을 바라보곤 했다.
"형, 형은 프로게이머 언제까지 할거야?"
정민은 윤열의 물음에 적잖이 당황했다. 누군가 이 질문을 던지면 정말 정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밖에 할수 없는 그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지 않을것이라고 내심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글쎄? 그건 뭐라고 대답하게 어렵다. 너한테 이런걸 물어보면 뭐라고 하겠니? 그냥... 내가 스타를 잘할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해야 할거라고... 그렇게 밖에는, 그렇게 말하겠지."
윤열은 어딘지 모르게 멍하게 벽을 바라보았다.
"형, 나 가끔 무서워. 내가 내가 아닌것 같아. 미칠것 같다는 생각을 해."
정민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답답했다. 윤열은 최고의 게이머이지만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뭔가를 꿈꾸고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거라고,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지금이라는 현실의 중독성이 크다는 것을 잘 아는 정민이었기때문에 감히 그것을 버리라고 말하기에는 망설여 질수 밖에 없었다.
"가끔... 내 팬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 내가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면 이 사이트도 사라지겠지? 나를 보면서 응원해 주던 사람들도 나를 잊어 버리고 나는 그 기억만을 간직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윤열은 메마른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윤열의 심정이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수 있을 만큼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살거야. 그래도 우리는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이런 평범한 말 밖에는 할수 없는 자신의 언술에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정민은 윤열의 어깨를 다독여 주였다.
윤열은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아니. 그렇게 약하게 살고 싶지 않아. 지금은 너무 늦었어."
윤열은 정민에게 눈을 돌리며 말을 했다.
"이제 너무 늦었어. 형도..."
말을 채 잇지 못한채 윤열은 나갔다.
"윤열아!"
정민은 윤열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휭한 바람을 머금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윤열의 마음을 잘 알지만 어떻게 할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윤열의 처지가 못내 아쉬었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의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약한 대처법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다만이라는 미련이 자꾸 가슴을 치는 것에는 정민도 어쩔수가 없었다.
..................
"결정했나요?"
매우 눈길을 끌만한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진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억양이 약간 서툴다 뿐이지 여자의 한국어 실력은 뛰어났다.
"아직... "
요환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거절한걸로 알아도 되겠군요."
여자는 힘없이 대꾸했다. 아름답고 지적인 표정을 지닌 여자가 허무한 표정을 짓자 오히려 순수한 소녀같은 분위기를 지었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수가 없네요."
"그렇게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여자는 표정을 가다듬으며 요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요환은 움찔하며 파르르 눈을 떨었다. 여자는 요환의 표정을 살피다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좀더 시간을 드리죠."
금발의 여자는 망설이다 요환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며 방을 나갔다.
요환은 여자가 나간뒤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국 최고의 프로게이머, 테란의 황제, 혹은 최고 인기게이머등의 수많은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지금까지 쉽없이 달려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앞일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지나간 몇년이었지만 여전히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TA사에서 제안한 기회는 자신에게 최고의 것이 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렇게 혹 할만큼 마음이 가지 않았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싶었으나 주저하게 된것은 Carry때문이었을까?
첫눈에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여자였다. 게다가 그녀는 보기보다 훨씬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여자라고 요환은 점점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고 있었다.
진남이 죽고 연일 게임이라는 장르를 성토하는 언론들로 요환은 자신의 역활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팬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언론들은 이상하게도 집요하게 프로게이머들에게 악의적이라고 할밖에 없는 기사들을 올렸다.
....이러다가 스타하는 사람 하나도 없겠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용욱이 말을 할때만 해도 요환은 피식 웃어 말을 막아 버렸으나 사실은 자신도 점차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스타가 없는 임요환?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 같지 않았다.


...이번 리그에서 우승을 해야 해요... 그래야 내가 내가 될 테니까요....
Carry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울뿐 아니라 순결해 보이기까지 했다. 슬퍼 보이기 까지 하는 미소에 요환은 넋을 잃을 듯했다.
...요환씨는 참 이상해요. 사람들은 자주 자신의 존재를 잊어 버리는데... 아직...
Carry는 다시 쾌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것 같아요. 돈이나 명예가 아닌 지금의 나는 스타가 없이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 요환씨가 좋아요...
Carry는 요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요환씨 너무 자신의 존재에 집착하면 살기힘들어요. 요환씨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건 요환씨를 동생처럼 아끼기 때문에 하는 말이예요....
...Carry는 날 그렇게 어리게만 봤나요? 난...
CArry는 요환의 입을 막았다.
...그런말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예요. 요환씨...미국으로 와요. 요환씨 기다리고 있을께요...

요환은 그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간 Carry가 몹시 그리웠다. "이번 리그에서 우승하고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요환은 Carry를 통해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한 결심을 전했다.
"리그...좋습니다. 그럼 그 다음에 뉴욕에서 뵙기로 하죠."
TA사의 직원인 한상민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
2005년 4월 21일
스타리그 본선 무대, A조 첫경기
"스타리그 본선의 첫 경기가 개막되었습니다. 첫번째 시드를 배정받은 박정석 선수와 박정석 선수가 지목한 신인 플레이어, 유수호 선수의 경기입니다."
장내는 매우 한산했다. 불과 몇해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던 그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리그 우승자인 박정석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선수들은 신인급 선수들이었고 경기 역시 너무 일방적인 상황으로 끝나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감된 탓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나도 순식간에 스타 크래프트의 인기가 사그러 들자 언론에서는 e-sports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평들과 한국의 대부분의 IT산업이 집중한 게임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이년동안에 한국의 최고플레이어들이라고 할 수있는 이윤열, 홍진호, 임요환, 서지훈, 강도경, 조용호 등과 최고의 가능성을 보여주였던 박경락, 최연성, 나도현, 박용욱등과 같은 선수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 나간 탓이 우선은 가장 큰 영향으로 꼽힐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이 선수들의 측근들은 이 선수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잇는 다국적 기업인 T.A사에 소속되어 한국에서 개최되는 리그 뿐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세계적 리그를 앞두고 맹훈련중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외부와 일체의 접근이 차단된채 연락조차 대리인이 하므로 T.A사에서의 생활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는 상태이다.
일부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해 오늘날 비대해진 e-sports가 예전에 임요환이나 홍진호 같은 걸출한 스타게이머가 없는 현실에 더이상 버티기 힘든 것은 아닌가 한다..."
정석과 신인 게이머의 경기를 관람하던 정민은 옆에서 유난히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는 혜연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안았다. 그녀는 뭔가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모습이었다.
정민이 오랜 부진속에서도 꿋꿋이 버틸수 있었던 것은 혜연의 마음이 항상 그를 지키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정민은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
이년전 윤열과 요환, 진호가 처음 T.A사에 입단하여 미국으로 떠났을 때 T.A사가 그들외에 어떤 선수들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며 그들에게 영입의사를 밝혔는지 신문지상을 통해 대충 들어났을 때 정민은 매우 괴로웠었다. 최고의 선수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며 T.A사는 그들에게 계약금만도 100만불씩 제공했고 십년의 장기간 계약으로 순연봉만 2000만 불을 주었다. 그들 외에도 뽑혀가거나 협상을 했던 선수들에게 그 만큼의 조건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민은 자신이 협상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심한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다. 한때 한국 최고의 테란 플레이어로 손꼽히던 그에게 있어서 죽음까지 생각할 중대한 상처였다. 그때 정민의 옆에 있어준 사람이 혜연이었다.
한국 혼혈아로 해외로 입양되었던 그녀는 대학 졸업후 한국으로 와 경제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마침 e-sports 탐방이라는 코너에서 정민을 취재하게 되면서 가까워졌다.
취재를 마친후 가볍게 식사를 들던 중 해외 입양아 출신임을 떳떳이 밝히는 혜연에게 남모를 연민과 조심스러운 호감이 싹튼 것을 정민은 감추지 못하였고 그런 정민의 마음을 보다 못한 재훈이 장난 반처럼 혜연에게 연락을 취했고 정민과 혜연은 마침내 연인이 되었던 것이다.
연인이 된 후 혜연은 항상 밝은 미소를 지었고 정민이 부진할 때 항상 다독거려 주었다.
연이은 부진은 정민외에도 일세대, 이세대 프로게이머들에게 찾아와 정민과 절친한 사이인 인규와 길섭은 끝내 프로게이머의 길에서 좌절하여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나 그런 충격속에서도 정민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꿋꿋한 혜연덕분이있다.
"내 이름이 혜연이라는 걸 안건 열다섯이 되었을 때야. 우연히 엄마 방에서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봤거든. 낯설지 않은 동양여자가 날 안고 있는 사진 뒤에는 처음 보는 기호가 있었어. 학교 친구들 중에 동양인은 다 찾아 다녔어. 그 글자가 뭔지...알려고. 그 중에 한 아이가 가르쳐 주더군 . 사랑하는 내딸 혜연이와...라고 말이야. 그때 내가 혜연이란 걸 알았어. 난 그때 까지 내가 일본인인지 , 중국인인... 어느 나라 사람인줄도 몰랐으니까...그때 한국 사람인걸 처음 안거야..."
혜연은 어두운 밤, 가로등이 비치는 강변 공원에서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의붓 엄마는 날 무척이나 사랑했어. 날 항상 공주처럼 여겼어. 내가 사진을 본 것을 안후에 엄마는 내가 혜연이 아니라 니콜이라고 했어. 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 강철 같은 분이 울기까지 하더라... 무엇이 어떤건지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내가 세상에 나온 것은 ....여기니까....알고 싶었어. 내가 정말 혜연인지 니콜인지...아니 알고 싶은것 보다...그리웠다는 것이겠지...."
혜연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미소를 짓는 여자였다. 그런 혜연의 불안한, 어두운 표정은 정민에게 무척이나 걸리는 일이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아니야."
혜연은 곧 표정을 가다듬고 정민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민은 혜연에게 두른 팔을 가만히 내려 놓았다.
"아... 엄마가 오신대 너무 오랫만에 만나는 거라서 좀당황되서 그래."
"그랬구나."
"걱정하지마. 이번에 휴가를 받으셨거든. 쉬시다가 가실려나봐."
정민은 혜연에게 문든 그녀의 양모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single mom으로 니콜이었던 혜연을 키웠다는 것 밖에는 양모가 뭐하는 사람인지, 대략의 성격들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혜연의 살아나는 미소에 물어볼 마음을 빼앗겨 정민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

2005년 10월 World of Craft 대회가 미국 LA에서 열렸다. 한국에서조차 이미 스타크래프트의 열기가 시들해진터라 GM사와, MS, Homda등의 세계 유수한 기업들이 스폰서를 대는 이번 대회에 조금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워낙 상금의 규모가 엄청나 이미 스타크래프트가 거의 사장되다시피한 유럽각국에서도 예선전에 참가 신청을 하는 인원이 대단했다.
총상금 2000만 달러, 우승자에게 800만 달러, 준우승자에게 400만달러, 3위 입상자에게 200만달러, 4위 입상자에게 100만달러, 8강입상자에게 50만달러, 16강 입상자에게 각각 37만달러씩의 어마어마한 상금 규모는 스타크래프트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침을 흘릴만 했다.
대회 방식은 각 대륙별로 4명씩의 선수들이 선발되어 경기를 16강 풀리그로 치루는 것으로 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불참으로 호주와 티켓을 경쟁하는 아시아에게 두장의 출전권이 가고 유럽과 아메리카에 한장씩의 티켓이 가게 되었다.
예상되었던 대로 아시아 출전권은 한국 선수들이 독식하였다. 오랫만에 고국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 게이머들인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서지훈, 강도경, 조용호, 박경락, 나도현, 최연성, 박용욱들은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듯이 모든 예선전 경기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수의 관중이 몰려들었고 열광적으로 응원하였다. 불과 몇달전의 경기장의 한산함은 사라져 버렸다.
그중 임요환의 인기는 그의 전성기 시절을 능가하였고 거의 광적일 정도였다. 또한 그 열광적인 응원에 걸맞게 그의 플레이는 감탐에 감탄을 더하게 만드는 콘트롤과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물량적인 면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예선전에서 완벽한 경기를 보여주며 더이상의 게이머가 나올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그의 팬들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요환 뿐 아니라 그 밖에 다른 게이머들도 월등한 실력 향상을 보였고 순식간에 각국의 방송사를 통해 이들의 경기를 지켜본 세계인들은 스타크래프트에 순식간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결과 아시아 예선이 끝나가고 예선전 결승에서 요환가 진호가 붙었을 때 요환의 순수팬은 한국에서만 칠십만명에 이를 정도였고 아메리카나 유럽에서의 그의 팬은 수백만에 이를 정도였다.
대륙 별 예선이 끝나고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번 시드를 받은 임요환과 삼번 시드를 받은 홍진호, 이윤열, 박경락, 서지훈, 나도현이었고 유일하게 국내 참가자인 박정석이 예선을 통과했다. 유럽에서는 TA사 소속인 카셀, 투르니에, 모리슨, 붕에, 지오노였고 아메리카에서는 로빈슨, 오즈. 글리즈, 앨런, 맬빌이었다.
LA현장은 흡사 월드컵처럼 뜨겁게 달구어졌다. 각국의 방송사에서 온 취재진은 선수들애 대해서 좀더 알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정민과 재훈은 모 방송사의 특파원으로  LA에 보내 졌다. 둘다 일세대, 이세대 사이에 프로게이머로서 각종 관삼의 촛점이 되고 있는 게이머들과의 친분이 있던 것과 일정 기량에 실력들로 경기 분석에 뛰어난 것을 높이 산 것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TA사 소속인 까닭에 정민과 재훈은 접촉이 쉽지 않음을 알았다. 같은 팀이었던 지훈과도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TA사는 대리인을 통한 자체 제작 선수소개 화면 외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TA소속이 아닌 정석과의 인터뷰를 어렵게 하기로한 정민과 재훈은 정석이 머물고 있는 센터홀 호텔로 찾아갔다. 입가에 순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정석은 반갑게 정민과 재훈을 맞아주었다.
"이런데서 보니 더 반갑네."
"정석아 잘 지내지?"
정석과 같은 종족으로 친한 재훈이 인사를 건냈다. 같이간 사진 기자와 촬영기사, PA등이 급하게 인터뷰를 서둘렸기 때문에 그들은 의례적인 인텨부에 들어갔다.
정민 : 우선 아시아 출전권을 딴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예선전은 예년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한층 더해진 가운데 치뤄졌는데 경기를 한 장본인으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정석 : 예, 우선은 스타가 예전에 비해 팬들의 사랑이 많이 시들해진 거 같아서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웠는데 이번 예선전에서의 팬 여러분들의 관심이 매우 폭발적이어서 감사하고 게미어로서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재훈 : 한동안 한국 게이머들의 해외 러쉬가 있었는데 그 해외파 선수들의 실력이 순수 극내 선수들과 비교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어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으로 압니다. 힘들었던 점과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가 있었다면 대답해 주실수 있는지요.
정석 : 모든 선수가 정말 상대하기 어렸웠는데 특히 해외파 선수들만한 실력의 선수들이 국내에 그리 많이 있지 않아 연습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임요환 선수, 이윤열 선수, 홍징호 선수가 상대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민 : 그래도 국내 출신의 선수들은 대략의 실력을 알고 있었고 예선전을 통해 어느 정도 상대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 밖에 다른 대륙의 출전자들 역시 우리나라 선수 못지 않는 기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정석 : 우선은 연습을 많이 할수 밖에 없을 거 같고요, 대회를 진행하면 다른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구해서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재훈 : 해외에서 열리는 경기라 더 어려울 거 같은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요?
정석 : 우선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고 좀 외롭다는 게 힘드네요.
정민 : 이번 16강에서 처음 맞는 선수가 유럽에서 예선전 우승을 한 카셀 선수인데 프로토스 전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정석 선수가 저그전에 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석 ; 카셀 선수가 저그 유저로 프로토스를 잘 잡는 것은 유럽예선 리플레이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최대한 압박하는 플레이로 저그를 가난하게 해서 중, 장기전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한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정민과 재훈은 정석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때? 긴장되지?"
"응... 늘 그렇지 "
정석은 씩 웃어 보였다.
"다른 선수들하고 만나기는 하냐? 그래도 같은 한국 선수들인데...."
"못해 겨유 예선전 치룰 때 경기하면서 요환이형하고 윤열이히고 좀 이야기를 해 봤는데 많이 변한거 같더라. 차갑다고 해야 하나? 꼭 다른 사람들 같았어. 아니 그런것보다 얘기를 잘 못하는 거 같았어. 아마도 회사에서 막나봐."
"무슨 이야기야?"
"음...무슨 매니전가 하는 사람이 계속 따라다니는데 나도 신경쓰여서 얘기하지 못하겠고... 어쨌든 한경기, 한경기 우선은 열심히 해야겠지."
정민과 재훈은 정석과의 시간을 게임연습에 대한 지적을 하며 보냈다. 정석의 콘트롤과 물량은 어마어마했다. 이년전 불의의 사고로 한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가 재기를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결국 이 자리에 까지 서게 된 것을 잘 아는 정민과 재훈은 정석의 끈기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 참 여기에 진수도 왔더라."
정석은 문득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다. 진남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진수는 한동안 방황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게이머 생활을 접고 유학을 갔었다.
"공부는 잘 된대?"
"진수가 그러는데 지금 공부 아니라 사업하고 있대."
"사업??"
"응, 잘은 모르지만 컴퓨터 소프트 웨어나 네트워크에 관한 건가봐. 표정은 여전히 밝아보이더라."
"한번 만나봐야 겠네."
"경기 보려 온다고 자리 좀 구해달라고 던데."
"오랫만에 진수도 만날수 있겠구나."
정민과 재훈은 모처럼 예전에 동료들을 만난 기쁨에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삼일후 첫경기인 임요환vs모리슨의 경기가 열렸다. 유럽출신인 모리슨은 저그 유저로 매우 뛰어난 유닛 조함으로 테란에게 강한 선수였다.
약 5만명을 수용할수 있는 LA Big Hole에서 열린 이 경기에는 임요환이라는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버린 선수를 보러온 수많은 팬들과 모리슨의 멋진 플레이를 보기 위해 몰려온 팬들로 꽉 찼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던 이 경기에서 임요환은 손쉽게 2승을 연달아 거두었다. 그 경기에서 보여준 임요환의 콘트롤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정교하고 예술적이었다. 경기를 취재하러온 많은 기자들은 숨막히는 그의경기 운영을 artist라는 말로 표현했고 팬들은 찬사를 바쳤다.
정민과 재훈도 연일 벌어지는 경기들을 취재하며 매우 바쁜 날을 보냈다.
A조 경기는 예상대로 임요환이 3승으로 쉽게 8강에 올라갔다. 그리고 모리슨이 2승1패로 8강에 합류했고 B조에서는 카셀이 3승으로 박정석이 한경기 한경기 힘겹게 치루며 2승1패로 8강에 진출하였다. C조에서는 무난히 홍진호와 서지훈이 2승1패씩으로 8강에 합류하였고 D조에서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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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05/03/04 18:06
수정 아이콘
장진남 선수가 죽다니.. 곤란합니다-_- (하필이면ㅠ_ㅠ;;;;)
낭만토스
05/03/04 18:06
수정 아이콘
오오 재미있네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05/03/04 18:07
수정 아이콘
작성하신 분께 요청하나 하자면, 조금 엔터키를 많이 사용해주셨으면 하네요. 너무 글 들이 붙어있는 느낌이라서 읽기가 좀 버겁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완결하시기를 바랍니다. ^^;
컨트롤황제
05/03/04 18:08
수정 아이콘
어라..옛~날에 본 기억이나는데...아닌가요?
05/03/04 18:16
수정 아이콘
↑ 예전에 연재하다가 완결을 못내린 글이라고 적혀있네요.
컨트롤황제
05/03/04 18:17
수정 아이콘
아하~ 그렇군요. 장문은 스크롤바를 바로 내려버리는 습성이있어서 미쳐 못봤네요.
05/03/04 20:37
수정 아이콘
저는 이렇게 이어지는 글이 보기 좋습니다. 엔터키는 사용할 곳에서만 사용해주는게 더 보기 좋아 보이더군요. Neuro님과는 생각이 다른거겠죠? ^^;
기존의 책 들도 거의 이렇게 글이 쭉 이어져있으니까요. ^^;

만화책을 많이 읽다 보면 띄엄띄엄 있는 글을 보기가 편하고, 소설책 같은걸 보다 보면 이런류가 오히려 익숙해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05/03/05 00:10
수정 아이콘
잼있네요 많이 많이 연재해 주세요
마술사
05/03/05 00:48
수정 아이콘
저도..이정도 엔터면 딱 적당하다고 느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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